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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에서도 빛나는 원조 한류스타 최지우
입력 : 2016.03.17 16: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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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배우 최지우(41)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겨울연가>나 <천국의 계단> 등의 드라마에서 가련하고 병들어 죽는 역을 주로 맡았던 그 한류스타 ‘지우히메?’ 아니면 <꽃보다 할배> 등의 예능 프로그램 속 푼수 같으면서도 꾸밈없는 모습으로 할아버지 배우들을 챙겼던 딸 혹은 며느리 같았던 ‘애교쟁이?’ 아마도 후자를 더 많이 기억할 것 같다. ‘언제 적 한류 여신이냐?’며 코웃음을 치는 이들도 있을 법하다. 단언컨대 예능 프로그램 속 그의 모습이 더 현실에 가깝다. 딱 그 예능 프로그램 속 모습이 현실에서도 풍겼다. ‘지우히메’는 매력이 넘쳤다. 비련의 여주인공이었던 과거 이미지는 어느새 잊어버릴 정도다. 더 자연스럽고 친근한 여배우로 다가왔다. 최지우도 과거의 이미지는 착각이라는 듯 이야기했다. 혹은 드라마가 심어놓은 일종의 환상이라고나 해야 할까.
최지우는 “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웃었다. “예능 프로그램 속 내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는 그냥 딱 저라던데요? 10년 전에도 꾸준히 연기하면서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해 내 얘기를 충분히 했기에 ‘인간 최지우’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봐요. <꽃보다 할배> 등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냥 평소 하던 대로 한 건데 시청자분들은 ‘최지우에게 이런 모습도 있구나!’라고 새롭게 보셨던 것 같아요. ‘이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도대체 뭐가 다른데?’라는 생각에 사실 전 의아했죠.(웃음)” 그는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왜 갑자기 안 하던 예능을 했느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어요. ‘예능에 진출해 볼까?’라는 생각은 전혀 아니었고, 또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 <1박2일> 출연을 더 망설였던 것 같아요. 그때 나영석 PD와의 인연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거예요. 시골 가서 밥 해먹는 게 재미있겠다 싶었고, 안 가본 여행도 한 번 가보자고 해서 하게 된 것뿐이죠.”
<꽃보다 할배>뿐 아니라 <삼시세끼>에서도 배우 이서진과 환상의 호흡을 선보였다. ‘노처녀’인 최지우기에 ‘노총각’ 이서진에 대한 호감도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최지우-이서진 케미스트리’가 드라마에서 남녀 연기자의 그것과는 또 달라 두 사람을 응원하게 했기 때문이다. 최지우는 “‘어울림이 좋다’는 말은 좋은 칭찬 같다. ‘없는 정도 쌓이겠다’고 하시더라”면서도 “서진 오빠는 좋은 오빠이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예능에서도 돋보이게 해준 고마운 오빠”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서진 오빠와는 실생활의 모습만 보고 연기를 해본 적이 없어 연기자로서의 모습이 궁금하다”면서 본업에서 한 번 더 만나길 바랐다. 발전 단계로 엮어보려는 시도조차 불가했다. 그렇다면 배우 김주혁과는 어떨까. 최근 개봉한 영화 <좋아해줘>에서 두 사람도 환상의 호흡을 펼쳤다. 세 커플이 나오는 옴니버스 형식의 이 로맨스 영화에서 최지우와 김주혁은 관객의 배꼽을 훔쳤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집을 공유하고 서로 남자(여자)사람친구로 관계를 맺는 남과 여. 서로를 향한 마음을 모르다가 나중에야 알게 되면서 로맨스를 예상하게 했다. “남자사람친구가 있다는 게 예전부터 부러웠다. 일종의 로망”이라고 한 최지우는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더라”고 웃으며 “친구 사이를 유지하면서 두 사람 모두 같은 감정을 가져야 하는데 어느 한쪽의 감정이 바뀌면 어그러진다”고 했다. 경험에 의한 답변인 듯 코끝을 찡그렸다. 김주혁은 남자사람친구로 어떤지 물었다. 이번에도 발전적 단계를 기대하는 건 헛수고다. “주혁 오빠는 상대 파트너로서의 모습을 봤는데 여배우 배려를 정말 많이 하더라고요. ‘현장에서 파트너의 장점만을 보려고 노력한다’고,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해요(웃음). 오빠는 정말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죠. 그렇게 배려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제가 스튜어디스 유니폼을 입으면 ‘옷 잘 어울린다’, ‘좋다’라는 말을 많이 해줬어요.”
<좋아해줘>에서 김주혁은 자신을 내려놓은 듯 과감한 애드리브로 빵빵 터트렸다. 최지우는 “주혁 오빠가 영화에서처럼 오지랖이 넓은 편이 아니다. 전혀 아니다. 예능 <1박2일>을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 이전에는 낯가림이 심했다는데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최지우도 마찬가지로 예능의 도움을 받은 게 아닐까. 수긍했다. “뭔가 나 스스로 연기적으로 편안해진 것 같다”고 좋아했다. 그래서일까. <좋아해줘>의 노래방 신에서 탬버린을 흔들다가 목에 통과시킨 뒤 감행(?)한 뻣뻣한 댄스가 유독 관객의 눈길을 더 사로잡았다. 생각해보면 그는 학교에서 무용을 전공했는데도 박치에 몸치였다. 심하다 싶을 정도다. 또 떠올려보니 드라마 <두번째 스무살>에서도 무용과 출신으로 나왔다. ‘이건 좀 이상한데?’라고 생각할 때쯤 최지우는 손사래 치며 “그래도 유연은 하다”고 해명(?)했다. 빅뱅과 싸이, 투애니원 등이 있는 YG엔터테인먼트가 소속사니 가수들의 도움을 받지 그랬느냐고 했더니 “안 그래도 생각은 해봤다”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춤을 못 춰야 하는 캐릭터니 마음을 접었다. 본인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전 춤 DNA가 몸에 없어요. 그래도 발레, 요가,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서 몸이 유연해요. 유연함과 리듬감은 정말 달라요. 하하하.”
