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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는 미술, 시장이 아는 미술 ③ 갤러리에서 살까, 경매에 참여해볼까 | 직접 발품 팔고 구매전략 세워야 알짜 자산
입력 : 2020.05.06 14: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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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장군은 사라졌지만 미술 시장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었다. 올 1분기 미술품 경매 낙찰총액이 예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다분히 코로나19의 영향인데, 지난해에도 상황이 좋지 않았던 걸 감안하면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는 셈이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미술품 경매사 낙찰총액은 약 230억원으로 전년 동기(417억원) 대비 44.8% 줄었다. 반면 올 1분기 경매 출품 수는 6145점으로 지난해(5875점)보다 오히려 늘었다.
낙찰수도 지난해 3887점에서 올해는 3992점으로 증가했다. 반면 낙찰률은 하락했다. 66.6%였던 게 64.96%로 줄었다. 최근 5년 내 가장 낮은 수치다. 낙찰수와 낙찰률의 변동이 크지 않은데 낙찰총액이 큰 폭으로 주저앉은 건 고가의 작품 판매가 부진했던 탓이다. 그만큼 경기가 좋지 않았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는 “인기작가의 작품 중에도 유찰되는 경우가 많았고 추정가 하한선에서 낙찰되고 있다”며 “국내 미술 시장 경기가 크게 위축됐다”고 전했다.
오프라인 경매에선 찬바람이 매서웠지만 온라인 경매는 상대적으로 훈풍이 불었다. 오프라인 경매 낙찰총액은 약 173억원으로 전년 동기(228억원) 대비 24.3% 감소했다. 하지만 온라인 경매의 낙찰총액은 57억원으로 전년 동기(51억원) 대비 11.5%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전시와 경매가 늘어나며 나타난 현상이다. 그렇다면 국내 미술 시장이 녹록지 않은 현 시점에 아트테크(아트+재테크)에 나서는 게 과연 올바른 길일까. 미술 시장 일각에선 “경기가 위축된 시점에는 알려지지 않은 미래의 블루칩 작가들에게 시선을 돌려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매경LUXMEN>이 이번 시리즈 주제를 ‘미술품 구매’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술관은 서울시내, 대도시 등 곳곳에 있다. 그런데 작품을 살 수 있는 미술 시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선 미술품을 파는 곳은 어떤 곳들인지 알아봐야 한다. 작가가 제작한 미술품은 작가를 통해 직접 구매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으나 초보 컬렉터에게는 쉽지 않은 방법이다. 작가가 소속된 갤러리(화랑)에서 열리는 개인전이나 갤러리에서 기획한 전시에서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바로 이곳이 미술품의 구매 거래가 일어나는 ‘1차 시장’이다.
갤러리 전시에 나오는 작품들은 작가의 신작이거나 기획 주제에 맞게 선별된 작품들이 주를 이루는 편이다. 갤러리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어도 가격이 붙어있지 않아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전시장의 갤러리스트에게 문의하면 판매 가격을 알려주거나 이메일로 가격 리스트를 받아볼 수 있다. 그런데 갤러리에서의 구매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작가로부터 나온 작품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작가의 호당 가격에 기반해 화랑가격이 설정되어 있다. 직접 발품을 팔아 갤러리를 방문하는 일이 귀찮다면 유명 갤러리들이 한 곳에 모이는 아트페어를 방문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국내에서 큰 규모로 열리는 아트페어로는 상반기에 ‘화랑미술제’, 하반기에 ‘KIAF’가 있다. 특히 KIAF는 해외 갤러리들의 참여도 높은 편이기 때문에 해외 미술품에 관심이 많은 애호가들이 방문해볼 만하다. 해외 미술 시장에 좀 더 관심이 있다면 홍콩에서 열리는 ‘아트바젤 홍콩’, 또는 중국 상해의 ‘웨스트 번드 아트페어(West Bund Art Fair)’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아트페어는 흔히 말하는 미술 장터라고 볼 수 있는데, 각 갤러리들이 선보이고 싶은 작가의 따끈따끈한 작품을 갖고 나와 각 부스에서 치열하게 세일즈하는 현장이다.
서울옥션 VR전시장
앞서 1차 시장인 갤러리의 역할과 구매 방법을 논했다면 이제 조금 더 매력 있는 가격대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미술품 경매 시장을 살펴보고자 한다.
