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부터 명품까지 퀵커머스 전쟁, 배민·쿠팡에 롯데·GS 도전 “우리가 ‘더 빨라’”

    입력 : 2022.01.10 14:34:11

  • 요즘 유통가에서는 ‘퀵커머스’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퀵커머스는 최대 2시간 이내 배송인 즉시배송을 뜻하지만, 요새는 ‘15분 내 배송’으로까지 시간이 단축되면서 초고속 즉시배송의 시대가 열렸다.

    배달의민족, 쿠팡, 롯데, GS리테일, 바로고 등 유통·물류 업계가 최근 전방위로 뛰어들고 있는 국내 퀵커머스 시장은 이제 갓 시장이 형성됐다. 거래액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전체 규모가 161조원이고, 음식 배달 시장은 17조원인 데 비해 2021년 국내 퀵커머스 거래액은 이제 갓 3000억원 정도다. 2019년 사업을 시작한 업계 대표 사업자인 배달의민족의 B마트 서비스는 2021년 거래액이 1400억원 수준이었다.

    현재 유통업계에선 2021년 몇 천억 수준에 지나지 않던 퀵커머스 시장이 오는 2025년까지 5조원 이상(거래액 기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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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도 ‘2시간 배송’ 띄운다… 전국 롯데마트의 거점화 롯데쇼핑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이 신선식품 2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새해 전국으로 확대한다. 네이버와 쿠팡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강자들과 격차를 줄이고 온라인에서 시장 입지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전국에 퍼져 있는 롯데마트 매장을 활용하는 퀵커머스가 해답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회사 측은 온라인 주문 후 2시간 이내에 상품을 받을 수 있는 ‘바로배송’ 서비스 지역을 2022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수도권 경기 일부 지역과 광주광역시 일부 지역 총 21개 점포에서만 가능했다.

    롯데쇼핑은 2022년 1월까지 바로 배송이 가능한 점포를 4곳(동래점, 춘천점, 울산점, 안산점) 더 추가로 열어 총 25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는 현재 온라인 배송을 실시하고 있는 점포들의 35%에 달하는 비율이다. 2022년에는 50개 점포로 확장해 바로배송 점포를 온라인 배송 점포의 70%까지 끌어올리고 보다 많은 고객들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2시간 이내 신속한 배송을 위해 전국의 대형 롯데마트를 중소형 물류센터처럼 활용하기로 했다. 일부 점포를 고객이 장을 보는 마트인 동시에 온라인 물류센터 역할을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점포로 바꾸겠다는 얘기다.

    오는 8월에는 전체 5000~6000평에 달하는 롯데마트 오산점과 부산점의 리뉴얼이 유력한 상황인데, 이 두 곳은 한 층 전체를 온라인 배송에 최적화된 구조로 바꿔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의 지역 거점으로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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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온 측은 “바로배송을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롯데마트 광교점의 온라인 주문 건수는 2020년 4월 100건 수준에서 1년 반 만에 700건가량으로 7배가 늘었다”며 “온라인을 강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한 결과, 도심 곳곳에 있는 롯데마트를 통해 제품을 빠르게 집에서 받아볼 수 있게 하자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온의 주문 이후 2시간 내 배송 서비스인 ‘바로배송’은 익일배송(오늘 주문하면 다음날 수령)이나 새벽배송(밤 11시까지 식재료를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에 수령) 기업이 타깃이다. 통상 온라인으로 사업을 시작한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도시 외곽 물류센터에서 물건 배송을 시작해 익일배송이나 새벽배송에는 강점을 지니지만, 2시간 내 배송과 같은 수준의 빠른 배송은 불가능하다.

    롯데온이 이 같은 서비스를 위해 고안한 것은 고객이 쇼핑하는 영업 공간에도 ‘천장 레일’ 등을 설치해 피킹 스테이션을 갖춘 ‘스마트스토어’를 만드는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 뒤편에는 상품 선별과 포장 자동화를 위한 설비를 설치해 ‘세미 다크스토어’로 바꿨다.

    보통 이 같은 재단장 작업에는 마트당 20억~30억원의 설비투자비용이 발생하는데,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새로 만드는 경우에는 300억~1000억원이 든다는 점과 비교하면 훨씬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편의점을 거점으로… 카카오 손잡은 GS리테일 “퀵커머스 잡겠다” 편의점 GS25를 운영 중인 GS리테일은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1.3%를 확보하면서 65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종합 유통·물류 기업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주문 즉시 물건을 배달하는 ‘퀵커머스’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만들어내는 데는 국내 대표 모빌리티 기업의 IT 역량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GS리테일의 목표는 단 하나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도로 위 빅데이터 역량을 활용하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1위 가맹택시 호출 플랫폼으로 시장의 90%를 차지한 회사다. 배차 역량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는 얘기다. 언제 어디서나 카카오T 앱을 이용해 택시를 호출하면, 내 거리와 가장 가까운 택시가 호출되고, 차량이 배차된다.

