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군사적 중요성에 코로나도 뚫은 新우주패권 경쟁, 머스크·베이조스 가세… 민간기업 참여 러시

    입력 : 2021.03.09 15:23:50

  • # 지난 2월 18일(현지시간) 미국의 무인 화성탐사선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인내)가 화성에 무사히 착륙한 뒤 미 항공우주국(NASA) 퍼서비어런스 트위터 계정에는 착륙지점 주변 사진과 함께 트윗이 올라왔다. 미국의 9번째 화성 착륙선인 퍼서비어런스는 지난해 7월 발사돼 7개월 동안 우주를 날아 이날 화성 ‘예제로 분화구’에 안착한 것이다. 이에 앞서 2월 9일에는 UAE가 쏘아 올린 아랍권 최초의 화성탐사선 ‘아말(아랍어로 희망)’이 화성 궤도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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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인 지구촌에 ‘우주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냉전시대 우주 경쟁에서 소련을 추월했던 미국은 신우주 경쟁에서도 여전히 선두다. 여기에 미국과 본격적인 패권 다툼에 나선 중국의 질주가 눈에 띈다. 코로나19 책임 공방 등 다양한 이슈를 두고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은 최근 수년간 우주 탐사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미국, 소련, 유럽 등이 가지고 있는 배타적 지위에 합류하려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권 국가들도 뛰어들었다. 코로나 시대 우주 경쟁이 다시 불붙은 배경에는 기술력을 위시한 패권 다툼이 있다. 여기에 기후위기 등의 요인이 더해지면서 인류의 우주 정복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 우주 강국을 강조해 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9년 1월 인류 최초로 ‘창어4호’ 탐사선을 달 뒷면에 착륙시켰고, 지난해 12월 ‘창어5호’가 달 표면 샘플을 싣고 돌아오면서 ‘달 탐사의 꿈’을 이뤘다. 미국이 지난해 아르테미스 협정(국가나 기업이 달에 독점 구역을 설정할 수 있는 국제협약)을 공개하자 중국은 “이 협정은 미국의 ‘달 식민지화의 정치적 의제’를 뒷받침한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등 7개국과 이 협정을 맺으면서 중국은 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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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기업 로켓 발사, 경제성에서 앞서 글로벌 우주산업 규모는 매년 커지는 추세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스페이스 파운데이션’이 지난해 7월 발간한 ‘스페이스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우주산업 시장 규모는 4238억달러(약 475조원)로 추정된다.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도 지난해 보고서에서 자율주행차 등으로 데이터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광대역 위성이 우주산업의 성장을 견인, 우주산업 규모가 1조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성 광대역 통신과 배터리 등 연관 산업을 키우고 새로운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효과도 크다.

    일부에선 국가 주도의 대형 위성·발사체 중심의 기존 우주개발 경쟁이 ‘구우주(Old Space)’로 밀려나고,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New Space)’가 펼쳐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위성을 이용해 지도를 보고, 위성을 이용한 내비게이션을 보고 달리고, 위성을 이용한 인터넷을 즐긴다. 통신과 모바일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주 산업의 이용 가치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우주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자, 민간 기업들도 우주 개발에 나선 것이 최근 우주 경쟁의 특징이다. 혁신의 아이콘이자 세계적 부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5월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탑재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발사대를 떠나 하늘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탑재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발사대를 떠나 하늘로 향하고 있다.
    먼저 머스크가 세운 ‘스페이스X’는 지난해 5월 민간 기업 최초로 유인우주선을 발사했다. 스페이스X의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은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팰컨9’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날아올랐다. 크루 드래건은 몇 시간 후 지구 상공 400㎞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성공적으로 결합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또 다른 유인우주선 ‘리질리언스’도 쏘아 올렸다. 나사는 리질리언스에 우주인 4명을 태워 ISS에 보냈다. 리질리언스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공식적으로 우주인 4명을 ISS에 보내는 첫 실전 유인우주선이라는 점에서 테스트용으로 쏘았던 크루 드래건과 달랐다.

    스페이스X가 주목받는 배경은 무엇보다 ‘경제성’이다.

    민간 우주탐사기구인 플래니터리소사이어티에 따르면 크루 드래건 개발에 NASA가 분담한 비용은 2조원에 불과했다. 과거 ‘아폴로’ 개발 비용의 18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규모다. 지난해 NASA 감사실 분석에 따르면 우주인 1인을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은 스페이스X는 5500만달러(약 677억원), 보잉은 9000만달러(약 1108억원)로 추산됐다. 이처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로켓발사로 성공신화를 써가자, 라이벌 격인 아마존 베이조스 회장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올 3분기부터 아마존 CEO 자리에서 물러날 계획을 최근 밝힌 베이조스는 머스크보다 2년 앞선 2000년 우주개발 업체 ‘블루오리진’을 설립한 바 있다.

