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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르네상스 파라곤 철학에서 배우는 혁신의 창조적 에너지
입력 : 2011.03.29 09:5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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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들은 역사와 현대 경영의 유사성에 대한 글을 접할 때마다 의아해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날 리더십에 대해 훈족의 아틸라 대왕보다 높은 식견을 지닌 사람이 다수에 이른다는 데 의심의 여지란 없을 것이며, 알렉산더 대왕이 현시대 사람들에게 다양한 경영전략을 제시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이에 이탈리아 르네상스는 창조성이 만개했던 시대라는 점에서 비즈니스 혁신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해당 시대를 통해 찾아낼 수 있다는 본문의 전제를 제시하는 데 다소 두려움마저 앞선다.
북이탈리아는 미시간 주와 크기가 비슷한데 15세기 초반경 르네상스 혁명의 거대한 세 중심 도시였던 피렌체, 로마, 베니스의 총인구는 대략 20만 명에 달했다. 이 같은 규모의 인구와 도시에서 창출해 낸 창의적 생산물인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조적식 돔, 선 원근법을 활용한 현대 초상화 기법, 유리 세공법, 청동 주물 및 알도 출판사의 이탤릭체, 스푸마토(바림법), 명암 배분법 등의 기술혁신, 레오나르도 다 빈치 스케치북의 설계도 등은 혁신적 마인드를 지닌 경영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킬만할 듯싶다. 무엇보다도 르네상스 시대에서 진행 과정과 R&D 조직에서 그 값어치를 인정받고 있는 원칙들(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사이의 견해차, 완화된 규율 적용 및 도전 목표 설정) 간에 묘한 유사점이 발견되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에 레오나르도,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티치아노 간에서 목격했던 역사상 가장 생산적이었던 직업상 경쟁심을 원동력으로 한 창작 활동을 현 R&D 관행에서는 찾기 힘들다, 경쟁구도의 잠재성을 간과함으로써 현 R&D 조직은 대대적인 혁신을 촉발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충돌’ 장려 엔지니어, 과학자, 경영자 간의 끊임없는 충돌이 돈독한 협력과 탁월한 아이디어 창출을 이끌어 낸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충돌이 행해지는 대표적인 장소는 다양한 성향을 지닌 혁신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다양한 규범으로 규율 되는 기업체의 R&D 연구소일 것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연구소로는 IBM의 왓슨 리서치센터(IBM’s Watson Research Center), HP 연구소(HP Labs), 벨 연구소(Bell Labs), GE 글로벌 리서치센터(GE’s Global Research Center)가 있다.
가상공간 또한 제대로 설립되기만 한다면 이러한 충돌을 촉진시키는 데 효율적일 수도 있다. 타타(Tata)의 이노버스 허브(Innoverse Hub)를 그 일례로 들 수 있다. 이 포털은 가상 혁신 포럼의 역할을 하고 있다. 즉 포털에서 전 타타 사업부 직원들이 아이디어와 그에 대한 의견을 올리고 가장 선호하는 아이디어에 대한 투표를 한다. 일 년 동안 R&D, 경영, 전략에 관련된 1만2000개의 아이디어가 등록되고 그 중 수백 개는 프로젝트화하거나 경영 혁신과정에서 실행된다.
충돌의 개념에는 르네상스 시대의 창의적인 에너지가 충만하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도시화된 지역 중 하나였다. 비록 현대의 기준에 비추어 작은 규모일지 모르나 화가, 공예가, 조각가들이 도시를 가득 매웠다. 일례로 교황청의 후원을 받고자 하는 이탈리아 전역의 예술가들은 로마로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도시에서는 예술가들 간의 왕성하고도 빈번한 교류가 촉발되었다. 예술가들은 다양한 예술가 집단과 교류할 수 있는 혜택을 누렸으며, 동료와의 빈번한 교류를 통해 서로의 아이디어 및 기술을 교환하고 익힐 수 있었으며, 서로간의 다양한 성과물을 통해 성장해 나갈 수 있었다.
