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vs 카카오, 글로벌 웹툰 경쟁 ‘점화’

    입력 : 2022.04.29 17:20:13

  • 네이버와 카카오의 전장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다. 작년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네이버가 35%, 카카오가 10% 수준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검색과 메신저로 각자 출발했지만 최근 웹툰이나 커머스, 금융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국내에선 같은 분야에서 경쟁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경쟁 주 무대를 일본에 이어 미국·유럽 등으로 확장한다. 특히 두 회사가 강점을 보이는 ‘콘텐츠(웹툰)’ 사업에서 새로운 결과물과 함께 ‘글로벌 빅테크’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일찌감치 유럽에 터를 닦아 온 네이버는 현지 거점과 창작 생태계 확대로 웹툰 주도권 강화에 나섰다. 이제 막 유럽으로 눈을 돌린 카카오는 일본에서 입증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비욘드코리아(Beyond Korea)’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양 사 간 선의의 경쟁 과정에서 ‘K콘텐츠’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는 작년 회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매출 6조원을 넘기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기존 주력 사업인 검색보다 커머스, 콘텐츠, 핀테크, 클라우드와 같은 4대 신사업이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신사업 비중은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에선 네이버웹툰에 거는 기대가 크다. 네이버웹툰은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와 지식재산(IP)을 이용해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최고경영자(CEO)는 “네이버웹툰이 제2의 디즈니·넷플릭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네이버웹툰은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 방탄소년단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제작된 하이브 오리지널 스토리 <세븐 페이츠 착호(7FATES CHAKHO)> 대형 옥외광고를 선보였다.
    네이버웹툰은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 방탄소년단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제작된 하이브 오리지널 스토리 <세븐 페이츠 착호(7FATES CHAKHO)> 대형 옥외광고를 선보였다.
    카카오는 ‘비욘드코리아’라는 대전제하에 글로벌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일본을 거점으로 카카오 영토를 세계로 확대하는 데 집중한다. 그간 개별 전략 아래 해외 시장을 공략해 왔던 카카오 공동체는 일본 카카오픽코마를 필두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전개한다. 카카오픽코마는 글로벌 성공 전략의 핵심이자 벤치마크 공동체다. 2016년 세계 최대의 만화 시장이자 종주국인 일본에서 콘텐츠 사업의 후발 주자로 나선 ‘픽코마’의 서비스 출시 한 달 성적은 매출 200엔(약 2100원)에 불과했다. 약 6년이 지난 올해 픽코마는 단일 앱으로 월간 거래액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누적 거래액 1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비욘드코리아’라는 과업에 무게중심을 두고, 글로벌 확장에 힘을 보탠다.

    IT 업계는 김 의장의 의지와 카카오 특유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력 간 결합에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와 다른 점은 일본 카카오픽코마 ‘올인’ 전략이다. 일본 웹툰·웹소설 시장을 평정한 카카오픽코마는 콘텐츠 사업을 다각화하며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에 차례로 진출할 계획이다. 도쿄 증시 상장 준비도 순항하고 있다. 현지 매체는 카카오픽코마 기업가치를 8000억엔(약 8조2000억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픽코마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카카오게임즈재팬과 통합도 검토되고 있다. 김 의장은 카카오픽코마를 키우며 쌓은 사업 노하우, 기술, 인적 네트워크 등을 다른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일본 카카오픽코마를 해외 교두보로 삼고 싱가포르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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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진출 전초기지 일본서 맞불 국내 양대 빅테크 기업 네이버·카카오가 해외 확장을 선언하며 전초기지로 일본을 선택했다. ‘내수용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전 세계 주주들에게 해외 공략의 실질적 성과물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두 그룹 간 양보 없는 쟁탈전이 예상된다. 특히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픽코마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일본은 전 세계 웹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받는 중요한 시장이다. 만화 시장 규모 자체가 큰 데다 디지털 만화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만화 왕국’이라는 상징적인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유럽 웹툰 시장의 거점인 프랑스도 일본 망가(만화)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 일본 출판과학 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전자 만화 시장 규모는 6759억엔(약 6조6638억원)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성장세를 거듭하며 작년에는 처음으로 출판 시장 점유율에서 만화가 40%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디지털 만화 분야는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최근 일본의 메이저 전자책 전문업체인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 인수를 마무리하고 일본 시장 1위 탈환을 위한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북재팬은 야후재팬과 연동되어 있는 서비스로 일본에서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네이버웹툰은 일본 전자 만화책 시장에서 선두 업체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일본출판과학연구소와 시장조사기관 웹애니 통계 등을 종합한 일본 전자 만화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라인망가와 EBIJ를 합칠 경우 거래액과 다운로드 두 부문에서 모두 카카오픽코마를 제치게 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일본 최대 이용자 수 확보도 가시권에 있다.

