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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그 후…평창이 배워야 할 여수 5가지 체크포인트
입력 : 2018.02.08 14: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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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향해 있는 암자,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 금오산 중턱에 자리한 ‘향일암(向日庵)’은 매년 1월 1일만 되면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사람들로 붐빈다. 여수시에서 추산한 이 특별한 날의 관광객 규모는 매년 약 7만 명. 전국에서 해돋이를 보기 위해 새벽 5시부터 산을 오르는 이들에게 여수는 새해 첫 여행지이자 숙박지다. 그럼 나머지 364일은 어떨까. 지난해 여수를 찾은 관광객은 약 1508만5000명. 지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기점으로 매년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여수를 찾았고, 지난해 처음으로 박람회 당시(1525만여 명)의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2016년 1316만4000여 명에 비해 15%가량 늘어난 수치다. 여수시 관계자는 “국내 대표적인 해양관광도시로 자리 잡은 여수의 중심에 세계박람회장이 있다”며 “박람회를 시작으로 진행된 콘텐츠 개발이 대한민국 대표 관광 콘텐츠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2월 9일 개막을 앞둔 평창동계올림픽의 화두 중 하나는 ‘올림픽 그 후…’다. 세계박람회 개최 후 여수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이후 여수는 수도권에서 철도로 2시간 40분, 자동차로 3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반나절 생활권이 됐다. 우선 2011년 전라선이 복선전철화되고 2015년 시속 300㎞를 내는 호남선 고속철도가 개통됐다. 순천~완주, 목포~광양 고속도로와 여수~순천 자동차 전용도로, 여수~광양 이순신 대교가 준공돼 여수로의 진입시간을 앞당겼다. 바닷길도 열렸다. 여수에서 고흥을 잇는 11개의 다리를 속속 건설 중이고, 여수항은 15만t 규모의 매머드급 크루즈 접안시설도 갖췄다. 교통과 거리, 시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자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여수로 내려와 회의에 참석하고 주변 관광지를 둘러본 후, 지역 특산물로 저녁을 해결하고도 시간이 남았다. 실제로 호남고속철도 개통전후 KTX 이용객을 살펴보면 2014년 4월부터 이듬해 3월 여천역을 이용한 승객은 16만6741명. 개통 후인 2015년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이용객은 27만7703명으로 무려 166.5%나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관광지를 돌아볼 수 있는 시티투어를 운행하며 관광객의 편의를 도왔다. 여수시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매주 금·토·공휴일에 총 39회 운영된 시티투어 ‘여수낭만버스-시간을 달리는 버스커’의 탑승객은 총 1535명. 탑승률은 운행 첫 달인 8월에 100%, 9월부터 12월까지 꾸준히 95% 이상을 채우며 최종 98%로 집계됐다. 시간을 달리는 버스커는 공연과 이벤트가 접목된 시티투어 프로그램이다. 지난 10월 추석 연휴에는 시민과 관광객의 문의가 빗발치며 7일 동안 전 좌석이 매진되기도 했다.
여수세계박람회장은 여수 관광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3년 연속 300만 명 이상이 박람회장을 다녀갔다. 박람회 개최 당시 특화시설로 조성됐던 빅오 해상무대와 스카이타워, 아쿠아리움은 오동도, 해상케이블카 등 주변 관광지와 연계돼 새로운 관광루트를 형성하고 있다. 연중 운영되는 상설 미술관 ‘엑스포 아트갤러리’와 짚라인 등의 체험시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해양아카데미도 박람회장의 매력포인트다. 관광객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경제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여수산단 등 정유화학 중심의 산업도시에 해양관광이 접목되며 지역경제에 시너지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관광객 증가에 따른 숙박업소·음식점 등의 신용카드 매출액은 하루 평균 5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순신대교 야경
최근 여수시는 정부주도의 사후활용을 지역사회에서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박람회장 무상양여 등에 대해 정부에 건의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여수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지방자치박람회에서 “박람회장은 시설 매각이나 처분보다 박람회 유치 목적과 취지에 맞게 활용해야 한다”고 말해 정부 차원의 지원도 기대된다. 사후활용계획 변경 이후 푸른레저개발 등 3개 업체와 1132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 민자 유치에도 서서히 훈풍이 불고 있다.
