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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 헌터’ 유순신의 Upgrade Your Career] (24) 직장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마음을 사는 4가지 Tips
입력 : 2016.08.12 13: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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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개월가량 공을 들였던 CEO 선임 프로젝트가 하루아침에 무산되고 말았다. 국내기업도 다국적기업도 아닌 조인트벤처, 지분을 똑같이 나누어 가진 합작법인의 책임자 자리였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기본 역량 외에도 양 회사의 이질적 문화와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후보를 선별해야 하므로 난이도가 높은 프로젝트였다.
수차례의 인터뷰를 마치고 계약서에 사인만을 기다려왔던 터라 실망감이 더더욱 컸다. 이유는 조직관리 능력이 없다는 것, 즉 ‘리더십의 부재’였다. 본인의 실적과 성과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하직원들을 ‘성과를 위한 도구’로만 썼던 그에게는 적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그는 성과를 못 내는 직원들을 사람 취급 안 하고 혹독하게 꾸짖기 일쑤였다. ‘다그친 후에 다독이며 마음을 풀어주기라도 했다면 그런 원성은 사지 않았을 것’이라는 뒷말도 들려왔다.
반면에 그의 다국적기업 상사들은 그를 추진력이 대단하며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실적 잘 내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상사에게는 ‘성과를 내는 사람, 결과 지향적이고 틀에 박혀있지 않은 혁신적인 사람, 무엇을 맡겨도 반드시 해내는 사람’이란 평가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일은 잘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사지 못한 후보자는 그토록 원하던 CEO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게 되었다. 회사에 충성하고 기여하느라 주위 사람의 마음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떻게 하면 하루 8시간 이상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살 수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간단한 일이면서도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으면 막상 실천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몇 년 전 필자가 해외로 출장 갔을 때의 일이다. 호텔 로비에서 고객사 인사 담당 임원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국내 몇 안 되는 여성 임원이라 반가운 마음에 함께 식사라도 하자는 제의를 하였다. 당연히 ‘을’의 처지인 필자가 계산하려 했더니 “예전부터 상대보다 더 많이 벌면 내가 밥을 산다는 신조를 가져왔다”며 기꺼이 그녀가 계산했다. 별것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상 비즈니스 세계에서 매우 드문 일이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서인지 그녀는 그 후로도 승승장구하며 정년퇴직을 할 때까지 다국적기업 임원으로 활동하였다.
평판조회 시 부하 직원에게 상사의 리더십에 대해 질문을 하면 “그분은 밥 한번 안 산다”며 좋은 평가를 해주지 않는 사례가 꽤 빈번하다. 이러한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서 큰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평소의 작은 실천으로 주위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혼자 밥 먹지 말고 주위 사람들에게 밥 사는 것을 권한다. 영국에 ‘부자가 되려면 부자에게 밥을 사라’는 속담이 있다. 부자가 되고 싶으면 그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그들의 사고방식을 보고 배워야 한다는 의미다. 부하직원뿐 아니라 평소 업무노하우나 리더십을 배우고 싶은 상사가 있다면 “이번엔 가벼운 것으로 제가 모시겠습니다. 저의 멘토가 되어주십시오”라고 경쾌한 요청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상사는 매번 밥을 사야 한다고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뜻이다. 더 나아가 ‘편하고 즐거운 식사시간이었다’라고 할 만한 기억에 남을 만한 대화거리를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악담이 아닌 덕담을 나누는 습관
18년 동안 <아침마당>을 진행했던 이금희 아나운서는 자신의 성공비결을 선배인 이상벽 아나운서의 덕담 한마디로 꼽았다. “이금희 씨는 KBS의 간판 아나운서입니다.” 이 말 한마디로 인해 어떤 어려움이 와도 참아 낼 수 있었고, 진짜 간판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 직장 내에서도 “이 대리는 참으로 대단해요. 아무리 촉박하게 시간을 주어도 완벽할 만큼 일을 해낸단 말이에요. 지금까지 있었던 제 어시스턴트 중 최고입니다”라는 상사의 말에 용기를 얻어 더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무심코 지나가는 말일 수도 있지만, 진심 어린 말 한마디, 특히 덕담이나 용기를 주는 습관은 듣는 사람들에게는 그 의미가 배가되어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미생이라는 드라마에서 장그래는 상사인 오 차장에게 ‘우리 팀이’라는 말을 들은 후 등 뒤에서 눈물을 흘렸다. 누구나 가볍게 쓸 수 있는 말들이지만 듣는 사람에게 뜻하지 않게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임시직이나 인턴 같이 소속감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는 직군의 직원을 소개할 때 “우리 팀 ◯◯씨”라는 호칭이 이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지 생각해 보자. 반대로 집안에 우환이 있어 일시적으로 업무성과가 떨어지는 직원에게 걱정하기는커녕 “그건 네 사정이니 난 알 바 없다(Your Problem!)”