그에게 달린 애칭 ‘히메’는 일본말로 공주 정도로 해석된다. 드라마 <겨울연가>가 한국과 일본에서 대히트를 기록한 뒤 붙은 말이다. 최지우에게는 잊지 못할, 아니 잊고 싶지 않은 애칭이다. “한번 히메는 쭉 가야 한다”고 웃는 모습이 귀엽다. “일본 팬분들은 대단하세요. <겨울연가>를 좋아해 주셨던 팬들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어요. 일본분들은 첫정에 대한 게 강하시더라고요. 정말 고맙죠. 작품 촬영할 때면 찾아와서 응원해 주시니 뿌듯하기도 해요. 가끔 스태프들이 깜짝 놀라기도 한다니까요. 열정적이셔서 항상 큰 힘이 되죠.” 한류 1세대인 최지우는 정착되지 않았던 그 문화적 현상에 아쉬움은 없을까. “(<천국의 계단>에서 아역으로 나왔던) 박신혜 같은 경우는 이제 과거 제 인기를 넘어섰죠. 저희 때는 처음이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고, 매니지먼트사도 처음이라 많이 어려웠고 힘들었을 거예요. 뿌듯한 게 있다면 윗세대와도 연결 고리를 만들었고, 그걸 이어갔으며, 지금은 확장된 콘텐츠와 함께 한류가 더 뻗어나갈 수 있다는 거예요. 저희가 윗세대에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았고 저희 후배 또한 우리가 계단이 돼 도움을 받았다면 좋은 것 같아요. 아쉬움은 전혀 없어요. 처음이라도 전 무척 좋았어요. ‘지우히메’ 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과거의 영광’과 같은 수식어를 굳이 따지자면 ‘세월’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 얘기를 꺼내자 최지우는 고개를 돌리고 특유의 콧소리와 함께 손으로 허공을 가르더니 “어우~”라고 했다. 중년을 향해 가는 최지우에게 목표를 묻기 위한 것이라고 하자 그는 “특별한 목표라기보다 오늘 행복하게 보내고 즐겁게 최선을 다해 좋은 작품을 만들다 보면 그게 바로 내가 목표로 하는 지점에 다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여배우가 나이의 변화를 당연히 신경 안 쓸 수 없다. 남자들보다 인색하고 가혹하고 상처받는 것도 많지만 휘둘리지 않고 내 중심을 잡고 건강한 멘털로 한 걸음 걷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결혼 안 하느냐고 묻자 이번에는 “촌스럽다”고 응수한다. “왜 매번 인터뷰할 때 빠지지 않는 질문이냐”고 샐쭉거린다. <겨울연가>의 ‘욘사마’ 배용준도 결혼했으니 당연한 물음이 아닐까. 살짝 눈은 흘겼지만 ‘나름’ 친절하게 답했다. “때는 지났지만 조바심은 내지 않아요. 지금도 일단 좋으니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싶어요. 뭐 사람 일은 장담할 수 없으니 바뀔 수도 있긴 하지만 지금을 즐기고 있죠.”
<두번째 스무살> 이후 로맨틱코미디 출연 제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 최지우. 행복해 보였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10년이 지나도 즐겁게 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제게 제의 들어오는 나잇대 폭이 넓어졌어요. 모성애를 보여야 하는 역할도 있고, 불륜 관련한 이야기도 있고요. 그 폭이 넓어지니 재미있더라고요. 기본적인 사랑 이야기도 있고요. 여배우가 할 작품 없다고 하는데 마음먹기 달린 것 같아요. 유부녀나 노처녀 역할에 대한 부담감은 <두번째 스무살> 이후 완전히 깨진 것 같아요.(웃음)” 오랜 세월 작품 활동을 했는데 “이제껏 사극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는 그는 사극 출연도 꿈꿨다. “요부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요. 하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드라마 <유혹>에서도 (박)하선이를 약 올리는 게 얼마나 쫄깃했는지 몰라요. 아내가 있는 남편을 휘두르는 걸 연기로나 하지 현실에서는 못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재미있더라고요. 하하.” 최지우가 절대 못 할 아니, 참여하는 걸 생각조차 하기 싫은 작품도 있을까? 그는 “액션은 절대 못 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실수해 상대를 다치게 할까 걱정”이란다. 과거를 회상해보니 영화 <무영검>에 깜짝 액션을 선보이기도 했다고 하자 그는 “잠깐 날다가 착지 정도 한 게 다였다”며 “폼만 잡으면 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고 웃었다. 그래도 연기자라면 또 다른 모습으로 액션도 선보여야 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 체력 단련 겸 또 한 번 예능의 기운을 한 번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MBC 예능 <진짜사나이> 여군 특집 출연을 추천하자 놀란 토끼 눈이 됐다. “군대요? 안 돼요. 또 다른 모습이 아니라 그냥 계속 엉엉 우는 모습만 나올 것 같아요. 5년만 젊었어도”라고 귀엽게 우는 소리를 했다. [진현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6호(2016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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