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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반려동물에 재산을 물려줄 수 있을까?…다양해진 ‘펫금융’ 가입해볼까
입력 : 2017.01.20 14: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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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10년 전 할리우드 스타 오프라 윈프리가 자신의 반려견들에게 3000만달러(약356억원)의 유산을 주기로 한 사실이 알려졌다. 4마리의 반려견들이 오프라 윈프리 사후에도 지금처럼 ‘풍족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
# 1992년, 독일에 사는 세퍼트 권터 4세는 1200만달러(약1700억)의 재산을 상속받아 세상에서 가장 돈 많은 동물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리벤슈타인 백작에게 유산을 상속받은 이 반려견은 지금까지 ‘부자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대리인을 통해 2000년 마돈나가 살던 마이애미 저택을 74억원에 구입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권터 4세의 주 메뉴는 캐비어와 스테이크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대한민국은 이미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를 맞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1조8000억원 규모에서 2020년이면 6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2인 가구의 지속적인 증가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구가 늘어나며 관련 산업의 성장세는 오랜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도 ‘5개 신산업 육성 계획11’을 발표하면서, 그중의 하나로 반려동물 보호 및 관련 산업의 신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발표해 반려동물 확대, 관리 강화 등 시장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가구들이 늘어나며 관련 금융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상품은 바로 해외토픽이나 국제뉴스를 통해 접해왔던 펫신탁(Pet Trust)이다. 일명 반려동물신탁(Statutory Pet Trust)으로도 불리는 펫신탁은 현재 반려동물의 주인이 사망하거나 질병 등을 이유로 돌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새로운 주인에게 자금을 주기 위해 체결하는 신탁계약이다. 반려인이 사망한 경우 홀로 남겨질 반려동물을 위해 사후 반려견을 돌봐줄 새로운 부양자를 미리 지정하고 사육에 필요한 자금을 설정하면 주인 사망 후 이 자금을 부양자에게 지급하는 형태다.
반려동물에게 막대한 유산을 물려주기도 하는 다른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에선 아직 관련법이 없는 탓에 금융사와의 신탁계약을 통해 반려동물의 안전과 복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상품의 취지다.
고객은 은행에 최대 1000만원까지만 돈을 미리 맡겨둘 수 있다. 가입대상은 만 19세 이상의 개인으로 일시금을 맡기는 경우에는 200만원 이상, 월적립식인 경우에는 1만원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하며 납입 최고한도는 1000만원이다.
지난 10월 말에 반려견을 대상으로 펫신탁 상품을 선보인 KB국민은행은 지난 11월 리뉴얼을 통해 가입대상 반려동물을 고양이(猫)까지 확대했다. 또한 ‘KB 펫(Pet) 신탁’ 가입시 기존에는 동물등록증을 필수적으로 제출했지만, 위탁자가 사망 전까지만 동물등록증을 은행에 제출하면 되도록 가입 편의성을 높인 바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상품 출시 이후 관련 상품에 대한 문의와 개선요청이 많았다”며 “이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리뉴얼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고객(위탁자) 사후 반려동물의 보호·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신탁재산 교부방법도 다양화했다. 위탁자 사망시 신탁재산 교부방법을 기존 일시금 지급방식에 분할지급 방식을 추가했으며, 위탁자가 요청하면 은행은 수익자(반려동물의 새로운 부양자)에게 신탁재산 분할 지급을 할 때마다 관련 서류를 받아 반려동물의 생존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반려동물 보호·관리를 강화했다.
앞서 지난달 국민은행은 해당 상품을 출시하면서 “반려동물이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미국, 독일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직접 상속이 불가능하다”면서 “그러나 이번에 출시된 상품을 통해 1인 가구와 반려동물 증가라는 사회 변화에 부응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상품 취지를 설명했다.
보험으로 효과적인 대비를
보험업계에서는 일찍이 2000년대 후반부터 반려동물 관련 상품에 관심을 내놨지만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판매가 중단되는 등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상품을 재출시하는 보험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반려동물산업의 높은 성장성과 수요가 늘어나며 상품성을 보완해 다시 내놓고 있는 것이다. 반려동물이 취미가 아닌 가족의 개념으로 전환되며 건강관리를 고민하는 견주들에게 보험가입은 실용적인 선택일 수 있다.
먼저 지난 12월 6일 현대해상은 ‘하이펫 애견보험’ 상품을 선보였다. 강아지가 생후 90일령 이상에서 만 7세 이하일 경우 가입이 가능하며 다른 보험과 달리 특약을 통해 피부질환, 구강질환, 고관절, 슬관절 질환 등에 대한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기존 보험들과 마찬가지로 선천적·유전적 질병, 중성화, 미용, 임신·출산 등은 보장에서 제외된다.