이라는 멘트를 날리면 “내가 왜 이런 사람을 위해 일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며 당장에라도 사표를 던지고 싶을 것이다. 내가 한 말의 95%가 상대는 물론 나에게도 부정적,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고 미래의 운명까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 서로에게 호감이 있었지만 늘 바쁘게 살아온 A와 B는 어렵게 저녁 자리를 만들었다. 워낙 동종업계에서 하는 일도 비슷한 데다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동질감으로 부부동반 약속을 잡았다. 기대와 호기심으로 식사를 하는 중에 B의 핸드폰이 계속해서 울려댔다. A에게 양해를 구한 후 외부에 나가서 통화를 하고 돌아왔지만 연속해서 전화가 오니 분위기에 집중하질 못했다. B는 근무하는 회사에서 외국 거래선과 문제가 생겨 해결할 일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며 이해를 구했으나 대화가 중간중간 끊기자 큰 맘 먹고 마련한 자리가 어색하게 된 것은 물론이고 헤어지며 말한 “언제 다시 한 번 만나자”는 허울뿐인 인사말이 되었고, 계속적인 관계유지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A는 유통업계의 수장자리에 올랐다. 누구든 그와 줄을 대서 만나고 싶어 하지만 B는 예전의 일이 떠올라 차마 축하전화조차 주저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은 ‘의미 있는 소통하기’와 ‘잘 들어주기’다. 스마트기기 시대라 하지만 대화하는 중에 핸드폰 화면에 눈을 빼앗기거나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광고성 알림과 같은 많은 유혹들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망치고 있다. 의미 없고 배려받지 못하는 시간을 상대가 함께한다면 어떤 마음이 들겠는가? 필자는 무엇보다 ‘진정성’을 강조하고 싶다.
대화라는 것은 목소리뿐만 아니라 눈빛과 표정, 제스처로도 무언의 의미와 감정을 전달한다. 타인의 마음을 얻는 방법으로 ‘잘 들어주기’는 상당히 큰 힘을 발휘한다. 상대방이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뒤에도 내가 이야기한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 또한 큰 신뢰감과 호감을 얻을 수 있다.
▶마음을 담은 선물은 당신에게 보물이 되어 돌아온다
30여 명의 CEO와 백제 유적을 탐방하다가 그곳에 위치한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했다. 별 기대를 안 하고 미술관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림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다. 설마, 진품이 아닌 카피겠거니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Y교수에게서 다음과 같은 일화를 들었다. Y교수는 문화재청장을 역임하고 우리 문화유산 발굴에 힘쓰신 분이었는데, 어느 날 고암 이응노 화백의 그림을 가진 사람들에게 서신을 보냈다고 한다. ‘고인의 뜻을 기려 미술관을 세우고 많은 사람들이 쉬어가게 하려 하니 그림을 기증해 달라’. 국내 최고의 갤러리 주인인 B회장이 내놓은 그림이 바로 그것이었다. 착오로 잘못 보낸 것으로 생각해서 “이런 귀중한 소장품을 주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라고 연락을 했더니 B회장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남에게 선물할 때는 제가 가진 것 중에 가장 좋은 것을 주어야 한다는 게 제 신념입니다”라는 답변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고 한다.
대중의 시선을 의식해서 적당히 창피하지 않을 만한 것을 보내는 것이 일반 심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B회장이 지금까지 화랑가에서 존경받으며 잘되는 이유를 알았다”며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는 Y교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반면 돈을 들여 선물을 주고도 좋지 못한 인상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특정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내놓는 선물이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상시 할인하는 제품이었다는 것을 받은 사람이 알게 되면 ‘내가 저 사람에게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저 사람은 평소에 나를 어떻게 생각했던 건가’ 등 서운한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좋은 마음으로 한 선물이 실망과 좌절감으로 이어지는 오해를 부를 수도 있으니 선물을 할 때는 신중히 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보다 직원들의 마음을 더 잘 샀기 때문에 국내 최연소, 최장수 CEO가 된 K사장을 주목해 보자. 그는 2007년 40대 후반에 대형증권사의 대표로 선임되었다. 그 후 업계 최고의 실적을 거듭 내면서 올 들어 업계 최초의 CEO 9연임 기록을 세웠다.
이런 비결을 묻자 “출근할 때 설레고 퇴근할 때 마음이 가벼운 ‘행복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 평소의 경영 철학이다”라고 넉넉한 인상으로 얘기한다. 직장생활은 원하든 원치 않든 사람들과의 만남의 연속이다.
즉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성취감을 공유하며 유대감으로 함께 실력을 향상시킨다. 능력이 있어도 성공적인 자리까지 오르지 못하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나를 아끼고 지지해주는 ‘내 사람(My Man)’이 주위에 몇 명이나 있는가? 내가 어려울 때 말없이 뒤에서 도와주는 수호천사가 과연 있을까? 남들이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나는 그들의 구원군이 되어 손을 내밀 준비가 되어있는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1호 (2016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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