갤러리의 작품이 신작 위주의 작품이라면 경매 시장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1차 시장에서 작품을 구매한 컬렉터들이 재판매를 위해 위탁 의뢰한 작품들이 소개되는 곳이다. 따라서 경매 시장은 미술 시장에서 ‘2차 시장’의 역할을 한다. 부동산 경매 시장이나 자동차 중고 시장의 경우 새로 지은 건물가액이나 신차 판매 가격보다 구매 가능한 가격선이 낮게 평가된다. 미술품 경매 시장도 다수 작가의 작품 가격이 1차 시장의 가격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로 설정된다. 경매 시장에서의 시작가격은 근래 거래된 작품의 국내외 경매 시장 거래가격과 1차 시장가격 등을 비교하여 설정하는데, 위탁자와 가격 협의를 하여 상호 동의한 금액대로 출품하게 된다.
작품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통상 갤러리 판매 가격보다 30~40% 낮은 금액대로 선보이기 때문에 컬렉터들이 몰린다. 하지만 당해 연도 신작이나 제작된 지 1~2년 된 작품보다는 그 이전에 완성된 구작들이 주로 나오기 때문에 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신작 가격과 절대 비교는 다소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초보 컬렉터들은 마음에 드는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고 ‘갤러리-아트페어-경매 시장’ 사이의 거래가격 비교 및 2차 시장에서 재판매가 가능한 작가군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금융기업 UBS가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아트마켓 보고서(Global Art Market Report)’에 따르면 2019년의 세계 미술품 거래 시장은 2018년 매출 81조원(약 674억달러)보다 5% 줄어든 약 76조원(약 641억달러)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세계 미술 시장 규모 속에 국내 미술은 4000억~5000억원대 사이를 맴돌고 있다. 따라서 협소한 국내 시장 규모의 한계로 2차 시장에서 재판매 거래가 가능한 작가의 수가 많지 않다. 투자 수단으로 미술품을 구매할 때는 꼭 2차 시장의 위탁 판매 가능성과 시장성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서울옥션 VR전시장
미술품 경매 회사에서 작품을 구매하는 첫 걸음은 경매 회사의 경매 작품 전시 일정을 확인해야 한다. 통상 ‘프리뷰’라고 불리는 경매 작품의 전시는 크게 오프라인 경매와 온라인 경매로 나뉜다. 오프라인 경매는 서울옥션의 경우 연간 국내 메이저 경매 4회, 홍콩 경매 3~4회 일정이 잡힌다. 이 경매들은 경매 정회원에게 발송되는 경매 도록을 받은 분들과 프리뷰 전시를 통해 작품을 보고 응찰을 희망하는 고객들이 직접 경매일에 현장에 모여 응찰 패들을 교부받아 참여하는 형태이다. 다만 현장에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고객들은 개별 담당 직원을 통해 서면으로 미리 응찰금액을 제출하거나, 당일 전화응찰을 통해 경매에 참여한다.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직접 접속해 응찰하는 시스템도 구축되어 오프라인 경매에 참여 방법이 다양해졌다. 온라인 경매는 정회원이 아니더라도 서울옥션 홈페이지 회원가입만 하면 누구나 쉽게 응찰이 가능하고 낙찰 시 홈페이지에서 바로 결제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온라인 경매 역시 오프라인 경매와 마찬가지로 실제 프리뷰 전시가 열리기 때문에 실물을 확인하고 응찰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방문이 어렵다면 작품의 이미지와 컨디션 그리고 각 담당자와 예상 가격 논의 등을 통해 PC로 직접 응찰해 볼 수 있다. 경매에 응찰하기에 앞서 중요한 것은 한 작가의 개인전이나 기획전이 열리는 갤러리와 달리 경매에서는 한 회차당 100여 점에서 많게는 200여 점까지 여러 작품들이 다양한 가격대로 출품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출품된 작품들을 꼼꼼히 살피고 어떤 작품에 응찰을 해야 할지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 그리고 프리뷰가 통상 1~2주가량 짧게 열리기 때문에 가능하면 시간을 내어 전시장에 방문해 작품을 직접 살펴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따라서 평소에 관심이 있는 작품이 갤러리나 아트페어에서 알아본 금액 대비 가격적 메리트가 있는지 살펴보거나, 경매 결과 보기를 통해 최근 가격의 변동 추이에서 오름세가 있는지 파악해 응찰 전략을 짜는 것이 좋다. 