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커머스, 디지털금융, 여행 분야에서 리딩 회사로 거듭나… 유니콘 넘어 데카콘 향하는 아세안 스타트업들

    입력 : 2021.03.09 15:35:59

  • 연초 아세안서 깜짝 놀랄 만한 인수합병 움직임이 들려왔다.

    인도네시아 최대 스타트업으로 평가받는 고젝(Gojek)과 토코피디아(Tokopedia)가 합병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거의 최종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 외신들이 전하는 내용이다. 이 두 기업은 아세안 내 유니콘 기업의 대표주자들이다. 특히 고젝은 비상장 기업으로 가치가 10억달러를 넘어서는 유니콘의 단계를 넘어서 데카콘의 단계에 들어섰다. 데카콘은 기업가치가 100억달러나 되는 신생기업을 말한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유니콘에서 데카콘으로 변모한 기업은 없다. 최종 합병이 성사되면 기업가치는 18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20조원이나 된다.

    아세안의 최근 경제 상황을 볼 때 이 같은 거대 신생기업이 탄생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사건이다. 아세안은 현재 새로운 글로벌 시장의 동력으로 각광을 받으며 세계 경제 시스템에서 전과 다른 위치에 올라 있다. 이런 가운데 혜성같이 등장한 유니콘 기업들이 덩치를 키워 더 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것은 아세안 경제 역동성이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이 같은 흐름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아세안 내 역내 성장과 더불어 각국에서 유니콘 기업들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재 아세안 내 유니콘 기업들은 총 12개, 지난해 1개의 기업이 새롭게 추가됐다. 아세안에서 글로벌 시장의 관심이 가장 뜨거운 베트남에서 나왔다. 주인공은 전자결제회사인 VN페이로 현재 기업가치는 17억달러로 평가된다.

    ‘동남아의 알리바바’로 불리는 e커머스 유니콘인 토코피디아 직원들이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사무실에서 자사의 온라인 사이트를 살펴보고 있다.
    ‘동남아의 알리바바’로 불리는 e커머스 유니콘인 토코피디아 직원들이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사무실에서 자사의 온라인 사이트를 살펴보고 있다.
    ▶아세안 유니콘 기업 12개社까지 늘어 2007년 설립된 VN페이는 불과 3~4년 전만 해도 유니콘 기업 반열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급성장해 현재 당시 대비 약 50% 정도 덩치가 커진 상태다. 코로나19 사태의 반사작용으로 성장세가 더 가속 페달을 밟은 측면이 있지만 현지 달라진 디지털 소비문화 덕을 톡톡히 입고 있다. 41개의 은행·4곳의 글로벌 카드사와 파트너를 맺고, 온라인·모바일·SMS 뱅킹은 물론, 운송·호텔·예약·보험 등에서도 VN페이 활용을 가능케 하는 등 사용자의 편의성을 확대하는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월 사용자 수는 1500만 명을 넘으며 자국의 성공을 바탕으로 역내 다른 국가로도 진출한 상태다.

    베트남 새 유니콘의 위상은 이 기업이 지난해 베트남무역진흥청이 주최한 국가 브랜드 상 수여식에도 이름을 당당히 올렸다는 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상은 베트남 정부가 자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마련한 것인데, 미래 비전이 좋은 ‘싹수’가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여한다.

    VN페이의 성장 잠재력은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와 싱가포르 국부펀드가 적극 투자를 했다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이들은 지난해 최대 3억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현재 베트남 내 핀테크 관련 회사는 37곳. 이들 중 상당수가 중국의 알리페이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VN페이는 베트남의 첫 번째 유니콘 기업이 아니다. 자국 국민 메신저 잘로를 개발한 VNG그룹이 첫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VN페이 등장 전 용솟음치는 베트남 경제의 대표주자였다. 이제는 쌍두마차 체제를 갖춘 셈이다.

    VN페이 같은 핀테크 유니콘으로는 인도네시아의 오보(OVO)도 빼놓을 수 없다. 리포 그룹이 2017년 만든 오보는 후발주자지만 공격적인 시장 공략으로 짧은 시간에 고속 성장을 달성했다. 이메일만으로 쉽게 계정을 만들어 쓸 수 있는 편리함과 사용처가 다양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오보는 2019년 기준 자국 전자화폐 시장의 20%를 점유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오보의 사용자 수는 6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국의 또 다른 유니콘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파트너십을 맺어 소비자를 유인한 것이 빠른 성장 배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아세안 유니콘 기업들을 말할 때 고젝을 빼고는 논할 수 없다. 역내 대표 유니콘 기업 격이다.

