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대박부동산`서 퇴마사 호연 장나라, 20년째 소처럼 일하는 ‘믿보배’

    입력 : 2021.07.05 17:58:26

  • ‘동안미녀’로 대표되는 배우 장나라(40)가 어느새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2001년, 스물 한 살의 나이에 인형처럼 앳된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선 그녀가 가수이자 배우로 쉼 없이 활동해온 지 어느덧 스무 해가 된 것. 강산이 두 번 훌쩍 바뀐 사이 장나라도 (믿을 수 없지만) 불혹이 됐고, 탄탄하게 쌓아올린 필모그래피만큼이나 신뢰 가는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논스톱> <명랑소녀성공기> <동안미녀> <학교2013> <고백부부> <황후의 품격> <오 마이 베이비> 등 무수한 작품을 통해 성공가도를 달려온 장나라는 최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대박부동산>(극본 하수진·이영화·정연서/연출 박진석)을 통해 다시 한 번 저력을 입증했다. <대박부동산>은 공인중개사인 퇴마사가 퇴마 전문 사기꾼과 한 팀이 되어 흉가가 된 부동산에서 원귀나 지박령을 퇴치하고 기구한 사연들을 풀어주는 생활밀착형 퇴마 드라마. 극 중 장나라는 사연 있는 미모의 퇴마사 홍지아로 분해 기존에 보여준 적 없는 서늘한 카리스마를 120% 소화하며 또 한 번 스펙트럼 넓은 연기를 보여줬다. “드라마 팀이 모두 다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촬영 당시 너무 추웠죠. 한파였던 날은 허리가 아프더라고요. 너무 고생하셔서 무탈하게 종영했을 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더워지기 전에 그런 건 안 겪어서 다행이라고도 생각했어요.”

    생활밀착형에서 사극, 판타지까지. 다양한 작품을 소화해 온 장나라였지만 퇴마 소재의 장르성 강한 드라마는 또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퇴마사라는 역할에 끌렸다”며 작품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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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에서 한 번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역할이라 끌려” “인생에서 한 번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역할이라 끌렸어요. 원래는 작품을 선택할 때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 드라마가 관통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먼저 보는 편이고, 그 안에서 내가 하려는 캐릭터가 무엇을 표현하려고 하는지를 봐 왔는데, 이번에는 사실 퇴마사라는 역할이 먼저 들어왔어요.”

    역할에 끌렸고 스토리도 신선했던 만큼 장나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대본이었던 셈. 그는 “대본 내용도 마음에 들어, 변신이라는 생각보다는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며 “열심히 했고, 결과는 만족스럽다”고 웃었다.

    퇴마사라는 독특한 직업군에, 귀신을 쫓는 카리스마를 지닌 강렬한 캐릭터를 위해 장나라는 비주얼부터 연기 톤까지 많은 부분을 신경 써야 했다.

    “홍지아는 독특한 인물이었어요. 비주얼도, 연기도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죠. (캐릭터를 위해) 뭘 참고하기보다는 대본에 충실하고자 했어요.”

    극 중 홍지아는 서늘하고 쓸쓸한 비주얼이 인상적인 미모의 퇴마사. 긴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고 올블랙 패션에 가죽바지를 입고 귀신을 때려잡는 그의 목소리 역시 전에 없이 톤다운된 것은 물론, 앙칼지고 서슬 퍼렇기까지 하다. 장나라의 빛나는 비주얼이 어우러져 그 매력이 200% 발현되는 캐릭터다.

    “대본에 표현하고자 하는 게 명확하게 쓰여 있어서 비주얼도 많이 준비했어요. 제가 둥글둥글하고 납작하게 생겨서 날카로운 인상이 잘 안 나오는데, 날카로운 인상을 만들고 싶어서, 눈을 치켜뜨는 연습을 많이 했죠. 개인적으로 눈동자가 위로 안 가는 스타일이라 이마를 붙잡고 계속 연습했어요. 목소리 톤도 많이 낮추려 했고요. 날카로운 인상을 만들려 나름 노력을 많이 했답니다.”

    액션 연기 역시 장나라로선 ‘신세계’였지만 역시나 무리 없이 소화했다. 저승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원귀를 잡으러 내달려 호쾌하게 꽂아 내리는 액션은 과하지 않은 수준의 CG와 어우러져 흡사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 아름다운 액션 곡선으로 완성됐다.

    이에 대해 장나라는 “연습한 것에 비해 훨씬 잘 나왔다”며 제작진과 스태프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액션팀 스태프 분들이 합도 굉장히 잘 짜주셨고, 제가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뽑아내려고 하셨어요. 대역 배우 분들도 잘 해주셨고요. 개인적인 로망을 이룬 느낌이라서 너무 감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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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호흡을 맞춘 정용화, 강말금, 강홍석 등에 대한 애정도 특별했다. “정용화는 저와 나이 차이가 있지만 굉장히 프로페셔널했어요. 드라마 분위기상 현장 텐션이 떨어지기 좋은데, 정용화와 강홍석 둘이서 이걸 살리려고 애썼어요. 특히 용화는 항상 모창을 해서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해줬죠. 반면 연기를 할 땐 진지하게 임하고, 빨리 발전했어요.”

