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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逆)직구 세제개편 좁아진 중소기업 대륙 진출 어떻게?
입력 : 2016.06.10 15: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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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해외직구(B2C)로 날이 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열기가 뜨겁다고 알려졌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신정 등 특별한 날이면 해외직구 물품이 밀려들면서 세관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한다. 밀려드는 직구 물품을 처리하느라 세관 직원이 과로로 쓰러질 정도라고 하니 그 열풍을 짐작할 만하다. 수치상으로도 일명 ‘하이타오족(海淘族)’으로 불리는 중국의 해외직구족은 매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2000만 명에 달했던 하이타오족은 지난해 약 2400만 명에 이르러 20% 이상 증가했다. 미국의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PayPal)은 중국의 해외직구족이 2018년에는 36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인터넷 시장 조사기관 빅데이터리서치(BigData-Research)에 따르면 2014년도 중국의 해외직구 금액은 27조2460억원(1500억위안)에 달해 전년 대비 95.6%나 급증했으며, 지난해에는 그 규모가 다시 60%가 늘어나 43조5935억원(2400억위안)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제조업체 불만폭발
중국의 역직구 수요는 이미 특정 분야만의 시장이 아니라 웬만한 나라의 인구 전체가 참여하고 있는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구입 품목으로 의류·가방을 선택한 사람이 45.5%로 제일 많았으며, 그다음으로 화장품, 분유·영유아제품, IT 제품, 보건식품 순으로 나타났다. 해외 직구 상품 구성을 살펴보면 미국에서 구입한 사람이 58.2%로 제일 많고, 한국은 34.3%로 2위, 그다음으로 일본, 호주, 영국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한류의 영향과 품질 등이 부각되며 하오타이족이 선호하는 직구 국가로는 미국 다음에 한국이 꼽힐 정도로 시장성도 유망하다. 이미 여러 기업들이 이러한 점을 파악해 중국 역직구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화장품·영유아용품·가전 등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에서 선전을 하고 있는 기업도 상당수 탄생하며 새로운 수출 활로로 각광받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정부로서는 역직구 상품 중 면세물품이 상당수를 차지해 세수에도 크게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정식 통관된 제품은 관세와 증치세(부가가치세, 17%)를 내고 중국에 상륙하는 반면 B2C로 들어온 물품은 한 푼도 세금을 내지 않는 경우가 흔했기 때문이다. 무역 업체들의 불만도 하늘을 치솟은 상태다.
중국3대쇼핑몰인 VIP닷컴의 김포 물류창고에 쌓인 B2C상품들.
해외직구 상품 일반무역에 준해서 통관
결국 중국정부는 칼을 뽑아 들었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 3월 24일 저녁, 웹사이트를 통해 전자상거래를 이용한 해외직구 상품에 대한 세제 개편안을 공식 발표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역직구(B2C)에 대한 세제 인상 소식이 공식화된 것이다. 해외 직수입 상품에 대한 세제 개편안은 지난 4월 8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개편 안의 핵심은 그동안 해외직구 소비자들이 즐겨온 면세 혜택이 사라지고, 해외직구 수입상품에 대해서도 일반 화물처럼 관세·증치세·소비세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해외직구상품은 행우세가 적용돼 세액이 50위안을 넘지 않으면 세금이 면제됐다. 그러나 이번 개편으로 면세는 아예 사라지고, 해외직구 상품마다 무조건 최소 11.9%(증치세의 70%)의 세금이 부과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B2C상품에 적용해 왔던 행우세는 여행객 개인 물품, 이사 화물 등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조정됐고 세율은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됐다. B2C 수입상품을 기존에는 물품으로 분류했으나 이제는 화물로 분류해 종합세를 적용한다고 밝힌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출입 상품을 크게 화물과 물품으로 구분해 화물에 대해서는 수입 시관세·증치세·소비세를 부과하고, 비무역 속성의 여행용 짐·우편물 등은 물품으로 구분해 관세·증치세·소비세를 종합한 수입세를 부과한다.
▶품목 제한 목록과 인증 등 규제 파악 필수
직수입 상품에 대한 또 다른 큰 변화는 품목 제한이다. 세제 개편안의 시행을 하루 앞두고 중국 재정부는 해외직구 ‘가능품목’을 공식발표했다. 기존에는 동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일반적 허용’ 정책을 폈다면, 이번 세제 개편을 통해 1142개 품목(HS 8단위 기준)만 수입을 허락하는 ‘개별적 허용’ 형태로 제한했다. 식음료, 의류, 신발, 모자, 가전용품, 기저귀, 아동완구, 안경, 보온병 등 생활소비재가 주로 가능 품목에 포함됐다. 이어 4월 중순 경 2차로 신선식품(새우, 사과 등), 의료기기(혈압계, 콘택트렌즈 등), 식량류(현미, 밀가루 등), 유제품 등 151개 품목이 새로 추가했다.
