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열사 합병에 OCI와도 제휴, 2차전지소재 강자 선언한 포스코케미칼

    입력 : 2019.05.31 15:21:58

  •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2018년 11월 내부 개혁안을 발표하고 나서 포스코케미칼(당시 포스코켐텍)의 세종시 음극재공장 준공식·착공식에 참석했다. 취임 이후 ‘포스코 100대 개혁안’ 마련에 고심하며 외부 활동을 자제하던 최 회장이 본격적으로 현장행보에 나선 것이다.

    내화물2-포스코케미칼이 생산하는 기초소재인 내화물 제품
    내화물2-포스코케미칼이 생산하는 기초소재인 내화물 제품
    최 회장은 포스코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 포스코케미칼 대표이사를 거쳐 지난해 7월 포스코그룹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로 인해 포스코케미칼 현지 공장방문은 ‘친정’을 다시 찾아갔다는 점에서 더욱 각별했다.

    최 회장은 포스코케미칼에서 일찌감치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음극재를 눈여겨보고, 설비증설을 통해 성장 기반을 다진 바 있다. 최 회장은 주력 사업인 철강을 주축으로 하고 화학분야를 추가해 양대 성장엔진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첫 단계로 조직개편을 통해 포스코그룹 모회사인 포스코에 이차전지소재를 담당하는 ‘신성장부문’을 신설하며 힘을 실어줬다. 또 신성장부문 산하에 신성장기획실, 이차전지소재사업실, 산학연협력실 등 3개의 실을 만들고 전환배치를 통해 250명의 전문가그룹 싱크탱크를 구축했다. 이어 계열사인 포스코케미칼과 유기적인 협력을 주문했다.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 모바일기기 등 수요증대에 대비해 이차전지소재 분야를 포스코그룹 차원에서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또한 호주 필간구라 리튬광산을 보유한 필바라미네랄스 지분 및 아르헨티나 리튬염호 광권매매를 통한 리튬원료 확보, 리튬직접 추출기술을 적용해 2020년 광양에 탄산·수산화 리튬공장 신설, 침상코크스를 통해 음극재 원재료인 인조흑연 생산, 음극재·양극재 공장 증설 등으로 이어지는 이차전지소재 수직계열화까지 내다보고 있다. 최 회장은 포스코그룹을 이끌면서 이차전지 분야를 2030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20%, 매출액 17조원 규모의 사업으로 키워서 그룹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차전지소재 종합연구센터도 설립해 고객 맞춤형 제품개발로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철강을 주력으로 하는 포스코그룹이 연관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가장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포스코케미칼이 있다.

    이차전지 음극재 생산업체인 포스코켐텍은 2019년 4월 양극재 생산기업인 포스코ESM을 흡수합병하고 나서 사명을 변경해 포스코케미칼로 재탄생했다. 이어서 급성장하는 전기차 등 이차전지 수요에 발맞춰 공격적으로 음극재·양극재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2023년까지 이차전지 소재분야에만 10조원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같은 목표를 향한 최전선에서 포스코케미칼은 포스코그룹의 대표적인 화학에너지소재 계열사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실적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2018년 연결기준 사상 최대 매출액인 1조3836억원, 순이익 1328억원을 달성했다. 신사업인 음극재와 침상코크스 사업 부문에서의 성장이 본격화되었을 뿐 아니라 전 사업 부문이 고르게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포스코케미칼의 주요 고객은 LG화학과 삼성SDI, 중국 BYD 등이다. 재무건전성도 더욱 개선되면서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전년 대비 3.2%포인트 낮은 25%까지 떨어졌다. 포스코케미칼 자회사인 피엠씨텍 역시 지난해 1499억원의 영업이익과 5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49.8%)을 기록하는 등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다.

