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5쌍 중 1쌍은 재혼…‘돌싱’을 위한 혼전계약서 사용설명서

    입력 : 2016.02.25 10: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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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싱’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34개 OECD국가 중 한국의 이혼율은 9위에 랭크됐고 아시아 회원국 중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반대급부로 짝 잃은 외기러기의 새로운 반려자 찾기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재혼(양방 혹은 일방이 재혼인 경우)은 전체의 20%에 해당해 5쌍 중 1쌍에 ‘돌싱’이 포함돼 다시 가정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재혼연령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14년 기준 평균 재혼연령은 남성 47.1세, 여성 43세로 전년 대비 각각 0.4세, 0.5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황혼이혼에 이어 황혼재혼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결과다.

    몇 년 전, 한 결혼정보회사가 30~60대 예비 부부 3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혼전계약의 필요성에 대해 71%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유는 48.2%가 ‘싸움을 미리 막아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답했고 21%는 ‘재산문제 등 이혼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상처 입은 ‘돌싱’의 애처로움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재혼 전, 가장 큰 고민은 1순위가 ‘또다시 상처받지 않을까’ 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상속 등을 포함한 돈 문제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재산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서는 재혼 전 작성하는 혼전계약서가 하나의 심리적 안전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새로운 사랑 찾아도 고민은 재산문제

    국내에는 아직 일반화되진 않았지만 유럽 등 영미권에서는 혼전계약서가 일반화되어 있다. 특히 고액 자산가들에게 혼전계약서는 필수적인 코스로 자리 잡았다. 양쪽 당사자의 재산이 불균형한 경우 돈 문제로 사이가 벌어질 수 있음을 경계함은 물론 이혼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먼저 영화 <원초적 본능>으로 유명한 마이클 더글라스와 캐서린 제타 존스의 경우 결혼 조건으로 남편이 외도할 경우 500만달러, 별거하기로 결정한 경우에도 매년 150만달러를 받는다고 작성했다고 한다. 외도에 대한 심리적 제어장치를 통해 원만한 부부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할리우드 배우뿐 아니라 억만장자들에게도 혼전계약서는 필수코스로 인식되고 있다. 남부러울 것 없는 수조원대 자산가라도 이혼을 하면 그 절반을 부인에게 주어야 하는데 만약 결혼과 이혼을 여러 번 반복하다보면 자산가의 재산 상당액이 이혼 위자료나 재산분할로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헤지펀드의 제왕 조지 소로스는 이혼을 하면서 부인과 재산분할로 8000만달러(약 943억원)를 주고 합의했다. 반면 잭 웰치 GE 전 회장의 경우 부인에게 무려 1억8000만달러(약 2122억원)를 재산분할로 지급했다고 한다. 잭 웰치보다 월등한 부를 축적했음은 물론 결혼생활 기간도 긴 소로스가 웰치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한 이유는 바로 혼전계약서를 유리하게 작성했기 때문이다.

    매일 도 넘는 막말을 쏟아내며 세상에 무서울 것 없이 행동하는 그도 자신의 자산이 줄어드는 것만큼은 막아야 하나 보다. 그는 자신의 성공법칙 10가지 중 하나로 ‘혼전계약서 작성’을 꼽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혼전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거의 모든 주가 이혼할 때는 재산의 50%씩 나누어야 하지만, 혼전 계약서를 혼인 전에 미리 작성한 경우 혼전계약서에 근거해서 재산을 나누게 된다. 예를 들어 위 사례의 ‘혼인 전의 재산은 각자의 소유로 하고 혼인 이후 늘어난 재산만 나눈다’고 계약을 하게 되면 그대로 효력을 발휘한다. 국내 역시 재혼을 앞둔 부부의 재산상태가 불균형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자녀들과의 상속문제는 껄끄럽기 마찬가지다.

    ▶관할법원 등기 자녀들과 상속 분쟁방지

    양육권 등기도 가능

    국내 민법을 통해서도 재혼 전 껄끄러운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양측이 가져온 재산을 결혼 후 누가 어떻게 관리하고, 이혼할 때는 어떻게 나눌 것인지 등을 사전에 약정하는 혼전계약이 가능하다. 민법 828조는 결혼하려는 양측이 이 같은 약정을 하고 법원에 등기까지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결혼 후 이 약정과 달리 재산을 관리 및 처분하고자 하는 쪽은 배우자의 동의와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부부의 계약내용은 등기 즉시 제 3자에게도 영향을 미쳐 부부 중 일방이 계약을 위반하고 제3자와 맺은 계약은 무효가 되며, 또 부부 중 한쪽이 계약내용을 바꾸려면 법원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등기된 계약서는 이혼 때 재산분할 및 자녀 양육권 분쟁 해결의 기준이 된다.

    우선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는 결혼 후 부부재산의 관리 및 처분 권한 등에 관해 약속을 하는 ‘부부재산 약정서’를 작성해 남편 될 사람의 거주지 관할 등기소나 법원 등기과에 신청을 할 수 있다. 첨부 서류는 부부의 인감증명서와 호적 등초본 및 주민등록 등초본뿐이며 등록세와 교육세, 등기 수수료 등을 내면 된다.