목록을 추가하며 절차적인 규제도 추가됐다. 신선식품과 밀가루 등 일부 품목은 보세구를 통한 판매만 가능하고, 식량류는 1인당 연간 구매량을 20㎏으로 제한했다. 중국 보세구를 통한 B2C 수입의 경우 일반무역과 같이 통관 관련 규제(통관서류 및 검역절차 요구)를 동일하게 시행하게 되어 업무절차가 더 강화되는 셈이다. 해외직구 직송 상품에 대해서는 통관 시 검사·통관서를 면제해주나 중국 업체가 보세구를 통해 사전에 수입한 후에 B2C를 통해 판매되는 제품은 일반무역 절차를 그대로 준수하게 된 것이다. 특히 B2C를 통한 유망 수출품목인 보건식품, 화장품, 영유아용 분유, 의료기기 등에 대해 사전에 인증을 받은 제품만 통관이 가능토록 제한했다. 기존에 인증을 받지 않고 시장테스트 차원에서 B2C로 수출하던 방식이 불가능해져 신제품 출시와 동시에 마케팅을 진행하던 관행에 제동이 걸리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의 수출은 어려워진 셈이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다수 진출한 화장품의 경우 일부 화장품에 대한 세율이 인하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과거 화장품에 대해 일괄적으로 50%의 행우세를 부과했지만, 최근 시행에 들어간 규정에서는 화장품을 60%와 30%로 구분했다.
올해 1월 26일 군산항에서 열린 첫 쌀 수출 기념식
수입 관세 조정의 여파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현지 B2C 중개업체 가운데 인기 직구 상품의 수입 비용이 상승하며 업종을 바꾸거나 아예 전자상거래를 포기하는 업체들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세금 50위안 이하 상품에 적용하던 면제 혜택이 사라지며 2000위안 이상의 중고가 가전제품을 수입해온 업체들의 경우 더 이상 감세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수입단가가 상대적으로 적은 식품, 의류, 잡화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매일경제신문은 지난달 항저우 국제 전자상거래 시범지구 내 수입 물품 물량이 약 138만 건으로 전달 대비 60% 가까이 급감했다고 전했다. 이곳 입주업체 대부분이 해외직구를 전문으로 하는 전자상거래기업으로 수입 물량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화된 규제로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품목은 색조화장품이다. 화장품류에 대한 위생 허가가 의무화되면서 색깔별로 각각 허가 절차를 받아야 하는 립스틱의 경우 사실상 판매가 어려워졌다. 높아진 세율에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 상품 구매가 감소하면서 중국 관련 업계도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중국에 지정된 보세구역에 상품을 선입고 한 뒤 주문 발생 시 보세창고 통관 후 출고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던 역직구 거래가 주를 이뤘던 만큼 보세창고를 운영하던 중국 업체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알리바바 티몰, 징동 등 중국 플랫폼업체도 입점 업체의 매출이 떨어지면서 수수료 수입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역직구 업체 에이컴메이트의 경우 세제개편안 이후 매출이 30~50% 하락했다. 주문 이후 뒤늦게 세금이 붙은 것을 확인하고 구매를 취소하는 경우가 급증하면서 구매전환율이 현저히 낮아졌다. 패션 상품을 구매하던 단골 고객 방문율도 30% 이상 감소한 상태다.
한편 중국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피해가 커지자 중국 당국이 세제개편안 시행을 1년간 유예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중국 정부부처가 최근 합동 회의를 갖고 ‘국경간 전자상거래 세제개편’ 정책에 대해 1년간의 과도기를 갖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직구 전자상거래 업체들에 세관 등록 등의 준비 기간을 부여하고 시행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조정하는 기간을 갖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의도”라며 “중국 정부가 해외 직구에 대한 면세 혜택을 1년간 유예하면, 세제 개편 후 매출 부진에 시달리던 역직구 업체들도 일단 한숨을 돌릴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어디까지나 이는 소문일 뿐이라며 중국시장공략을 위해서는 개편 안에 맞춘 대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송종선 에이컴메이트 상해법인 대표는 “4.8 세제개편안 유예에 대해서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내용이 아니라서 유예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 현지에서 1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는 것이 합리적이고 국내 업체들에게도 유리하지만 아직 중국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의 3대 직구 전문 쇼핑몰 VIP닷컴 한국법인 김태정 부장 역시 “현재 1년 유예설은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이라며 명확하게 정부 당국이 밝히기 전까지는 알 수 없어 변화된 관세정책에 맞춰 대비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 중국 역직구 제품에 대한 세제개편 내용
◆해외직구 구매한도
- 1회당 거래금액 2000위안(기존 1000위안), 연간 거래 한도 2만위안
◆조세의 종목 및 세율 변경
- 수입통관 시 종합세 적용 : 관세(간이세율 :0%) + 증치세(세율: 17%)의 70% + 소비세의 70%
◆과세가격 기준 및 납세의무자
- 과세가격은 소비자 실제거래가격(상품소매가격 + 국내외 운임 + 보험료 등 포함)
- 납세의무자는 소비자임. 단 물류업체나 전자상거래 운영업체에서 납세 대행
◆거래금액 한도 초과 시 규정
- 1회당 거래금액 한도 또는 1인당 연간 거래금액 한도를 초과할 경우 일반무역으로 취급해 세금 혜택 없이 일반 수입 화물과 똑같은 관세와 증치세, 소비세(해당 품목)를 부과
◆신규 수입종합세 적용 대상
- 교역 명세서, 대금 지불증빙, 물류 배송 등 전자서류 제공 가능 상품
◆새로 개편된 행우세
- 행우세 세목을 기존 4개 세목에서 3개 세목으로 축소. 세율도 각각 15%, 30%, 60%로 조정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9호 (2016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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