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하반기 상장 목표 첫 발 뗀 ‘마켓컬리’

    입력 : 2022.03.30 11:04:47

  • 기업공개를 두고 ‘설왕설래’ 말이 많던 마켓컬리의 3분기 상장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에 따라 올해 상장을 계획했던 유통 기업 3사(SSG닷컴·컬리·오아시스)의 상장 일정에 관심이 모인다. 앞서 마켓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은 예정대로 상장을 진행할 계획이며 SSG닷컴과 올리브영은 상장 적기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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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켓컬리는 새벽배송의 원조로 꼽히는 업체다. 상장의 의미도 남다르다. 새벽배송 업체 국내 이커머스 상장 1호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 선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올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내세워 왔다. 지난해 말에는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에쿼티)로부터 2500억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9000억원이 넘는다. 당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4조원가량이다. 순조롭게 상장 준비를 하는 듯했던 컬리는 2월 말까지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하지 못하면서 상반기 상장은 물 건너간 상태. 현재 3월 말 예비상장청구를 시작으로 3분기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컬리는 국내 증시 약세를 상장 신청 지연의 이유로 꼽았다. 컬리 관계자는 “상장을 위한 준비는 이어가고 있으며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아 최선의 시기를 따지고 있다”며 “3분기 내 상장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밖에도 컬리의 상장에는 변수가 많다. 상장 시에는 목표로 하는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것도 중요하다. 대개 기업공개 추진 시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는 비교기업을 꼽는다.

    컬리가 드라이아이스 제조 설비 업체에 투자한다.
    컬리가 드라이아이스 제조 설비 업체에 투자한다.
    하지만 국내 이커머스 기업 가운데 국내 증시에 기업공개를 한 사례가 없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이 유력하다.

    하지만 쿠팡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하면 분위기는 좋지 않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대표한 쿠팡의 경우 지난해 3월 미국 뉴욕증시에 입성할 때만 해도 주가가 69달러까지 올라 70달러 선도 바라봤지만, 1년간 4분의 1 토막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매출이 22조원을 넘기면서 사상 최대 규모로 덩치를 불렸음에도 악화하는 적자 규모에 투자자들이 외면한 탓이다.

    ▶새벽배송 국내 상장 1호 상징성 커 적자 문제는 컬리도 안고 있다. 컬리의 영업손실은 2017년 124억원에서 2020년 1162억원까지 증가했다. 최근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좋지 않은 점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수혜를 입은 업종인 만큼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될 경우 성장이 더뎌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만성 적자’ 문제가 악재로 작용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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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대해 컬리 측은 큰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컬리의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은 1조561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4% 증가했다. 물류·인력 투자가 이뤄지며 영업적자가 21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늘어났다. 거래액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액은 이커머스 업체의 기업가치를 책정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대부분 상품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구조인 마켓컬리의 거래액은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해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증가율로만 보면 쿠팡(57%), 쓱닷컴(22%)의 높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온라인쇼핑 거래액 증가율(21%)보다 3배 이상을 기록했다. 거래액 규모로 쿠팡(34조원)·쓱닷컴(5조7172억원)과 격차가 있지만 경쟁사 대비 성장세는 가파르다.

    이 같은 성장의 배경으로는 배송 역량 확대가 꼽힌다. 김포 물류센터가 3월부터 가동되면서 주문 처리 역량이 2.3배 증가했다. 아울러 충청, 대구, 부산·울산으로 확대된 새벽배송 주문량은 시행 초기인 지난해 5월, 7월, 12월 대비 50% 이상 증가 중이다.

    이와 함께 컬리는 크로스셀링 영역을 확장하면서 슈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발돋움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말 마켓컬리 누적 가입 고객 수는 100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기존 고객의 재구매와 신규 고객의 매출이 발생하며 거래액이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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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컬리가 기존에 책정된 기업가치 4조원을 넘긴 금액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향후 사업 발전 가능성이 부각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컬리는 지난해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기업가치 4조원을 인정받으며 2500억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에 컬리가 기존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5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일각에서 나왔다.

