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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 정책 변화에 직격탄 | 글로벌 車업계, 하이브리드로 수익성 승부
입력 : 2026.04.20 20: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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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정책 환경이 급변하면서 완성차 산업 전반이 구조적 전환점에 진입하고 있다. 전기차(EV)를 중심으로 한 전동화 전략은 여전히 중장기 방향성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속도 조절과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전환 속도’를 핵심 경쟁 지표로 삼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시장의 기준은 분명히 달라졌다. 이제 경쟁의 본질은 ‘얼마나 빨리 전환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싸게 만들고,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 시장 데이터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증가율은 눈에 띄게 둔화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약 1700만~1800만 대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2~15% 증가한 수치지만, 2022년(약 1000만 대, +60%), 2023년(약 1400만 대, +35%)와 비교하면 성장 속도가 급격히 둔화된 것이다. 전체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14%에서 2023년 18%, 2025년 약 22% 수준으로 상승했지만, 증가 기울기는 분명히 완만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보급 초기에서 대중화 초입으로 넘어가는 변곡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유럽 시장은 정책 변화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았다. 독일은 2023년 말 전기차 보조금을 전격 폐지한 이후 2024년 초 전기차 신규 등록이 전년 대비 20~30%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역시 보조금 지급 기준을 강화하면서 소비자 접근성이 낮아졌고, 그 결과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됐다.
경유차 등록 대수가 매년 감소하는 반면, 하이브리드 차량은 전 차종에서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사진 연합뉴스> 전기차 구매 미루거나 하이브리드로
미국 시장도 상황은 유사하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 정책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배터리와 핵심 광물의 원산지 요건을 강화하면서 실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량 수가 제한됐다. 이에 따라 일부 소비자들은 구매를 미루거나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자동차딜러협회(NADA)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주요 브랜드 전기차 재고 일수는 평균 90일을 넘어섰으며, 이는 내연기관 차량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은 평균 5~12% 수준의 할인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또 다른 양상을 보인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전기차 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보조금 축소 이후 시장은 빠르게 가격 중심 경쟁 구조로 전환됐다. 2025년 중국 전기차 평균 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약 10% 이상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비야디(BYD)는 배터리 내재화와 대규모 생산 능력을 기반으로 가격 인하를 주도하며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2025년 기준 BYD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300만 대에 근접하며 사실상 단일 기업 기준 세계 최대 규모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지역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지만, 공통된 흐름은 분명하다. 정책 의존형 성장 모델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시장이 ‘자생적 경쟁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은 정책이라는 외부 엔진에 의해 빠르게 성장해왔지만, 이제는 기업 자체 경쟁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이 변화는 완성차 기업들의 전략 수정으로 직결되고 있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는 2025년 일부 전기차 공장 투자계획을 연기하고, 전기 픽업트럭 생산 일정도 조정했다. 포드는 전기차 사업에서 수조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한 이후 전략을 수정해 하이브리드 차량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포드 최고경영진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전기차는 장기적으로 성장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재고 부담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미국 주요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평균 재고 일수는 2023년 60일 수준에서 2025년 90~110일 수준까지 확대됐다. 반면 내연기관차량은 여전히 40~50일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모델은 최대 1만 달러(약 1300만원) 수준의 인센티브가 제공되거나, 리스 조건 완화 등 사실상의 가격 인하 정책이 병행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수요보다 공급이 앞선 첫 사이클”로 평가하고 있다.
유럽의 폭스바겐 역시 전기차 플랫폼 투자 속도를 조절하며 비용 절감에 나섰다. 특히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CARIAD)의 개발 지연과 비용 증가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전동화 전략 전반을 재점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역시 ‘전기차 100% 전환’ 목표 시점을 유연하게 조정하며 시장 상황에 맞춘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토요타는 일찍부터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을 유지해 왔으며, 최근에는 전기차 투자를 확대하면서도 기존 강점을 유지하는 ‘이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2025년 글로벌 하이브리드 판매량 상위권은 여전히 일본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 시장 환경에서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부상은 이번 시장 변화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는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미와 일본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가 전기차를 대체하는 흐름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완전 전동화’보다는 ‘현실적 효율성’을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차 마진 축소 단계
가격 경쟁 심화도 중요한 변수다. 테슬라는 2023년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반복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하며 시장 가격 기준을 낮췄다. 모델 Y와 모델 3의 가격은 일부 시장에서 최대 20% 가까이 하락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판매 확대에는 기여했지만, 동시에 시장 전체의 수익성을 끌어내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중국 업체들과 일부 글로벌 브랜드가 가격 인하 경쟁에 동참하면서 전기차 시장은 사실상 ‘마진 축소 경쟁’ 단계에 들어섰다.