보험 가입 기간 1년간 총 보상한도는 500만원이다. 반려견이 상대방에게 입힌 상해에 대해서는 연간 2000만원까지 보상도 된다. 자기부담금 1만원을 제외하고 적게는 치료비의 60%에서 최대 80%까지 보상된다.
12개월령 강아지가 일시납으로 보험에 가입하면 치료비만 보장받을 때 1년 보험료가 32만1100원이다. 피부병 확장보장 특약을 추가하면 전체 보험료는 48만2500원으로 책정된다.
롯데손해보험의 ‘롯데마이펫보험’은 4년 만에 2400여 건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 상품은 반려견은 물론 반려묘도 가입대상이다. 7세 이하 강아지와 고양이를 대상으로 수술입원형상품과 종합형상품으로 구성돼 있다. 수술입원형상품은 반려동물이 수술, 입원할 경우 의료비를 담보하고 종합형상품은 통원진료까지 추가적으로 보장한다.
두 상품 모두 수술 1회당 치료비 한도를 50만원·100만원·150만원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입원은 1일당 5만원·10만원 중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수술입원형 특약은 없고 종합형은 5만원·10만원 가운데 선택 가입된다. 2마리 이상 동시 가입할 경우 각각 보험료를 10% 할인해준다. 연평균 보험료는 수술입원형 10만원, 종합형 35만원이다.
삼성화재는 일찍이 2008년부터 ‘패밀리아리스 애견의료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만 6세 이하 강아지를 대상으로 하며 대한애견협회에 등록된 반려견만 가입할 수 있다. 상해와 질병치료비 최대 500만원, 대인·대동물 배상책임 최대 500만원까지 보장한다. 연 최대 1000만원까지 보장 가능한 셈이다.
▶카드 혜택에 우대금리 적용도
틈새상품으로 반려동물인구 공략
반려동물 주인을 대상으로 한 카드업계의 구애도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삼성카드는 지난해 말 ‘삼성카드 펫’(pet.samsung card.com)을 개설했다. 이 사이트는 삼성카드 홈페이지와 별도로 운영되며 ‘펫모델 콘테스트’를 비롯해 반려동물을 기르는 데 필요한 전반적인 정보가 공유된다.
삼성카드 펫을 통해 반려동물 전용 온라인 쇼핑몰과 삼성화재 애견보험 등의 관련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으며 동물병원 이용시 포인트 추가적립이 가능한 특화카드도 발급한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이나 제휴 동물병원을 이용할 경우 삼성카드를 이용하면 혜택을 주는 식으로 고객충성도와 친밀도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특화카드를 출시한 곳도 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2014년 ‘반려애(愛)카드’를 출시했다. 동물병원이나 반려동물 약품 구매, 펫숍 등을 이용할 경우 10% 할인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반려애(愛)카드는 약 1만 장 이상 발급되며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카드사들이 애완동물 관련 특화카드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애완동물 관련 업종에서의 카드 사용이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IBK기업은행이 선보인 ‘참! 좋은 내사랑 펫 카드’는 전국 동물병원을 비롯해 미용, 카페, 호텔, 훈련소 등 애완동물 업종으로 등록된 9000여 개 가맹점에서 10%,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주요마트와 온라인몰에서 5%의 관련서비스 비용을 할인받을 수 있다. 할인 혜택은 전월 이용금액 기준 40만원 이상 1만5000원, 100만원 이상 3만원, 200만원 이상 6만원이 부여된다. 이 밖에 제휴된 반려동물 전용 장례식장을 5%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 가능하고 영화관과 놀이공원 이용시 할인 등의 서비스도 제공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애완동물 관련업종에서의 카드 사용금액은 13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인가구가 늘어나고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애완인구가 증가해 관련 지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들은 우대금리를 통해 고객유입을 위해 힘쓰고 있다. HK저축은행은 올해 3월 반려동물과 함께 거주하는 고객을 위한 우대 예·적금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마이펫 정기예금’은 12개월 기준 연 2.0%의 이율을, ‘마이펫 정기적금’은 12개월 기준 연 2.6%의 금리를 제공한다. 제휴카드나 서비스를 이용하면 최대 0.5%의 우대금리도 받을 수 있다.
JT친애저축은행의 경우 ‘JT 왕왕 콘테스트’를 개최하고 국민반려견 투표하기 이벤트를 실시했다.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에게는 정기 예·적금 상품에 0.1% 우대금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한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인구를 대상으로 한 상품이나 마케팅 전략은 고객군이 한정적이다 보니 아직까지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지속적으로 반려동물 가구 수가 늘어나며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여서 다양한 상품이나 이벤트 등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6호 (2017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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