    롯데가 마트에 이어 백화점에도 ‘바로배송’을 선보인다. 고객이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서울 전 지역에 3시간 내에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롯데가 마트에 이어 백화점에도 ‘바로배송’을 선보인다. 고객이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서울 전 지역에 3시간 내에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이 같은 배차 역량은 물건을 배송하거나, 음식을 배달할 때 가장 최적의 경로를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유통·물류 기업에겐 필수적인 역량이다. 차량의 이동경로를 실시간으로 포착하면서 도로 사정에 따라 배송이 지연되는 이슈를 포착해내야 한다는 점에서다. 만약 1시간 배송이라고 홍보했는데, 도로가 막혀서 2시간이 걸렸다면 소비자의 신뢰는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카카오에는 택시를 통해 확보한 빅데이터가 있다는 점에서, 최적의 경로를 확인해 차량을 배차하는 역량을 GS리테일에 이식하겠다는 얘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배차와 길 안내, 실시간 교통량 계산, 목적지별 안내 좌표 최적화, 실시간 관제, 대용량 이동 데이터 처리, 이동 수요 예측, 차량별 맞춤형 정밀 도로 데이터 구축 등에서 앞선 기술력을 갖췄다.

    2021년 GS리테일이 실시간 이륜 배달 서비스를 운영 중인 메쉬코리아 지분을 인수한 것도 메쉬코리아의 수송·배송 관리 시스템인 ‘부릉 TMS’ 역량을 활용하기 위함이다. 부릉 TMS는 기존에 수기로 배차 업무를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AI를 활용해 배차에 최적화된 순서를 도출하는 솔루션으로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력으로 평가받는다.

    GS리테일의 이번 투자는 지난 2021년 7월 GS홈쇼핑 통합 흡수 합병 이후 종합 유통·물류 기업으로의 성장을 선언한 뒤, 배송 역량을 어떤 방식으로 키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한다. 먼저 소비자에게 주문이 들어오면 물건을 보유해 곧바로 보낼 수 있는 매장이 있어야 한다. 특정 지역에 그물망처럼 펼쳐져 있는 오프라인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GS리테일은 1만6000여 개의 GS25 편의점과 330여 개의 GS더프레시 오프라인 매장을 전국적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들을 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

    그 다음으로 GS리테일은 배달앱인 ‘우딜(우리동네 딜리버리)-주문하기’ 서비스로 편의점과 슈퍼마켓의 물건을 배송하도록 했다. 퀵커머스 역량을 높이기 위해 관련 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도 단행해왔다. 지난 4월에는 배달대행 서비스 ‘부릉’을 서비스 중인 메쉬코리아 지분 19.53%를 인수했고, 지난 8월에는 배달앱 ‘요기요’를 사모펀드 2곳과 8000억원에 사들였다. 9월에는 신선식품 물류대행 스타트업 팀프레시에 20억원을 투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650억원 투자는 이같은 퀵커머스 역량 높이기의 일환이다.

    배달의민족
    배달의민족
    ▶퀵커머스 시장 1위는 배민 ‘B마트’ 국내 퀵커머스 시장의 대표주자는 배달의민족(배민)이다. 배민은 2018년 12월 퀵커머스 서비스인 ‘B마트’를 처음 시작한 뒤 시장을 확대해왔다. 취급하는 품목도 7000개에 달한다. 가공식품, 식재료, 세제, 반려동물용품까지 취급한다. 통상 편의점들이 3000개 남짓 물건을 취급하는 것을 비춰보면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전역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지난 9월엔 대전 지역까지 서비스를 확대했다.

    최근 쿠팡이 ‘쿠팡이츠 마트’라는 퀵커머스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2021년 7월 쿠팡이츠는 서울 송파구 일부 지역에서 퀵커머스를 베타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15분 내 배송을 기본으로, 주문 후 10분 안에 물건이 도착해 주목을 받았다. 2021년 말 쿠팡이츠마트는 송파구에서 한정됐던 활동 지역을 바로 옆에 위치한 강동구까지 서비스를 확대했고, 역삼 지역에도 서비스를 해나가기로 했다.

