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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 헌터’ 유순신의 Upgrade Your Career] (16) 2015년 한 해 마무리하기
입력 : 2016.01.08 17: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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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쓰는 편지
필자가 매년 참여하는 송년모임에 가면 봉투를 하나씩 준다. 바로 작년 이맘때 스스로에게 썼던 편지다. 대략 ‘올 한 해 수고 많았다’는 내용인데, 내년에 바라는 일에 대해 많으면 10가지 정도가 적혀 있다. ‘나를 위해 여행을 더 많이 다니겠다’,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겠다’, ‘친구를 더 많이 만들겠다’ 등 매년 비슷하지만 볼 때마다 새롭다.
편지를 받아보면 일 년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 간다. 과연 올 한 해 동안 작년에 썼던 내용대로 실천했는지, 가족들에게 무심했던 것은 아닌지, 직장에서 목표한 바를 이루었는지…, 소소한 것들을 통해 자연스레 한 해를 돌아보게 된다. 다 읽은 후에는 다가올 새해를 위한 편지를 또 쓰는데, 처음에는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쑥스러웠지만 쓰다 보니 재미도 있고 솔직해 졌다. 무엇보다도 ‘나’를 객관적으로 보면서 반성하고, 때로는 질책도 하고, 응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 한 해를 돌아보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나에게 쓰는 편지’를 통해 가슴 찡한 감동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주변 정리의 중요성
예전에 근무했던 다국적 기업의 미국인 사장은 퇴근하기 전 꼭 사무실을 둘러보았는데, 책상 위가 지저분하거나 서류가 그대로 놓여 있는 직원은 그 다음 날 불러 호되게 야단을 쳤다. 부주의로 인해 행여 회사의 기밀이 외부로 새어나갈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사무실은 개인 소유가 아닌 엄연한 공공장소이므로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론이었다. 그는 매달 마지막 날과 12월의 마지막 주에는 ‘불필요한 서류 없애기’, ‘쓰지 않는 물건 버리기’ 등 주변 정리를 의무적으로 시켰다. 회사 서고와 창고 비우기는 말
할 것도 없이 전체 대청소가 행사처럼 치러졌는데 놀랍게도 매번 많은 양의 쓰레기가 나왔다. 그는 ‘업무 공간이 어지러우면 일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생산성까지 낭비된다’는 강한 믿음을 가진 리더였다.
<깔끔한 업무관리·정리정돈>이라는 책에서는 “성공한 사람일수록 책상이 깨끗하다. 청소를 하면 물리적으로는 물론 청소한 사람의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청소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잘 비우는 사람일수록 실속 있게 잘 채우고 관리한다는 이야기다. 주변을 정리하며 연말을 보내는 것도 의미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건강과 외모 챙기기
국내 대기업에서 글로벌 경험이 있는 핵심 인재를 찾을 때의 일이다.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고 소문난 A씨가 여러모로 적합해 보여 자신 있게 추천을 했지만 결국 채용되지 못했다. 두 번에 걸친 수술 이력이 평판조회에서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본인은 “이제 전혀 문제없다. 건강하게 일할 수 있다”고 의지를 보였지만 주변인들 대부분이 “큰 수술을 두 번이나, 그것도 여러 달에 걸쳐 했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기에는 본인에게 안 좋을 뿐더러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업에서도 “탐나고 아까운 후보지만 중
책을 맡을 분인데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든 조건을 다 갖추었어도 건강에 적신호가 보이는 사람을 뽑는 기업은 없다. 더 나아가 요즘은 건강과 함께 외모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선호한다는 말이 아니라, 스스로 잘 가꾸고 관리해서 젊고 활력 있어 보이는 사람들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준다는 뜻이다. 때때로 10년 전에 만났던 후보자가 여전히 그때와 같은 젊음과 열정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곤 한다. “어떻게 그렇게 한결 같으냐”는 질문을 던지면 “건강한 신체와 외모가 본인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당당한 답변이 돌아온다. 올해에는 자신의 건강상태가 어떤지, 외모는 유행에 뒤처져 보이지는 않는지 점검해 보며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그 후 연말에 달라진 우선순위대로 다시 정리하면서 정말 중요한 사람들에게 안부 인사를 전했다. 12월이면 송년을 위한 동문회, 동호회 등 수많은 모임의 홍수가 쏟아진다. 이 시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인맥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는 일이다. 연말을 맞아 가지고 있는 명함이나 휴대폰 연락처, 이메일 주소록 등을 정리하고 인사 메시지를 보낸다면 인맥 재정비를 위한 기회가 될 것이다.
▶유망분야 살펴보며 이력서 업데이트
직장인 C씨는 매년 연말 연례행사로 하는 일이 있다. 하루 날을 잡고 1년 동안 자신이 수행했던 업무 위주로 목록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전도유망한 분야가 어디일지 찾아보고 정보를 모은다. 그
후 그에 맞춰 이력서를 다시 써보고, 내년에는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 계획도 세워 본다.
한 해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이력서를 작성해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직할 때에만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력서는 직장인들의 연간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맡았던 업무와 그로 인한 성과, 회사에 대한 기여도, 실패를 극복한 사례 등을 정리해보면 스스로의 경력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갔는지 돌아볼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현재 자신의 상태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도 가능해져 내년의 목표를 설정하는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이때 앞으로 어떤 분야가 유망할지 조사해보는 것도 좋은데, 요즘 추세를 통해 몇 가지 키워드를 뽑아보자면 ‘빅데이터’, ‘핀테크’, ‘클라우드’, ‘중국’, ‘공유경제’ 등이 있다. 이러한 유망 분야들을 참고해서 미리 이력서를 업데이트해 둔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앞서가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지금만큼 어려운 시기도 드문 것 같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은 때는 없었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돌아보면 풍전등화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를 정도다.
셀 수 없이 많은 외세의 침략, 민족 말살의 위기였던 일제강점기, 민족상잔의 비극 6·25전쟁, 외환위기까지 숱한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항상 그 위기를 넘고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더욱 발전해왔다. 아마도 한국인들에게는 특유의 위기 극복 DNA가 있는 것 같다. 이 일을 하면서 다양한 나라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한국인 만큼 똑 부러지고 성실히 일하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만큼 한국인 개개인의 능력은 우리 자신이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뛰어나다.
고대 로마 제국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세네카는 “세상의 가장 웅장한 광경은 역경을 이겨내는 강한 자의 모습이다”라고 했다. 2015년 한 해 동안 정말 힘들었지만 다시 한 번 희망을 품고 마무리에 힘쓰며 다가올 새해를 준비하기를 응원한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3호(2015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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