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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언택트 중요하지만 전통 제조업과 동반 성장해야… 中企 납품단가 조정협의권 조속히 법제화할 것”
입력 : 2020.06.02 09:4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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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원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산업지원본부장·
고용지원본부장·기획조정실장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소통과혁신분과 위원장
지난 3월 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자매정당 더불어시민당이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명단의 순번을 정해 발표하자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비례대표 2번에 포진한 김경만 당시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이었다. 비례대표 1번이 여성임을 감안할 때 김 본부장은 남자로는 첫 번째로 비례대표에 지명된 것이다. 보통 비례대표 최 앞 순위는 여당의 총선 전략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세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김 본부장의 낙점은 다소 파격적이었다.
이처럼 경제계, 특히 중소기업 관련 인사를 비례대표 앞 순위에 둔 것은 총선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흔들리는 우리 경제 살리기에 힘을 실어달라는 여당의 호소였다. 또 우리 경제의 허리인 중소기업 정책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들어 있었다.
이 같은 여당의 총선 전략은 국난 극복이 우선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전례 없는 압승으로 귀결됐다. 그만큼 중앙회 출신 김경만 의원의 소임이 더 막중하다는 얘기도 된다.
그도 이를 의식한 듯 매경럭스멘과의 인터뷰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기업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이 국회에 가서 보탬이 됐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사실 국내에서 중소기업 관련 전문가 중 이만한 인물을 찾기 힘들다. 그는 30년 넘게 중소기업 관련 일을 해오면서 정책과 기업 현장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내부에서도 역량을 인정받는 동시에 신망도 두텁다. 그래서 여당이 중소기업 정책 관련 적임자로 그를 발탁한 것은 꽤 잘했다는 평이 많다. 그의 평소 지론은 중소기업이 없으면 대기업, 우리 경제도 제대로 성장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우리가 다른 국가들보다 빠르면서도 효과적으로 코로나19에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은 마스크와 관련된 국내 산업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코로나19 이후 확산되는 언택트 기반의 신산업 육성도 중요하지만 전통 제조업들과 동반 성장해 나가는 여건 조성이 더 급선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중소기업은 사람으로 따지면 기초체력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를 도외시하면 우리 경제의 불균형만 커진다”면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규제완화 등의 정책은 더 혁신적이면서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중소기업 자금 지원 관련 기관들을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한다. 중소벤처부 산하에 신용보증기금, 기업은행 등을 두는 것이 골자다.
김 의원은 “이해관계가 얽혀 쉽지 않겠지만 이 부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정부가 중소기업중앙회에 부여한 대·중소기업 납품단가조정협의권의 법제화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대목이다. 법적 권한을 지녀야만 대기업들과의 납품 단가 협상에서 강제성과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 국면에서 개성공단에서 마스크를 생산해낼 수 있다면 꼬인 남북 관계를 푸는 동시에 우리 경제에도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면서 “중소기업 관련 정책은 다방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기업현장을 아는 사람이 가서 보탬이 됐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중소기업 전문가로서의 새 길을 연다는 마음으로 의정활동에 임하고자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를 먼저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소기업의 피해가 더 심각한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지금 중소기업들은 벼랑 끝에 몰린 상태입니다. 기존 확보했던 주문도 이제 거의 바닥나 공장조차 돌릴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기업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매출감소는 물론 자금 압박 등의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중앙회가 지난달 1234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76.2%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거의 전 업종에서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는 셈입니다.
▶코로나 이슈는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의 문제여서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습니다.
▷어려운 시기인 것은 맞습니다만 우리가 한 가지 주목해야 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전통 제조업의 재발견입니다. 코로나19를 우리가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는 전통 제조업 기반의 시설이 국내에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관련 시설이 없었으면 우리도 관련 기반이 없는 국가들처럼 코로나19 국면에서 어떤 혼란을 겪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이는 디지털 경제 등 신산업도 중요하지만 전통 제조업도 우리에게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제조업 기반의 중소기업은 사람으로 치면 기초체력에 해당합니다. 기초체력이 부족하면 제대로 뛸 수도 없습니다.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문제는 국가 경제의 기초와 관련된 중요한 사안입니다.
▶역대 정부마다 중소기업 정책을 중시한다고 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국면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앞선 코로나 대처로 전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K방역이란 이름 아래 세계에서 러브콜이 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K방역을 세계 표준화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중소기업들의 역량과 역할, 그리고 중요성은 부각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것이 정책의 선순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의 불만은 큰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정부의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자금지원을 둘러싼 혼선이 대표적입니다.