    김신배 네이버웹툰(라인망가) 일본총괄(리더)은 “일본 독자들은 앞으로 라인망가의 작품들을 이북재팬을 통해 감상할 수 있게 된다”면서 “특히 모바일 앱(APP) 기반의 라인망가와 PC, 모바일 웹(WEB) 기반의 이북재팬 이용자들을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인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웹툰은 올해 일본에서 통합 거래액 1000억엔(약 1조18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달성할 경우 이용자 수, 최대 거래액을 보유한 1위 종합 디지털 만화 콘텐츠 플랫폼의 위상을 갖게 된다.

    카카오 웹툰의 태국 방콕 옥외광고.
    카카오 웹툰의 태국 방콕 옥외광고.
    네이버웹툰은 올해부터 일본에서 지식재산권(IP)비즈니스 사업을 본격 가동한다. 라인망가의 웹툰 IP를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하는 프로젝트다. 작년 말 일본 IP비즈니스팀을 재정비했다. 일본 주요 방송사, 전 세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과 협력에 나서는 한편 주요 작품의 제작위원회에도 직접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웹툰은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웹툰 IP 영상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미국법인인 ‘웹툰 엔터테인먼트’는 할리우드 영화·TV 제작사인 버티고(Vertigo)엔터테인먼트 등 국내외 영상 제작 스튜디오 3곳과 손을 잡았다. 네이버는 ‘누구나 웹툰 작가가 될 수 있는 생태계’도 지향한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도 잠재 아마추어 창작자 풀이 가장 넓은 일본 시장을 앞세운다. 일본 현지 아마추어 플랫폼에서 성공 사례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 창작자를 지원하는 펀드와 공모전 등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정식 연재 전 트라이얼(Trial) 연재 등을 통해 생태계를 더 키워나간다는 구상이다.

    카카오는 해외 공략의 핵심 교두보로 일본을 점찍었다. 최근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일본 시장을 전진기지로 삼아 기존 국내 중심 사업을 해외향으로 재편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일본은 웹툰 시장의 후발 주자였던 카카오픽코마가 네이버와 현지 경쟁사들을 모두 제치고 매년 매출을 2배 이상 늘리며 1위를 거머쥔 나라다.

    카카오픽코마의 종합 디지털 만화 플랫폼 픽코마는 만화 레드오션 일본에서 출사표를 던진 이래 꾸준한 활약과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출시 이듬해인 2017년부터 매년 두 배 이상 거래액 성장을 기록하는가 하면, 2020년 7월 일본에서 처음으로 비게임 앱 부문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시장 점유율 65%로 정상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7227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전 세계 일등 만화 플랫폼 자리를 입증해가고 있다.

