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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세종 다음은 천안? 천안 부동산 시장 대해부
입력 : 2017.04.21 16: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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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개발에 이어서 평택이 부각되고는 있지만 잠재적으로 천안은 입지와 교통 그리고 배후수효 측면에 있어 매력적인 시장임에 틀림없습니다.”
현지 한 부동산업체 대표의 푸념 섞인 기대가 반영된 이야기다. 천안시는 10여 년 전까지 수도권 이남에서 남부러울 것 없는 최고의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성장세가 둔화됐다. 현지 부동산 업계관계자들은 원인을 정부의 세종시 건설에서 찾았다. 세종시 건설과 함께 정부는 전국 여러 도시를 혁신도시, 기업도시로 지정하며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세종시와 함께 충남에 자리한 천안은 역차별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 역시 영향을 끼쳤다. 천안시 동남구의 풍세일반산업단지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당선되면서 수도권에 공장 증설을 허용하자 입주를 약속했던 50여 개 기업 대부분이 이전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단지 준공에서 입주까지 11년이 걸린 이유다.
천안 시청 인근 아파트 단지
지난 11·3사태 이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분양시장 규제와 포화로 수도권과 인접한 천안이 새로운 거점지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천안시의 이점은 우수한 교통이다. KTX천안아산역을 비롯해 경부고속도로,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 등이 자리해 수도권 접근성이 우수해 예로부터 영·호남으로 가는 최단거리의 지점으로서 민요로도 유명한 천안삼거리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 천안~평택을 잇는 민자고속도로 건설이 추진 중이며, 천안~당진 고속도로(2022년 예정)와 제2경부고속도로, 중부권 동서횡단열차 등 잇단 교통호재가 예정돼 교통환경은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특히 동서횡단철도는 충남, 충북, 경북 12개 시·군의 공동노력으로 추진 중인 사업으로 천안시 내부적으로는 국가적으로 이슈화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이라 자평하고 있다.
총 연장 340㎞에 8조5000억원이 들어갈 이 프로젝트는 천안 발전뿐 아니라 국토 중부권 내륙지역에 대한 균형발전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천안시 인구는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12월 말 기준 62만2846명이었던 천안시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63만5783명으로 1년 새 1만2937명(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최근 5년 연속 인구증가세를 보인 천안시지만 2% 이상의 증가율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도별 천안시 인구증가율을 살펴보면 2015년 1.3%(7948명), 2014년 1.4%(8353명), 2013년 1.8%(1만806명), 2012년 1.7% (1만139명)였다.
천안시 측은 신도심 아파트 분양과 기업유치 증가 등을 인구증가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천안시의 ‘강남’으로 꼽히는 불당지구는 신규 대형아파트 4곳(2703세대)이 들어서는 등 공급이 확대된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불당동 인구는 1년 사이 1만4864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당지구 인근의 쌍용동 등도 낙수효과로 인해 집값이 떨어지면서 외부인구 유입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인구증가세에 비해 천안은 전국적으로 주택보급률이 낮은 곳으로 꼽힌다. 천안시 주택보급률은 100.13%로 전국 평균(103.5%)은 물론 충남 평균(113.8%)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다.
▶기업유치 활성화 개발사업 수혜기대
천안시는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이 활성화된 2011년 이후 기업유치에 어려움을 겪어 왔지만 지난 2015년 4개 업체를 유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5개 수도권 기업을 유치해 인구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천안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향후 신도심 분양, 기업유치가 가속화될수록 앞으로 인구증가 또한 지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천안시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인구를 증가시킬 요인들이 다수 발생했다”면서 “생산가능인구인 0~14세 비율(16.6%)도 타 기초지자체보다 높아 앞으로 인구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개발사업 기대감 역시 배후수효 창출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천안시는 올해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가 2018년 완공을 목표로 한 LG생활건강 퓨처일반산업단지를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LG생활건강 퓨처일반산업단지는 동남구 구룡동·풍세면 미죽리 일원 39만5718㎡의 터에 화장품 제조 관련 시설을 건립하는 사업으로 천안시 측은 1조원 이상의 경제유발 효과와 6천 명 이상의 고용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LG생건 역시 300억원을 투입해 진입도로를 개설하는 등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천안시는 부지 확장 등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천안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천안기능지구 SB프라자 건립 외에 2021년까지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북부BIT일반산업단지, 동부바이오일반산단 등 대규모 첨단지식산업단지 조성도 가속화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천안삼거리공원과 노태산근린공원, 업성저수지 등 친수·여가 공간 조성도 예정돼 생활 인프라 여건이 개선될 전망이다.