▷자금지원 체계가 중복돼 발생한 문제입니다. 중소기업이 자금조달에 나서면 먼저 보증을 신용보증기관 등에서 받아야 합니다. 이후 IBK기업은행, 중소벤처진흥공단 등 실제 자금을 집행하는 곳에 또 다시 관련 서류를 제출해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여러 곳을 뛰어 다녀야 하는 셈입니다. 이러다 보니 기업들이 적기에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불만이 생기는 것이죠.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을 위해 발 빠르게 자금 지원에 나섰으나 그 효과가 부각되지 않은 것이 이런 측면 때문입니다.
▶해법은 무엇일까요.
▷중소기업 지원 기관들의 체계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신용보증기금만 보더라도 예산편성권과 결산권은 중소벤처기업부에 있지만, 금융업무에 대한 감독권은 금융위원회에 있습니다. 두 기관의 관리 감독을 받는 신보의 효율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중소기업 자금 지원 체계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중소벤처부 산하에 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을 함께 두는 방안이 효과적일 것 같은데, 물론 쉽지 않은 작업이어서 장기 과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현재 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은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이고, 중소기업진흥공단, 기술신용보증기금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로 돼 있다.)
▶기관 일원화로 인한 또 다른 문제는 없을까요.
▷신용보증기관만 놓고 보더라도 업무 중 99%가 중소기업 대출 보증관련입니다. 이는 신보에서 보증을 받지 못하면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다는 것인데, 이 같은 기관을 자금 지원을 직접 실행하는 기관과 떼어놓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이라고 봅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일원화되는 것을 환영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 문제가 1호 법안이 될 것 같습니다만.
▷이 문제도 중요하지만 현재 1호 법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말 정부가 중소기업중앙회에 부여한 납품단가조정협의권의 법제화입니다. 하도급법과 상생협력의 개정이 필요한데 21대 국회에서 최우선순위로 처리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납품단가 협상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당·정·청이 중소기업중앙회에 납품단가조정협의권을 부여한다고 했지만 현재로서는 선언적 의미에 불과합니다. 법으로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습니다.
이 협의권은 현재 개별기업, 협동조합한테 이미 부여된 상태지만, 사실상 자신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대기업들 눈치 보기에 바빠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중기중앙회에 이 권한을 부여해 실효성을 높이려 하는데,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역시 마찬가지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기업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강제력이 21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이른 시일 내에 확보돼야 합니다.
▶또 다른 관심 법안은 없으신가요.
▷기술탈취 문제도 있습니다. 중소기업들이 애써 개발한 기술을 대기업 등에 빼앗기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안이 20대 국회 때 발의됐지만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21대 국회에서 재발의돼 반드시 중소기업들의 기술 보호 장치가 법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봅니다.
▶규제완화 문제도 중소기업을 둘러싼 고질적인 현안입니다.
▷현재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많은 재정을 투입하고 있는데 결국 이는 규제완화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신종 전염병 극복 과정에서 비대면 산업의 활성화 등 새로운 신산업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신산업들을 둘러싼 규제는 과감하면서도 혁신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봅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원격 의료 도입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 여러 규제들에 대해서도 유연한 입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후폭풍으로 해외 우리 기업들의 리쇼어링 문제가 대두되는데, 이를 유인할 규제 완화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법 규제를 따지기 전에 다시 돌아오는 우리 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과감히 주는 등의 사고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그렇더라도 세계 경제 전체가 좋지 않아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동의합니다. 하지만 틈새시장은 있기 마련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남북경협입니다. 만약 지금이 평시 같으면 고착화된 북미 관계 속에서 남북 간 교류협력을 우리가 따로 추진하기란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세계가 비상사태고 의료분야의 협력은 국경이 없습니다. 이를 활용해 글로벌 의료지원을 목적으로 개성공단에서 마스크를 생산해낼 수만 있다면 이는 자연스레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될 수 있고,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들의 경제 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중소기업 지원도 중요하지만 자생력 마련도 고질적 문제 중 하나인데요.
▷먼저 중소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은 중소기업들이 많아져야 하고, 업계도 이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창업을 북돋아주는 문화가 형성돼야 합니다. 이런 구조가 선순환이 돼야 하는데, 안착이 되지 않으니 젊은이들이 노량진으로만 몰려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30년 중소기업중앙회 생활 중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다면.
▷대기업과의 상생문제를 공론화시킨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중앙회 전체가 노력을 기울였는데, 사회적 관심이 커져 동반성장위원회를 만드는 결과물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중앙회 차원에서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중소기업 전담 부처가 현실화된 것도 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초선 의원으로서의 자세가 있다면.
▷중소기업은 여야,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없는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즉 서로 간의 공감대가 큰 측면이 있어서 관련 정책을 입안하는 데 있어 서로 간 협치가 잘 이뤄질 수 있다고 봅니다. 여야를 아우르는 공부모임도 만들어 공감대를 넓혀 나가겠습니다.
[대담 홍기영 국장 정리 문수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7호 (2020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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