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산·한강 조망에 용산공원 수혜…재개발 시동 건 ‘강북 압구정’ 한남뉴타운

    입력 : 2016.09.22 14:18:40

  • 서울 강북 한강변 노른자 땅인 용산구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재개된다. 지난해 서울시가 한남뉴타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사업이 잠정 중단된 지 1년여 만이다. 일부 지역을 개발하지 않고 남겨 두는 형태로 재개발된다. 한강변 사업지에서 전면철거형 개발과 보존이 함께 추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남뉴타운은 2003년 뉴타운으로 지정됐다. 한남동·보광·이태원·동빙고동에 걸친 대규모 재개발 사업단지다. 남산 자락과 한강 사이에 위치해 있는 데다 전체 면적은 111만205㎡에 달하고, 재개발 후 1만 가구 넘게 새 주택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돼 강북의 ‘압구정 지구’로 불린다. 서울판 ‘센트럴 파크’가 될 용산공원과 그 일대 유엔사, 캠프킴, 수송부 부지 등 3개 부지가 초고층 복합 개발되는 가운데 동쪽 핵심 주거지가 한남뉴타운이다. 이 때문에 서울 재건축·재개발·뉴타운을 통틀어 압구정 지구에 이어 기대가 가장 큰 사업지로 꼽힌다. 한남뉴타운은 총 5개 구역으로 이뤄졌다. 현재 1구역을 제외한 4개 구역이 조합 설립을 마쳤다. 1구역은 추진위원회 단계다.

    한남뉴타운은 지난해 5월 서울시가 남산과 한강의 경관 등을 감안해 한남뉴타운 전체를 아우르는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3구역의 건축 심의를 반려하면서 전체 재개발 사업이 사실상 올스톱됐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가 새 가이드라인을 완성하고 구역별로 일부 지역을 존치·보존하는 형태로 개발하기로 방향을 잡으면서 뉴타운 사업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서울시는 3구역을 시작으로 구릉지 등 기존 땅 모양과 옛길 등을 최대한 살려 그리스 ‘산토리니’ 같은 특색 있는 경관을 지닌 한강변 주거지를 만들 방침이다. 천편일률적인 중·고층 성냥갑 아파트 숲으로 바뀐 왕십리뉴타운이나 길음뉴타운과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사진설명
    ▶“아파트숲 탈피한 명품 주거지로 재개발”

    서울시가 최근 마련한 한남뉴타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3구역은 국내 최초로 개원한 한국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과 제일기획 인근이 존치된다. 또 3구역 내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한광교회 건물도 존치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예상과 달리 구역의 일부를 존치하지만 시는 조합이 작년 건축심의를 받기 직전 설계안에 적용한 용적률 230%와 총 가구 수 5969가구를 유지해 사업성을 최대한 높일 방침이다.

    남산 경관 등을 감안해 최고 높이는 90m가 적용되고 7개 블록으로 분할해 설계된다. 총괄 계획가를 포함해 총 7명의 공공건축가가 블록별로 건축 설계를 맡는다. 시는 주택 설계 경험이 풍부한 실력파 건축사들로 ‘드림팀’을 꾸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존치 예정 구역은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는 데다 이슬람 성원이 가까워서 아파트를 짓기에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며 “존치는 새로운 시도이지만 오히려 개성 있는 주거지로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산 7부 능선이 보이도록 경관의 공공성을 확보하면서도 구릉지 지형을 최대한 살린 테라스하우스 등 다양한 주택을 설계해 ‘아파트 숲’에서 탈피한 새로운 명품 주거지로 개발하겠다는 게 시의 계획이다.

    나머지 구역도 개발 면적에 변화가 예상된다. 이태원 상권이 확장되고 있는 1구역은 재정비지구에서 직권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관광특구지역을 품고 있어 1구역은 재개발이 지지부진한 사이 기존 단독·다가구 주택을 근린생활주택으로 용도를 바꿔주고 1층에 상가를 넣어 임대수익을 올리는 주인이 늘면서 재개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낮아져서다. 실제 1구역은 조합이 설립된 2~5구역과 달리 2011년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꾸려진 뒤 5년째 조합을 설립하지 못하고 있다. 2구역도 이태원 메인도로와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인근은 상권이 형성돼 있어 재개발 구역에서 분리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초 조합을 설립한 4구역은 상가가 비교적 발달된 장문로 일대 일부가 개발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큰길가의 상가 소유주는 재개발을 반대하고 이면도로의 주택과 빌라 소유주는 개발에 찬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4구역은 낡은 단독·다가구 주택을 허물고 1960여 가구의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할 계획이었다. 용산공원이 조성될 경우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는 5구역은 지중화 문제가 겹친 변전소 주변이 존치 구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5구역은 기존 ‘재정비촉진계획고시’에서는 최고 50층까지 건물을 올릴 수 있었지만, 한강변 가이드라인에 따라 제3종 일반주거지역 아파트 층수는 최고 35층으로 제한될 전망이다.