    픽코마는 이용자들의 달라진 콘텐츠 이용 환경과 패턴을 분석하고, 만화 앱에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만화 1권을 에피소드에 따라 ‘1화, 2화’ 등으로 분절해 제공하는 방식을 고안하고, 여기에 ‘기다리면 0엔’을 도입해 이용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작품’에 대한 존중을 플랫폼 철학으로 삼았다. 광고 비즈니스를 주 수익원으로 삼는 다른 플랫폼들과 달리, 콘텐츠 플랫폼의 핵심은 작품이라는 본질에 집중해 광고 없이 만화 자체로 승부하는 방식을 택하며 구독자, 창작자로부터 플랫폼에 대한 신뢰를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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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상반기 유럽 시장서 ‘웹툰 경쟁’ 본격화 네이버와 카카오의 ‘웹툰 경쟁’은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웹툰 시장을 처음 개척한 것은 네이버웹툰이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2019년 자사의 글로벌 플랫폼 ‘웹툰’에서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작년엔 독일어 서비스를 추가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은 지난 2월 기준 프랑스와 독일에서 월간 활성 이용자 수와 매출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네이버웹툰은 올 상반기 내 프랑스에 유럽 총괄 법인 ‘웹툰EU’(가칭)를 설립할 계획이다. 글로벌 사업 거점을 추가해 유럽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현지 웹툰 1위 사업자로서 지위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유럽 총괄 법인을 설립하는 올해 프랑스어 플랫폼에 약 200개, 독일어 플랫폼에 100여 개 작품을 추가해 작품 경쟁력을 강화한다. 한국에서 검증된 인기 웹툰과 미국·일본 같은 다른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얻은 작품까지 추가해 다양성을 넓힌다. 창작자 생태계도 한층 확대한다. 네이버웹툰은 7월 프랑스에서 세 번째 웹툰 공모전을 개최한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유럽의 디지털 만화 시장은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잠재력 높은 곳”이라며 “유럽법인 설립으로 더욱 현지화된 전략을 펼쳐 유럽 시장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후발주자인 카카오픽코마는 맹추격에 나섰다. 2021년 한 해 전 세계 소비자의 유료 이용이 가장 많았던 만화 앱 1위에 오르는 등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클래스 앱으로 자리매김한 픽코마는 이제 일본 시장을 넘어 더 큰 무대에 도전하고자 한다. 카카오픽코마는 지난해 9월 프랑스에 ‘픽코마유럽’ 법인 설립을 완료했다. 지난달에는 프랑스에서 종합 디지털 만화 플랫폼 ‘픽코마’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픽코마는 프랑스에 이어 독일, 스페인, 남미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픽코마가 일본처럼 유럽에서도 웹툰 시장 판도를 바꿀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카카오픽코마는 일본 서비스 시작 5년 만인 지난 2020년 네이버의 ‘라인망가’를 제치고 일본 웹툰 시장 1위에 올랐다. 작년엔 일본과 해외 통틀어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카카오픽코마는 유럽 공략을 위해 현지 문화, 콘텐츠 이용 방식, 라이프스타일 등 분석을 바탕으로 현지 맞춤형 플랫폼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프랑스에서 선호도가 높은 일본식 만화와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웹툰을 동시에 제공하며 순항 중이다. 일본과 프랑스 출판사들이 보유한 작품이 계속 추가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인기 지식재산(IP)을 포함해 한국, 일본, 중국의 인기 웹툰도 이용자들과 만나고 있다. 유럽 내 첫 디지털 만화 플랫폼 델리툰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낸 현지 디지털 콘텐츠 산업 전문가 김형래 씨를 유럽 법인 대표로 영입하기도 했다.

    카카오픽코마는 이미 한국과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기다리면 무료’ 사업 모델(BM)을 앞세워 현지 이용자를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기다리면 무료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작품 한 편을 무료로 볼 수 있게 해 이용자의 유입과 현금 결제를 촉진한다. 이와 함께 프랑스에 공개되지 않은 일본 만화와 인기 한국 웹툰도 무기로 삼았다. 김 대표는 “프랑스 현지 만화를 비롯해 유럽 전역의 작품까지 아우르며 작품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픽코마의 종합 디지털 만화 플랫폼 픽코마가 지난 3월 프랑스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픽코마의 종합 디지털 만화 플랫폼 픽코마가 지난 3월 프랑스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수합병 통해 북미 콘텐츠 시장 공략 북미는 ‘3년 내 글로벌 거래액 3배’라는 카카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전략 시장으로 꼽힌다. 일찌감치 북미 웹툰·웹소설 시장을 선점한 네이버와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의 콘텐츠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미국 현지 콘텐츠 플랫폼을 연이어 사들이며 북미 웹툰·웹소설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12월 미국 남성향 웹소설 플랫폼 ‘우시아월드’를 인수하며 웹소설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카카오엔터는 올해 들어 북미 최초 웹툰 플랫폼 타파스를 운영하는 타파스미디어와 래디시를 사들였는데 우시아월드도 인수하며 웹툰부터 웹소설까지 플랫폼 삼각 편대를 갖추게 됐다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2014년부터 북미에 진출해 현지 웹툰·웹소설 플랫폼 1위를 거머쥔 강자다. 네이버웹툰의 북미 플랫폼 ‘웹툰’의 월간 이용자는 1400만 명으로 애플TV보다도 많은 이용자층을 확보했다. 구글플레이 만화 앱 매출로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에는 월간 이용자 9400만 명을 확보한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도 인수했다. 네이버웹툰과 왓패드의 역량을 결집한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를 통해 100개 이상의 영상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콘텐츠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막대한 이용자를 확보하며 시장을 선점한 미국 시장에 카카오가 주요 플랫폼을 연이어 사들이면서 양 사가 벌이는 선의의 경쟁이 한국 웹툰과 웹소설이 콘텐츠 주류 시장인 미국에서 더욱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황순민 매일경제 디지털테크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0호 (2022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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