    하지만 증권가 일부에서는 컬리의 기업가치가 예상보다 낮게 책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쿠팡의 경우 미국 증시에서 기업가치가 책정됐고 컬리는 한국 증시 상장이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유니콘 기업이 많은 미국은 국내와는 증시 분위기가 다른 것이 사실이다. 또한 컬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식품 비중이 높다는 것도 쿠팡과 다른 부분이다. 식품 특성상 제·상품 폐기율이 높기 때문에 비식품이 주력인 쿠팡과의 직접 비교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컬리는 신선식품을 기반으로 한 새벽배송이 많고 등록돼 있는 상품 수의 70%가량은 식품이다. 컬리가 최근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를 늘린 것 또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컬리는 지난해 9월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기술 역량을 고도화해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다. 자체 시스템 구축과 고도화가 완료되면 컬리는 직매입을 기반으로 한 기존 사업모델에 더해 소비자와 판매 업체를 연결해주는 오픈마켓으로 올해 상반기에 서비스 영역을 확장한다. 같은 해 12월에는 드라이아이스 제조 설비 업체 빅텍스에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컬리는 빅텍스의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컬리는 빅텍스와 협업해 기술 역량 고도화 과정을 거쳐 드라이아이스 생산공장 조성·제조 내재화 사업을 추진한다. 드라이아이스 생산공장을 조성하게 되면 빅텍스를 통해 드라이아이스의 원재료인 액화탄산(LCO2)을 안정적으로 수급받아 드라이아이스 자체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오아시스마켓 서초점.
    오아시스마켓 서초점.
    컬리가 드라이아이스 제조 내재화에 나서는 이유는 온라인 장보기·새벽배송 시장이 성장한 데다 코로나19 백신 수송 이슈까지 더해지며 드라이아이스 물량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컬리는 향후 드라이아이스 제조 내재화가 완료되면 외부에서 구매해오는 드라이아이스 사용량 중 상당 수준을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컬리는 지난 1월에는 여성 커리어 성장 지원 커뮤니티 헤이조이스(HeyJoyce) 운영사 플래너리를 인수한다. 컬리는 플래너리 지분 100%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플래너리는 기존 헤이조이스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 시장에 경쟁자가 많아지면서 컬리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면서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이라며 “컬리의 경우 영업손실이 여전히 증가했을 때 쿠팡 사례와 같이 영업손실을 어떻게 줄여 나갈 것인지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아시스마켓 제1 스마트 통합 물류센터 내부.
    오아시스마켓 제1 스마트 통합 물류센터 내부.
    ▶오아시스 매출 작지만 흑자 한편 연내 상장을 계획 중인 오아시스마켓도 기존의 일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아시스마켓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살피고 있지만 증시 상황에 따라 상장 일정을 조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한 오아시스마켓은 2018년 온라인 사업 진출 이후 꾸준히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마켓컬리나 쿠팡 같은 이커머스 기업들이 적자로 고전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오아시스마켓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7억원으로 10년째 흑자를 이어갔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신규 매장 증가와 물류시설 확충 등으로 전년보다 41% 감소했다. 오아시스마켓 관계자는 “일시적인 투자비 증가로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며 “그러나 지난해 누적 회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하는 성과를 보여 올해 영업이익은 더욱 성장세를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오아시스마켓 회원 수는 지난 2월 말 기준 95만 명에 달한다.

    SSG닷컴의 온라인 물류창고 네오에서 직원이 고객의 주문 상품이 담길 배송 박스들을 확인하고 있다.
    SSG닷컴의 온라인 물류창고 네오에서 직원이 고객의 주문 상품이 담길 배송 박스들을 확인하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상장을 앞두고 올해 성장 동력을 본격 가동한다. 올 2분기 내에 퀵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하며, 기존 물류센터 대비 10배에 달하는 의왕 풀필먼트센터를 활용해 배송 속도도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새벽배송 기업 SSG닷컴은 증시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상장 적기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SSG닷컴의 경우는 충분한 운영 자금을 이미 확보한 상태인 데다 상장 시기를 정해놓지 않은 만큼 회사 입장에서는 상장에 대한 부담감이 덜하다. SSG닷컴은 지난 2018년 7000억원을 투자받은 데 이어 2월에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블루런벤처스로부터 3000억원의 투자금을 추가로 받은 상태다. SSG닷컴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바로 상장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해 놓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최근 이슈로 떠오른 ‘쪼개기 상장’ 논란이다. 금융위원회는 물적분할 등 기업이 소유 구조를 변경시키는 의사 결정을 할 때 주주 보호를 위한 회사 정책을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에 밝혀야 한다는 내용으로 지난 3월 6일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쪼개기 상장’으로 인한 소액 주주의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물적분할해 별도 회사를 상장할 경우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우선 배정한다는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SSG닷컴의 배송 직원이 새벽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SSG닷컴의 배송 직원이 새벽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에 이마트의 자회사인 SSG닷컴의 상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SSG닷컴은 “논란이 된 사례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유망한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자회사를 상장하는 것이 아니라 2018년 12월 이마트의 온라인 쇼핑몰 사업부문, 신세계의 온라인 쇼핑몰 사업부문이 각각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리돼 설립됐다는 것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각 업체들마다 기업가치 훼손 요인이 있다. 우선 전체 식품 온라인 성장률과 침투율 상단이 낮다는 말은 식품 온라인 유통 업체들의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각 업체별로 이런 불확실성 요인에 대한 분명한 해명이나 해법이 부족할 경우 상장 시 기업가치 훼손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했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9호 (2022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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