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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 헌터’ 유순신의 Upgrade Your Career] (26) 헤드헌터의 레이더망에 포착되는 사람들
입력 : 2016.10.11 16: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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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부는 계절이 다가왔다. 연말 전에 그룹 임원 인사를 서둘러 끝내거나 수시로 인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CJ는 내부사정상 이미 9월 중순에 한차례 밀린 임원인사를 발표했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10월부터 인사 원칙을 세워 새 식구를 들이는 작업을 시작한다. ‘임시직원의 준말’인 임원들은 예전보다 빠르게 다가온 인사이동에 촉각을 세우고 긴장한 모습이다.
대부분 기업들은 ‘신상필벌’ 원칙을 적용해 비밀스럽고, 전격적인 인사를 단행한다. 서치펌은 10월부터 2월까지 정신없이 바쁜 계절을 보낸다. 90% 이상 내부승진이 점쳐지지만 신규 사업을 빠르게 전개하거나 실적부진으로 턴어라운드를 강력하게 할 해결사가 필요할 경우 또는 내부 전문가가 아직 키워지지 않았을 때 외부 스카우트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퇴직이나 이직을 계획한다면 ‘어떻게 해야 헤드헌터의 레이더망에 걸릴 수 있을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직장인들도 기업 연간보고서처럼 이력서를 1년에 한 번씩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력서는 자신이 쌓아온 전문성, 경험, 훈련 받은 내용, 성과 내었던 프로젝트 등 ‘셀링 포인트가 잔뜩 들어 있는 마케팅 도구’라 할 수 있다. 이력서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데 겸손해서는 절대 안 된다. 간혹 30년 정도의 경력을 A4 용지 한 장에 간단하게 빈칸 채우기를 해서 보내는 후보가 있다. 반면 이력서 외에 자신이 성공적으로 성과를 냈던 프로젝트를 정리해서 이직했을 때 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점, 그동안 기고했던 기고문 및 오피니언 리더로서 신문이나 잡지에 나온 인터뷰 기사까지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도록 서류철을 해서 보내주는 지원자도 있다.
요즘은 회사에서 최종 단계에 경영계획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미 일을 시작한 경영자처럼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계획서를 제출하는 후보자는 합격선의 절반은 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잘 정리된 계획서나 이력서는 두세 번 읽지 않아도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헤드헌터가 조언하거나 업무가 바쁜 인사담당자가 받아 검토할 때 첫 이미지부터 적극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
이렇듯 자신의 무기를 평소부터 갈고닦아서 반짝반짝하게 준비해 놓은 후보자는 어떤 위험이 와도 리스크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는 믿음이 생긴다. 오랫동안 만들었던 ‘얼굴이 되는 이력서’부터 이렇게 차이가 난다면 당신은 누구를 추천하겠는가?
국내 굴지 A기업에서 있었던 사례다. 기업 내에서 촉망받아 승승장구하며 잘나가던 두 명의 임원이 한 사건으로 인해 부득이 퇴사하게 됐다. 필자의 고객인 A사로부터 “지금까지 그룹차원에서 키워 온 임원들인데 대단히 안타깝다. 책임차원으로 보상하겠으니 좋은 곳으로 연결해 달라”는 뜻하지 않은 부탁을 받았다. 조심스럽게 한 임원에게 연락을 취하니, “나를 어떻게 알고 전화를 걸었느냐, 무슨 일로, 누구 부탁으로 하느냐”며 마치 수사관이 취조하는 듯한 말투에 언성까지 높였다. 퇴사한 전 회사에 화가 많이 난 듯 서운한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첫 후보자의 통화내용을 걱정하면서 다른 임원과 연결되었는데 180도 다른 반응이었다. 첫마디부터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직접 사무실로 가겠습니다”라며 예의 바르게 긍정적으로 응대하는 것이 아닌가? 목에 힘깨나 주는 본부의 핵심 임원이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거기에 자신까지 낮추는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대체적으로 원치 않은 퇴사를 하면 남 탓을 하기 마련인데 “이렇게 된 결과에는 나의 부족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라며 담담하게 대화를 풀어나갔다. 그날부터 이 후보자의 이력서를 들고 맞는 자리를 발로 뛰며 백방으로 찾아다녔고, 그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얼마 후 다른 그룹의 총괄 임원으로 발탁됐다.
