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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없다’ 출시 전부터 논란 있던 아이폰13, 뚜껑 열어보니… 깜짝 성적에 미소 짓는 애플, 반도체 부족은 걸림돌
입력 : 2021.10.29 1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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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전부터 뜨거운 감자였던 애플의 최신형 스마트폰 아이폰13이 지난 10월 8일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전작 대비 아무런 진보가 없다는 비판이 가득했던 아이폰13. 한데 미국을 비롯해 중국, 한국 등 전 세계 출시국에서 반전 성적표를 거두며 애플을 미소 짓게 하고 있다. 과연 아이폰13은 애플의 성장을 이끌 또 하나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지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이폰13은 출시 전부터 조롱의 대상이었다. 아이폰12에 비교해 카메라 위치만 바뀌었고, 노치 디자인의 크기만 줄어든 것이 전부라는 비판이 언론을 뒤덮었다. 판매량은 부진할 것이고 애플에 위기를 가져올 것이란 보도가 이어졌다. 반면 애플의 가장 큰 경쟁자인 삼성전자는 벌써 3번째 폴더블폰을 내세워 혁신을 주도하고 있었다. 애플의 아이폰13 출시 직전에 공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Z플립3, 폴더3는 삼성전자의 자신감의 표출이었다. 실제 시장의 반응도 뜨거웠다. 폴더플폰 시리즈 중 가장 빠른 초반 판매량을 기록하며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일각에서는 이제 애플의 아이폰과 기술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더 이상의 혁신이 어렵다는 비판과 함께 아이폰13은 대중에 공개됐다. 시장의 예상대로 그에 앞서 스마트폰 시장의 영원한 라이벌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 Z플립3, 폴더3를 출시하며 맞불을 놓았다. 아이폰13이 출시되기 전에 선수를 쳐 시장 주도권을 가져가겠단 전략이었다.
스마트폰업계를 주도하는 두 스마트폰 기업의 프리미엄폰이 공개된 직후 양사의 주가는 극명히 갈리고 있다. 10만전자를 바라보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6만원대까지 밀리며 투자자들에게 공포를 선사했다. 특히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최근 들어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된 점을 감안하면 그 충격파는 훨씬 큰 분위기다. 반면 최악의 신제품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주가는 큰 하락 없이 유지되며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과 미국의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두 스마트폰 제조사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연출된 것이다.
역대 아이폰의 최고 성적표는 다름 아닌 전작, 아이폰12가 기록했다. 아이폰12는 출시 7개월 만에 1억 대를 팔았다. 한국에서만 무려 250만 대 팔렸다. 반면 경쟁작 갤럭시 S21은 6개월간 고작 1350만 대를 판매하는 데 그치며 체면을 구겼다. 판매량으로 따져볼 경우 애플의 압도적인 승리라고 말할 수 있다.
기존 아이폰 시리즈의 역대 최고 흥행작은 아이폰6라 불려왔다. 2015년 판매된 아이폰6는 2억3000만 대가량이 팔렸다. 그러나 올해 기준 아이폰12의 판매량은 이를 넘어 2억5000만 대가량 판매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혹평을 거듭 받던 아이폰13은 초도물량을 전작보다 20%나 늘리며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전작을 감안했을 때 조금 무리가 아닌가란 시장의 의구심은 커졌고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애플이 자신감을 가졌던 이유는 중국에서 밝혀졌다. 아이폰의 인기가 안 그래도 높은 중국에서 이번 아이폰13 초반 판매량이 급증한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에서 아이폰13 예약 판매가 3일 만에 500만 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전작 대비도 압도적인 수치다. 이러한 인기비결은 전작 대비 높아진 사양과 SW 기술에도 불구하고 전작과 동일한 가격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반대로 말해 제품가격 대비 기술 경쟁력은 더 낫다는 뜻이다.
애플의 지난 2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36% 늘어난 814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아이폰 판매액만 39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0%나 늘어난 수치다. 곧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애플은 이러한 아이폰12의 호성적을 13으로 연결시켜 계속 더 큰 성장을 해나갈 계획이다.
2021년 2분기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는 18.8%의 삼성전자다. 이어 샤오미가 16.9%로 2위이며, 애플은 14.1%로 3위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시장조사기관 캐널리스에 따르면 애플의 올해 3분기 출하량 기준 시장 점유율은 15%로 샤오미(14%)를 제치고 2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결과는 최근 글로벌 출시된 아이폰13의 초기 수요가 강세를 보인 덕분으로 풀이된다.