    2010년 설립된 고젝은 공유경제 이념에 바탕을 두고 출발했다. 고젝은 오토바이 호출 서비스 앱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음식배달, 물류배송, 의약품 배송, 출장마사지, 청소 서비스 등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한 상태다. 곰곰이 들여다보면 사업 영역이 고젝의 출발점인 ‘운송’에 기반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고젝은 전자결제시스템인 고페이도 선보이고 있다. 유니콘을 넘어서 메카콘에 이른 고젝이지만 여전히 목마르다. 고젝이 토코피디아와 합병을 추진하는 것도 미래 성장성을 위한 베팅이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자신들의 장기인 ‘배달’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글로벌 투자자들도 적극 호응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페이팔이 지난해 고젝에 신규투자를 단행했고, 구글과 싱가포르 국부펀드는 고젝과 합병할 토코피디아에 4000억원을 투자키로 결정했다. 구글은 고젝에도 이미 투자를 한 상태인데, 이는 구글의 첫 아세안 투자였다.

    고젝과 합병을 추진 중인 토코피디아는 인도네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이다. 기업 위상은 인도네시아의 알리바바로 불리는 데서 엿볼 수 있다.

    윌리암 타누위자야가 2009년 설립한 이 회사의 모토는 ‘기술을 통한 상업의 민주화’다. 온라인 몰에 입점한 판매자가 대기업이든 소상공이든 간에 관계없이 서로 윈윈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토코피디아의 특징 중 하나는 당일 배송인데, 1만7000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에서 쉽지 않은 시도였다. 회사는 이를 합병 시도 중인 고젝의 오토바이 배송을 이용해 자국의 불편한 교통 문제를 극복해 냈다. 도심의 교통 체증을 피하고, 도로 사정이 열악한 지역 간을 오가기에 오토바이는 인도네시아의 최적의 교통수단이다. 토코피디아는 지난해 자사 브랜드 홍보대사로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를 발탁해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은 바 있다.

    자카르타에 있는 토코피디아 본사 전경.
    자카르타에 있는 토코피디아 본사 전경.
    인도네시아에는 또 하나의 전자상거래 유니콘이 있다. 토코피디아보다 1년 늦게 설립된 부칼라팍(Bukalapak)이다. 2010년 당시 23살이던 아흐마드 자키가 반둥공대에 같이 다니던 파즈린 라시드와 누그로호 헤루카히오노와 설립했다. 당시 자본금은 웹사이트 등록비였던 대략 5달러 정도. 이 기업 또한 전 세계의 주요 기업들이 투자금을 들고 몰려 올 정도로 폭풍 성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해 11월 1억달러를 투자했고, 우리 신한금융그룹, 미래에셋대우 등도 부칼라팍에 투자를 했다.

    부칼라팍은 ‘이웃을 돕는다’는 단순한 개념으로 출발했다. 인도네시아어로 와룽이라고 불리던 가족단위의 소규모 업체들에서 생산하는 상품의 활로를 열어주자는 것이 사업의 시작이었다. 와룽은 창업자들이 살던 동네의 주요 생계수단이기도 했는데,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수익을 제대로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를 본 창업자들이 당시 막 뜨기 시작한 온라인 거래를 활용하면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뛰어든 것이 창업의 시작이었다. 부칼라팍은 와룽의 현대화 작업을 위해 공급 체인을 단순화하고 상품 가격도 낮추는 등 온라인 거래에 적합한 사업모델을 개발했고 결과는 유니콘으로 돌아왔다. 부칼라팍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급속히 퍼지기 시작한 비대면의 수혜를 톡톡히 입고 있다. 지난해 1~7월 사이 300만 명의 새로운 온라인 상인들이 부칼라팍의 이커머스 플랫폼을 두드렸다.

    이 밖에 라자다란 우리에게 친숙한 전자상거래 유니콘 기업도 인도네시아에 있다.

