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기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시진핑 한마디에 ‘강제 쓰레기 분리수거’ 나서는 中 정부… 2020년 관련 시장 40조원, 쓰레기 재활용 업계는 화색

    입력 : 2019.07.05 10:40:08

  • 중국이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 6월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쓰레기 분리수거’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쓰레기 처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쓰레기 분리수거에 관한 ‘교육’을 강화해 전 사회가 나서서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교육을 통한 시민의식 제고를 시사했다.

    시 주석은 지난 2016년 12월 중앙경제지도소조 회의에서 처음으로 ‘쓰레기 분리수거’의 필요성을 언급한 이래 2년 반 만에 또다시 ‘쓰레기’를 사회 문제로 꺼내들었다. 주석과 공산당을 중심으로 국가가 운영되고 있는 중국에서 시 주석이 직접 두 차례에 걸쳐 ‘쓰레기 분리수거’를 언급한 것은 중국 당국이 엄격하게 관련 제도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여기에는 더 이상 쓰레기 문제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경계심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이 지침을 내놓자 중국 중앙 당국은 곧바로 액션 플랜을 공개했다. 당장 올해부터 전국 지급(地級) 이상 도시에서 쓰레기 분리 작업에 착수하고, 오는 2020년까지 46개 주요 도시에서 쓰레기 분리 처리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며, 2025년까지 전국 주요 도시에 쓰레기 분리수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각 성(省)과 시(市) 정부에서도 중앙의 지침에 따라 본격적으로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 베이징르바오(북경일보)에 따르면 베이징 시정부는 올해 안에 주요 구(區)를 중심으로 쓰레기 분리수거 시범지역을 지정하고, 분리수거 제도 도입을 위한 세부 규칙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당장 올해부터 학교, 병원, 관광지 등 공공장소에서 쓰레기 분리수거 의무화에 들어간다. 저장성, 허베이성, 난징시, 닝보시, 시안시 등지에서도 베이징시와 유사한 준비 절차를 밟고 있다. 특히 시안시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는 주민들을 적발해 비행기와 고속철 이용을 제한하는 이른바 ‘쓰레기 블랙리스트’ 제도를 마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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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전역에서 가장 빨리 쓰레기 분리수거 제도가 정착되고 있는 곳은 상하이다. 상하이는 2014년 ‘생활 쓰레기 분리수거 및 감량 방안’을 발표했고, 2017년에는 쓰레기 분리수거 시행 규칙을 만들었다. 이어 올해 1월 31일에는 ‘상하이 생활 쓰레기 관리 조례’를 마련한 뒤 7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상하이 전 지역에서 이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상하이 시정부는 조례에 따라 모든 쓰레기를 담는 쓰레기통을 없애는 대신 분리수거 쓰레기통을 설치했고,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쓰레기를 버리도록 규정했다. 조례는 강제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이를 어길 경우 행정 제재가 따른다. 개인의 경우 최대 200위안(약 3만4000원), 기업은 5만위안(약 854만원) 상당의 벌금이 부과된다. 치위메이 상하이시 녹화시용관리국 부처장은 “시민들이 아직까지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습관적으로 모든 쓰레기를 분류 없이 버리는 관행을 고치기 위해 시정부에서 정한 규칙은 지정된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쓰레기를 버리게 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상하이 민항취에 위치한 둥위엔반다오 단지는 지난 5월 27일 79개 지점에 설치돼 있던 168개 쓰레기통을 모두 없앴다. 대신 단지 내에 시간제로 운영되는 쓰레기 분리수거 장소 4곳과 24시간 개방된 쓰레기 창고 1곳을 지정해 운영 중이다. 시간제로 운영되는 분리수거 장소에는 ▲음식물 ▲잔여물 ▲유해성 ▲재활용 등으로 구분된 4개의 쓰레기통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주민들은 매일 아침 7~9시와 저녁 6~8시30분에 이 곳에서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 이 시간에는 15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주민들의 분리수거 작업을 돕고 있다. 치위메이 부처장은 “상하이시에서 매일 1만5000여 톤(t)의 생활 쓰레기가 배출되고 있다”며 “쓰레기 분리수거 작업은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첫 시작”이라고 밝혔다. 현재 상하이시에서는 쓰레기 분리수거에 관한 교육 자료도 만들어 시민들에게 배포하는 등 시민의식 제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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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중국 당국은 20년 전부터 쓰레기 분리수거 제도를 안착시키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장쩌민 전 주석 집권 시절인 2000년 중국 당국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8대 대도시를 쓰레기 분리수거 시범도시로 선정했지만 이제 막 분리수거 의무화에 들어간 상하이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지켜지는 곳은 없다. 수도인 베이징만 보더라도 일반 아파트 단지의 경우 분리수거용이 아닌 통합형 쓰레기통이 비치된 곳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아파트 주민들은 음식물, 재활용 등을 구분하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다. 이에 대해 베이징시 왕징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인 진스메이위엔의 한 관리자는 “그동안 쓰레기 분리수거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데다 분리수거가 의무도 아니어서 관련 제도 정착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번엔 당국이 쓰레기 분리수거에 강제성을 부여하면서 단지 차원에서도 분리수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시민들은 쓰레기 분리수거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의무 규정에 이은 행정 제재에 대해서는 불만을 품고 있다. 상하이 출신이면서 현재 베이징에서 살고 있는 미쉐 씨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강제적으로 하려는 당국의 계획은 이해하지만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한 시민의식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을 때까지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 기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쓰레기 분리수거 제도의 전면 도입 소식에 중국의 환경위생 서비스 업체들은 수익 창출 기대감을 갖고 있다. 중국 둥싱증권에 따르면 중국 환경위생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16년 1773억4200만위안(약 30조3000억원)에서 오는 2020년 2307억4000만위안(약 39조43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6.8% 수준이다. 둥신증권은 “46개 주요 도시에서 쓰레기 분리 처리 시스템이 시범 운영에 들어가는 2020년을 기점으로 관련 시장은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며 “현재 중국의 환경위생 서비스 시장은 미국의 60% 수준으로 아직 성숙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 환경위생 서비스 업체는 5500여 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각 성에서 평균 180여 개 청소 업체가 지방정부나 공공기관, 대기업 등과 계약을 맺고 활발히 사업을 펼치고 있다. 10대 청소 서비스 업체가 전체 시장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둥싱증권은 “환경위생 서비스 시장은 아직까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과점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중소기업들도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며 “쓰레기 분리수거 제도 시행으로 지방정부 입찰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시장에서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대기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6호 (2019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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