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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미 기자의 패션人사이트] 지춘희 톱디자이너와 장윤주 톱모델의 만남
입력 : 2015.12.24 17: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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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상의 톱디자이너 지춘희(미스지컬렉션 대표)와 톱모델 장윤주를 함께 만났다. 많은 패션디자이너와 모델들이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동안에도 두 사람은 각자 위치의 최정상을 지키며 세대를 초월한 인간적 교류를 나누고 있다. 1997년 열여덟 나이부터 ‘미스지 컬렉션’ 무대에 서 온 장윤주는 지춘희를 두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수도승처럼 규칙적인 글쓰기를 하듯이, “너무나 열심히 옷을 만드는 선생님”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지춘희는 오랜 세월 매시즌 빠짐없이 70~80벌에 달하는 많은 양의 완성도 높은 의상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춘희 디자이너는 모델 장윤주에 대해 “흔한 우리네 얼굴이지만 백자처럼 순수하고 아름답다”고 말했다. 지춘희와 그의 패션뮤즈인 장윤주, 어느새 이 둘은 닮아 있었다. 단순 소박한 자연미와 여백을 사랑하는 취향도 비슷하다. 그들에게 언제까지 정상에 있을 것 같냐는 우문에도 비슷한 현답을 했다. 지춘희는 “정상을 지키는 것보다 프로라면 매 하루를 깨어있고 머무르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했고, 장윤주는 “할 수 있는 일을 어떻게 즐겁게 하고 열정을 바닥내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화려한 무대 뒤 백스테이지처럼 솔직하고 편안한 두 사람과의 토크를 시작한다.
장윤주(이하 장) : 1997년 진태옥 패션쇼를 통해 데뷔했고 같은 해 지춘희 무대에 선 이래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라디오진행 때문에 세 시즌 빠진 것을 제외하고 계속 ‘미스지 컬렉션’에 모델로 참가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 지춘희 선생님은 최고의 스타디자이너셨고 모델이라면 누구나 서고 싶은 선망의 무대였죠. 저도 마찬가지여서 캐스팅되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지춘희(이하 지) : 윤주는 데뷔 때부터 튀었어요. 그때는 서양모델처럼 키가 크고 이목구비도 큼직해야 좋 은 걸로 알았죠. 윤주는 정말 동양적인 얼굴이잖아요. 그러니까 가장 흔한 우리네 얼굴이긴 한데 모델 중에는 없었어요. 처음 봤을 때 백자처럼 순수한 느낌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장윤주는 올해 5월의 신부가 됐다. 디자인업에서 일하는 4살 연하의 훈남을 만나 둘에서 하나가 됐다. 장윤주를 워너비로 삼고 있는 많은 2030 젊은 여성들의 관심이 쏠렸고 역시 최고의 화제는 드레스였다. 지춘희가 디자인한 웨딩드레스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지 : 윤주의 가장 큰 장점은 몸이에요. 서양모델처럼 가늘고 길지만 동글동글한 예쁜 보디를 가졌어요. 몸매의 선이 드러나지만 노출이 없는 그런 드레스를 만들었죠. 결혼식을 올릴 때가 햇빛이 한창 좋을 때라 순백색을 떠올렸어요. 화이트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크림색이 들어간 것보다는 순백색이 보다 빛날 것 같았지요. 소재는 얇고 가는 레이스를 사용했습니다. 사실은 옷은 잘 안보이고 본인의 몸 선이 잘 드러나도록 디자인을 했죠. 장 :: 저는 처음엔 베이지톤이나 크림색이 고급스러워 좋을 것 같았어요. 선생님이 순백색을 권하시기에 과연 괜찮을까 살짝 망설였지만 막상 가봉을 하는 날 입어보니 역시 이유가 있는 선택이었구나 알게 됐습니다. 오랫동안 저를 모델로 봐오셔서 저보다 저에 대해 더 잘 아시는 것 같아요.(웃음)
▶장윤주의 남자가 궁금하다. 만나게 된 계기와 7개월 짧은 연애기간을 거쳐 어떻게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는지.