    유니콘 기업은 전자상거래 분야뿐만 아니라 여행 분야에서도 등장했다. 아세안이 전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이자 휴양지임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2012년 설립된 트래블로카(Traveloka)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 스타트업이다. 이들이 만든 앱은 동남아 지역을 여행할 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다. 지금까지 3000만 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이 앱은 단순히 여행지 소개나 항공편 연결 등에서 벗어나 여행과 관련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남아 각국의 고객을 위해 40개 이상의 결제 옵션을 제공하고, 여행 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 해결을 위한 서비스를 여행자의 모국어로 제공하고 있다. 이런 트래블로카도 코로나19 사태로 충격을 받았지만, 현재 여러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업가치 산정에 불리한 측면이 많긴 하지만 미국 증시에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을 추진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시작된 그랩(Grab)은 다른 아세안 유니콘 기업에 비해 익숙하다. 미국 기업 우버로 대표되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아세안서 가장 먼저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그랩은 종종 동남아의 우버로 비교되곤 했지만 지금은 아세안 내에서만큼은 우버를 넘어설 정도로 급성장했다. 미국의 우버는 여러 사건들로 인해 그 명성이 흔들리고 있지만 그랩의 성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랩에 투자하려는 이들도 줄을 잇고 있다. 도요타, 마이크로소프트, 현대차 등 여러 주요 기업은 물론, 중국 국부펀드,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신세계그룹 산하 벤처캐피털 등 투자업계의 주요 큰손들이 앞다퉈 투자를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그랩은 현재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기업가치는 160억달러로 유니콘을 넘어서 데카콘으로 평가받는다. 그랩은 대표 서비스인 차량 공유뿐만 아니라 음식배달, 쇼핑, 핀테크 등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하나로 묶는 동남아의 대표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세안 여러 유니콘 중 씨(SEA)도 빼놓을 수 없다. 싱가포르에서 2009년 탄생했는데, 이커머스(쇼피), 게임(가레나), 디지털결제(씨머니) 등이 주축 사업이다. 출발은 게임회사였으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추가하면서 급성장했다. 씨를 유니콘 반열에 올려놓은 계기가 된 것도 이커머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씨의 설립은 2009년에 이뤄졌지만 전자상거래 분야에 뛰어든 것은 2015년이어서, 이커머스 분야에서 씨는 후발주자였다. 이런 씨가 앞서 출발해 성공을 거둔 역내 경쟁자인 라자다, 토코피디아, 부칼라팍 등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현지화 전략’이다. 언어, 인종, 문화, 정치경제 상황 등 모든 것이 서로 다른 아세안의 특성을 고려해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현지에 최적화된 형태로 구현해 냈다.

    베트남 주요도시에서 QR코드에 기반한 결제시스템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VN페이는 현재 40개 이상의 은행과 2만여 개 기업들과 제휴하고 있다.
    베트남 주요도시에서 QR코드에 기반한 결제시스템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VN페이는 현재 40개 이상의 은행과 2만여 개 기업들과 제휴하고 있다.
    ▶커진 덩치에 맞게 수익성 창출 관건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들 아세안 유니콘 기업들의 출발점이다. 이들의 사업분야인 이커머스, 전자결제, 차량공유 등은 겉보기에는 최근 4차 산업과 관련된 유행을 따라가고 있는 것 같지만, 이들의 시작은 각국의 불편한 생활, 부족한 산업 인프라 개선 등 문제의식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신사업에 대한 인식 부족, 보편화되지 않은 자국의 디지털 문화, 부족한 자금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실제 아세안 핀테크 관련 기업의 경우 낙후된 금융 환경을 개선해 보겠다는 야심찬 생각으로 도전에 나섰지만 결제수단으로 현금을 선호하는 현지 분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다. 베트남 2번째 유니콘 반열에 오른 VN페이의 르딴 CEO는 “(사업 초창기) 소비자들의 금융 습관을 바꾸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면서 “이것에만 6년이란 시간이 걸린 것 같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유니콘인 부칼라팍도 마찬가지다. 지역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디지털 기술로 해결해주고자 했지만 텅 빈 주머니로 인해 시도가 쉽지 않았다. 당시 젊은 패기와 웹사이트 등록비 5달러만 들고 뛰어든 것은 무모함 그 자체였다.

    말레이시아 차량 공유업체로 출발한 그랩도 시작은 이들과 비슷했다. 친구가 말레이시아 택시의 안전 문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보고 구상한 것이 그랩의 시작이었지만, 당시로서는 차량공유 서비스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어 사업의 동반자인 운전자를 구하기조차 힘들었다. 그래서 사업초기 발품을 팔아 운전자를 섭외하고 교육을 하는 일에 매달려야 했다.

