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흥행 불패 배우 공효진 | 예쁘지 않은 역도 매력적인 ‘공블리’의 마술

    입력 : 2016.12.16 14:16:41

  • 누구나 인정하는 예쁜 얼굴과 예쁜 것 같진 않은데 매력이 넘치는 얼굴 가운데 당신이 끌리는 사람은 누구인가? 개인 취향은 다 다르니 정답은 없다. 배우 공효진(36)을 놓고 질문을 한다면 아무래도 “예쁘다”라고 말하는 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매력적이다. 주변에서도 절반 이상이 공효진에게 예쁘다기보다는 매력적이라는 데 표를 던진다.

    질리지 않는 그의 매력적인 얼굴과 연기 덕에 아무래도 드라마 ‘불패 여신’이 된 듯하다. 2001년 드라마 데뷔작인 노희경 작가의 <화려한 시절>부터 <네 멋대로 해라>, <눈사람>, <상두야 학교가자>, <파스타>, <최고의 사랑> 등 12연타석 홈런을 날렸으니 이 정도면 하나의 기록이다. 공효진은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매력을 계속해서 선사하고 있다. 혹자는 “매번 똑같다”고 하는데 조금씩 다르다. 공효진도 “다르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최근에 댄스 장면을 찍다가 느낀 건데 내가 과거와 똑같은 춤을 추고 있더라.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 연기에 발전이 없는 건가?’라고 생각하며 댄스 학원에 가서 춤을 배울 생각을 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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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서 새로운 변신 시도하는 공효진

    그간 공효진은 예쁜 역할만 한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예뻤던 역할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해야 한다. 최근 끝난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도 그렇게 예쁘지는 않았다. 아나운서를 꿈꾸는 기상캐스터 표나리는 회를 거듭할수록 예뻐졌다. 극 중 화신(조정석)을 설레게 했고,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는 과거 예쁘지 않은 역할도 예쁘고 매력적으로 소화했다. 영화 <미쓰 홍당무>에서 안면홍조증으로 새빨개진 얼굴의 그를 잊을 수 없다. 드라마 <주군의 태양>에서도 귀신이 보이는,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는데도 한없이 사랑스러웠다. 드라마 <파스타> 이후 붙은 그의 별명 ‘공블리(공효진+러블리의 결합)’는 이제 어디다 붙여도 자연스럽다. 이제 공효진의 뾰로통한 표정의 얼굴은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다. 예쁘지 않아 보이는데 또 예뻐 보인다. 공효진이 부리는 마술이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말이 되는 이 표현은 공효진이 연기한 캐릭터 때문에 매번 이해가 됐다.

    물론 영화에서는 ‘공블리’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연기를 많이 했다. 볼 빨간 노처녀 선생님을 연기한 <미쓰 홍당무>가 그랬고, 세 번째 결혼을 앞둔 ‘욕 여사’를 연기한 영화 <고령화 가족>, 겨드랑이털을 기르는 여자로 나온 영화 <러브픽션>도 있었다. 지난달 관객을 찾은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들>에서는 국적을 바꿔 의뭉스러운 중국인으로 나왔다. 공효진은 “<미씽>에서는 메이크업을 자연스러우면서도 척박하게 살아온 느낌으로 해야 했다. 얼굴에 깨처럼 보이는 서른 개의 점도 그 연장선으로 설정했다”고 했다. 그는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였다는 게 더 정확한 말이다. 드라마 세상이 공효진의 ‘러블리’한 모습을 원했기 때문에 그런 연기를 했을 뿐이다. 코믹하든 섬뜩하든 연기자로서 변신을 자유자재로 해내고 있다. 공효진은 “나는 영화에서는 정말 이상한 역할을 많이 했다. ‘공블리’라는 수식어를 이제는 내려놔도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물론 “공블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수식어”라면서도 “배우는 자신의 이미지를 책임져야 한다. 그래야 악역도 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작품을 통해 사람들로부터 ‘공블리 이미지에 방해가 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차라리 영광일 것 같다. 그만큼 연기를 잘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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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 마치고 돌아오다 교통사고 겪기도

