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연금 vs 연금형 매입임대 비교 분석 아파트는 주택연금, 다가구·다세대는 매입임대

    입력 : 2018.01.12 15:48:37

  • 지난 11월 29일 문재인정부의 첫 주거복지정책 청사진인 '주거복지 로드맵'이 최종 공개됐다. 무주택 서민을 위해 임기 5년간 공적임대 85만호와 공공분양 15만호 등 10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고, 청년·신혼부부·고령·취약계층 등 생애단계와 소득수준별로 맞춤형 '주거 사다리'를 세운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신규 주택공급의 혜택은 주로 청년·신혼부부에 집중돼 있고, 고령·노년층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현재 노년층들 상당수가 베이비붐 세대로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판단 하에 주요 지지층인 젊은 연령층에 집중적으로 혜택을 몰아준 것으로 보인다.

    대신 문재인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이 제시한 고령층과 은퇴자들에 대한 노후 주거 설계 해법은 현재 갖고 있는 주거 공간을 청년·주거취약층과 나눠 쓰라는 것이다. 대신 이 주택은 정부가 사들여 고령·은퇴자들이 취약한 노년의 소득을 보전해 주겠다는 게 이번 정부 발표 정책의 핵심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인구구조 고령화의 영향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에 고령인구 비중이 14.3% 이상인 고령사회에, 2025년에는 고령인구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보고서에서 한은은 "인구고령화로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 저축률 하락, 대외투자자산 감소, 주택시장의 구조적 변화 등 급격한 변화를 한국사회가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앞으로 은퇴자·고령인구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실버세대들의 노후가 저조한 소득과 일자리 등으로 매우 불안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발표한 노후 자산설계의 핵심 중 하나가 '연금형 매입임대'다. 연금형 매입임대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 공기업이 고령자의 소유 주택을 매입해 청년·신혼부부나 취약계층에게 공공임대로 공급하고, 주택을 매각한 고령자에게는 매각 금액을 분할해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고령자의 주택을 활용해 소득을 마련해 준다는 점은 사뭇 이미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주택연금(역모기지) 상품과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양자 사이엔 운영에 있어 '매각'과 '대출'이라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은퇴 후 정부의 정책을 통해 주거와 소득을 동시에 도움받기 원한다면 양자의 정확한 차이와 장단점을 자세히 비교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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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자·고령자의 文정부

    부동산대책 노후설계법

    국토교통부와 LH에 따르면 주택연금과 연금형 매입임대의 가장 큰 차이는 '담보대출'이냐, '매각대금 지급'이냐에 있다.

    기본적으로 주택연금상품은 주택 소유권이 연금계약을 맺는 당사자에 있다. 주택에 직접 거주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연금식으로 나눠 받는 상품구조다. 대상자는 본인 또는 배우자가 만 60세 이상인 경우로 제한된다.

    주택연금은 주택담보대출의 형태인데 시가 9억원 이하 주택(아파트, 단독주택, 다세대 주택) 및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된 노인주택 등이 주대상이다. 이런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신청만 하면 거의 계약이 성사된다. 대출 신청할 때처럼 담보만 확실하다면 다른 심사요건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반면 연금형 매입임대는 연금 계약자가 거주 주택을 LH에 완전히 매각해 매각대금을 연금으로 나눠 받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주택 소유권은 LH에게 넘어간다. 주택연금이 아파트를 주 대상으로 하는 반면, 이번에 나온 연금형 매입임대주택은 주 수혜 대상이 다가구·다세대, 단독주택 등이다. 국토부 김영국 주택정책과장은 "1개의 노후 주택을 사들인 후 리모델링·재건축 등을 통해 9~10가구의 임대주택으로 만들 계획"이라며 "주 임대 대상은 대학생·청년·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라고 설명했다. 주택 소유권은 사라지지만 집이 1채뿐인 은퇴자·고령층을 고려해 일정 연령 이상의 고령자에 대해서는 소득에 따라 행복주택, 국민임대, 영구임대 등 공공임대주택 입주 자격을 제공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말해 집을 판 돈을 연금으로 꼬박꼬박 받아 생활비를 벌 수도 있고, 생활비 일부를 임대료로 내며 안정적으로 살 곳도 마련해 준다는 얘기다. 주로 도심의 노후주택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주택연금과 달리 매입가액 기준은 별도로 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주택연금은 다주택자도 가능하지만 주택가격 합산이 9억원 이하여야 한다. 9억원 초과 2주택자는 3년내 1주택 처분 조건이다. 연금형 매입임대는 1주택자에게만 신청자격을 주기로 했다. 김영국 과장은 "내년 첫 시범사업이 시작될 예정이라 세부요건이 정해지지 않은 부분도 약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청만 하면 거의 되는 주택연금과 달리 연금형 매입임대 신청은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쳐야 해 신청해도 정부가 해당 주택을 사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문제다.

