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프스타일 전성시대

    입력 : 2016.04.05 10: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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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향을 판다’ 요즘 각광받는 라이프스타일을 한마디로 정리한 말이다. 옷이건 책이건 그릇이건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보고 샀지만 이제는 취향이 얼마나 나하고 맞는지를 보고 물건을 선택한다는 것. 일례로, 일본 1위의 츠타야 서점에 가면 추리소설 옆에 추리극을 다룬 영화 그리고 쿨 재즈 음반이 놓여 있다. 추리소설 독자가 좋아할 만한 연관 상품들로 진열대를 채워 놓았다.

    츠타야서점은 일본 출판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전국 1400여 매장에 5만 회원을 거느린 최대 출판 기업으로 승승장구 중이다. 한 달 전 리뉴얼 오픈한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100여 명이 한데 앉을 수 있는 초대형 독서 테이블을 설치하고, 서점 안에 미술 전시를 볼 수 있는 갤러리를 만들었다.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서적뿐 아니라 의류, 음식, 주거 공간까지 라이프스타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트렌드가 생활 전반을 파고들고 있다. 그야말로 라이프스타일 전성시대다. 유통소비재 분야에서는 라이프스타일 편집 숍이 대세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SPA(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와 맛집(F&B) 다음으로 뜨는 리테일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을 꼽았다. 라이프스타일 숍이란 옷, 가방, 그릇, 가구, 침구 등 생활 전반에 필요한 상품들을 편집해 진열해 놓고 휴게시설까지 제공하는 매장을 말한다.

    소비자 관심 속에 이케아·무인양품·니코앤드·자라홈·H&M홈 등 외국 브랜드의 진출이 활발해졌고, 이에 질세라 자주·모던하우스·버터·더라이프 등 국내 브랜드도 매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2014년 말 이케아 진출을 계기로 국내 라이프스타일 가구시장도 빠른 속도로 커졌다. 가구부터 그릇, 침구류, 홈웨어 그리고 각종 생활용품을 다루는 이케아의 출현에 긴장한 국내 가구 회사들이 유통망과 디자인을 강화하고 선진국 형태의 홈스타일을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가구회사로 변신을 시도한 것. 그 결과, 한샘, 리바트, 까사미아, 에넥스 등 국내 주요 가구 회사들이 3년째 두 자릿수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Home Furnishing ▶급성장하는 라이프스타일 가구

    한샘·현대리바트 등 최근 3년간 두 자릿수 성장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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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말 북유럽 유통 공룡인 스웨덴 이케아가 한국에 상륙했다. 경기도 광명에 이케아가 1호점을 오픈하자 가뜩이나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국내 가구 업계는 “대형 악재가 터졌다”며 사활을 걱정했다. 14개월이 지난 지금 기우였음이 판명됐다. 이케아 오픈을 기점으로 국내 가구 시장은 빠른 속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 가구 시장에서 1위를 점한 한샘을 비롯해 현대리바트, 까사미아, 에넥스 등 주요 업체들은 최근 3년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일종의 ‘메기 효과’라고 입을 모은다. ‘메기 효과’란 메기 한 마리를 미꾸라지 어항에 집어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생기를 잃지 않는데 이를 기업 경영에 적용한 말이다. 이케아가 한국 진출을 선언한 시점부터 국내 가구 업체들은 위기감에 다양한 전략으로 대응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던 것. 이케아가 따라올 수 없는 한국형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표방하면서 매장 규모를 확대하고 생활용품의 비중도 늘렸다. 오히려 이케아 진출로 소비자들이 가구를 비롯한 홈퍼니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산업 전체가 성장하는 이른바 ‘이케아 효과’가 발생했다. 이케아 역시 광명점 단 하나의 점포에서 연간 3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내고 있다. 유통망 강화 나선 국내 가구 회사들 한샘은 지난해 매출 1조7012억원(연결 재무제표 기준)을 달성하면서 그 전년 대비 29.2% 성장했다. 이는 2013년 매출 1조69억원으로 가구 업계 처음으로 1조원을 달성한 이래로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한샘 측은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품질 서비스와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제품과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객과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한발 앞서 유통망을 정비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샘은 2020년 비전으로 삼성과 현대자동차와 더불어 대한민국 3대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내수를 넘어 약 750조원으로 추산되는 중국 인테리어 시장으로의 진출을 추진 중이다. 한샘은 중국 홈인테리어 시장에 가구, 생활용품, 건자재까지 유통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강승수 부회장을 필두로 한 중국 사업 태스크포스팀이 꾸려졌다.