천안 시청
“천안은 지난 10년간 매매가 상승률이 25%에 이르고 있다. 최근 미분양이 늘어났지만 향후 산업단지 개발 등 배후수효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천안시 서북구 지역에 자리한 부동산중개업체들은 장기적으로 아파트 시장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기대감을 반영하듯 불당신도시를 시작으로 성성지구 청당동 등을 주심으로 하는 아파트 분양 열기는 천안지역 부동산시장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 특히 신규 주택으로 입주하고자 하는 수요로 인해 일부시장에서는 일부 프리미엄도 형성되며 가격상승을 이끌었지만 기존 주택시장에서는 거래가 감소하고 가격 면에서 일부 하락하는 국면을 맞이하기도 했다. 특히 문제는 미분양이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천안시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 천안지역 공동주택은 314개 단지 14만7705세대다. 이 중 지난해 공급된 물량은 16개 단지 8690세대이며 올해 들어설 2개 단지 1278세대가 준공됐다. 올해 준공을 기다리고 있는 아파트는 12개 단지에 총 7887세대에 달한다.
2년 사이 총 1만7885세대가 공급되는 것으로 이는 천안시 공동주택의 12.08%에 달한다. 이같이 천안지역에 신규아파트 공급이 폭증하면서 기존의 아파트 시장은 된서리를 맞은 형국이다. 천안 서북구 지역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불당신도시를 제외한 천안 전 지역 아파트 매매가 감소했다고 보면 되고 매매가 없다 보니 집값도 동반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에 따르면 5년 전 7억원선에서 매매가 되던 불당동 A아파트(214㎡)의 경우 경우 4억8000만원까지 가격이 하락하기도 했다.
반면 신도심 프리미엄이 붙은 서북구 지역의 신규아파트는 성장세를 이어나가는 양극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천안의 ‘강남’으로 불리는 불당지구의 경우 지난 2015년 초창기 상가 1평당 분양가는 1800만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25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경쟁률도 2500 대 1에 달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불당지구는 KTX천안아산역이 인접해 있어 수도권 출퇴근이 가능하고 천안IC도 남부대로 개통으로 15분 내외 도착이 가능해 편리한 교통여건을 갖추고 있다. 아산신도시와도 접근성이 좋고 백화점, 대형마트 등이 속속 들어서면서 교통·쇼핑·문화시설이 잘 조성되어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천안아산 신도시 역시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천안아산 배방신도시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디스플레이시티 산업단지, 아산제2테크노벨리(예정), LG생활건강 퓨처일반산업단지(예정) 등이 배후에 자리했다.
우수한 교통 인프라를 바탕으로 아파트 분양뿐만 아니라 타운하우스 분양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 사업 기대
신도심에 비해 건축한 지 오래된 아파트가 밀집한 구도심인 동남구 일대의 침체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국민은행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동남구 지역 아파트 가격은 충남서 가장 큰 폭인 0.12%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7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체들은 신규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동남구 지역 매매건수는 월 평균 1~2건에 불과하고, 이미 나온 매물도 시세가 떨어지자 다시 거둬들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도 서북구 불당동 신축아파트 단지들의 입주가 본격화하면 시장상황은 좋지 않은 편이다.
원도심 침체를 개선하기 위해 천안시는 팔을 걷어붙였다. 옛 천안시청 복합개발사업의 공공시설(1블록)에 대한 건축허가를 완료하며 옛 천안시청을 동남구청과 주상복합아파트로 개발하는 도시재생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쇠퇴한 도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서 정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역점사업 중 하나다.
민·관 협력으로 시행하는 국내 첫 사례로 천안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현대건설이 참여한다. 복합개발사업은 기존 동남구청사 일원(1만9816㎡)에 1블록인 구청사, 어린이회관, 행복기숙사, 지식산업센터와 2블록인 주상복합건물을 건축하는 사업으로 총 2286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공공시설(1블럭)은 지하 4층, 지상 10층 규모로 오는 4월 첫 삽을 뜨게 되며 2019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남구청은 2020년부터 신청사에서 업무를 개시하게 된다. 충남도청 건축심의에 상정 중인 주상복합시설(2블럭)은 3개동, 지하3층, 지상 43층(고도 126m)으로 국토교통부의 사업계획 승인을 4월 중 받아 8월에 분양해 2020년 준공할 예정이다.
천안시 측은 주상복합시설 가운데 451세대의 아파트는 전망이 우수한 원도심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여 지역 주민들의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지 부동산 업체들은 이 사업의 성공여부가 향후 원도심의 주택시장은 물론 상권 회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천안시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도심재생사업을 2020년까지 마무리해 동남구청사, 어린이회관, 행복기숙사, 주상복합을 짓고 법원·검찰청 이전으로 공동화가 예상되는 신부동 부지에 천안세관 등 5개 기관이 입주할 ‘천안합동청사’ 신축도 예정돼 있다”며 “지난 10년이 넘도록 답보 상태였던 동남구청사 도시재생 사업은 지난 12월에 첫 삽을 떠 원도심 활성화와 도시 균형발전에 획기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훈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9호 (2017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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