    쿠팡이츠마트는 물류센터에 배달파트너가 상주해 배달을 바로 갈 수 있도록 했고, 아직 서비스 범위가 넓지 않기 때문에 30분~1시간 남짓 걸리는 배민보다도 속도 자체에서는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고에서 “쿠팡이 ‘쿠팡이츠마트’의 커버리지를 점차 확대하면서 2022년 상반기 중에 퀵커머스 커버리지 확대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퀵커머스 시장 확대가 할인점·SSM·편의점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근거리 물류 IT 플랫폼을 운영하는 바로고도 퀵커머스 전쟁에 참전 중이다. 이곳은 한발 더 나아가 ‘10분 내 배달’ 서비스인 ‘텐고’ 서비스를 베타 테스트 중이다.

    텐고 서비스는 밀키트, 간식, 음료, 생수 등의 식품을 중심으로 주방용품, 반려동물용품 등의 생필품까지 1000개 이상의 품목을 서비스한다.

    ‘노티드 도넛’, ‘복순도가 막걸리’와 같은 인기 제품도 입점해 있고, ‘코스트코’에서만 판매되는 인기 베이커리 등 일반 상점에서 접하기 어려운 품목도 있다는 설명이다. 바로고 측은 “가입자 수가 2021년 8월 출시 이후 월 100%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주문 수도 유사한 수치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 배차 솔루션 ‘VROONG TMS Engine’을 탑재한 부릉TMS.
    자동 배차 솔루션 ‘VROONG TMS Engine’을 탑재한 부릉TMS.
    아직 배송 지역은 좁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운영 중인 창고를 거점으로 현장에서 대기 중인 라이더가 주문 즉시 역삼동·논현동 일대에 10분 이내 배달한다. 바로고 측은 “텐고의 배달 가능 권역은 평균 1㎞ 미만인데, 안전하고 빠른 배송을 위해 의도적으로 권역을 좁게 잡았다”고 말했다.

    11번가가 바로고에 250억원을 투자하며 사업 제휴에 나선 것도 이같은 바로고의 배달 경쟁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전국에 1000여 개의 지사와 5만4000여 명의 등록 라이더를 거느린 바로고와 손잡고 11번가에서 판매하는 화장품과 생활용품 등을 당일배송하며 당일배송 상품군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편 퀵커머스를 위해 합작법인을 설립한 기업들도 있다. 신선식품 새벽 배송업체인 오아시스마켓과 메쉬코리아는 지난 7월 합작법인(JV) ‘주식회사 브이’를 출범한 뒤, 조만간 퀵커머스 플랫폼 브이마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신선식품 마트 장보기 외에도 의류와 도서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필수품목의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중국 등 해외선 이미 ‘퀵커머스’ 퀵커머스 대전은 국내에서만 벌어지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 이미 유럽과 중국 등 해외 지역에서는 ‘10분 내 배송’인 즉시배송이 각광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독일의 스타트업 고릴라스(Gorillas)다. ‘당신보다 더 빠르게(Faster than you)’라는 슬로건을 가진 이 회사는 독일 스타트업 기업 중 최단기간에 기업가치 10억달러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고릴라스는 식료품과 생필품 등 2000개 품목을 전기 자전거를 탄 라이더가 배송한다. 주문 후 배달이 완료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10분이다. 고릴라스는 배달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자체 배달망을 구축했는데, 온라인 주문 처리 전용 매장인 ‘다크 스토어(Dark Store)’를 도심 곳곳에 설치하는 것이다. 이곳을 거점으로 자전거나 오토바이의 배달원이 배달을 진행한다. 고릴라스는 유럽 12도시에 40여 곳 주문처리센터(풀필먼트센터)를 확보했다.

    2020년 5월 고릴라스의 등장 이후에 게티르(Getir), 위지(Weezy), 잽(Zapp), 플링크(Flink), 겟패스터(GetFaster), 카주(Cajoo), 디자(Dija) 등 유사 업체가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 영국의 디자는 ‘10분 배달 보증’까지 내세우는데 10분 내 배송에 실패하면 3개월간 배송료를 받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중국에서도 주문자가 매장 반경 3㎞ 이내에 있다면 30분 만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들이 나왔다. 허마셴셩, 메이투안디엔핑 등이 대표적인 회사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 저가경쟁을 넘어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이 문 앞에 배송되기 직전의 단계인 ‘라스트마일’에서 서비스를 다각화하는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진다”며 “결국 물류 시스템과 빅데이터 등의 정보기술 활용력을 얼마나 높이느냐에 따라 수요예측과 관리가 이뤄질 수 있어 자본력의 싸움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홍성용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6호 (2022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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