    강말금에 대해서는 “언니의 연기는 담백하지만 계속 손이 가는 크래커 같다”면서 손편지로 전한 애정에 대해 고마움을 드러냈다. 또 강홍석에 대해서는 “준비를 정말 철저히 해오는 성실한 배우다. 애드리브도 열심히 준비해온다”라고 남다른 준비성을 극찬했다.

    그렇게 <대박부동산>은 장나라와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대박부동산>은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기근 분위기 속에도 평균 5%대(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며 동시간대 1위로 종영했다. 작품에서 보여준 장나라의 새로운 변신과, 명성에 걸맞은 안정적인 연기에 대한 평가도 호평 일색이다. 장나라는 “‘너무 못돼 보인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어느 정도 성공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다”며 빙긋 웃었다. 그러면서 “오컬드 드라마이긴 하지만 그 안의 정서는 워낙 따뜻했던 작품”이라며 “시청자들이 따뜻한 드라마로 기억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박부동산>으로 ‘믿보배’의 저력을 과시한 장나라. 작품 하나하나가 그에겐 도전이었겠으나, 도전을 위해 땀과 눈물을 흘린 많은 시간이 모여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낸 것이니, 지난 20년의 시간이 결코 허송이 아니었던 셈이다. “다들 저를 너그럽게 봐주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20년 동안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엄청 노력한 것도 있지만, 보시는 분들이 예쁘게 봐주셔서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재미있거나 버라이어티한 연예인은 아닌데, 팬 분들은 마음에 안 들어도 좋게 봐주시려고 노력하시죠. 그게 고마워요.”

    20년의 소회는 그토록 담담하고, 특별했다. 그는 “나는 가진 게 많은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20년을 했지? 싶다. 돌아보면 힘들고 눈물 나고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요즘 ‘참 감사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소처럼 일한다’는 별명을 갖고 있는 장나라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연기자가 연기하는 것 말고 할 게 뭐가 있겠어요. 연기하는 게 좋아요. 팬들이 변함없이 응원해주시는 만큼, 앞으로 더 열심히 하고 발전하고 칭찬 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대박부동산>은 힘들긴 했지만, 저에게 의미 있는 작품이고 다른 작품으로 더 많이 새로운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대박부동산>이 퇴마라는 소재를 통해 지극히 인간적인 이야기를 다룬 것처럼, 장나라가 앞으로 선택하고 싶은 이야기 역시 ‘사람’의 이야기다. 그는 “늘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는 따뜻한 이야기를 찾는다. 사실 나는 정의로운 사람은 아니고 적당히 비겁한 보통 사람이라, 그래서 더욱 정의로운 이야기에 집중한다. 남들이 촌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가장 보편적인 정서를 가진 이야기들을 좋아한다”고 설명하며 아직 정해지지 않은 후속 작품의 ‘톤’을 예고했다. 또 “어두운 것도 좋아해서 <대박부동산>보다 더 심화된 오컬트물도 해보고 싶다. 스릴러 장르에 대한 희망도 있다”고 전하며 “개인적 소망 중 하나는 <엑스파일> 시리즈처럼 형사로 나와서 오랜 기간 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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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흔에도 여전한 트레이드마크 ‘동안’ 엔터테이너로서 만 스무 살이 된 ‘데뷔 20주년’ 배우라면, 자연인 장나라도 그만큼 나이를 먹어 어느덧 마흔한 살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동안’은 여전하다. 묻지 않을 수 없는 ‘동안 비결’에 장나라는 멋쩍게 웃으며 “사실 내 나이에 맞게 늙어가고 있다”고 말해 분노(?)를 자아냈다.

    “완벽하게 화장하고, 머리하고 옷도 챙겨주신 걸 입으면 조금 어려보일 때가 있어요. 진짜 다행히도 어려보일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는데, 부모님이 물려주신 오밀조밀 모인 이목구비 덕분이죠. 그런데 피부도 얇아서 실제로 주름도 많고, 그렇게 어려보이지 않아요. 제 나이에 걸맞게 늙어가고 있죠.”

    ‘적령기’란 없지만 어느덧 40대에 접어든 그에게 결혼 관련 질문도 빠질 수 없었다. 지난해 오빠인 배우 장성원의 결혼으로 자신의 순서(?)를 맞은 장나라. 그는 “비혼주의자는 아닌데 어쩌다 보니 안 갔다”면서 “비혼주의가 아니다 보니 오빠가 결혼했다고 해서 갑자기 결혼 생각이 생긴 건 아니”라며 웃었다.

    “오빠가 훌륭한 짝을 만나 저에게도 훌륭한 친구가 생겼어요. 새언니가 촬영장에 오면 너무 좋아요. 오빠의 결혼으로 제 인생이 더 밝아졌죠. 저도 결혼을 할 수 있으면 하고 싶어요.(웃음)”

    [박세연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사진제공 라원문화]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0호 (2021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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