꾸준히 미술 시장에 대해 파악하고 ‘미술관-갤러리-아트페어-경매 시장’이라는 미술계의 큰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그 속에서 내가 관심 있는 작가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알아봐야 경매 회사에서 책정한 시장가격이 합리적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경매 작품 프리뷰에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어 응찰을 할 경우 사전에 꼭 작품의 컨디션에 대해 경매 회사 담당자와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온라인 경매의 경우 젊은 컬렉터들이 쉽고 편하게 웹으로 이미지를 보고 응찰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전에 컨디션 리포트를 받아 작품에 문제가 없는지 추후 보수가 필요하지 않는지 등 사후 관리의 측면까지 고려하며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현장에 직접 방문하여 경매 응찰을 할 경우 경매사의 진행 호가에 맞춰 패들을 들어 참여하면 되고, 응찰 전 미리 예상 금액을 설정하고 응찰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현장의 경쟁 심리로 인해 고가 금액에 응찰을 하는 불상사도 일어날 수 있다. 여러 작품에 응찰을 하는 경우 총 예산안에서 개별 작품의 최대 응찰 금액을 미리 산정하고 분배 전략을 짜는 것이 현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작품을 얻었다는 기쁨도 잠시, 곧바로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에 빠질 수 있다. 미리 설정한 예상 금액의 최대치에 근접해 경매 낙찰을 받아도 구매수수료 분이 있다는 것을 미리 생각하지 못해 낭패를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자신의 연간 수입 대비 미술품에 투자할 수 있는 5~10% 정도 예산을 설정해 첫 컬렉팅을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더불어 현장 경매는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경매사의 호가에 맞춰 빠른 판단으로 패들을 들어야 하며 낙찰 시 낙찰가에 15~20% 내외의 구매수수료가 붙기 때문에 이 부분을 항상 염두에 두고 경매 응찰을 들어가야 한다. 경매에 낙찰된 이후 낙찰결과 통보서인 인보이스(Invoice)와 경매 도록 등을 꼭 챙겨두는 것이 좋다. 추후 내가 낙찰 받은 작품을 재판매할 경우 언제 어느 경매 회사에서 얼마에 낙찰을 받았는지도 기록이 잘 정리되어 있어야 위탁하기에 수월하다.
시장 상황 고려해 작품가 정해야
내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경매에서 팔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자. 작품을 소장하는 데 있어 심미적 만족감이 우선이지만, 근래 미술품이 또 하나의 대체 투자 수단으로 인식되며 많은 이들이 작품 구매 이후 재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에 관심이 높다. 그런데 협소한 국내 시장의 한계 속에서 내가 소장한 미술품을 원하는 가격에 재판매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우선 작품의 재판매 창구는 크게 미술품 경매 회사를 통한 경매 위탁판매, 개인 간 거래 또는 아트 딜러를 통한 중개 거래가 있다. 더불어 구매한 갤러리에 다시 매입 의뢰를 하거나 재판매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방법도 있다. 이 가운데 소장한 작품의 재판매 가능성 루트를 살펴보고 가장 좋은 조건으로 문의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갤러리에서 샀을 당시 금액에 현저히 못 미치는 가격을 제안 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작품의 인기도가 높아 예상 금액보다 높게 평가받는 일도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재판매는 1차 시장의 거래금액과 별개로 2차 시장의 ‘수요·공급’의 논리로 시장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에 갤러리와 또 다른 시장의 개념이 존재한다. 따라서 2차 시장의 빅마켓인 미술품 경매 회사의 시장동향과 거래 작품군을 사전에 잘 파악하고 있어야 내가 산 작품의 판매 가능성과 예상 판매가 등을 가늠할 수 있다.
미술품 경매 회사에 작품을 위탁해 경매로 판매하는 경우 몇 가지 절차가 있다. 첫째, 경매 회사별 위탁 문의 이메일 또는 안내 전화를 통해 소장 작품의 정보를 전달하고 시장에서 경매를 통한 예상 판매 가격을 상의하는 것이다. 이때 소장 경위, 작품의 정확한 재질이나 사이즈, 구매 당시 금액 등을 알려주면 조금 더 빠르게 회신을 받을 수 있다. 둘째, 실물 작품을 경매 회사에 입고시켜 작품의 상태, 실물 확인, 경매 준비 절차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작품의 출품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담당 경매 회사 직원과 작품에 대한 예상 출품 가격 범주가 좁혀진 작품을 경매 회사에 이관시켜 경매 진행의 첫 절차를 밟게 된다.