▶3. 파이팅 넘치는 히어로 맨
서치펌에 급하게 인재 추천을 의뢰하는 회사들은 경영난에 처해 있거나 어려운 위험에 당면한 경우가 상당수다. 그래서 ‘문제를 술술 풀어 줄 해결사’를 찾아 달라고 요구한다. 즉 해당분야의 최고 전문가는 물론이고 사람 관리에 뛰어나면서 성품까지 좋은 ‘팔방미인’을 원한다. 소수의 능력자를 발굴해서 의사를 여쭈면 “그렇게 회사가 위기상황이면 누가 가더라도 경영 정상화가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치면서 점잖게 거절하는 후보가 빈번하다.
세월은 점점 지나가고 기회는 언제나 오는 것이 아닌데 시도해 보지도 않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반면에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경험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노력하고 잘해보겠다. 도전하겠다”는 분을 만나면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기쁘다. “잘되고 있는 회사는 가서 잘해도 본전, 못하면 내 탓이 된다. 오히려 위기에 봉착한 기업에 가서 내가 가진 능력을 120% 활용해 최선을 다하겠다” 는 히어로와 같은 후보자. 이런 파이팅 넘치는 후보자에게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잘 맞는 회사와 연결해 주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4. 자신의 능력으로 흥정이 아닌 승부를 보는 후보자
대형 유통업체에서 퇴직한 B상무와 미팅을 가졌다. 상품본부에서 경력을 쌓았다가 기획실장을 거쳐 주요 지역 점장을 두 차례 거친 베테랑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경쟁사보다 실적이 부진한 지역에 부임했음에도 아이디어를 창출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덕분에 공채 기수 중 가장 먼저 임원으로 승진해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아왔다. 올 초 구조조정 대상 명단에 그가 들어있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윗분들의 정치적 알력 때문이 아닌가’ 하는 뒷이야기가 들렸다. 마침 중형 유통사의 대표이사 자리가 있어 지원 가능성을 타진해 보았다.
지난 직장보다 떨어지는 근무 조건이기에 조심스럽게 거론했는데 놀랍게도 “나는 지금까지 충분히 많이 받아왔으니 연봉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회사에서 능력을 발휘하겠다. 대신 좋은 성과가 났을 때 인센티브로 인정을 해 달라”고 시원시원하게 답변하는 것이 아닌가. 대체적으로 이름 있는 회사에서 좋은 대우를 제공받았던 임원들은 연봉, 자동차, 카드 등 보상 면에서 약간의 손해도 보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능력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그의 용기가 지혜롭게 보였다. 한때 <펄떡이는 물고기가 되라>는 책이 유행이었다. 저자는 직장인 스스로가 혁신적이며 책임감을 줄 수 있는 일터를 창조해 죽어있는 물고기가 아닌 펄떡이는 물고기가 되라고 조언해준다. 고객사와 미팅 시 “우리는 살아서 펄펄 뛰는 생선같이 활력 있고 성과를 뚜렷하게 낸 실력자를 원합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시장(Market)에서 이름나 있지 않으면 관심 없습니다”란 말을 듣곤 한다. 즉 최고의 전문가이면서도 성공신화로 알려진 인물을 원한다는 뜻이다. 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알리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기를 권한다. 우리는 고객의 니즈에 맞는 인재를 찾는 일을 ‘모래 위에 떨어진 바늘 찾기’라는 표현을 쓴다.
온갖 인재 풀을 동원해 인내심을 갖고 최적의 후보자를 발굴할 때까지 적어도 한 달에서 6개월이 걸리는 지루한 과정을 거치며 고군분투하기 때문이다. 헤드헌터에게 ‘스카우트 제안을 받는다는 것’은 자신이 ‘펄떡이는 물고기인지 죽어있는 물고기인지 평가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도 지나치지 않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3호 (2016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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