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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대형마트의 이유 있는 변신…나는 ‘쇼핑’ 대신 ‘체험’하러 백화점 간다
입력 : 2015.10.23 15: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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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넓은 테이블 위에서 여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조심스럽게 바느질을 하고 있다. 한 명은 가죽 조각들을 꿰매 카드지갑을, 또 다른 사람은 여권 케이스를 만드는 중이다. 언뜻 보면 자그마한 가죽 공방 같지만 이곳은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판교점 3층 한복판에 위치한 매장이다. 뻥 뚫린 공간에 위치한 백화점, 이 안에 가죽공방 ‘토글’이 매장 형태로 들어온 것도 신기하지만 매장 안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바느질을 하는 모양새가 다소 이색적이다.
분당에 거주하고 있는 주부 김미선 씨(32)는 이틀 연속 공방에 오기 위한 목적으로 백화점을 찾았다. 김씨는 “동네에 새로운 백화점이 생겨서 구경하러 왔다가 공방을 발견해 키트를 구입하고 지갑을 만들어보고 있다”며 “어제 와서 만들다가 다 완성하지 못해서 오늘 또 왔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문화센터 같은 곳에 가면 폐쇄적인 공간, 방에 갇혀서 무언가를 배우지만 탁 트인 공간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즐겁다”고 덧붙였다.
▶속속 등장한 체험형 매장 인기몰이 김씨처럼 이제 백화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체험족’이 몰리고 있다. 사실 이제 더 이상 백화점은 물건만 구입하기를 원하는 ‘쇼핑족’에게 가장 매력적인 유통 채널이 아니다. 홈쇼핑에 이어 온라인·모바일 쇼핑 등이 활성화되면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졌고 이제는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제품들도 ‘직구’를 통해 살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오프라인 유통채널보다 제품이 많은 데다 구매도 편리하고 가격도 저렴한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유통매장이 ‘쇼핑’ 자체로 경쟁한다면 사실상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인 셈이다.
롯데월드몰 야마하 매장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에서는 즐길 수 없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앞서 언급한대로, 온라인에서 가죽 키트를 구매한다고 한들 직접 선생님에게 배워가며 나만의 제품을 만들어 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맛있는 식당도 마찬가지다. 정말 소문난 맛집은 직접 가보지 않고는 그 맛을 경험하기 어렵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백화점·대형마트·몰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찾는 이유는 이제 ‘쇼핑을 위해서’가 아니라 ‘즐기기 위해서’다. 리서치업체 닐슨 코리아가 올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주문 방식이 활성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전 세계 소비자 10명 중 6명(61%)은 여전히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매장을 방문하는 것이 즐겁고 유쾌한 일이라고 답했다. 한국 소비자들 역시 10명 중 5명 이상(55%)이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기를 즐겼다.
이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것은 단순히 쇼핑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백화점·대형마트를 포함해 유통매장을 방문하는 한국인 소비자들이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쇼핑이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일과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들 중 47%는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상품들을 구경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역시 47%는 매장 내 카페나 레스토랑을 이용해 여가시간을 보내기 위해라고 응답했다.
▶여행상담부터 암벽등반, 3D게임까지 유통업체들도 이런 소비자들의 트렌드에 맞춰 ‘체험형 매장’을 내놓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판교 현대백화점에는 토글 외에도 뜨개질을 체험할 수 있는 ‘플레이울’이 있다. 노스페이스 매장 바로 옆에는 어린이용 ‘암벽 등반 교실’이 있다. 아동전용 암벽등반 체험매장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산 이마트타운 일렉트로마트 드론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는 업계 최초로 컴프레션 의상을 착용하고 운동 동작을 시연해볼 수 있는 체험존을 설치했다.
모두투어와 함께 만든 매장 ‘트래블갤러리’에는 여행 에세이를 읽다가 바로 여행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삼성전자와 협업한 ‘IT갤러리’에서는 편안히 소파에 앉아 3D안경을 쓰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마제스티’라는 이름의 바버숍은 마치 영화 <킹스맨>에 나오는 테일러 매장을 연상시킨다. 영국 전통 신사들의 공간처럼 꾸며 남성 커트, 새치커버, 염색, 파마와 헤드스파, 스킨케어 등 남성 헤어·뷰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이 바버숍 내에는 면도기, 볼, 브러시 등 셰이빙 용품 등 30여 가지 아이템이 있는 수입 셰이빙 용품 편집숍이 운영되고 있어 서비스를 받고 원하는 물건을 구입할 수도 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3층에 입점한 하이마트 월드타워점은 국내 최고 규모의 전자제품 전문점 단일매장으로 지난 5월 말 국내 오프라인 매장 최초로 패롯사의 드론 전 모델 판매를 시작하며 드론 체험 부스를 마련했다. 체험부스에서는 고객들이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드론을 연결해 직접 조종해볼 수 있다. 또한 전자제품 전문점 최초로 오디오 기기 청음관을 설치해 오디오 전문매장 못지않은 전문적인 비교 체험이 가능하다. 별도 공간에 방음 장치를 완비한 3개의 청음관에서는 하만카돈, 보스 등 프리미엄 오디오 기기에서부터 일반 오디오까지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특히 하만카돈 전용관에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1억원대 제품이 설치돼 최고 음향기기를 시연해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5층에 위치한 부티크 플라워숍 ‘소호&노호’에서는 단순히 꽃 판매만 하는 게 아니라 플라워바스켓, 미니 부케, 테이블 데코 등 다양한 강의도 진행한다. 홈베이킹 재료와 기구를 판매하는 브레드가든(4층)에서는 예약을 하면 케이크나 쿠키 등 다양한 홈베이킹 체험을 할 수 있다.
