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학· 로봇·음성인식… 진화하는 AI-인공지능 영역 확대하는 Goolge

    입력 : 2016.07.26 11:59:22

  • 구글이 올해 10년째를 맞은 개발자회의를 통해 선보인 기술의 핵심은 역시 인공지능이었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지난 5월 18일부터 3일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회의(I/O)의 기조연설에서 “구글의 인공지능은 이제 직관적이고 창의적인 작업까지 해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구글은 스스로 학습하면서 움직임의 정확도를 개선하는 로봇팔을 선보였다. 물건을 집는 로봇팔의 움직임이 처음에는 실수투성이다. 물건 근처에 도달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팔은 지속적으로 물건을 집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정확도를 개선해나간다. 수만 번 이상의 움직임을 통해 결국 로봇팔은 정확히 물건을 집어내는 데 성공한다. 단순히 사전에 입력된 프로그램에 의해서만 움직였던 로봇의 차원을 뛰어넘은 것이다.

    구글 인공지능이 점차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통해 의학 분야까지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의사들조차 진단하기 어렵다는 당뇨성 망막병증을 진단하는 기술이 이미 상용화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구글은 수많은 안구사진을 지속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인공지능을 통해 당뇨성 망막병증의 초기 진단을 가능케 했다.

    당뇨 합병증인 당뇨성 망막병증은 초기에 진단하면 치료가 가능하지만 시기를 놓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만 당뇨성 망막병증 환자가 420만 명에 달한다. 의사들조차 조기 진단에 어려움을 느끼는 병이다.

    피차이 CEO는 “알파고의 성공이 인공지능도 직관적이고 창의적인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구글 본사
    구글 본사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구글의 음성인식

    구글의 음성인식 기능 역시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갈수록 정확도가 개선되고 있다. 이번 개발자회의에서 구글은 고도화된 음성인식기능을 보이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선보였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기존 음성인식 프로그램인 ‘구글나우’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영화 레버넌트의 감독은 누구냐’와 같은 단순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은 기본이다. 사용자의 음성으로 지시를 내리면 지시의 맥락까지 이해하고 이에 대한 답을 주는 스마트한 음성인식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사용자가 “내가 좋아하는 팀이 이겼냐”라고 물어 보면 구글 어시스턴트는 “스페인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는 어제 승리했다”라고 답한다. 특정팀을 지정하지 않아도 사용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답을 준다.

    “금요일 저녁에 무엇을 할까”라고 질문을 던지면 볼 만한 영화를 추천하기도 한다. 단순히 기계적인 응답을 주는 게 아니라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똑똑한 비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올 하반기에 출시되는 구글홈은 구글 어시스턴트 기반이 내장된 사물인터넷(IOT)기기다. 집안에서 구글홈에게 음성으로 지시할 수 있다. 음성 명령으로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들려주고 원하는 동영상을 찾아 크롬캐스트와 연결된 TV로 보여준다. “안방 조명을 켜줘”, “오늘 비가 올까”라는 단순 정보에서부터 “오늘 아침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줘”와 같은 단순하지 않은 지시까지 구글홈은 소화해낸다. 교통 상황과 식당 예약, 중요 행사 알림 등 사소한 잡무까지 일일이 처리해준다.

    마리오 쿼에로즈 구글 제품관리 담당 부사장은 “집에서 알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모두 구글홈을 통해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운전 중에 네비게이션 가동을 위해 일일이 화면을 누를 필요가 없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가 있으면 음성으로 길찾기가 가능해진다. “명동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알려줘”라는 식의 지시에 안드로이드 오토는 스마트하게 반응한다. “뒷 창문을 열어줘”,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줘” 등의 음성지시로 차량을 조작할 수 있는 기능도 머지않아 현실화된다.



    ▶챗봇 기능 탑재된 메신저 앱 ‘알로’

    구글이 올해 여름에 내놓을 메신저 앱 ‘알로’에는 챗봇 기능이 탑재된다. 대화 중에도 궁금한 정보가 있으면 따로 검색 사이트에 접속할 필요 없이 대화창 내에서 챗봇에게 물어보면 된다.

    예상 답변을 자동으로 추천해주기도 한다. 만약 상대방이 강아지 사진을 올리면 ‘귀엽다’, ‘이름이 뭐야’라는 답변을 추천한다. 알로는 올해 여름 출시예정이다.

    그동안 메신저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지 못하던 구글이 인공지능을 탑재한 알로로 체면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화상채팅 앱인 ‘듀오’는 화상채팅 발신자의 영상을 통화 수신 버튼을 누르기 전에도 확인할 수 있다. 동영상 발신자 표시 시스템이다. 전화 수신을 기다리는 상대방의 모습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듀오 역시 올해 여름 출시될 예정이다.