연구자의 유연성 부여 대다수의 세기의 위대한 발명이 실수로 인해 위기에 봉착하곤 했다. 현명한 R&D 경영자들은 이를 인식하고 자사 연구진들에게 실수로 또는 예기치 못한 결과물을 새로운 연구, 상품 또는 기술로 파생시키도록 한다. 최근 구글(Google)이 회사 정책상 연구진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나 프로젝트, 자아 계발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점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실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3M은 이전부터 근무시간의 15%를 직원들 개개인이 직접 선정한 프로젝트에 할애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Tata Consultancy Services)의 직원들은 개인 프로젝트에 주당 45시간의 근무시간 중 5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의뢰 계약서(그림이나 조각물 한 점에 대한)는 R&D 지침과 유사한 개념이다. 즉 이 같은 계약서에는 작품의 대상, 화가, 작품 담당 부문, 작품 규모, 도구, 기한, 지불금액 등이 명시되어 있었다. 때로 이러한 의뢰 계약서가 꽤나 상세할 때도 있었으나 르네상스 시대 작가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함에 따라 작가의 계약 협상력이 높아졌고 그에 따라 작가들에게 창의적인 해석과 유연한 표현권이 주어지게 되었다.
미켈란젤로의 시스틴 성당 천장화는 작가들의 사회적 신분 상승이 작품 의뢰자와의 계약 협상권 향상으로 이어졌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1506년에 교황 율리우스 2세는 프레스코 화법으로 성당의 천장화를 완성하기로 결정 내렸다(성당 내벽은 이미 20년 전에 도장했다). 교황은 당시 화가보다는 조각가로서 유명했던 미켈란젤로를 만나 이 작업을 맡아 줄 것을 요청하였고, 미켈란젤로는 이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계약 초에 교황은 열두 사도의 거대 형상을 표현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에 미켈란젤로는 인류의 구원에 대한 갈망을 담아 낼 수 있는 더욱 원대한 형상을 표현하고자 교황을 설득시켰다. 미켈란젤로는 후에 그가 원하는 바를 표현할 수 있도록 교황을 설득해냈다는 점을 과시했다고 한다. 결국 표현의 유연성과 관련된 작가의 협상력 향상은 시스틴 성당의 천장화와 같은 명작 탄생의 배경이 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명장들도 이와 같이 불가능해 보이는 예술적, 기술적 목표를 꾸준히 설정하곤 했다.
브루넬리스키(Brunelleschi)는 로마에 도착하여 뛰어난 건축학적 명작인 판테온 신전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신전의 돔 구조에 그는 매료되었다. 거대한 너비의 공간을 덮어씌운 돔의 구조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공학 기술의 한계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당시 피렌체에서 두오모로 더욱 잘 알려진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바실리카(Basilica di Santa Maria del Fiore)를 착공했고 1419년에 42m 너비의 거대한 두오모의 성단소 상부를 덮을 수 있는 돔을 건설할 수 있는 건축가를 찾고 있었다. 판테온 신전 이후 고대에 이와 같은 거대한 너비의 공간을 덮는 돔을 건설한 경우는 없었다.
마침내 브루넬리스키가 건축을 담당하게 되었고, 이 난해한 건축학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공학 기술 및 건축법을 개발하였다. 그는 최종 설계도에서 외부 지지대 없이 교회의 원통기둥이 지지되도록 이중으로 벽돌을 쌓는 구조를 채택했다. 이와 같은 설계도를 완성하기 위해 그는 판테온 신전을 건설할 때 로마인들이 썼던 기술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승강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의 대작은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의 기록을 능가했다. 즉 역사상 최초의 팔각형 돔이자 나무 지지 골격 없이 지어진 최초의 돔이라는 점, 또한 당시 최대 크기의 돔이라는 점 그리고 아직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큰 석조 돔이라는 점이다. 과거에서 착안하고 그를 뛰어넘는 건축물을 만들어 내면서 브루넬리스키는 불가능을 가능케 할 수 있었다.
르네상스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이러한 유사성에도 오늘날의 R&D 분야에서는 보기 힘든 르네상스 방식의 혁신이 있다. 바로 경쟁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 당시 주요 인물들의 경쟁이 얼마만큼이나 르네상스 혁신에 영향을 미쳤는지 그 정도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당시 예술가들은 대체로 서로를 깊이 존중하고 존경하면서도 수수료, 인지도, 명성 때문에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경쟁이 때로는 후회와 파괴적인 힘을 낳기도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의 경쟁은 창조성과 혁신을 낳은 경쟁력 있는 문화의 탄생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예술가들은 서로 경쟁했지만 동료로, 심지어 친구로 지내기도 했다. 그 당시 예술가들에게 있어서 경쟁이란 서로의 가장 뛰어난 기법이나 혁신적인 방법을 빌려 작품을 만드는 것을 의미했다.