    한남뉴타운 1구역
    한남뉴타운 1구역
    ▶3구역 사업 속도 빨라, 5구역 한강·남산 더블 조망

    재개발 역시 ‘시간이 돈’인 만큼 사업이 빨리 진행될 곳을 눈여겨봐야 한다. 개발이 지연될수록 금융이자 등 각종 비용이 쌓이면서 사업성이 낮아진다. 현재 사업 속도가 앞서 있는 구역은 전체 5개 구역 가운데 3구역이다. 이달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 자문을 거치면 연말까지 새 가이드라인에 맞춰 재정비 촉진계획 변경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건축심의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개발을 서두르도록 담당 부서를 독려하고 있어 향후 사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서울시는 3구역을 시범 사업으로 여기고 있어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3구역은 구역을 통틀어 개발 가능 면적이 가장 넓고 존치 지역도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어 유일하게 매머드급 재개발이 가능하다. 대우건설 등 대형건설사도 시공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처럼 일반적으로 재개발 사업은 조합원 수가 너무 많으면 이해관계가 복잡해지고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어려워 삐걱거리는 경우가 많다. 한남뉴타운은 2000년대 초중반 서울에 뉴타운이 지정되는 가운데 알짜 부지로 주목을 받으면서 지분 쪼개기가 성행했다.

    지분 쪼개기란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 등 하나의 주택 소유권을 가진 주택을 구분등기가 되는 다세대 주택이나 빌라로 신축하거나 지분을 나눠 인위적으로 분양권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등기부 등본에는 ‘구분 다세대(분리 다세대)’로 나와 있다. 지분 쪼개기가 많이 이뤄진 구역은 조합원 수가 늘어나는 구조다.

    예컨대 용산구청에 따르면 3구역은 조합원 수가 3880여 명에 달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단독주택을 헐고 다세대로 지분을 쪼개서 3.3㎡당 수천만원에 거래하면서 조합원 수가 불어났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4구역은 5개 구역 가운데 조합원 수가 가장 적은 데다 지분 쪼개기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사업성이 비교적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시는 4구역도 3구역처럼 블록으로 나눠 특화 설계를 할 방침인데 장문로 일대가 존치될 경우 개발 사업지가 사실상 두 개로 쪼개지고 이 경우 규모 있는 개발과 설계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입지 조건만 놓고 보자면 5구역이 가장 뛰어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른 구역들보다 비교적 평지인 데다 제대로 된 한강변이어서 한강 조망이 가장 시원하게 펼쳐진다. 무엇보다 용산공원이 가장 가까워 공원 개발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5구역 중에서 필지 기준으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변전소를 이전하거나 지중화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인근 공인 관계자는 “한남뉴타운 5개 구역 가운데 재개발이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이 5구역이었다”며 “변전소 문제뿐 아니라 조합 내부 갈등으로 인한 소송전이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5구역의 재개발 사업은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구역은 구역 북측을 빼고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조합원 추가분담금이 다소 증가하면서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한남뉴타운 2구역
    한남뉴타운 2구역
    ▶사업재개 소식으로 재개발 지분 가격상승