    베이조스는 2000년부터 매년 아마존 주식을 10억달러어치씩 팔아 블루오리진에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인터넷 위성 발사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기도 한 베이조스는 사임 후 본격적으로 우주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조스의 목표는 달 탐사를 비롯한 우주여행에 맞춰져 있다. 최근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시험비행을 보면 고도 106.9㎞까지 올랐다가 지상으로 방향을 바꿔 귀환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추진체는 발사장으로 착륙했고, 추진체에서 분리된 캡슐은 낙하산을 통해 인근 사막으로 내려왔다. 추진체는 발사 과정에서 회전하면서 상승했는데 이는 향후 탑승할 우주관광객들에게 360도 우주 전경을 보여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6명이 탑승할 수 있는 캡슐 내부는 우주관광객을 위한 커다란 창문이 나 있다. 탑승객들은 고도 100㎞에서 약 5분간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며 우주와 지구를 구경한 뒤 지상으로 복귀한다는 게 블루오리진의 구상이다. 밥 스미스 블루오리진 대표는 “비용은 1인당 수십만달러 정도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크루 드래건 우주선 발사 후 양손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크루 드래건 우주선 발사 후 양손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두 기업의 경쟁은 NASA에서 선정할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서 희비가 다시 한 번 엇갈릴 전망이다. 미국은 2024년 여성 우주인 중심으로 구성된 우주선을 달에 보낼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52년 만에 유인 달 탐사가 이뤄지게 된다. 이 프로젝트를 따기 위해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등이 달 착륙선을 개발하고 있다. 리처드 브랜슨이 이끄는 버진 그룹의 자회사 버진 갤럭틱과 버진 오빗도 민간 우주산업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버진 갤럭틱은 우주 관광 개발에 집중하고, 버진 오빗은 로켓, 위성 발사 등을 담당한다. 버진 오빗은 위성 발사용 로켓을 우주에 보내는 데 성공해 NASA의 소형 인공위성 10개를 궤도에 올려놓기도 했다. 버진 그룹은 우주 관광 및 위성 개발을 목표로 다른 민간 기업과 마찬가지로 지속해서 우주 산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민간 우주기업 100여 곳 중국도 민간 우주기업이 1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컨설트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설립된 중국 민간 우주기업 100곳이 지난 6년간 끌어모은 투자자본은 18억달러(약 2조원)가 넘는다. 우리나라 정부도 우주산업을 6개의 미래유망신기술 중 하나로 선정하는 등 우주산업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10월 독자 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위성 발사체인 ‘누리호(KSLV-Ⅱ)’를 우주로 쏘아 올릴 계획이다. 차세대 중형 위성 1호를 오는 3월 카자흐스탄에서 러시아 소유즈 발사체를 이용해 발사하는 등 첨단 위성 개발을 위한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또 2022년 발사를 목표로 한국형 발사체를 이용한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 궤도선’을 개발하고 있다.

    우주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 기업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우주 산업 진출을 꾀하는 곳은 한화다. 한화의 항공 우주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월 13일 쎄트렉아이의 지분을 1090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쎄트렉아이는 국내에서 최초로 설립된 위성 전문기업이다. 1999년 ‘우리별 1호’ 개발인력 중심으로 창업됐으며, 현재는 위성본체와 지상시스템, 전자광학 탑재체 등 핵심 구성품의 직접 개발, 제조가 가능한 국내 유일의 업체로 평가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분 인수를 결정한 쎄트렉아이의 인공위성.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분 인수를 결정한 쎄트렉아이의 인공위성.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쎄트렉아이 지분 인수는 우주개발이 민간주도로 넘어가는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맞아 미래 성장이 기대되는 우주 위성 산업관련 핵심기술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쎄트렉아이의 지분 인수와 상관없이 쎄트렉아이의 현 경영진이 계속해서 독자 경영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앞으로 양사의 역량을 집중하면 국내외 우주산업의 위성분야에서 많은 사업확장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우주 위성사업 관련,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KSLV-2)’ 액체로켓엔진 개발을 맡고 있다. 또 자회사인 한화시스템은 위성 탑재체인 영상레이더(SAR), 전자광학·적외선(EO·IR) 등 구성품 제작 기술과 위성안테나, 통신단말기 등 지상체 부문 일부 사업도 하고 있어 중장기적인 시너지를 통해 국내외 우주 위성 사업 부분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한화의 우주 분야 투자에는 김승연 회장의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래 모빌리티, 우주 항공, 그린수소 에너지 등 신규 사업에도 세계를 상대로 미래 성장 기회를 선점해 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항공우주(KAI)는 기존 중대형 위성 제조 중심에서 소형·초소형 위성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500조원으로 추산되는 우주 시장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업체 중심의 가치 사슬을 완성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우주 분야 전문 기관, 기업 및 스타트업과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실행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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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의 한 관계자는 “관련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이나 지분 투자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LIG넥스원도 카이스트(KAIST)와 함께 위성 개발에 최근 착수했다. 차세대 초소형위성에 적용할 기술과 영상레이더 위성분야 기술 등을 진행하고 있다. 5, 6세대(5G, 6G) 이동통신 기술을 탑재한 저궤도 소형 통신위성 사업 관련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과거 우주사업이 국가가 주도하던 ‘올드스페이스’ 시대를 지나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로 넘어오고 있다”면서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영역인 만큼 기업들의 기술력 확보전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의 항공우주 산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술력은 미국의 65%, 중국의 80%에 그친다. 우주 관련 예산도 일본이 연간 30억달러인 데 비해 우리는 5억달러에 불과하다. 업계에선 체계적인 정부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먼 미래로만 여겨졌던 우주 산업이 국내외 증시에서 새로운 성장 테마로 떠오르면서 관련 종목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세계적 전기차 회사 테슬라 등 혁신 기업들이 우주 개발에 뛰어든 데다 글로벌 운용사들이 적극 투자에 나서면서 우주 산업화가 머지않았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KAI를 비롯한 우주 관련 종목 7개의 주가는 올 들어 최근까지 급등세를 보였다. 글로벌 운용사들의 투자도 본격화되고 있다. 혁신적 성장 테마를 선정해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 인기를 얻고 있는 ‘아크인베스트먼트’는 위성 등 우주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를 3월 말 상장 예정이다.

    박범지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정부가 주도하던 우주 개발 사업이 최근 민간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산업의 변곡점을 만들어 내고 있다”며 “상업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시장의 관심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4차 산업혁명으로 데이터 싸움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우주선 발사의 빈도가 계속 늘고 있다”며 “우주에서 광물을 캐와서 자원으로 쓸 수 있는 것까지 확장성이 있어서 이런 부분에 대한 기대감도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6호 (2021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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