    공효진에게 한없이 성공만 따른 건 아니었다. 침체기도 있었다. “연예인이라면 갑작스러운 사고를 겪거나 작품이 안 되는 등 여러 가지 상황이 있잖아요. 저 또한 관심 밖으로 밀려난 적도 있고요. 침체기도 당연히 있었죠.” 데뷔작인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촬영할 때부터 느꼈던 바다. 그는 당시 “역시 내 길은 모델”이라는 생각을 했단다. 자신의 능력을 잘 알기에 한계도 느꼈다. 하지만 영화는 흥행했고 업계 반응이 뜨거웠다. “그동안은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다른 뭔가가 느껴졌다”는 게 공효진의 기억이다. 지난 2014년에는 큰 교통사고도 있었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경기도 용인 세트 촬영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던 중 화물차와 추돌해 왼쪽 팔 골절 진단을 받았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도전하길 좋아하는 그는 병원에서 휴식을 취해야 했으나 바로 여러 작품의 출연 제의를 받고 이른 고민을 해야 했다.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뛰는 연기가 너무나 부담이었다”는 그는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연기자는 연기자였다. “<미씽> 대본을 덮고, 2~3일 정도 고민을 했다. 스산한 느낌이 오래 갔다. 뒤가 씁쓸한 느낌에다 마음이 안 좋고 아픈 느낌이었다”고 떠올렸다. 사랑은 또 다른 사랑으로 지워진다고 하는데, 연기자는 또 다른 연기로 아픔을 잊어가는 게 아닐까. 공효진은 <미씽> 이후 <싱글라이더>를 찍었고, 또 <질투의 화신>까지 참여하며 본연의 역할을 다했다. 바쁘게 일하며 트라우마를 극복했다. 아픈 만큼 더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질투의 화신>에서 3년간 짝사랑한 남자에게 사랑을 쟁취하는 인물을 성숙하게 잘 그렸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는 건 표나리에게는 반 이상은 틀린 말이었다. 이병헌과 함께한 또 다른 영화 <싱글라이더>, 엄지원과 함께한 <미씽>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생각에 공효진은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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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때 호주유학은 시야 넓혀준 기회

    공효진의 화려한 이력은 또 있다. 과거 아버지 사업 때문에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중학교 3학년 때 3년여를 한국 사람이 거의 없는 브리즈번에서 생활했다. 외국에서의 생활은 공효진에게 시야를 넓혀준 기회였다. 대만 남자 친구를 사귄 경험도 있다. 물론 한국을 향한 애정 탓에 헤어지긴 했지만 소중한 기억이다.

    한 프로그램에 나와 “유덕화를 좋아했는데 남자친구가 ‘너희 나라에는 유덕화처럼 인기 많은 사람이 누구냐?’고 하길래 정우성 사진을 보여줬다. 그랬더니 ‘유덕화가 훨씬 잘생겼다’고 하는데 애국심이 생겨 끝까지 싸우고 헤어진” 기억도 있다. 외환위기로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져 남동생만 남기고 나머지 가족은 귀국해야 했지만 한국으로 돌아와서 학교에 편입하기 전 두세 달 시간이 남아 시작한 모델이 연기로까지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전화위복이었다.

    배우 공효진에게는 원조 패셔니스타라는 수식어도 따라다닌다. 1990년대 패션모델로 데뷔, 남다른 패션 감각을 뽐내왔다. 파격적인 스타일에도 과감히 도전해 새로운 모습을 많이 선보였다. 172㎝의 큰 키가 스타일을 더 살린다. 공효진은 “패션은 대중을 향한 표현의 방법”이라고도 말한다. 연기만큼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할 정도다. 그 때문에 국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패셔니스타가 된 듯하다.



    ▶“더 자유롭게 살면서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미씽>에서 의뭉스럽기 그지없는 역할이 ‘공블리’의 이미지를 지워내 안타깝긴 하지만 그의 말처럼 공블리가 전혀 생각나지 않았으니 연기자로서 그의 변신에 손뼉을 쳐줄 만하다. 이미 여러 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도 ‘공블리’가 됐으니 다음에도 로코 속 ‘공블리’로 돌아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그때 또 한 번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테다. 여자들의 마음 역시 마찬가지다. 공효진은 안티 여성팬이 그리 많지 않은 배우 가운데 하나 아닌가. 사진을 찍어 달라는 팬에게 “속눈썹을 안 붙여 안 된다”고 해도 밉상이 아니다. 모두가 “예” 할 때 “노”라고 할 수 있는 성격이기도 한 그는 예의 없다기보다 자신감이 넘치고 솔직해 보인다. 공효진은 “난 잘못된 것에 ‘그건 아니야. 집어치워’라고 할 수 있는 성격”이라고 웃었다. 정말 친한, 가족 같은 사이가 잘못 생각했어도 바른말을 할 수 있단다. 하지만 그런 상대에게 속았을 때도 “용서를 잘하는 스타일”이라며 “나 또한 용서를 잘 빌기도 한다”고 미소 지었다. 30대가 되었기에 이제 엄마 역할이나 아내 역할이 많이 들어와 결혼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을 것 같다. 그는 “아이와 촬영하며 결혼 생각을 한다. 생각은 있는데 어렵다”고 했다. 주위에서는 “빨리 연애하라”고 성화지만, 정작 본인은 남자보다는 여자 친구들과 놀며 아직은 인생을 즐기는 게 좋은 듯하다. 10년을 한 남자 친구와 공개 열애했던 부작용일 수도 있다. 공효진은 자유롭게, 자연스럽게 본인의 일과 인생을 즐기고 싶다. “돌아보면 내 나름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유롭게 일해 온 것 같다”며 “남들이 보기엔 좀 위험해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모습들이 여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나를 만들어낸 게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혹은 지금보다 더 자유롭게 살면서 사랑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게 예전부터 생각해온 그의 바람이다.

    [진현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5호 (2016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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