경매 회사에 직접 내방하여 작품을 입고시키거나 미술품 전문 운송 업체를 통해 작품을 이관시키는데 이때 작품 컨디션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송과정이나 보관 중 작품에 일부 균열, 물감 박락, 변형 등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소장자가 정확히 작품의 컨디션을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경매 회사는 입고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내부 감정과 상태 체크, 시장 상황 대비 위탁자의 위탁 희망가격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을 검토하여 경매 시기와 온·오프라인 경매 구성을 나눠 출품작을 확정한다. 이때 위탁자와 최종적으로 위탁 계약서를 작성하고 경매 내정가 및 위탁 수수료율을 정하게 된다. 위탁 수수료는 낙찰가를 기준으로 책정되며 6000만원 이상의 작품 거래에 대해서는 미술품 거래 양도소득세가 적용된다(일부 국내 생존 작가 제외). 따라서 과거 구매 이력 및 증빙 영수증 등에 대한 사전 준비는 위탁자가 꼼꼼히 챙겨야 할 부분이다.
셋째, 출품된 작품은 프리뷰 전시를 통해 컬렉터들에게 소개가 되고 낙찰까지 이어지면 위탁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입금 받게 된다. 작품 위탁 대금은 낙찰자가 낙찰대금을 경매 회사 측에 납입한 후 정산하여 입금되기 때문에 경매 후 곧장 지급되지 않고 3주가량 소요된다. 이러한 미술품의 경매 위탁 판매는 일정한 물리적 소요 기간이 필요하다. 즉시 환금성이 떨어지는 투자 수단이란 점에선 다소 아쉽지만, 오랜 시간 집이나 사무실에서 심미적 만족감을 주었던 작품이 구매가 대비 이익을 남겨줄 수 있는 재화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요소로 느껴질 수 있다.
미술 시장을 통한 작품 구매와 판매를 살펴보았다. 미술은 우리 주변 가까이에 늘 존재하고 있다. 국내외 유명 미술관의 소장품부터 인사동이나 삼청동의 화랑들에서도 마음에 감동을 주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아트 바젤을 비롯해 세계적인 유명 아트페어나 갤러리, 미술관들이 앞다투어 온라인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어 집에서도 미술을 감상하는 것이 쉬워졌다. 서울옥션도 VR프리뷰 시스템, e-BOOK 카탈로그 제공을 통해 컬렉터들이 어디서든 쉽게 작품을 볼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였다. 더불어 오프라인 경매 진행에도 ‘현장, 전화, 서면 응찰’ 방식 외에 온라인 실시간 응찰 등 미술품 구매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일부 IT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시스템 등을 활용한 미술품 대체 투자 등도 발전해 가고 있어 작품 구매와 소유 등의 다양화도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미술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미술의 세계는 우리 삶에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하지만 모든 투자의 영역이 개인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고 그 책임 또한 투자자의 몫이기 때문에 미술품 구매 역시 신중함이 필요하다. 자동차나 부동산을 구매할 경우에도 자신의 구매 예산과 목적, 그리고 재판매 시점 등을 고려하는 전략들을 세운다. 미술품 역시도 단지 감상 목적이나 인테리어 용도의 구매를 넘어서 추후 재판매를 염두에 두고 수익을 고려한다면 앞선 논의처럼 다양한 전략과 시장 분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시장에 뛰어들기에 앞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미술에 대한 애정과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이다. 작품 감상을 통해 미술품만이 안겨 주는 심미적 감동과 작가의 철학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돼야 한다. 작품이 주는 순수성을 느끼고 접근하는 것이 미술품 투자의 첫 걸음이다.
Interview정태희 경매사(서울옥션 근현대팀 선임)|경매의 세계 “3040 젊은 층 미술품 경매 새로운 세대 국내작가 보다 해외작가 선호해”
안재형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2대8 가르마에 깔끔한 옷차림, 중저음의 목소리까지 단정하다. 한 가지 질문에 서너 가지 답을 가지런히 나열하는 모습에 이름난 셰프의 손에서 춤추는 날이 잘 선 칼이 떠올랐다. 그만큼 말에 맺고 끊는 강단이 살아있었다. “미술품 경매사는 경매를 총괄하는 사람”이라며 국내에 10여 명 밖에 되지 않는 경매사의 일상을 소개할 땐 전문가의 자부심도 느껴졌다.