배터리 가격 시장 변화와 연동돼 움직이고 있다. 2022년까지 상승세를 보였던 배터리 가격은 2024년 이후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지만, 원자재 가격 변동성과 공급망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 평균 가격은 2022년 kWh당 약 151달러에서 2024년 13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고, 2025년에는 120달러 내외까지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원재료 가격 변동성은 여전히 리스크 요인이다. 리튬 가격은 2022년 대비 70% 이상 하락했지만, 니켈과 코발트는 지정학 변수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LFP 배터리 확대, 공급망 장기 계약, 재활용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핵심 광물의 가격 변동은 기업들의 원가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 장기 공급 계약, 재활용 기술 확보 등을 통해 원가 안정화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시장의 경쟁 축도 흔들리는 중이다. 과거에는 전기차 전환 속도와 기술 혁신이 핵심 경쟁력이었지만, 이제는 원가 경쟁력, 생산 효율, 공급망 통제 능력이 더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한 글로벌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은 이제 기술 산업이 아니라 제조업 본질 경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전기차 시장은 고성장 초기 단계를 지나 ‘선별적 생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만이 시장에서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구조조정 압박에 직면하는 구조다. 실제로 일부 스타트업 전기차 업체들은 자금난으로 생산 계획을 축소하거나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미국의 리비안과 루시드, 유럽의 일부 신생 브랜드들도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시장 역시 구조적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약 16만~17만 대로, 전년 대비 증가 폭이 한 자릿수 수준에 그쳤다. 2022~2023년 두 자릿수 고성장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둔화다. 전체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도 약 10~11% 수준에서 정체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는 약 35만 대 이상으로 증가하며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했다. 이미 국내 친환경차 시장 내에서도 전기차 중심에서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무게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보조금 축소 영향이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5년 전기차 국고 보조금은 최대 680만원 수준으로 낮아졌고, 일부 지자체 보조금까지 줄어들면서 실구매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이 지연되거나, 하이브리드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테슬라는 2023년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반복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하면서 주요 차종의 판매가격을 큰 폭으로 낮췄다. <사진 연합뉴스> 충전 인프라 병목도 요인
충전 인프라 역시 병목 요인이다. 2025년 기준 국내 급속충전기는 약 2만 기 수준으로 늘어났지만, 차량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체감 이용 편의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특히 아파트 중심 주거 구조에서는 완속충전 인프라 확보가 어려워 전기차 전환 속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완성차 업계 역시 전략 수정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전기차 라인업 확대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하이브리드 모델 공급을 확대하고 생산 비중을 조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은 글로벌 변화보다 한 박자 빠르게 ‘현실형 전동화’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완성차 업계 역시 이러한 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왔지만,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 확대와 함께 전략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판매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수익성 방어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보호무역 기조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생산 및 연구개발(R&D) 체계도 재편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는 ‘현지 생산·현지 개발’ 요구가 강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지역별 맞춤형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단일 국가 중심의 개발 체계로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각 지역의 규제와 시장 특성에 맞춘 분산형 전략이 필수”라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의 변화는 단순한 성장 둔화가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의 재편을 의미한다. 보조금과 정책에 의존하던 시장에서 벗어나, 가격과 품질, 수익성 중심의 본격적인 경쟁 단계로 진입한 것이다. 결국 시장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동시에 업계의 체질이 개선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글로벌 완성차 CEO는 최근 콘퍼런스에서 “전기차 시장은 이제 진짜 경쟁이 시작된 단계다.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 끝까지 달릴 수 있는 체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추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