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IGTAL UPOPIA…AI를 활용한 경쟁 우위 전략

    입력 : 2016.07.26 15: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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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 유토피아 시대. 디지털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앞으로의 기술 진보에 대한 기대도 더욱 커지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해줄 것만 같다. 그럼 기술이 사업전략도 세워줄 수 있을까?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면 절대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오직 인간에게만 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졌던 추상적 개념의 학습도 인지적 알고리즘 덕에 가능해졌다. 로봇이 대학 입학을 목표로 공부를 할 수 있을 정도다.

    하드웨어 역시 지속적인 개발과 폭발적 보급으로 더욱 많은 이들이 보다 높은 수준의 기기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축적되는 데이터 양이 급증했고, 다양한 알고리즘과 분석방법의 개발로 로봇의 활동 영역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창의력과 지능이 필수적인 작곡, 시험 채점, 감정 파악 등을 비롯해 최근엔 바둑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섭렵했다. 구글(Google) 딥마인드(DeepMind)의 알파고(AlphaGo)는 이러한 기술 발전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 똑똑해진 기계에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맡겨도 될까? 인간보다 우월한 계산력과 판단력을 갖춘 로봇 전략가의 말만 믿으면 되는 것일까? 로봇 전략가는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제시할 수 있을까?

    현 상황에서 그 대답은 모두 회의적이다. 기술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가시적인 경제적 이익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정보통신기술은 급격히 발전해왔지만 1970년대 이후 총요소생산성(TFP)의 증가율은 그와 관계없이 정체돼 있었고, 2007년 이후로는 사실상 증감 자체가 없었다.

    로버트 솔로우(Robert Solow) 교수는 “많은 곳에서 컴퓨터의 시대가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지만, 생산성 통계에서는 그렇지 않다(You can see the computer age everything but in the productivity statistics)”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술은 아직 생산성을 담보하지 못하며, 때문에 아직까지 기술에만 의존해서는 사업 경쟁력의 우위를 점하기는 어렵다.

    이는 발전된 기술과 기계를 활용해 효과적인 사업 전략을 기획하려면 그에 의존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말과 같다. 스마트폰이 아무리 똑똑해져도 사용하는 사람이 스마트하지 못하면 편리한 생활이 불가능한 것처럼, 비즈니스에서 전략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인간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술 유토피아 시대에 직면한 CEO들을 위해 BCG는 새로운 경영전략기획 방법으로 통합 전략 기계 모델을 제안하고자 한다. 통합 전략 기계 모델은 BCG의 창립자 브루스 헨더슨(Bruce Henderson)이 강조했던 전통적 비즈니스 개념인 리프레이밍(reframing)을 활용한 것으로,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는 방식이다.

    재정의와 재분석 과정을 인간과 기계가 분담하여 각각의 수준을 극대화하게 되는데, 기계는 한 차원 높은 데이터 분석 능력을 활용해 보다 방대하면서 날카로운 분석을 도출한다. 인간은 보다 넓은 범위에서 문제를 복합적으로 고려하고 방향을 조절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만들어 내는 것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 필요한 알고리즘, 방향에 대한 종합적인 피드백 역시 인간의 몫이다.

    통합 전략 기계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가 아마존(Amazon)이다. 아마존은 최소 21개 이상의 데이터 과학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시스템끼리 연결돼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 전략가와도 연결돼 있어 통합적인 전략 구상이 가능해진다. 가령 특정 상품의 인기가 좋을 것이라고 매출 전망 시스템이 예측하면, 이후 재고 예측 시스템이 업데이트되고 창고 재고가 그에 맞게 최적화된다.