    음극재 1공장 종합 준공 및 착공식 (왼쪽 5번째 최정우 회장)
    음극재 1공장 종합 준공 및 착공식 (왼쪽 5번째 최정우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포스코케미칼에 애정…

    철강-화학 양대 성장엔진 육성

    포스코케미칼은 지난 50여 년간 여러 차례 회사 간판을 바꿔달았다. 회사의 전신은 기초소재인 내화물 제조업체로 1963년 설립된 삼화화성과 1971년 만들어진 건설업체인 거양로공업에 있다. 두 업체가 1994년 합병해 포철로재주식회사로 출범했고 2001년에는 포스렉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어 2010년 화학품 분야 진출에 따라 포스코켐텍으로 사명을 변경한 뒤 포스코ESM을 합병하고 9년 만에 화학·탄소 소재까지 포괄하는 포스코케미칼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켐텍은 케미칼(Chemical)과 테크놀로지(Technology) 합성어인데, IT 이미지를 없애고 케미칼이라는 짧고 분명한 새 명칭으로 글로벌 화학에너지소재 기업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최 회장은 올해 1월 포스코켐텍 포항본사로 내려가 업무보고를 받고 이차전지분야 리더십을 갖추도록 사명변경을 전격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케미칼은 앞으로 침상코크스 등의 고부가가치 화학과 음극재·양극재 등 에너지소재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게 된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사명변경 배경에 대해 “기초소재부터 에너지소재 분야까지 포괄하는 기업 이름을 통해 사업영역을 명확히 표현하고 포스코 그룹을 대표하는 화학, 소재 회사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종합 화학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업 역량과 기업문화를 갖추기 위한 노력에도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케미칼은 새 비전으로 ‘화학&에너지소재 글로벌 리딩컴퍼니’를 선포했다. 또한 통합 효과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2021년 에너지소재사업 부문에서 매출 1조40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작년 말 임원 인사에서 포스코의 중국 장가항포항불수강유한공사 법인장이던 민경준 부사장을 신임 포스코케미칼 사장으로 선임했다. 또한 조직개편을 통해 기획지원본부와 에너지소재본부를 신설하면서 기존의 포항사업본부, 광양사업본부와 함께 4본부 체제로 확대 개편했다. 포스코그룹에서 이차전지 분야 핵심인재들을 포스코케미칼로 파견하는 등 일선 현장에 전진배치하기도 했다. 또한 올해 4월 1일 포스코ESM과의 합병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양극재·음극재 통합 마케팅을 실시하고 공동 연구개발에도 나서면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으로 이전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소재 등 본격적인 신사업 추진과 장기 성장에 대비해 안정적 투자환경과 주주기반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코스피200지수 편입 등의 대외 신인도 제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2차전지 음극재 - 에너지소재사업 연구실의 제품 테스트 모습
    2차전지 음극재 - 에너지소재사업 연구실의 제품 테스트 모습
    ▶2030년 이차전지 세계시장 점유율 20% 목표… 대규모 증설 투자나서

    전기차 등에 쓰이는 이차전지는 제2의 반도체로 불리면서 매년 33%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는 2018년 197만 대에서 2025년에는 1170만 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LG화학과 삼성SDI 등 한국 화학업체들이 세계 이차전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소재 경쟁력은 중국, 일본 등에 여전히 밀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차전지의 4대 핵심소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이다.

    이 중에 포스코케미칼은 포스코ESM과의 합병을 통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극재와 음극재를 함께 생산하는 이차전지소재 업체이다.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높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소재이다. 배터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으로, 원료 조성에 따라 LCO(Cobalt), NCA(Nikel·Cobalt·Aluminum), NCM(Nickel·Cobalt·Manganese) 등으로 구분된다.

    포스코케미칼은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음극재와 양극재 기술력을 끌어올려 국내 산업에 경쟁력있는 벨류체인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선제적으로 증설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소재 시장에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포스코케미칼은 2191억원을 투입해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용 NCM622 양극재 생산설비를 늘리기로 최근 결정했다.

    NCM622 양극재는 원료인 니켈, 코발트, 망간 비율이 6:2:2로 구성된 배터리 소재다. 양극재에서 니켈의 비중이 높을 수록 배터리 효율이 높아지는 만큼 주로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된다. 증설규모는 연간 2만4000t이다. 이는 40kwh급 전기차 배터리 30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이다.