여수선언실천위원회는 “박람회장 사후활용 활성화는 지금부터”라고 말한다. 여수시는 지난 1월 15일 “2012 여수세계박람회재단과 협력을 더욱 강화해 박람회장 운영을 내실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청소년해양교육원, 국립해양기상과학관 등 박람회장 내 관광 콘텐츠를 다양화할 시설 건립도 계획되고 있다. 청소년해양교육원은 청소년에게 체계적인 재난대비 안전교육을 실시할 시설이다. 규모는 지상 4층(지하 1층), 연면적 5400㎡. 총 사업비는 167억 원으로 올 상반기 착공에 들어가 2020년 완공될 예정이다. 227억원 규모의 국립해양기상과학관도 들어선다. 태풍, 집중호우, 해일 등 자연재해의 해상관측을 위해 필요한 시설로 전남·경남을 아우르는 자연재해 체험의 장으로도 활용될 계획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박람회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민간단체의 역량강화를 적극 지원하는 한편 2020년 UN기후변화 당사국총회 유치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여수해상케이블카
첫해인 2013년엔 100건의 마이스 행사에 6만여 명의 참가자가 여수를 방문했다. 지난해는 1100여 건에 43만6000명이 방문, 개최 초기에 비해 참가자 수가 무려 10배 넘게 증가했다. 여수세계박람회장은 지난해 175건에 36만1000명의 마이스 관계자가 다녀가, 규모면에서 여수 마이스행사의 83%를 차지할 만큼 핫한 장소로 떠올랐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박람회장은 2016년 ‘기업회의 하기 좋은 명소’에 이름을 올렸고, 여수시는 2016년 한국마이스협회로부터 전국 최초로 마이스 도시 인증을 받았다. 여수시 관계자는 “여수시의 마이스 인프라는 탄탄하다”며 “박람회장을 비롯해 8개소 컨벤션에서 1만2000명을 수용할 수 있고, 호텔, 콘도 등 고급숙박시설도 18개소에 1400여 실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1323석의 남해안 최대 전시공연시설인 GS칼텍스 예울마루를 비롯해 1226석의 시민·문예회관과 445석의 여수문화홀도 빼놓을 수 없는 마이스 포인트다.
여수만의 마이스 유치전략도 남다르다. 시는 대도시권 중심의 마이스 행사를 지역으로 유치하기 위해 행사규모와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고려, 건당 최고 200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원해 왔다. 올해부터 국제행사 유치 가산금 500만원이 추가 지급된다. 지역 관광자원과 연계한 팸투어도 분기별로 실시하고 있다. 연중 찾아가는 마케팅과 유치상담 교류회, 대규모 마이스 행사참가 홍보 등을 통해 지역의 마이스 여건을 알리고 있다. ‘마이스 파라다이스’를 꿈꾸는 여수, 그 중심에 여수세계박람회장이 있다.
거북선 축제
마이스 행사로 ‘지속가능 섬 관광 국제포럼’ ‘국제와이즈맨 세계대회’ ‘세계식량기구 주관 국제콘퍼런스’ ‘북태평양 다랑어 및 다랑어유사종 과학위원회 제18차 연례회의’ ‘여수국제해양포럼’ 등 굵직한 국제행사도 개최 예정이다. 해양 전문교육과 다양한 체험활동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은 ‘청소년 해양아카데미’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주철현 여수시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2018년을 시민중심 관광정책 실현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전라좌수영 동헌복원 사업을 서두르고, 신도심 주민들과 함께할 새로운 축제를 개발해 여수관광의 속살을 더 알차게 채우겠다”고 공언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9호 (2018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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