    국토부 측은 "청년층 수요가 많이 물리는 대학가 주변, 역세권이나 교통이 편리한 곳, 도심과 직장밀집지 주변의 대상 주택들이 우선적으로 매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수요가 많지 않은 지역의 경우 매입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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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 수령액 따져보니 2배 차이

    주택연금과 연금형 매입임대는 연금 수령액에서 차이가 크다. 주택연금은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이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적용해 집값의 40∼90%에 대한 원금 가치와 이자를 따져 연금액이 지급된다. 반면 연금형 매입임대는 집을 매각하는 방식이어서 집값의 100%에 해당하는 원금과 이자를 모두 계산해 지급한다. 당연히 연금형 매입임대가 연금 수령액이 많다.

    주택금융공사와 국토부·LH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60세 가구주가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을 담보로 20년 만기 주택연금 상품에 가입할 경우 시가 3억원짜리 주택은 월 74만6000원, 시가 7억원 주택은 174만2000원을 연금으로 받는다.

    반면 연금형 매입임대는 20년 만기 조건의 경우 3억원 주택의 연금은 월 146만5000원, 7억원 주택은 339만7000원이다. 주택연금보다 월 수령액이 약 2배 수준으로 높다. LH 관계자는 "매입임대는 LH가 집값의 매입 대금을 고령자에게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어서 금리가 오르면 지급 이자가 상승해 연금 지급액이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양쪽 모두 상품계약 또는 매입신청 후 수반되는 비용이 있다. 주택연금은 가입 당시 1.5%의 초기 보증료와 연금 지급액 총액의 0.75%에 해당하는 보증료가 대출금액에 가산된다. 그만큼 연금액에서 손해를 보는 것이다.

    연금형 매입임대에는 별도 보증료 부담이 없지만 본인이 주거할 주택이 없는 경우, 공공임대주택을 받더라도 임대료를 부담해야 한다. 주택연금상품의 경우, 본인 사망 시까지 연금을 지급하는 종신형 선호도가 높다. 반면 연금형 매입임대는 아직 종신형 상품이 나올지 확실치 않다. 기본적으로는 20년, 30년 등 만기 지급형으로 설계된다는 의미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매입형 임대사업의 사업 구조가 확정돼야 좀 더 정확한 비교가 가능할 것 같지만 연금형 매입임대를 종신형으로 지급하게 되면 LH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종신형 상품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연금은 대출 형태인 만큼 주택이나 연금 잔여 금액에 대해서는 자녀 등에게 상속이 가능하다. 연금형 매입임대는 이미 주택을 판 것이기 때문에 주택 상속은 불가하고, 계약 만기 전 연금 수령자가 사망하는 때에만 잔여 연금액 상속이 가능하다.





    ▶내 집 욕구 강한 고령층에 통할지 의문

    연금형 매입임대는 집 한 채밖에 없는 노년층의 복지를 위해 도입한 정책이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정부가 리모델링 후 주요 입주 대상으로 삼고 있는 청년층들이 반길 만한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경우, 집주인이 다주택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가 연금형 매입임대로 매입 할 만한 주택 자체가 매우 적을 것이란 얘기다.

    아울러 60세 이상 고령층의 86%가 '내 집에 살고 싶다'는 의지가 강한 걸로 나타났다. 그런 주택이 있더라도 매각할 만한 의사가 있을지도 의문이란 말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통계로 보는 고령화 시장 트렌드'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자녀와의 동거 의향'은 2015년 기준 75.1%였다.

    약 10년 전엔 60%가량의 고령층이 자녀와 같이 살겠다고 응답했지만, 이 비중은 꾸준히 느는 추세다. 양로·요양시설 거주 의향은 60~64세가 11.3%였지만, 80세 이상은 18.0%로 높아졌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의 정책목적이 임대주택 확보를 원하는 것이라면 굳이 다주택자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을 텐데 주택 보유 숫자로 자격을 제한했다는 의미는 연금형 주택이 주거 정책 보다는 복지정책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용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8호 (2018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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