    이들 유니콘 기업들이 초창기 어려움을 극복하고 날개를 달 수 있었던 것은 단연 스마트폰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이 아세안 전역에 빠르게 보급되면서 손 안의 금융, 손 안의 쇼핑, 손 안의 탑승 환경이 만들어졌고, 이들 추구하는 사업방향은 탄력을 받았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주목해볼 부분이 바로 아세안의 4차 산업과 관련한 인프라다. 우리에 비해 많이 뒤처지지만 아세안의 인터넷망 등 4차 산업 관련 인프라는 유니콘 기업들이 사업을 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낙후된 아세안의 산업 발전상을 생각하면 의외의 대목이다. 여기에는 아세안이 일찍부터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의외성(?)이 자리 잡고 있다.

    세계의 새로운 경제 영토로 각광받는 아세안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우리가 언제까지 선진국에 종속된 경제체제를 가져가야 할 것인가’ 하는 담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하지만 노력에도 불구하고 역량이 부족한 것은 현실적 문제였다. 그러던 차에 4차 산업 물결이 밀려드는 것을 보고 아세안은 제조업 육성 등 선진국의 산업 발전 단계를 따라가기보다 디지털 세상으로의 전환에 더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2015년 아세안경제공동체 출범 당시 연계성(Connectivity)이 핵심 개념으로 제시됐는데, 방법론 중 하나가 디지털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구축해 나가자는 것이었다. 각국별 노력도 꾸준히 진행돼 왔는데 대표적인 것이 태국 정부의 첨단 산업 육성 계획인 정부 4.0이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손 안의 경제 시스템을 맞이할 인프라를 부족하나마 계속 갖춰 나갔고,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 확산되면서 꽃을 피운 것이다. 여기에 디지털 기술을 둘러싼 각종 규제가 선진국에 비해 덜해 여러 실험적인 시도가 이뤄지면서 디지털 소비자입장에서 아세안은 선진국 못지않은 기반 환경을 마련해 냈고, 그 결과가 유니콘 기업의 탄생으로 이어진 것이다.

    아세안서도 제조업 기반이 약한 캄보디아의 현지 교민은 “빈약한 산업 인프라지만 현지에서 스마트폰이 없는 이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면서 “몇 년 전만 해도 제조업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스마트폰만 들고 다녀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여겼지만 지금은 오히려 경쟁력이 돼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민은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세계 각국의 비대면 경제 활성화 흐름은 캄보디아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캄보디아의 휴대폰 가입자 수는 13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코피디아가 합병을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의 오토바이 공유 서비스인 고젝(Go-jek)
    토코피디아가 합병을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의 오토바이 공유 서비스인 고젝(Go-jek)
    앞으로 아세안 유니콘 기업들이 더 기대되는 것은 역내 관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디지털 경제 사용자가 계속 늘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구글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그리고 베인앤컴퍼니가 아세안 주요국(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의 인터넷 경제 사례를 분석해 낸 보고서 ‘e-Conomy SEA 2020’에 따르면 이들 국가에서 늘어난 디지털 경제 신규 이용자는 지난해에만 4000만 명이나 됐다. 2015~2019년 4년간 1000만 명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가히 폭발적이다. 특히 이들 상당수는 코로나19 여파로 경험해 본 디지털 서비스를 앞으로 그만둘 의향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된 90% 이상이 코로나19가 끝난 이후에도 플랫폼을 이용한 쇼핑, 음식배달, 송금 등의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대목은 이들 나라에서 디지털 경제 활동을 시작한 신규 유입자의 상당수가 비수도권 지역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한 국가 내에서도 도시와 비도시권 간의 디지털 인프라의 불균형 상태가 아직 깔끔하게 해소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의미 있는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디지털 경제 저변이 넓어지는 것은 아세안 내 디지털 관련 산업의 파이가 계속 커질 수 있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e-Conomy SEA 2020는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현재 1000억달러 규모인 아세안의 인터넷 경제 규모는 2025년이면 300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아세안 유니콘 기업들은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디지털 세상이 본격도래하고 있는 지금, 커진 덩치에 맞게 기업 본연의 임무인 수익성을 내기 시작해야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아직 이익을 제대로 내는 유니콘은 없다. 싱가포르 유니콘 씨만 봐도 2015년 2억9200만달러였던 매출이 2019년 21억7500만달러로 크게 늘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연간 기준으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각 유니콘들은 최근 실적 개선을 위해 그동안 외형을 키워왔던 전략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그랩은 운송과 딜리버리, 디지털 금융 분야에 좀 더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짰고, 씨는 야심차게 추진 중인 디지털 파이낸스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말 싱가포르 금융당국으로부터 디지털은행 허가권을 획득했다. 부칼라팍도 공개적으로 수익성에 좀 더 신경을 쓰겠다고 밝혔다.

    [문수인 기자 사진 각사 홈페이지]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6호 (2021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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