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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脫규모의 경제’가 만드는 산업의 미래
입력 : 2019.11.07 14: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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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먼트 타네자, 케빈 매이니 지음/ 김태훈 옮김/ 청림출판/ 1만8000원
20세기는 규모의 경제 시대였다. 기업들은 저마다 사업 규모를 늘리는 데 집중해왔다. 기업뿐 아니라 전 세계가 더 큰 병원, 더 큰 정부, 더 큰 학교와 은행, 에너지원과 미디어를 만들었다. 하지만 한 세기 이상 사업을 발전하게 하는 성장 엔진으로 여겨지던 ‘규모의 경제’는 인공지능(AI), 유전체학, 로봇공학, 3D 프린팅 등 주요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면서 그 양상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책은 ‘앞으로 다가올 100년 동안은 ‘탈(脫)규모의 경제’가 비즈니스를 주도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각각 창업투자사 대표, 칼럼니스트인 두 저자는 구독 경제처럼 ‘소유’가 아닌 ‘서비스 이용’이 중심이 되는 변화가 에너지와 의료, 교육, 금융, 미디어와 소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전망한다. 책은 집집마다 청정에너지 발전소를 세우고 이를 수익원으로 삼을 것이며, 의료산업은 치료가 아닌 예방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고, 누구나 평생 일을 해야 하는 시대가 오면서 단기교육보다는 평생교육의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한다.
에너지·의료·교육·금융·소비 ‘탈규모’ 방식 예측 그렇다면 규모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손해가 될 시대, 소규모 기업들은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대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가? 그리고 탈규모화된 산업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바뀔 것이며,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 책에선 누구나 쉽게 필요할 때마다 대여할 수 있는 플랫폼과 기술이라는 두 가지 힘이 등장하면서 시작된 탈규모의 경제에 대해 살펴보고, 탈규모화가 만드는 산업의 미래를 크게 6가지로 나누어 본다.
저자들은 “AI와 디지털 기술이 이끄는 경제에서는 작고 타깃이 명확하며 기민한 기업들이 기술 플랫폼을 활용해 대기업과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기업이 구축해야 했던 규모를 이제는 ‘빌려’ 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를 통해 컴퓨팅을 임차할 수 있고, SNS에서 소비자로의 접근 경로를 임차할 수 있으며, 전 세계 외주업체로부터 제조 능력을 임차할 수도 있다. 또한 과거 설비와 인력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했던 많은 일들을 AI로 자동화할 수 있게 됐다.
탈규모화가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과 다양한 산업 분야의 미래에 대해 설파하며 정책 입안자들, 대기업, 그리고 개인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더불어 혁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 노동이 진화하는 양상, 알고리즘으로부터 우리의 가치관을 지키는 일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우리가 놀라운 모험의 문턱에 서 있음을 부인하지 않으며, 앞으로 유망한 산업과 그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까지 제시해준다.
칼 베네딕트 프레이 지음/ 조미현 옮김/ 에코리브로/3만5000원
오늘날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희망과 함께 두려움을 갖고 있다. 특히 새로운 기술이 대체하는 노동에 대해 우려한다. 미국의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중 85퍼센트가 로봇 제한 정책에 찬성한다고 한다는데, 이는 1차 산업혁명 때의 러다이트 운동을 연상시킨다.
저자는 지금의 기술혁명이 고전적 산업화 시기와 유사하다고 말하며, 농업혁명부터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을 지나오며 변화한 사회의 모습을 설명해준다. 3차 산업혁명으로 사람들은 텔레비전, 전자레인지, 컴퓨터 등의 기술을 누릴 수 있게 되었지만, 신산업분야의 일자리는 대부분 디지털과 관련되어 대학 이상의 고학력을 요해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 자동화 시대의 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이다. 테크놀로지가 일자리는 거의 창출하지 않고, 부를 늘리는 세상에서 우리는 ‘분배’의 문제를 해결해야할 것이다.
펠릭스 마틴 지음/ 한상연 옮김/ 문학동네/ 1만8000원
경제학 박사이자 세계은행, 유럽 안정 이니셔티브 싱크탱크를 거쳐 라이언트러스트 자산관리채권부 파트너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3000년 화폐의 역사를 한 권의 책에 담아 소개한다. 그는 경제를 제대로 보려면 화폐부터 다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화폐는 단순히 편리한 물물교환의 수단으로 탄생한 것이 아니며, 사회적 기술이고 양도 가능한 ‘신용’의 의미가 있다. 덕분에 사람들은 안심하고 거래를 하고 사회적 이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존 로·월터 배젓·케인스 등 경제학자들과 화폐 사상의 역사를 소개하고, 마이클 센델·로버트 스키델스키와 같은 사상가들의 관점과 정치적, 윤리적 논쟁을 이야기한다.
또한 경제가 점점 추상화되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와 금융상품이 난무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미래의 화폐와 화폐정책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토마스 슐츠 지음/ 강영옥 옮김/ 리더스북/ 1만8000원
수십조달러 규모의 거대한 의료 시장에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슈피겔’의 실리콘밸리 지사 편집장인 토마스 슐츠는 10년간 극비연구소를 취재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IT대기업들의 디지털 의학 연구 현장을 보여준다.
책에 따르면 인공지능으로 환자의 정보를 분석하고 알츠하이머, 암을 정복할 수 있는 시대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유전자가위의 개발이 유전자 치료를 한 단계 끌어 올렸으며, 바이오프린팅 연구자들이 무에서 세포를 창조해냈고, 인체에 사는 수조 개의 미생물을 연구하는 마이크로비옴은 더 큰 각광을 받을 것이다.
저자는 의학이 기하급수적으로 발달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계층 간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 언급한다. 의료 혁명을 앞두고 우리 사회가 마주한 과제들은 깊이 고민해볼 만한 주제다.
알렉스 모아제드, 니콜라스 존슨 지음/ 이경식 옮김/
세종연구원/ 1만9000원
아마존, 구글, 우버,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시대다. 앞으로의 경제를 알고 싶다면 먼저 플랫폼이 무엇인지, 플랫폼 혁명이 무엇을 바꾸었는지를 알아야한다.
플랫폼의 지배는 기업의 경제적 가치가 생산에서 벗어나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쪽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네트워크에서 가치가 생기고, 이러한 사용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구축되는 것이 플랫폼 기업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그러나 사용자들의 참여가 중요한 플랫폼은 만들어놓는다고 해서 그 안의 네트워크가 저절로 확장되는 것이 아니며 기술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 앱 개발사 어플리코의 창업자, 대표인 저자들은 자신들의 노하우를 통해 플랫폼 기업을 성공시킬 수 있는 몇 가지 요소들을 제시하며 타이밍 또한 중요함을 짚어준다.
[김병수·김유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0호 (2019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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