    추천 엔진은 해당 아이템을 더 많이 추천하고, 수익 최적화 시스템이 가격을 조정한다. 일련의 변화가 매출 전망 시스템에 업데이트되고, 모든 상호작용은 각 시스템에 영향을 준다. 아마존의 인간 전략가들은 이런 시스템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방향을 세밀하게 조정하고 데이터의 의미를 추적하는 한편, 알고리즘을 재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통합 전략 기계 구축의 6가지 요건

    BCG는 아마존과 같이 통합 전략 기계 활용에 우수성을 보이는 기업의 CEO들과의 만남과 자체적인 분석 결과, 효과적인 통합 전략 기계 구축을 위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건을 6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첫째로, 적합하고 구체적인 전략적 목표가 필요하다. 인간은 다소 모호하더라도 자기 조직화를 통해 모호함을 수용하고 올바른 목표를 찾기도 한다. 반면 기계는 명확한 목표가 없으면 제대로 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다. 잘못된 검색어로는 제대로 된 검색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1차적 인사이트를 지니고 있어야 정확하고 구체적인 다음 목표도 수립할 수 있다. 기계의 성능을 과신한 나머지 정확한 프레이밍을 게을리한다면, 기업은 올바른 방향의 전략을 수립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목표에 맞게 접근법을 설계해야 한다. 여우가 호리병에 든 음식을 먹을 수 없고, 황새는 사발에 든 음식을 먹지 못했던 것처럼 적합하게 설계되지 않은 전략은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 전략도, 설계도 바뀌어야 한다. 고전적이고 안정적 환경에 맞게 설계된 모델은 다변적이고 유연성이 큰 상황에서는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기업이 어떤 목표를 가졌고, 어떤 상황에 직면해 있는지 고려하여 최적의 접근법을 고민해야 한다.

    셋째, 통합 전략 기계의 각 구성 요소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통합된 전체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개별적 최적 상태가 전체적인 최적의 상태를 담보하지는 않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체 구성 요소가 커뮤니케이션으로 유기적으로 조절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한 문제는 소수의 구성 요소들만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그 과정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도 단순하기 때문에 쉽고 효율적으로 이뤄진다. 문제가 복잡해지면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일이 된다. 많은 구성 요소들이 관여되고, 이들 사이에서 방안을 도출하려면 오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연계점이나 일관성을 잃고 엉뚱한 결론을 도출하는 경우도 생긴다. 전체 목표에 맞게, 각 구성 요소들이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조절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인간과 기계의 적절한 분업이 필요하다. 기계는 명확하게 정의된 환경에서는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반면 인간은 문제의 재정의, 새로운 문제 제기, 복합적 고려 등 사고 범위를 넓히고 모호함을 해결하는 데 능하다. 각자의 장점이 시너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절한 분업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만약 이 부분이 해결되지 못해 기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전략의 날카로움이 결여될 것이고, 반대로 인간이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면 전략의 깊이가 부족할 수 있다.

    다섯째, 인간과 기계 사이에 효과적인 인터페이스가 구축돼야 한다. 인간의 의도가 온전히 기계에 전달돼야 하고, 기계의 데이터 처리 결과는 인간이 용이하게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효과적인 인터페이스가 없다면 통합 전략 기계는 추적 불가능한 결과물을 생산하는 블랙박스일 뿐이다.

    여섯째, 통합 전략 기계는 고유한 것이어야 한다. 통합 전략 기계는 결국 기업의 경쟁 우위를 창출하기 위함이다. 경쟁사의 그것보다 우위에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규격화된 솔루션, 쉽게 구할 수 있는 데이터에서 도출한 결과는 범용화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범용화된 결과는 별 가치 없는 경영 전략으로 이어지기 쉽다. 툴, 데이터, 사람, 프로세스, 설계 등 어떤 부분에서든 우위에 있는 게 없다면 차별화된,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전략을 도출하기 어렵다. 통합 전략 기계는 꾸준히 변화하고 개선돼야 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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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 전략 구축 위한 고민이 필요한 때

    기업의 리더는 통합 전략 기계 구축을 위한 위 6가지 요건의 효과적 정착을 위해 다음의 5가지 사항에 대해 지속적, 통합적으로 점검하고 고민해야 한다.