    오랜만에 사업 재개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분 가격이 뛰고 있다. 한남동 중개업소에 따르면 3구역이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주로 거래가 많은 3구역 빌라 33㎡ 대지 지분은 이달들어 5억원을 돌파해 지난 5월(4억5000만원대)보다 5000만원 이상 올랐다. 조합원 자격이 주어지는 소형지분이 인기가 좋다고 한다. 비교적 큰 단독주택 126㎡ 대지지분은 이달 초 10억원에 거래됐다. 3구역 인근 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사업이 잠시 중단되면서 매물이 많이 나왔지만 지금은 강남을 비롯해 각지에서 투자자들이 유입되어 물건들이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한남뉴타운 3.3㎡당 평균 지분 가격은 2012년엔 5구역이 4242만원으로 가장 비쌌고 2·3·4구역은 3000만원 초반대로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었다. 하지만 3구역은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지난해 4500만원 안팎인 5구역을 따라 잡았다. 서울에 뉴타운 투자 열풍이 뜨거웠던 2006~2007년 한남뉴타운 일대 지분가격은 소형이 3.3㎡당 최고 6000만원, 중대형 지분은 3500만~5000만원 선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고점을 회복했거나 일부는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3구역보다 사업 추진 속도는 느리지만 4·5구역의 지분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5구역은 3·4구역보다 대체로 3.3㎡당 200만~300만원 정도 더 비싸게 실거래된다. 일부 빌라는 3.3㎡당 5000만~6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이전에는 투자를 위해 작은 면적의 지분을 매입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사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직접 살거나 자녀에게 증여할 목적으로 큰 면적의 단독주택을 계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인근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한남뉴타운의 ‘미래 몸값’은 주변 단지를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다. 한남뉴타운에서 1㎞ 정도 떨어진 곳에 한남더힐이 있다. 이 아파트 244㎡(이하 전용면적)은 3.3㎡당 분양가가 8400만원으로 역대 아파트 중 가장 비싸다. 올 초 244㎡이 79억원에 팔려 상반기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최고가를 기록했다. 제일 작은 평형인 59㎡은 지난 2013년 8억원 안팎에 분양됐는데 올 들어 12억~13억3000만원까지 올랐다. 한남더힐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외인(外人) 아파트 부지도 고급 아파트로 개발될 예정이다. 대신증권 자회사인 대신 F&I가 지난 5월 6242억원에 사들였다. 예상 분양가는 3.3㎡당 5000만~8000만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남뉴타운은 이런 고급 주택 단지들 못지않게 입지가 뛰어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서울이 자랑하는 한강과 남산 조망권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배산임수’ 주거지”라며 “바로 옆 용산공원이 개발되면 서울을 대표하는 최고 주거 단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남뉴타운 일대 개발 기존 조감도
    한남뉴타운 일대 개발 기존 조감도
    ▶장기간 돈 묶일 수도… 긴 호흡으로 투자해야

    전문가들은 긴 호흡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일반적으로 재건축 아파트는 다소 낡더라도 세입자를 구하기 쉬워서 집주인은 개발 마지막 단계인 이주·착공 전까지 집을 내주고 전세금이나 월세를 받아 활용할 수 있다. 반면 한남뉴타운의 경우 단독·다가구·다세대 주택은 대부분 노후화된 데다 아파트보다 보안성이 떨어져 세입자를 찾기 어렵다. 설령 운 좋게 세입자를 구하더라도 임대료 수준이 낮은 편이다. 3구역의 경우 전체 주택 중 70~80% 가량이 노후도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세입자가 보일러 교체를 요구하는 등 주택 유지·관리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며 “재건축 아파트에 비해 여러모로 투자 자금이 더 많이 들어가고 장기간 돈이 묶일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분은 클수록 유리하지만 투자금이 오랫동안 묶일 것을 감안하면 소형 지분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지분이 너무 작으면 자칫 평형 배정 우선순위에서 밀려 원하는 평형을 선택하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 현금청산을 해야 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옥수동 등 재개발 사례를 보면 최소 33㎡ 이상의 지분을 들고 있어야 84㎡ 이상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었다.

    쪼개기를 거친 소액 지분은 금액이 저렴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투자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다만 나중에 감정평가는 세대별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쪼개기 이전의 주택으로 감정평가를 한 뒤 쪼갠 수만큼 나누는 방식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예컨대 한 단독·다가구 주택이 3개로 쪼개졌을 경우 쪼개기 이전 주택으로 평가한 뒤 3등분을 한다. 감정평가 금액이 적게 나올 경우 추가분담금이 늘어날 수 있다.

    쪼개기의 시점도 체크해야 한다. 2003년 12월 30일 이전에 쪼개기를 한 물건에 대해서는 20평대를 분양 받을 수 있지만 그 이후 쪼개기한 물건에 대해서는 무조건 단독·다가구로 적용해 한 채만 받을 수 있다. 김일환 신한은행 부동산팀 부부장은 “조합원 자격이 주어지는지 알아보려면 조합이나 추진위 사무실을 방문해 확인하면 가장 정확하다”고 조언했다.

    뉴타운 재개발도 재건축 못지않게 사업이 끝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특히 한남뉴타운은 냉정하게 따지면 초기인 조합설립 단계나 마찬가지다. 그나마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3구역도 건축심의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 계획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이주와 착공에 들어가기까지 최소 3~4년 걸릴 것으로 보인다. 2·4·5구역은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아직 개략적인 예상 추가분담금도 산출이 쉽지 않고 사업 도중에 주민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거나 정부와 시의 정책 방향이 바뀌는 등 여러 가지 변수로 재개발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마디로 지금부터 사업진행이 되더라도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정도 투자 기간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센터장은 “반포나 압구정 등 한강변 아파트는 한강을 북쪽으로 조망하지만 한남뉴타운은 정남향에서 바라볼 수 있다”며 “다만 개발 면적이 워낙 넓은 데다 구역별로 사업 속도가 다르고 장단점이 뚜렷해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는 쪽으로 길게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영신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2호 (2016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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