    친구들끼리 채팅 시 정보가 궁금할 때 굳이 검색 엔진을 가동하지 않아도 된다. 구글이 올 여름경 출시하는 메신저 앱 ‘알로’에는 챗봇 기능이 들어 있다. 친구들과의 채팅 시 ‘명동 주변에 맛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찾아줘’라고 지시를 하면 챗봇이 채팅방 안에 좋은 레스토랑을 추천해준다.

    구글 개발자 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순다 피차이 구글 CEO
    구글 개발자 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순다 피차이 구글 CEO
    ▶모듈형 스마트폰 ‘아라폰’ 내년 출시

    구글이 오랫동안 준비해온 모듈형 스마트폰인 ‘아라폰’도 개발자회의에서 베일을 드러냈다.

    블레이즈 베르트랑 구글 ATAP 크리에이티브 총괄은 “아라폰은 내년 소비자에게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이 공개한 아라폰은 아기자기한 블록형 모델로 구성됐다. 5.3인치 기본 프레임에 스피커, 카메라 등 필요한 기능들을 필요한 만큼 끼워서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다.

    소비자는 스스로 필요한 기능들만 골라서 새롭게 폰을 구성할 수 있다. 생산자가 일방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탑재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방식이다. 구글의 아라폰 프로젝트를 통해서 기존 스마트폰에서는 담지 못했던 다양한 기능들을 담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카메라, 녹음기 등 기존 스마트폰에서 구현됐던 기능뿐 아니라 혈당측정 등 헬스케어 기능 등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은 올해 개발자용 아라 스마트폰을 공개하고 다양한 기능 개발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늦여름에 공개되는 새로운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N’도 눈에 띄었다. 앱 설치 없이도 앱 안의 내용 검색이 가능한 ‘인스턴트 앱’ 기능이 탑재됐다. 앱 안에 있는 좋은 내용을 공유했을 시 공유를 받은 사람이 내용을 보기 위해서는 앱 설치가 기본이었다. 안드로이드N에서는 굳이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해당 내용을 검색할 수 있다. 검색엔진을 통해서는 웹에 있는 내용만을 찾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앱 안의 내용도 검색이 가능해진다.

    구글은 ‘데이드림’이라는 가상현실 플랫폼도 공개했다. 새로운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N’에 데이드림을 포함시킬 것이라는 계획이다. 구글은 플랫폼 조성에 중점을 뒀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드저널 등 언론사들과 넷플릿스, 아이맥스, HBO 등 동영상 제작·유통업체들이 데이드림에 VR 관련 앱을 공급할 예정이다.

    유비소프트, CCP 등 게임개발사도 데이드림 전용 게임을 개발 중이다. 데이드림을 다양한 VR 콘텐츠를 소비 중심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구글은 VR 기기도 자체 개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삼성, LG 등 스마트폰 제조사를 통한 레퍼런스 기기 개발은 물론 자체적인 VR 기기개발로 갈수록 확대되는 VR 기기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복안이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올해 가상현실(VR)기기 출하량은 960만 대이고, 2020년에는 6480만 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래 개발자 키우는 청소년개발자 회의

    개발자회의 개막에 앞서 청소년을 위한 개발자 회의도 개최됐다. 미래 개발자를 양성하는 자리지만 전혀 딱딱하지 않았다.

    강연자들은 “즐겁게 해라, 창의적으로 생각하라”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파브니 디완지 구글 부사장은 청소년들에게 “미래를 만드는 건 바로 여러분”이라며 “호기심을 가지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다른 사람과 협력해라”는 3가지를 요구했다. 그는 “항상 ‘왜’라는 질문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우선이다”며 “누구와 협력해서 일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인근에 거주하는 미국 초등·중학교 학생 120명이 참가한 올해 청소년 개발자 회의 주제는 ‘나만의 몬스터 만들기’였다. 참가자들은 먼저 스티커와 여러 가지 카드보드 상자를 사용해 로봇 형태의 몬스터를 디자인한다. 구글이 MIT 미디어랩과 공동 개발한 스크래치 블록은 몬스터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 스크래치 블록은 어려운 프로그래밍을 블록으로 쉽게 구현해준다. 아이들은 블록을 요리조리 붙여 보면서 자신이 설계한 몬스터를 작동하도록 훈련시킨다. 상상 속의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아이들은 몬스터가 타고 다니는 이동수단을 3D프린터를 통해 직접 디자인해낸다. 다음은 몬스터 애니메이션 만들기다. 스스로 구현한 몬스터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는 짧은 애니메이션을 아이들 스스로 만든다. 모든 스토리 구성을 스스로 짜야 하며 몬스터의 대사도 아이들이 직접 만들고 음성 녹음까지 한다. 스스로 만든 몬스터의 이야기를 끝까지 완성해내는 것이다.

    투빅서커스의 브렌트 부쉬넬 CEO는 “어렸을 때부터 흥미를 느끼고 즐거워 한 일을 평생 할 수 있는 것처럼 행복한 일이 어디 있느냐”며 “개발자는 컴퓨터 앞에만 있는 괴짜가 아니라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안정훈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0호 (2016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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