    이번 증설이 완료되면 포스코케미칼은 기존의 1만5000t 설비를 포함해 연간 3만9000t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또한 배터리 소재 수요가 증가하는 시장 환경에 따라 2020년까지 하이니켈계 양극재 설비를 추가 증설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천연흑연계 음극재도 생산하고 있다. 1공장에 이어 2공장을 단계적으로 증설해서 현재 2만4000t인 생산규모를 2021년까지 연간 7만4000t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전기차 배터리에 주로 공급되는 고출력·장수명 특성의 인조흑연계 사업화도 추진 중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자체 생산가능한 침상코크스를 활용하기에 인조흑연계 음극재 원료 수급에 안정화를 꾀할 수 있고, 원가 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다.

    석탄화학 - 포스코케미칼 화학제품 플랜트 모습
    석탄화학 - 포스코케미칼 화학제품 플랜트 모습
    ▶세계 최대 내화물기업

    RHIM과 전략적 제휴

    포스코케미칼은 케미칼과 내화물 등 기존 사업의 경쟁력 향상에도 힘을 쏟고 있다. 내화물은 13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화학적 성질과 강도를 유지하는 특수소재이다. 이에 따라 철강설비 고로와 석유화학 중질유분해시설(RFCC) 등의 고온처리 산업설비에 활용된다.

    포스코케미칼은 세계 최대 내화물기업인 RHIM(RHI Magnesita)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산업별 토털 솔루션 체제 구축에 나섰다. 내화물 주원료인 마그네사이트와 흑연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해외 광산 지분투자 등 광물자원 개발에 함께 나서기로 했다. 또 포스코케미칼의 내화물 축조기술과 RHIM의 솔루션을 결합해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신시장에 공동진출한다. 이는 포스코케미칼 본원사업 중 하나인 내화물의 원료 확보, 기술, 마케팅 전 영역에서의 포괄적인 협력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RHIM은 1908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설립된 세계 최대의 내화물 회사다.

    전 세계 35개 생산 기지와 13개 원료 광산을 보유한 가운데 연간 300만t 이상의 내화물을 생산한다. 또한 전 세계 180개국에 다양한 내화물 제품과 솔루션을 공급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췄다.

    포스코케미칼은 RHIM과 글로벌시장을 함께 개척하면서 탄소소재 분야까지 협력을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OCI와 제철부산물 활용한 화학사업 전략적 제휴…

    원료확보, 기술, 마케팅 협력

    포스코케미칼이 정통 화학업체로 새 명함을 내밀면서 국내 기업과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포스코케미칼은 OCI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었다. 이를 통해 기술경쟁력과 글로벌 마케팅 네트워크를 확보해서 본격적인 사업영역 확장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OCI는 베이직케미칼, 석탄화학, 카본소재, 폴리실리콘 등을 제조하는 화학에너지 소재기업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올해 4월 말 포항 본사에서 민경준 사장과 김택중 OCI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제철부산물을 활용한 화학 사업 분야에서의 전략적 협력과 합작법인 설립 추진 등을 위한 케미칼 신사업 공동 추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철강공정 부산물을 활용한 석탄화학 원료 기반의 사업 분야에서 여러 형태로 협력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부 합작사업 분야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공정에 활용되는 산업용 고순도 과산화수소 생산 ▲내화물 및 카본소재의 원료인 소프트피치 제조 ▲자동차, 정밀기계 등에 사용되는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기초소재인 PDCB(파라디클로로벤젠, Para-DiChloro Benzene) 생산 등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원료, 기술, 마케팅 네트워크를 활용해 폭넓은 사업제휴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사장은 “OCI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화학 시장 공략을 더욱 본격화할 계획”이라며 “포스코케미칼이 가진 화학 원료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과 OCI의 글로벌 마케팅 네트워크를 활용한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와 수익창출의 기반을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계만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5호 (2019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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