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미래를 위한 딥체인지를 가속화해야 성장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입력 : 2017.02.23 16:52:22

  • 지난해 12월 21일 SK하이닉스에 창사 이래 첫 부회장 인사가 났다. 주인공은 박성욱 당시 사장. 박성욱 부회장은 지난 2013년 2월 대표이사 취임과 함께 사장에 오른 지 4년여 만에 승진하며 SK하이닉스 역사상 첫 부회장(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약 열흘 뒤 발표한 2017년 신년사에서 박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빠른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이 기업의 경쟁력”이라며 “SK하이닉스 역시 딥 체인지(Deep Change)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확보해야 할 전환기에 들어섰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그는 “오직 기술만이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라며 “기술 중심 회사로 선도 업체 입지를 견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IT산업의 급속한 발전에 발맞춰 복잡·다양해진 고객의 요구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역량이 더욱 중시되고 있다”며 “고객 지향적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체질 개선을 통해 1등 스피릿(spirit)을 강화할 것”이라며 “체질 개선과 일하는 방식의 근원적인 변화를 이어나가 1등을 향한 변화를 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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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이끈 기술 리더십

    경상북도 포항에서 태어난 박성욱 부회장은 울산대 재료공학과, 카이스트 석·박사 출신의 토종 엔지니어다. 1984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에 입사해 반도체 연구소장,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거쳤다. 연구소장이던 2007년에는 반도체 생산효율(수율)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선두로 나서기도 했다. 2012년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이듬해인 2013년 최태원 회장이 당시 박성욱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낙점하자 업계 일각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SK그룹 내부인사가 후보로 거론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재계에선 연구개발 분야의 주요 포스트를 두루 거친 박 부회장의 개발 경력과 기술력이 확실히 인정받았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2013년 사장 취임 이후 3년 연속(2013~2015년)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하며 SK하이닉스를 세계 2위의 메모리 반도체 회사로 이끌었다. 이른바 ‘기술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기술개발 이력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1992년부터 1999년까지 1세대에서 4세대에 이르는 64Mb D램과 SD램의 개발과 양산 이관을 책임지는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의 우위를 확보했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진 미국생산법인에서 생산과 연구개발을 총괄했고, 적은 투자 대비 높은 효율성을 실현시킬 수 있는 다양한 기술 개발로 원가 경쟁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2003년부터 연구개발을 총괄해 1년에 1세대씩 미세공정 전환을 주도하며 세계 최초로 60나노급 DDR2(2006년), 40나노급 DDR3(2009년) 등을 개발했다. 특히 40나노급 2Gb 그래픽 DDR5(2009년), 40나노급 2Gb 모바일 D램(2010년) 등을 포함한 다수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수익성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20나노 초반 D램, 14나노 낸드와 3D낸드를 성공적으로 개발·양산해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 한편 메모리 미세공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TSV 기술을 적용한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Re램, STT-M램, P램 등 차세대 메모리 제품의 개발을 추진하며 미래 준비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는 한국반도체협회 협회장을 맡아 취임 두 달 뒤 한국에서 열린 WSC(세계반도체협의회) 20주년 행사에서 반도체를 통한 인류 번영과 진보의 의지를 담은 ‘서울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매사에 신중하고 빈말을 안 하는 성격이다. 한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워낙 오픈 마인드로 소통하고 과감한 추진력을 갖춰 임직원들의 신망이 두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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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는 낸드플래시, 창사 이후 최대 투자

    SK하이닉스는 2012년 SK그룹에 인수된 이후 줄곧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시황을 타는 반도체 업계 특성 때문에 투자가 축소되는 불투명한 상황에도 시설투자를 10% 이상 확대하며 선제적 투자를 집행해 왔다. 올 8월에는 충북 청주산업단지 테크노폴리스 내 23만4000㎡ 규모 용지에 2조2000억원을 투입해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을 짓는다. 그룹 인사 하루 뒤인 12월 22일 SK하이닉스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쓰이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수요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2019년 6월에 완공되는 이 공장의 초기 투입비용 2조2000억원은 공장 건물과 그 입구에 설치되는 클린룸에만 들어가는 비용이다. 반입되는 반도체 장비에 따라 최종 투자금액은 15조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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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투자는 지난해 8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기도 이천 ‘M14 준공식’에서 “46조원을 투입해 경기도 이천과 충북 청주에 M14를 포함한 총 3개의 반도체 공장을 구축하겠다”는 구상과 맞닿아 있다. D램 분야에선 삼성전자에 이어 업계 2위로 올라선 SK하아닉스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지난해 2분기 기준 글로벌 5위에 머물고 있다. 세계 낸드플래시 업계 1위인 삼성전자가 평택에 새 공장을 짓고 있고, 2위인 도시바도 일본과 중국에, 인텔도 중국 다롄에 공장을 지으며 업계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이번 청주 공장 신설은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인 셈이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컴퓨터에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대체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와 스마트폰의 고용량화 때문에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 특히 작은 공간에 복잡한 패턴을 그려 넣는 미세 공정화와 여러 층으로 쌓는 적층 기술이 발전하여 선두권 회사들 간에 기술경쟁이 심화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청주공장 신축과는 별도로 내년 이천 M14 공장에서 3차원(D) 낸드플래시를 양산한다. 클린룸 설치 공사가 3월에 마무리되면 2분기부터 장비를 반입해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계획대로 진행되면 업계 1위 삼성전자를 추격할 준비에 돌입하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D 36단 2세대 제품 판매를 지난해 2분기부터 시작했고, 48단 3세대 제품은 지난해 11월 양산에 돌입했다. 또 올 상반기에는 72단 제품 개발을 완료해 하반기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박성욱 부회장은 “청주에 건설되는 신규 반도체 공장은 SK하이닉스의 핵심 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있는 기존 D램 공장의 경쟁력 유지를 위한 보완 투자도 서두르고 있다. 2006년 준공된 우시 공장은 지난 10년간 SK하이닉스 D램 생산의 절반을 담당하며 회사 성장에 기여해 왔다.

    하지만 향후 미세공정 전환에 필요한 공간이 추가로 확보되지 않으면 생산량 감소 등 효율 저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2017년 7월부터 2019년 4월까지 9500억원을 투입해 클린룸을 확장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낸드플래시 시장 성장에 적극 대응하려면 생산 기반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며 “반도체 공장 건설에는 통상 2년 이상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증설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7호 (2017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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