이마트 역시 상품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는 ‘체험형 매장’으로 매장 형태를 진화시키고 있다. 지난 6월 경기도 일산지역에 문을 연 ‘이마트 타운’ 내에 있는 가전 전문매장 ‘일렉트로마트(ELECTRO MART)’에는 드론, 액션캠, 스마트토이, 3D 프린터, 맥주 제조기 등 새로운 상품들을 선보이며 적극적으로 체험존을 마련했다. 이곳 역시 최대 지름 10m에 높이 6.8m로 안전망을 설치해 매장에서 판매하는 드론 20여 종을 시연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스마트 토이와 3D프린터 역시 고객들이 직접 조작해 볼 수 있다. 체험 공간과 상품 작동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코너를 마련해 소비자에게 경험을 통해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일렉트로시네마 존을 꾸려 고사양의 스피커와 빔프로젝터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공간 등으로 재미있게 꾸며져 있다. 마블 캐릭터, 맨인블랙, 원피스, 레고, 건담, 베어브릭 등 다양한 종류와 가격대의 피규어는 ‘키덜트’(아이 같은 어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키덜트 족이라면 꼭 한 번은 들러야 할 매장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실제 일렉트로마트는 오픈 이후 계획의 110%에 달하는 실적을 올리고 있으며, 5만6000여 명의 고객들이 시제 상품을 구매해 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이러한 체험형 매장이 구매뿐 아니라 ‘즐길 수 있는 매장’으로 자리 잡으면서 전체 이마트타운 자체의 ‘집객’ 효과까지 가져오기 때문이다.
▶가족단위 나들이 문화공간 일렉트로마트가 갖는 의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해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매장으로 만듦으로써 일렉트로마트 자체가 또 다른 판매의 기회를 제공하는 집객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판교 6층 갤럭시IT 라운지
실제 이마트는 일렉트로마트 방문 고객의 거주지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57% 고객이 10km 이상 거리에서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방문지역도 김포, 서울, 성남에서부터 대구, 부산까지 다양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일렉트로마트가 단순한 ‘마트’의 역할에서 벗어나 연인과의 데이트, 가족과의 나들이를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의 역할을 해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프스타일숍을 표방하는 ‘더라이프’ 내에는 DIY형 가구 제작이 가능한 디자인 스튜디오와 셀프 페인팅이 가능한 페인트 조색 서비스를 갖춘 컬러스튜디오를 갖췄다. 컬러스튜디오의 경우 셀프 페인팅 초보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매장에 직접 칠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마트는 일렉트로마트를 포함한 이마트타운의 성공사례에 힘입어 최근 신규 오픈한 경기도 광교점에는 여성과 가족을 위한 쇼핑체험공간을 확보했다.
광교점에 있는 ‘더 뷰티’는 총 727㎡(약 220평)로 일반적인 점포 화장품 코너의 2배에 달하는 대형 화장품 전문점으로, 이마트는 대형마트 최초로 브랜드의 경계를 넘어 체험형 매장으로 꾸몄다. 화장품 구매 시 브랜드에 의존하지 않고 경험을 중요시하는 ‘체험형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고객이 직접 화장품을 비교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한 것이다.
이마트 광교점 내에 위치한 ‘베이비 존(Baby Zone)’은 이마트가 특히 인터넷 구매 비중이 높았던 유아 관련 상품들을 ‘체험’을 통해 오프라인으로 다시 끌어오겠다는 각오를 갖고 만들어진 공간이다. 온라인을 통한 해외직구가 대중화된 유·아동 용품의 경우 직접 상품을 비교 체험해 볼 수 없다는 점을 노려 이마트는 다양한 브랜드의 유모차와 카시트, 바운서 등 고가의 유아상품들을 직접 고객이 만져보고 운전해 볼 수 있는 매장으로 꾸몄다. 특히, 유모차의 경우 스토케를 비롯해 부가부, 빼그빼레고, 맥클라렌 등 수입 고가 브랜드를 유모차를 비롯해 아웃도어 브랜드인 툴레(THULE)의 조깅용 유모차와 트레일러 등을 이마트 단독으로 준비했다. 이마트는 베이비 존도 일렉트로마트와 같이 유아를 동반한 가족단위 고객이 많은 상권 특성을 반영해 대표적인 집객 요소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는 “이제 더 이상 대형마트를 단순한 상품 판매 채널이 아니다”라며 “새로운 트렌드의 상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통로가 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체험형 매장이 필수적이고, 따라서 이마트도 진화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새봄 매일경제 유통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1호(2015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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