정태희 서울옥션 경매사(근현대팀 선임)를 만났다. 2014년에 서울옥션에 입사해 이듬해부터 경매사로 활동하고 있는 정 선임은 사내(社內)의 치열한 경쟁을 거쳐 현재 서양화 등 근현대미술품 경매를 담당하고 있다.
“국내는 미국처럼 경매사 자격증이 있는 게 아니라 경매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선발해 트레이닝을 거쳐 성장시키는 시스템입니다. 내부적으로 ‘슈퍼스타K’ 같은 경쟁과 테스트를 거쳐 경매사가 됐습니다.”
정태희 경매사(서울옥션 근현대팀 선임)
미술품 경매 시스템은 간단하다. 입찰을 희망하는 고객이 사전에 부여받은 패들(번호)을 들면,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고객이 미술품을 갖게 된다. 경매사는 바로 이러한 과정을 조율한다. 경매사가 단상에서 최종 금액을 세 번 부르고 봉을 두드리면 경매에 오른 작품은 새로운 주인을 맞는다.
“흔히 그런 장면만 떠올리시는데 경매사는 온·오프라인 경매를 기획하고 출품작 수급이나 자료조사 등을 진행합니다. 경매가 없는 시기에는 각자 전문영역에서 업무를 진행하는데, 제 경우는 근현대미술품을 중심으로 작품 수급이나 촬영, 도록의 원고 등을 작성하며 경매를 준비합니다.”
학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한 정 선임은 “경매는 미술품을 재화로 보고 작품의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는 시스템”이라며 “당연히 현재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고 그런 점이 도록에 실릴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술품 경매에 처음 참여하는 일반인에겐 하나부터 열까지 과정이 쉽지 않은 게 사실. 정 선임은 “경매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데, 다만 고가의 작품이 거래되기 때문에 경매회사별로 응찰 조건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옥션의 경우는 연간회비 20만원을 내신 정회원에 한해 오프라인 경매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보통 50점에서 많게는 150점까지 경매가 진행되는데, 낙찰 받게 되면 낙찰확인서에 사인을 한 후 보통 1주일 내에 낙찰대금과 구매수수료를 입금해야 합니다. 이 일련의 과정이 투명하게 마무리되면 낙찰 받은 작품을 전달 받을 수 있어요. 온라인 경매는 홈페이지에 회원가입만 하면 누구나 응찰할 수 있습니다. 낙찰되면 바로 카드결제도 할 수 있어서 최근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죠.”
김환기, 이우환, 박서보, 이중섭 등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담당하고 있는 정 선임은 “미술품을 구매하고 향유하는 세대가 변하고 있다”며 현재 미술 시장의 트렌드를 소개했다.
“작품을 구매하는 분들이 예전엔 사회적 지위와 연배가 높은 상위계층이었다면 지금은 그 층이 넓어지고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일례로 해외경험이 많은 30, 40대 분들이 해외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본 그림에 집중하고 있어요. 국내에 한정된 정보가 아니라 스스로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소스를 얻고 즐기며 국내작가에서 해외작가로 작품의 영역을 넓히고 있어요. 이분들이 찾는 작품은 홍콩바젤 등 해외 아트페어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한 작품이죠. 덕분에 해외작가들에 대한 인식과 반응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작가는 누구일까. 정태희 선임은 “입문하시는 분들에겐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 한 점에 투자할 수 있는 예산을 알아보고 추천하는데, 대략 200만~300만원부터 여력이 있는 분들은 1000만원까지 추천한다”며 “예산 때문에 원화가 어렵다면 출처가 분명한 판화도 구매 포인트”라고 소개했다.
“사실 200만~300만원의 예산으로 캔버스에 오일로 된 작품을 구매하긴 어렵습니다. 만약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원하신다면 출처가 분명한 판화도 좋은 구매 아이템이죠. 500만~1000만원대 원화작품을 보신다면 갤러리와 경매회사, 아트페어의 가격을 조사하고 시장의 흐름을 판단한 후 작가의 신작을 전시하는 갤러리에서 구매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가격적인 메리트를 원한다면 경매회사를 통해 경매를 거쳐 구매하는 게 좋은데 그 정도 가격대에서 국내작가는 이건용 작가의 작은 사이즈 작품,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작가를 원한다면 이우환 작가가 종이에 그린 수채 작품을 추천합니다. 이 수제 작품은 1000만원 후반에서 3000만원 사이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6호 (2020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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