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연·이재현·최재원·구본상 광복절 특사 포함될까…재계, 경제위기 속 통 큰 사면 기대

    입력 : 2016.08.12 17:58:57

  • 8월에 접어들면서 광복절 특별사면에 대한 재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재계는 경제위기 극복차원에서 기업인에 대한 ‘통큰 사면’이 단행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사면대상에 누가 포함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7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광복절 특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7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광복절 특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월 1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광복 71주년을 맞이해 국민들의 역량을 모으고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면을 실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광복70주년 특사 때는 주요 경제인 14명만 사면 대상에 포함됐고 이 중 대기업총수는 최태원 SK그룹회장 1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사면방침을 밝히면서 ‘국민 역량 결집’, ‘재기기회 마련’ 등을 직접 언급한 만큼 그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 이재현 CJ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현재현 전 동양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등 재계 오너들이 사면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청와대와 정치권 분위기, 여론 추이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 재상고 포기… 건강악화호소

    이재현 CJ그룹회장이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회장이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특히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이재현 CJ그룹회장이 사면대상에 포함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20일 대법원 재상고를 포기했다. 재판종결로 형이 확정돼야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CJ는 이재현 회장의 재상고 포기를 밝히면서 이 회장의 유전병 진행 사진을 공개했다. 극도로 악화된 이회장의 건강상태를 직접 사진으로 보여줬다.

    이 회장은 근육이 위축되는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로 인해 엄지와 검지 사이의 근육이 빠지고, 근육 위축으로 발등이 솟아올랐다. 혼자 걷지 못하고 젓가락질도 힘든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긴 투병 생활로 이 회장의 심리 상태가 극도로 불안해진 상황”이라며 “우울증 증세가 나타나 항우울제도 복용 중”이라고 호소했다. 이재현 회장은 조세포탈·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현재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건강 문제로 구속집행정지 상태가 지속됐기 때문에 실제 채운 형기는 12%(약 4개월)에 불과해 일반적인 사면 기준에는 다소 못 미친다. 하지만 건강상태가 워낙 나빠진 상태라 대승적인 차원에서 사면대상에 포함될 수 있

    을 것으로 CJ는 기대하고 있다. 최근 유전병이 더 악화된 데다 신장이식에 따른 거부 반응과 부작용도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주치의인 김연수 서울대병원 교수도 “장기이식 환자에게 필요한 감염 관리나 CMT 재활치료 환경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감옥에 이 회장이 수감될 경우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소견서를 재판정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대법원은 이 회장의 배임혐의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할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서울고법이 다시 징역 2년6월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회장이 이번에 재상고를 포기한 만큼 사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김승연 회장·최재원 부회장·구본상 부회장 거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7월 5일 충북 진천 한화큐셀 태양광 셀 공장을 방문해 모처럼 경영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7월 5일 충북 진천 한화큐셀 태양광 셀 공장을 방문해 모처럼 경영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사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김 회장은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혐의 등으로 기소돼 2014년 2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형이 파기 환송심에서 확정됐다. 김 회장은 최근 한화큐셀 태양광 셀공장을 방문해 19개월 만에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집행유예 상태라 경영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회장의 등기임원 등재가 불가능한 상태여서 경영에 제약이 따르고 해외 비즈니스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징역 3년6월이 확정돼 복역 중인데 10월 20일이 형 만기로 이미 형기의 90% 이상을 채웠다. 최수석 부회장은 중증환자 간병 봉사활동을 하는 등 성실한 수형 생활을 인정받고 있어 사면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왼),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왼),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오)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은 사기성 LIG건설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 등으로 2014년 7월 대법원에서 4년형을 선고받았는데 전체 형기 중 93%를 채운 상태다. 2014년 1월까지 CP 피해자 802건에 대해 3400억원 규모 피해보상과 민형사상 합의를 완료한 것이 정상참작될 것으로 보인다.

    구 전 부회장 동생인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도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2014년 2월 법정구속됐는데 형기 81%를 이행했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은 2014년 징역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강덕수 전 STX회장은 형이 확정되지 않아 현재로선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세포탈 혐의로 올해 1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조회장은 현재 항소한 상태다.

    조 회장은 사면에 포함되기보다 억울함을 해소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준 효성 사장도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사면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횡령·상습도박 혐의 등으로 구속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지난 5월 2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이어서 사면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2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강 회장은 대법원 상고가 진행 중 이라 제외될 전망이다.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됐던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2013년 4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형이 확정된 상태로 사면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미래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이번 사면이 큰 폭으로 단행될 경우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정부에 큰 폭의 기업인 사면을 건의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도 30대 그룹 사장단이 전경련에 모여 공동 성명을 내면서 기업인 사면을 요청한 데 이어 전경련과 대한상의 회장들이 사면을 공개적으로 요청했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대부분 입장 표명조차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섣부른 언급으로 여론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어떤 그룹이든지 사면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 표명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오너 부재에 따른 경영 공백을 메우려는 일상적인 기업활동에 전념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윤재오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1호 (2016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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