근대 경영에서 경쟁의 활용 오늘날 R&D 분야에서 파라곤에 근접한 개념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이는 기업은 거의 없다. 물론 일부 기업은 혁신 경쟁을 꽤하기도 한다. 인도의 타타 그룹은 최근 자사의 전 분야에 걸쳐 1700가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고안해내는 이노비스타 챌린지(Innovista Challenge)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회성 행사는 르네상스 시대를 창조적으로 만들었던 생산적인 경쟁관계를 그대로 재현해내지 못한다. 더군다나 경영학 분야에서 혁신에 관해서는 경쟁을 권유하지 않는다. 경영 전문가들은 특히 R&D 분야에서 경쟁과 경쟁의식보다는 협동과 협업을 강조한다. 그러나 경쟁이 반드시 협업을 막는 것은 아니다. R&D 관리자들은 경쟁의식과 협동심을 잘 통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현대판 파라곤을 실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둘 또는 그 이상의 팀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동일한 업무를 행하게 하는 것이다. 이 또한 새로운 방법은 아니다. 1960년대에 IBM에서 시스템 360메인 프레임 컴퓨터와 8000시리즈 간에 경쟁을 붙여 화제가 됐던 사례를 떠올려 보자. 또한 GE의 글로벌 리서치센터 마크 리틀 국장의 ‘GE는 경쟁을 다소 포괄적으로 활용했다’는 말의 의미를 떠올려보자.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경쟁이란 개념이 (구체적으로 파라곤) 오늘날 더 많은 기업들의 일반적인 R&D 부문 과정의 일부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이 추가적인 비용을 요구할지 모른다고 들릴 수 있으나, 몇 개의 팀을 선정해 동일한 과제를 할당하고, 그로 인해 더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면 그다지 비생산적이거나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 없다. 파라곤의 위력을 활용하고 싶어 하는 기업 중역들을 위해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요령을 제시한다.
차이를 인정하기 르네상스 시대에는 여러 작품을 나란히 전시해 관객들이 각각의 작품을 비교 평가하고, 예술가들도 서로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각 팀이 강구한 여러 가지 해결책을 나열해 각각의 상대적인 장점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상당수의 경우에 한 팀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다른 팀의 아이디어와 섞일 수 있다. 또는 완전히 선택에서 제외된 방법이 다시 새로운 방향으로 연구개발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경쟁과 연관된 문제들에 대해 현실적이어야 한다. 르네상스 시대에도 일부 경쟁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심화되어 싸움, 투옥, 살인으로 이어졌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경쟁은 분명 R&D 부서 책임자들이 기피하는 파괴적인 경쟁심 같은 것으로 전락해버린다. 그렇게 되면 아이디어를 나누지 못하고 협동심도 저해된다. 제대로 된 관리란 경쟁이 고통을 유발하거나 불화를 일으키거나 각 팀원이 위협을 받거나 수세에 몰렸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에서 파라곤을 실행하게 되는 경우 깊고 넓게 자리 잡은 협력과 집단성과주의의 문화를 가미해 파라곤의 개념을 보강하는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들은 가장 훌륭한 성과는 집단으로 성취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그야말로 예술, 문화, 문명의 새 시대를 규정하고 싶어 했고 반드시 서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훌륭한 기업은 혁신가들이 집단 단위로 함께 노력해야 가장 오래 지속되는 혁신과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게끔 하고 이에 참여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보상해 주는 기업이다.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유수의 창의적 기업들은 르네상스 고유의 창조성을 탄생시킨 여러 관행들을 성공적으로 수용해왔다. R&D팀을 더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기를 원하는 기업 임원들은 르네상스의 파라곤 철학을 빌려 오는 것을 고려해 볼지도 모른다. 생산적인 경쟁의 창조적인 에너지를 활용하면 분명 더욱더 가치 있는 비즈니스 혁신을 이룩할 수 있다.
[버나드 T. 페라리(Bernad T. Ferrari) 페라리 컨설턴시(Ferrari Consultancy) 회장, 제시카 고달스(Jessica Goethals) 뉴욕대학교 이탈리아학 박사과정]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호(2010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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