    현대리바트는 아파트 특판 가구 비중이 전체 사업의 50%를 넘는다. 안정적인 사업 분야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대리바트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날로 확대되는 홈퍼니싱 시장을 겨냥해 올해부터는 B2C 사업 비중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종합 인테리어 제품을 갖춘 대형 직영 전시장인 ‘리바트 스타일 숍’의 신규점을 늘리고 있다. 현대리바트 측은 “시내 외곽의 대형 창고형 매장을 운영하는 이케아와 달리 가까운 도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도록 광역시 위주로 서울, 용인, 대전, 광주에 대형 직영 매장을 오픈했으며, 전국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에 입점하는 등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홈퍼니싱·가구 업체 한국시장 공략 이케아코리아는 2020년까지 국내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해 매장을 6개로 늘릴 방침이다. 국내 1호 매장인 광명점을 포함해 서울·경기 지역에 4곳, 대전·충청 지역에 1곳, 부산·경남 지역에 1곳의 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광명점 개점 당시 국내 5개 매장을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국내 운영 점포를 1곳 더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케아코리아는 강동과 고양시 외 매장이 들어설 지역 한 곳을 추가로 선정할 방침이다. 가장 먼저 고양에 들어설 신규 매장은 용지 면적 5만1000㎡, 연면적 16만4000㎡ 규모로 오는 2017년 하반기 개점한다. 글로벌 가구 업체와 생활용품 업체들이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주방가구 1위 업체인 오파인도 한국에 진출한다. 일본의 프랑프랑, 미국 에쉴리퍼니처가 들어온 데 이어 덴마크의 플라잉타이거도 올 상반기 국내에 진출한다.



    논현동 가구거리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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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샘 플래그숍, ‘무난’보다 ‘개성’있는 혼수 가구 인기 지난 2월 말 서울 논현동 가구거리 중앙에 위치한 한샘 플래그숍을 찾았다. 봄 결혼시즌을 앞두고 신혼부부를 위한 산뜻한 가구와 인테리어 용품들로 가득 찬 전시장은 활기가 넘쳤다. 예비 신혼부부 혹은 부모님을 동반하거나, 신부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매장을 누비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한샘 홍보팀의 남건우 계장은 “3~4월은 스토어 전체가 신혼관으로 꾸며지는데, 요즘 예비신혼부부들은 무난하고 실용적인 가구보다는 각자의 개성과 취향이 드러나는 디자인 제품을 찾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곳 한샘 논현점에는 최근 들어 꾸준히 판매가 늘고 있는 침대 매트리스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수면존’이 있다. 2층에 마련된 수면존에선 다양한 매트리스에 직접 누워보고 비교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된다. 에이스와 시몬스, 대진침대 등 침대 전문기업이 독점하다시피한 국내 매트리스 시장에 한샘은 기능성은 떨어지지 않으면서 가격대는 이들 전문기업보다 30%가량 낮춘 가성비 높은 제품으로 도전장을 낸 상태다. 이번 봄시즌을 겨냥해선 한층 업그레이드된 포켓스프링 매트리스 ‘사일런나잇’ 신제품 3종을 출시했다. 아울러 메모리폼 매트리스인 ‘컴포트 M’도 론칭했다. 한샘에 따르면 이번에 출시된 사일런나잇은 영국의 유명 매트리스 브랜드로 지난 2011년부터 한샘과 기술 제휴해 고밀도 포켓스프링 매트리스를 생산하고 있다.

