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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스티브 잡스 vs 빌 게이츠
입력 : 2011.01.17 14: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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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지금은 자선사업에 몰두하고 있지만그 역시 시대를 이끌어간 최고의 기업가다. 윈도우라는 운영체계와 워드, 엑셀 같은 소프트웨어등으로 PC(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열고, 마이크로소프트(MS)를 세계 최고의 기업에 등극시켰다. 37세에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됐으며, 지금까지 280억 달러(약 33조원)에 달하는 거액을 기부했다.
언젠가 이 두 경영자를 비교해보면 흥미롭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1955년 생인 동갑내기 두 거인이 경쟁하며 IT,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 시대를 열어가는 모습. 이 책은 너무나 대조적이면서도 비슷한 두 CEO에 대한 비교 평전이다. 우선 그들은 너무도 대조적이다. 자라난 환경부터 크게 달랐다. 잡스는 미혼모의 아이로 태어나 노동자 계층인 양부모 밑에서 자랐다. 반대로 게이츠는 유복한 변호사 가정에서 태어나 유명 사립 고등학교를 거쳐 하버드 대학에 입학했다. 생각도 다르다. 잡스는 완벽주의자다. 독창적인 제품을 만드는 데 인생을 걸었다.
“잡스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추천하고 싶어지는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그제품은 ‘세상을 놀라게 하는 멋진 것’이어야 한다.” (125p)
반대로 게이츠는 현실주의자다. 승리하는 것이중요하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앞서 가는 기업을 따라하며 개량해가는 2인자 전략을 마다하지 않는다. 잡스는 하드웨어, 게이츠는 소프트웨어에 집중했다는 점도 상반된다. 인재를 확보하는 스타일도 대조적이다. “(게이츠는) 독보적으로 우수한 프로그래머를 확보함으로써 다른 우수한 프로그래머를 찾아낸다. 게이츠를 정점으로 가지를 뻗어나가는 식의 인재 획득법이다. 그에 비해 잡스는 태양형이다. 애플에서 일하려고생각하는 사람들은 모두 잡스와 일하고 싶어 애플로 오는 것이지 다른 누군가와 일하고 싶다고는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103~104p)
물론 비슷한 점도 있다. 잡스와 게이츠 모두 ‘강자의 매니지먼트’로 성과를 올린다. 그들은 ‘발명과 제품 사이에 있는 죽음의 계곡을 넘어 가는데필요한 강렬한 리더십을 지닌 악마 같은 상사’들이다. 그래서 이들과 궁합이 맞는 직원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 위해 온힘을 다하지만, 궁합이 맞지 않는 직원에게 이들은 단순히 고약한 상사에 지나지 않는다.“게이츠와 잡스 모두 독불장군에 승부 근성이 강하며 협조성은 제로다. 속이 깊고 관용의 정신을갖춘 인격자가 아니다. 그러나 단순한 고집쟁이도 아니다. 한계에 도전한다는 데 의의를 느끼고팀을 이끌어가는 보기 드문 매니지먼트 능력을지닌 고집쟁이다.” (63p)
오로지 제품으로만 승부하는 것도 닮았다.“잡스의 매니지먼트는 설계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망라한다. 매킨토시의 크기나 아이팟의 클릭횟수까지 세심하게 주문해 엔지니어들을 고민케했다. … MS의 첫 번째 제품인 알테어8800용베이식을 작은 메모리 사이즈에 담기 위해 고생고생하며 프로그램을 짠 사람이 바로 게이츠 자신이다.” (49p)
열정도 비슷하다. “돈을 위해 일하면 진짜 일을할 수 없다. 중세 유럽의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버리지 않는 한, 평생 예술가로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210p)
이와 관련해 게이츠는 “컴퓨터 기술의 첨단에 서서 몇 년을 계속 싸울 수 있는 것은 컴퓨터에 대한 열의가 있기 때문이며, 언제나 자신이 하는일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애플의엔지니어들은 ‘주 90시간을 즐겁게 일하자’라고쓴 티셔츠를 입고 잠도 휴식도 잊은 채 프로그램을 짰다. 또 잡스와 게이츠 모두 엄청난 집중력과 끈기를 갖췄다. 이런 집념 덕분에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나고 넥스트에서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사업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고, 게이츠도무려 12년 동안이나 평범한 개선작업을 벌여 마침내 MS워드를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었다.
단순히 비즈니스에서만 성공한 부자사업가가 아닌,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가는 이 두거인의 모습. 이제 50대 중반에 불과한 잡스와게이츠가 앞으로 개척해갈 미래, 그들이 지금 품고 있는 꿈이 궁금하지 않은가. 그들의 발자취를걸어보며 잡스와 게이츠의 열정과 도전, 성취를몸으로 느껴보면 좋겠다.
[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호(2010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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