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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련 송원그룹 회장 | 신성장동력 타고 4년 후 1조 클럽 갑니다
입력 : 2016.10.11 16: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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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련 송원그룹 회장은 에너자이저다. 100% 충전된 배터리처럼 머리도 행동도 멈춤이 없다. 중견기업 창업자의 무남독녀인 그는 금수저의 특권을 누리며 편히 살 법도 하지만, 자수성가한 부친에게 물려받은 사업 DNA는 어쩔 수 없나 보다. 부친 사업과는 별개로 29세부터 창업해 약 25년간 본인 회사를 운영해왔다.
패션유통기업 CEO와 트렌드 전문가로 활발하게 활동해 온 그는 2년 전인 2014년 부친 고 김영환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한 후 본인 사업체를 일제히 매각하고 송원그룹의 회장직을 이어받았다. 그로부터 2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김해련 회장에게 그동안의 변화와 성과에 대해 먼저 물었다.
김 회장은 “과거 송원그룹은 철강이나 조선업 등에 기초 소재를 제공하는 게 주력사업이었습니다. 이들 업종들이 계속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데, 여기에 의존하고 있다가는 우리의 성장동력이 사라져 버리는 위기에 처할 게 불 보듯 뻔합니다. 지난 2년은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한 시간이었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회장은 취임 후 곧바로 미래전략실을 신설하고 신성장동력이 될 아이템을 찾는 데 집중했다. 100여 건의 사업검토 끝에 지난해 말 에스비씨를 인수해 계열사를 늘렸다. 에스비씨는 화공약품, 비철금속의 개발 제조를 기반으로 고무공업, 도료, 세라믹 등의 다양한 원재료에 사용되는 산화아연, 아연말, 인산아연 등을 생산 판매하는 업력 40년 넘은 기업이다.
그는 “아연 회사를 인수한 것은 이 회사가 기초 소재라는 송원의 핵심 역량과 생산, 관리 등 프로세스가 거의 유사해 리스크 없이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연은 고무, 유리, 화장품 등 300여 개의 다양한 제품의 기초 소재로 사용되고 있어 후방산업 여건이 훨씬 좋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에스비씨는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갖고 있으며, 국내 시장은 물론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중동, 유럽까지 진출하고 있어 내수 중심의 송원이 해외에 전진 기지를 갖게 됐다는 데 의미가 큽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이 찾은 다른 신성장동력 사업은 재생연료다. 송원그룹의 상장 회사인 태경산업과 백강소재를 통해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페트로코크스(P-cokes)’라는 재생연료를 선진국으로부터 수입해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최종수요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가공하여 판매하고 있다. 페트로코크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남은 잔사유를 가지고 만드는 재생연료로 석탄에 비해 발열량이 높아 보일러, 용해로 등의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송원은 재생연료 신규 사업으로 조선과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잃은 합금철 등을 주력으로 생산해온 계열사의 손실분을 보존하고 있다.
▶2020년 매출 1조 기업으로 도약
본격적인 2세 경영체제에 들어선 송원그룹은 오는 2020년까지 매출 1조원을 올리는 글로벌 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수립했다. 이에 ‘송원 비전 2020’의 목표로 ‘새로운 성공, 도약 1,3,5,7’을 캐치플레이즈로 내걸었다. 도약 1,3,5,7이란 숫자들은 매출 1조원, 신사업 3000억원, 상장회사 5개, 시장선도 제품 7개를 의미한다. 송원은 현재 3개의 상장사에 더해 작년 말 인수한 에스비씨를 상장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남영전구나 환경회사인 경인에코화학 중에서 추가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김 회장은 1조 매출 달성 목표에 대해 “새로 시작한 아연 소재와 재생연료 신사업 매출에 기존 사업들을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내부 역량을 강화한다면 4년 후인 2020년에 1조 매출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송원그룹은 중화학공업의 기초 소재 제조업 외에도 소비자와 근접한 휴게소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문막을 비롯해 군산, 서산, 홍천 등 10여 개의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동강휴게소를 추가로 인수했다. 그는 “고속도로 휴게소는 30년간 운영해 온 노하우가 있어 현금 유동성이 좋고 안정적인 사업입니다. 이용 고객들은 편의와 만족도를 위해 화장실 내부를 ‘어린왕자’ 스토리로 꾸미는 등 서비스를 늘리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해련 사장은 항상 을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 여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기업 회장쯤이면 어깨에 힘이 들어갈 만한데 그는 영원한 을을 자처한다. 그는 “20대에 창업해서부터 늘 을의 입장이었습니다. 지금은 회장이라고 해도 중견기업이니 여전히 을인거죠. 전 을의 마인드가 결코 나쁘지 않고 오히려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갑인 상황에 있을 필요가 있습니까. 갑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자꾸 만나야지 도움이 되고 얻는 게 많지요”라고 한다. 을과 함께 우리시대 청년들의 비애를 얘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흙수저에 대해서도 그는 무조건 나쁘게만 생각할 건 아니라는 의견이다. “저는 운 좋게 2세 경영인이 됐지만 창업도 해봤고, 저의 부친께서도 흙수저에서 자수성가하신 분입니다. 젊었을 때 흙수저라는 게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어려운 환경 가운데 성공한 사람은 좋은 집안에 좋은 학력을 가진 사람보다 세상으로부터 더욱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송원그룹은 흙수저들을 위한 장학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창업주 고 김영환 회장이 고학생 시절을 겪었던 본인처럼 자수성가하는 후학을 돕기 위해 1983년에 설립했다. 고학생의 대학등록금을 매년 1인당 1000만원씩 지급한다. 현재까지 570여 명의 장학생을 배출했다.
장학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선대 회장님은 창업을 해서 이익이 생기자 바로 직원들의 자녀에게 장학금을 마련해줬습니다. 기업이 발전하면 사회와 같이 가야한다고 늘 말씀하셨지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재단을 통해 공부를 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계속 지원해나갈 방침입니다”라고 말했다.
▶도전하는 삶 지향, 좌우명은 ‘일신우일신’
김해련 회장 집무실 책상에는 신간서적이 높이 쌓여있다. 주로 경제관련 서적이 많다.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책장을 펼친다. 그가 요즘 읽은 책은 <저성장시대의 생존전략>이다. 그는 “저성장에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어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성장 시대에 살아남을까’가 저뿐만 아니라 기업하는 모든 사람들의 고민일 겁니다. 지금을 터닝포인트로 삼지 않으면 존속 자체가 없어지는 회사들이 굉장히 많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책에서라도 답을 찾고자 읽는 거죠”라고 한다. 김 회장은 젊은 여성들의 멘토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가 2011년에 쓴 <멘토가 간절한 서른에게>는 여대생과 젊은 직장 여성 사이에서 히트를 쳤다. 그는 “제 좌우명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입니다. 저는 제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늘 변화하고 발전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도전해야 의욕과 용기가 생기고 성취감도 맛볼 수 있지요. 이걸 놓은 순간 인생은 재미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She is
-1962년 경남 출생
-1984년 이화여대 경영학과 학사
-1986년 미국 페이스대학원 경영학 석사
-1988년 뉴욕주립대 산하 FIT 패션디자인 전공
-1988년~1999년 아드리안느 대표
-1999년~2012년 에이다임 대표
-1997년~현재 송원김영환장학재단 이사장
-2006년~현재 이화여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2012년~2014년 송원그룹 부회장
-2014년~현재 송원그룹 회장
[김지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3호 (2016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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