    첫째, 달성하고자 하는 전략적 목표를 확인해야 한다. 브루스 헨더슨의 말처럼 문제의 최초 정의는 직관적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통합 전략 기계의 1차적 목표는 기계가 아닌 인간에 의해 정의돼야 한다. 따라서 1차 목표 설정에 적절한 시간과 노력이 투여되고 있는지, 그 목표가 올바른 방향으로 설정됐는지 점검해야 한다.

    둘째,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구성 요소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목표가 달라지면 필요한 역량이 달라지고, 이러한 필수 역량은 즉각 확보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술, 인재 등의 역량을 확보하는 것에는 일반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거나, 명성이 필요하거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존, 구글과 같은 기술을 갖춘 대기업은 지속적인 투자와 인재 영입을 위한 과감한 프리미엄 지불을 통해 효과적인 전략 기계를 개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우위를 갖지 못한 대다수 일반 기업들이라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기술이나 설계, 직면한 목표와 단계에 따라 무엇이 필요한지 판단하고 이에 대한 확보와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셋째, 인간과 기계의 상호보완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통합 전략 기계는 인간의 사고 능력을 저해하거나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적극적으로 요하는 메커니즘에 가깝다. 통합 전략 기획에 쓰일 기술은 그런 인간의 개념 고안, 문제 제기 능력을 자극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역으로 인간은 기계가 관련성 높은 분석을 할 수 있도록 명확한 지시를 내릴 필요가 있다.

    넷째, 통합 전략 기계의 진화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성공적인 통합 전략 기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스로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경험을 통해 학습하고 적합한 질문에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구축돼야 한다. 통합 전략 기계를 관리하는 사람이 이에 대한 설계를 주기적으로 재평가하고 구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이후 진화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다섯째, 통합 전략 기계가 전체 조직 안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한다. 통합 전략 기계가 도출하는 전략은 조직 구성원 전체가 실행에 옮길 때 의미가 있다. 만약 조직의 현실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는 설계, 분석, 알고리즘이라면 조직 구성원들은 전략을 인정하기보다 거부할 가능성이 커진다.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성원들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통합 전략 기계여야만 긍정적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그 반대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기술은 발전하지만, 그 활용이 즉시 이뤄지는 건 아니다.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조직이 정비될 시간이 지나야만 기술이 가진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전기 모터는 증기 기관을 대체해 등장했다. 그러나 실생활에서는 증기기관이 사용되던 기존 영역에서만 대체적으로 쓰이다 보니 그 생산성에 있어서는 별반 큰 차이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전기 모터라는 새로운 기술에 맞게 공장이 최적화되기 시작하면서 그 생산성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었다. 지금의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술 수준은 높아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높아질 테지만 그와는 별개로 기업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최적화된 환경이 구축되기 전까지는 효율성이나 이윤 창출과는 거리가 먼 것일 수 있다.

    기업의 리더는 지금 기업의 두 가지 자산, 바로 인간과 기술을 최대한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기계만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고, 인간만으로 경쟁하기에는 기술이 가진 잠재력이 너무도 크다.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들이 생산 현장에 최적화되고 그 잠재력을 발휘할 환경을 준비하면 동시에 인간과 기계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요건들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시대가 바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기술 유토피아’의 시대다.

    [마틴 리브스(Martin Reeves) BCG 뉴욕오피스 시니어파트너 겸 매니징 디렉터, 다이치 우에다(Daichi Ueda) BCG 뉴욕오피스 컨설턴트, 필리프 게르베르트(Philipp Gerbert) BCG 뮌헨오피스 시니어파트너 겸 매니징 디렉터, 랄프 드라이슈마이어(Ralf Dreischmeier) BCG 런던오피스 시니어파트너 겸 매니징 디렉터]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0호 (2016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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