샤오미의 점유율은 지난 2분기 17%에서 3분기 14%로 소폭 감소하며 3위에 머물렀다.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분기 성과를 두고 “스마트폰 2위 브랜드 자리를 굳건히 다지겠다”, “3년 내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오르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다시 애플에 맞서 프리미엄 시장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출하량 기준 시장 규모는 부품 공급 부족 문제로 인해 지난해 동기 대비 6% 감소했다. 캐널리스는 “칩셋 기근(부족 현상)이 현실화했다. 칩셋 제조사들은 가격 인상을 통해 수요를 낮추려 하고 있다”라며 “그럼에도 내년까지 부족 현상은 완화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PC 개발부터 시작해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이 선보인 제품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고 새로운 도전을 가능케했다”며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경쟁력까지 갖춘 애플은 소프트웨어에 강점이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과는 차별화되는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라고 분석했다.
아이폰13에서 촬영 전에 ‘풍부한 대비’ 등 스타일을 쉽게 바꿔주는 기능을 써보고 있다.
애플은 언제나 혁신과 더불어 디자인적인 매력을 한껏 발산해왔다. 메타버스 기술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헬멧형에서 시작해 콘택트렌즈와 같이 있는 듯 없는 형태로 발전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상현실 기술에서 애플의 멋진 디자인은 어떻게 재탄생될까.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이와 더불어 꾸준히 루머가 나오고 있는 애플카의 출시가 이뤄진다면 은퇴를 결심한 팀 쿡 최고경영자의 판단이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애플카는 연초 현대자동차와의 협업 루머가 돌며 한껏 몸값을 올린 바 있다.
그렇다고 애플에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애플을 대표하는 폐쇄적 정책 때문이다. 애플 생태계에 한 번 발을 들이면 나중에 빠져나가려 해도 나갈 수조차 없다고 한다. 그만큼 고객을 묶어두고 지키는 데 전문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폐쇄정책과 옹고집 정신이 발휘되는 곳이 바로 앱스토어다. 애플은 자체 앱스토에서 발생하는 제작사 수입의 30%를 고정적으로 떼어가고 있는 상태다. 당연히 앱 개발사나 서비스 제공사 입장에선 눈 뜨고 코 베이는 기분이다. 얼마나 그 정책이 무서우면 게임을 개발하지도 않는 애플이 최대 게임 기업 중 하나로 불리고 있을 정도다.
그런 이슈가 최근 결국 터지고 말았다. 포트나이트로 유명한 에픽게임즈와의 소송이 발생한 것이다. 에픽게임즈는 작년 8월 애플이 앱스토에서 인앱결제 시스템을 강요하고 30%의 수수료를 받는 건 반독점적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연방법원은 올해 9월 반독점적 위반은 아니라며 애플의 손을 들어주면서 대신 반경쟁적 행위인 만큼 오는 12월까지 앱스토어에 타사 결제 시스템을 연동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명령한 상태다. 애플과 에픽게임즈 모두 현재 항소를 한 상태라 앞으로 이 소송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애플 정책에 불만을 품어온 기업과 정부들의 칼날도 날카로워지고 있다. 한 인터넷 보안업계 관계자는 “결국 인앱결제를 강요하는 것은 플랫폼 기업이 관행적으로 가져가던 수수료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라며 “점진적으로 사회에 변화가 발생하면 더욱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인기 만점인 애플의 주가는 얼마일까? 10월 12일 종가 기준 애플의 주가는 141.51달러. 시가총액 2조3390억달러로 여전히 미국 주식 중 시가총액 1위다. 애플의 역대 최고가는 지난 9월에 찍은 156.69달러다. 과연 아이폰13의 호성적을 바탕으로 애플이 다시 한 번 역대 최고가를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애플의 경우 몸집이 워낙 크고 시가총액이 거대한 만큼 시장 전망 역시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코스피, 코스닥 등 국내 증시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훨씬 더 크다.
세계 1위 시가총액 기업 애플이 더욱 커질 여력이 있을까. 시장에서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IT 기술주 부담론을 앞세워 상당 기간 숨 고르기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충성스런 팬덤을 바탕으로 무궁무진한 신기술을 선보일 팬시한 애플의 성장에는 끝이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기대보다 우려가 컸던 아이폰13이 지금처럼 좋은 성적을 계속 거둔다면, 애플의 실적은 더욱 좋아질 것이고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신고점을 넘어설 동력이 생길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결국 애플은 단순히 스마트폰 생산기업이 아니라 플랫폼 기업으로서 사람의 생활 전반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핵심이다”라며 “향후 애플이 선보일 혁신 DNA는 스마트폰에 국한되거나 일부 제품으로 한정지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추동훈 매일경제 뉴욕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4호 (2021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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