장 :일하다가 만났어요. 그 사람하고 직접적으로 일을 한 건 아니고 그의 디자인 작업실에서 촬영을 했었어요. 작업 공간이 하도 예뻐서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지요. 그렇게 처음 만나서 서로 연락을 하다가 여러 가지 면이 잘 통해 처음엔 친구로 지내볼까 하다가 결혼까지 하게 됐네요. 만난 지 7개월 동안 한 달간을 제가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떠났는데 보고 싶고 애틋한 마음이 생긴 것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 듯싶어요. 지 : 결혼 발표를 하기 전에 신랑을 소개해줘서 같이 식사를 했어요. 느낌이 굉장히 좋은 훈남이어서 하나도 걱정이 안 됐어요. 너무 근사하고 생각도 잘 맞을 것 같고 윤주가 고집을 못 부릴 것도 같고요. 부드럽지만 속은 완강한 게 있어 보여 좋았어요.
장 : 세상이 달라져서 요즘은 오랫동안 활동하는 모델이 많아졌어요. 모델 분야뿐 아니라 디자이너도 그렇고 사진작가도 그렇고 롱런할 수 있는 이유는 멘털(정신력)에 있는 거 같아요. 열정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계속 깨어 있어야 합니다. 감각을 다루는 분야다보니 감을 잃어서도 안 되기 때문에 저도 선생님도 여행을 자주 다니고 좋아합니다. 모델 수명에 대해서는 그렇게 고민을 많이 하지는 않아요. 누가 갔던 길은 참고할 수는 있지만 그냥 제 생각대로 내 길을 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 : 지금 모델 중에는 중학생도 있어요. 윤주가 그들과 같이 겨루고 한 무대에 선다는 게. 그 존재감이 대단한 거죠. 신인들과 무대를 같이 한다는 건 톱이건 신인을 떠나 그 자체로 대단하고 인정받아야 하죠. 그런 점에서 윤주가 훌륭한 것 같아요.
▶사실 장윤주는 다방면에 재능이 많은 멀티 플레이어다. 올해 첫 출연한 영화 <베테랑>이 천만관객을 맞았다. 싱어송 라이터이고 MC, 라디오DJ도 한다. 여러 분야에서 러브콜이 많을 것 같은데. 장 : 데뷔 때부터 계속 연기 제안은 받았어요. 저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에선 새로운 얼굴이 계속 필요하기 때문이죠. 영화를 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류승완 감독을 만났는데 본능적으로 통했어요. 재밌을 것 같아서 했고, 너무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많이 도와줘서 부담 없이 촬영했던 것 같아요. 그냥 재밌게 놀아본다는 생각으로 했던 건데 영화가 대박이 났죠. 또 연기를 할 거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만약 하게 되면 신중하게 고민하겠죠. 그리고 음악은 피아노 전공하는 언니 덕분에 따라 하기 시작하면서 좋아하기 시작했고 음악은 그냥 편안한 일상같아요. 가시작부터 지금까지 본업은 패션이고 외도를 한다면 라디오 DJ를 다시 해보고 싶습니다.
지 : 에너지가 고갈되면 생각이 멈추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여행을 많이 합니다. 지난 컬렉션을 위해선 포르투갈을 다녀왔어요. 언젠가 포르투갈의 타일 프린트를 사용한 적이 있는데 다시 한 번 하고 싶어 그곳 박물관을 돌았지요. 포르투갈의 청색 타일 프린트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다음 시즌을 위한 원단은 이미 골랐고 여러 전시도 보고 안동 쪽을 다녀왔어요. 옛날 집과 나뭇결 사진을 많이 찍고 있습니다. ▶지춘희가 지향하는 아름다운 여성과 추구하는 의상은
지 : 기본적으로 너무 드러내지 않는 거죠. 은은하고 자연스럽게 아름다움이 배어나오는 그런 여성이라 할까요. 디자인을 할 때 자신이 없으면 자꾸 무언가를 붙이려고 해요. 하나의 선으로 표현되면 가장 좋을 옷일 텐데요. 선이 좋아야 입는 사람이 자기를 담아내서 표현을 할 수 있죠. 무언가를 달아놓으면 그 사람이 표현을 못하잖아요. 그래서 요즘에는 디자인을 할 때 많이 덜어내서 하나로 응집시키려고 애를 씁니다.
▶톱디자이너와 톱모델인 두 분을 롤모델로 삼는 젊은 여성들이 많다. 들려주고 싶은 얘기나 조언이 있다면
장 : 본래 자신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을 잘 관리하고 가꾸라고 하고 싶어요. 저마다 매력과 장점이 있는데 무시하거나 비관하지 말아야죠. 각자 아름다움은 가지고 있으니까 빛나도록 개발해야죠. 달라야 더 아름답습니다. 지 : 마음에 열정을 잃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미리 아는 것처럼 자만하지 말고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려는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김지미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3호(2015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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