    이 제품은 매트리스 전체를 7개 구역으로 나눠 부위별로 알맞은 지지력으로 몸을 받쳐준다는 게 특장점이다. 집안 분위기를 좌우하는 소파와 의자는 등받이가 뒤로 넘어가는 리클라이너(recliner)가 인기다. 남건우 계장은 “소파나 의자에 앉는다는 기능에 편히 쉬고 싶다는 힐링 개념이 더해 리클라이너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집안에서는 편안함을 찾는 추세 속에 고가의 수입소파와 협업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칼리아한샘 소파는 세계 3대 가구 명품인 칼리아 이탈리아와 한샘이 디자인 협업을 통해 개발한 상품. 국내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50년 전통의 숙련된 기술력과 장인정신으로 만든 이탈리아 마스트로또사 가죽을 사용했다. 한샘의 자체 소파 가격인 200만원대보다 두 배가량 비싸지만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한샘이 이탈리아 명품 가구회사 나뚜찌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소피탈리 소파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품목이다. 논현점에는 이외에도 한샘을 대표하는 키친바흐 부엌가구를 비롯해 각종 인테리어 소품과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쿡방’에 이어 ‘직방’ 열풍 속에 스스로 집안을 꾸미려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한샘도 인테리어 용품과 생활용품 비중을 점차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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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리바트 스타일숍, 회색 장·6인용 식탁 잘 팔려 현대리바트에서 운영하는 리바트 스타일숍 논현점에 들어서니, 아기자기한 생활용품들이 눈길을 끈다. 다른 가구전시장이 대부분 손님을 처음 맞는 1층 공간에 고급스러운 거실용 가구를 진열해 놓은 것과 달랐다. 양영산 현대리바트 대리는 “자사 가구점 중에서도 논현점은 가장 오래된 매장이라 처음 문을 열었을 당시의 상품 구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 오픈한 울산점과 분당점 등은 1층에 고급 가구들을 전시해놓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래서 가구를 우선적으로 보기 위해 5층 꼭대기층 매장에 가보니 40~50대를 위한 고가 제품들이 놓여 있었다. 현대리바트가 지난해 말 출시한 고가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인 ‘H·몬도’ 제품이 눈에 띄었다. 고급 소파를 비롯해 식탁, 거실장, 디자인 체어 등 30여 종의 제품을 갖춘 H·몬도는 제품당 가격대가 300만~900만원에 이르는 고가 제품군이다. 특히, H·몬도는 신혼 때 사용했던 가구를 바꾸려는 40~50대 소비자 마음을 끌기 위해 유럽풍의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접목하고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다. 한층 내려오니 예비 신혼부부를 위한 신혼가구들이 즐비했다. 침대와 매트리스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현대리바트가 지난해 자체 기술로 만든 폼 매트리스 ‘엔슬립 누베’는 요즘 신혼부부들에게 인기가 많은 상품이다. 적절한 지지력과 복원력을 갖춰 어깨부터 허리, 엉덩이까지 인체 굴곡에 맞춰 신체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것이 특징이다. 고가 제품에 사용되는 몰드 방식의 생산 공정을 적용했다는 게 리바트 측의 설명이다. 신혼을 위한 혼수용 가구들은 ‘내추럴’과 ‘로맨틱’한 분위기 제품이 유행한다. 이번 시즌 눈에 띄는 특징은 가구의 메인 컬러로 ‘그레이(회색)’를 사용한 제품들이 많다는 점이다. 거의 흰색에 가까운 라이트 그레이부터 무겁고 어두운 그레이까지 다양하게 사용됐다. 양 대리는 “올해 가구 유행색은 모던하고 심플한 그레이”라면서 “매장에는 여전히 내추럴한 원목 가구를 찾는 손님도 많지만 최근 들어 세련된 이미지의 그레이 제품을 찾는 수요도 점차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식탁은 6인용이 대세였다. 가족 수가 적어도 식탁을 밥 먹는 용도 이외에 책상 등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4인용 대신 6인용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키즈 가구 전시장은 이곳 논현점의 자랑거리다. 2014년 론칭한 리바트키즈 제품들로 구성된 키즈 가구 매장에선 3~6세 미취학 아동들과 8~15세를 위한 가구들을 다룬다. 특히, 미취학 아동을 위한 전용 가구들은 캠핑카와 자동차 등의 디자인을 적용해 놀이 개념을 도입한 게 특징. 리바트 키즈는 고품질의 원자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가격은 해외 경쟁브랜드와 비교해 20%가량 낮췄다. 침대의 경우 20만원대, 수납장 및 서랍장, 기타 옷장은 10만~20만원대다.

    [김지미 기자 /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6호(2016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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