    깔끔한 재혼 위해 챙겨야 할 혼전계약서 작성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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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한 재혼을 위해서는 먼저 예비부부가 함께 이혼 판결문과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합의 이혼이 아닌 재판으로 이혼을 했을 경우 ‘이혼 판결문’에는 이혼 사유와 위자료 금액, 양육비, 양육권 등 이혼을 하게 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문제가 아닌 향후 부부생활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변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간혹 발생하는 ‘실수’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혼인관계증명서에는 실제 결혼과 이혼의 여부가, 가족관계증명서는 부모님과 자녀 등이 기재되어 있다. (2007년 이전 자료는 제적등본으로 확인 가능), 이를 통해 혹시 모를 중혼을 예방할 수 있다. 다만 이 두 서류 모두 상대방의 동의가 있어야만 확인 가능하다.

    두 사람 모두 재혼일 경우, 본인 자료를 먼저 떼서 보여주고 한쪽이 초혼일 경우, 행복한 재혼생활을 위한 것이라 잘 설득해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혼전계약서의 위력은?

    계약서 작성은 가급적 변호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전문가는 남편이나 아내의 중립적인 위치여야 하고 각각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계약서 작성은 공증을 받는 것이 좋다.

    다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혼전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해서 나중에 분쟁이 생긴 경우 계약서 내용대로 그대로 100%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법원에서 중요한 참고자료 정도로 인정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똑똑한 혼전계약서 작성법

    우리나라 민법에도 혼전계약서에 관한 유사한 조항이 있다. 바로 ‘부부재산계약’이 혼전계약과 유사한 개념이다. ‘부부재산계약’이란 혼인 성립 전에 부부가 혼인 중의 재산에 관한 계약을 말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부부들 중에서도 이 혼전계약서를 활용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고 특히 재혼의 경우 혼전계약서가 재혼을 돕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당사자 간 혼전계약서를 작성하는 데는 요령이 있다. 원칙적으로 당사자 간의 계약대로 효력이 발생하나 예외가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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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혼 시에 재산분할청구 안 한다! - 효력× “만약 이혼하게 되면 모든 재산을 상대방에게 주고 재산분할 청구도 안 한다”는 약정은 효력이 없다. 법원은 사전에 전면적으로 포기하는 약정은 그 효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이혼 시에 재산분할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하더라도 법원이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재산분할 청구권을 전면적으로 포기하는 약정이 아니라, 부부재산약정을 체결할 때 당사자들이 혼인 전에 각자 보유하고 있었던 특유 재산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그 재산에 대한 관리권도 각자에게 있는 것으로 명시하면서 이혼 시 양자의 재산분할 비율을 합리적인 선에서 약정한다면 법원도 이러한 약정의 내용을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2. ‘도박, 주식투자’ 등 추상적인 표현 - 주의 ‘도박, 주식투자 등에 빠져 가정을 돌보지 않고 가정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갔을 때’라든지 ‘이유 없이 3일 이상 외박할 때’ 등의 조항 역시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해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어려운 점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정한 이혼 사유를 합리적인 근거와 함께 계약에 규정하면 법원에 의해 참작 사유로 고려될 수 있다.

    3. 불공정한 계약 - 효력× 계약 과정이 공정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자유로운 의사가 아니라 한쪽이 특별히 불리한 상태에서 충분한 협상 기간 없이 계약을 했다면 인정받기 힘들다. 협상을 위해 충분한 기간이 있어야 하고 한쪽이 변호사의 도움을 받았다면 상대방도 독립된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등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4. ‘두 집 살림’, ‘재혼 금지’ - 효력× 혼전계약서나 부부재산 약정 내용에 어떠한 내용이 들어가도 모두 유효한 것은 아니다. 민법 제103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이 되는 경우에는 무효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이중결혼을 인정하는 내용, 재혼을 금지하는 내용이나 폭행이나 외도를 용인하는 내용 등 헌법과 법률상의 권리를 억압하는 내용은 무효가 될 수 있다. 사기나 강박 또는 착오의 경우에는 그 계약을 취소할 수도 있다.

    5. 자녀와 배우자에게 재혼 전 재산증여 합의 모 노배우는 나이가 어린 젊은 부인과 재혼을 하기 전 혹시나 나중에 자신의 자녀와 재혼한 아내 사이에서 유산 때문에 다툼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재산을 나눴다고 한다. 재산을 똑같이 3등분해서 나누었다. 이처럼 미리 자식들과 협의를 해서 재산을 분할한 후, 내용을 적어 서면으로 합의서를 작성해두면 분쟁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또한 사후 분쟁을 대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 사후 재산의 일부분을 자녀에게, 일부분을 배우자에게 유산으로 남긴다고 유언장을 작성하고 유언장을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인지시키면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유언 공증이나 유언 내용과 작성일, 주소, 성명 등을 빠짐없이 모두 자필로 작성하고 도장을 날인한 자필증서 유언장도 활용할 수 있다.

    이인철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이인철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박지훈 기자, 이인철 법률사무소윈 win 대표변호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4호(2016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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