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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버핏 꿈꾸는 전업투자자들의 세상…여의도 오피스텔은 지금 투자사무실
입력 : 2015.08.21 09: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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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금융사 퇴직자 전업투자자로 대거 전환 지난 5월 A증권사에서 퇴직한 김춘식 씨(45). 1994년 A증권사에 입사해 21년 동안 일한 베테랑 증권맨 출신으로 전업투자자가 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그는 지점 개인영업과 법인영업을 합쳐 9년 정도 했고 투자자문사에도 10년 가까이 근무한 경력이 있다.
김씨는 “증권사에 다닐 때도 주식투자를 했지만 아무래도 직장에 매어 있다 보면 시간이 많아 투자에 집중하기가 어렵다”면서 “아이가 셋이라 교육비가 많이 들어 명예퇴직을 하고 전업투자자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에 있으면 기관투자가를 만나거나 상장사를 방문하기 쉬워 시장정보를 더 많이 들을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그것보다는 투자에 올인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증권사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다. 증권업종 특성상 다른 직종보다 은퇴가 빠르다. 김씨는 “몇 년 전만 해도 임원승진 못하면 52세 정도가 커트라인이었는데 요즘은 더 빨라졌다”고 전했다. 여러 가지 고민을 하던 와중에 몸도 안 좋아 예정보다 다소 일찍 사표를 냈다.
김씨는 퇴직 전에 사전조사도 많이 했다. 먼저 퇴직한 선배 후배들과 만나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자리 빈 곳은 있는지, 정보는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등등 꼼꼼히 체크했다. 같이 사무실을 쓰고 있는 전업투자 룸메이트 고 모씨(49)도 그때 만났다. 한두 달 먼저 퇴직한 고씨도 마침 사무실을 찾고 있던 터여서 둘이서 함께 보증금 900만원짜리 오피스텔을 빌렸다. 월세와 관리비, 부대 운영비용은 김씨와 고씨가 정확하게 절반씩 나눈다.
고씨는 “전문투자자들은 각자가 사업주이기 때문에 마음이 맞아야 룸메이트가 될 수 있다”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서로 주고받지만 결코 서로에 대해서 많이 알려고 하거나 관여를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전업투자자 이 모씨는 “사무실이 여의도 D오피스텔에 있는데 이 빌딩에만 직접 아는 사람이 10명 이상이고 건너서 들은 팀까지 합하면 30, 40명”이라며 “아마 실제로는 100여 명 안팎의 전업투자자가 이 오피스텔을 영업터전으로 삼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업투자자들이 많이 있는 오피스텔과 오피스는 SK트래뉴와 트럼프월드, 대우메종 등이 꼽히며 유니언빌딩, 대영빌딩, 태양빌딩, 중앙빌딩 등에도 상당수 전업투자자 사무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오피스텔은 월 임대료가 300만원 이상이라 4명 이상이 팀을 짜서 사무실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여의도에 있는 오피스텔 수요자 중 대부분은 증권사 출신 전업투자자라는 얘기도 들린다.
우리나라 주식투자 인구는 지난 2013년 말 기준으로 약 508만명에 달한다. 10대 증권사의 직원 수는 지난 2013년 말 2만4019명에서 2014년 말 2만2054명으로 줄었다. 구조조정으로 1년 새 2000명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전업투자자로 전환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업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여의도 증권가에 모인 전업투자자들이 적게 잡아도 1000명 이상일 것이라는 얘기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의도에 모여 있는 전업투자자는 증권사 출신이지만 다른 금융업종 퇴직자나 개인투자자들 중 전업투자자로 전환한 사람은 그보다 훨씬 많다. 증권사 출신 전업투자자들도 비용 등을 고려해 자택을 사무실로 활용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운용자금 규모와 투자방식 천차만별 전업투자자들은 자신이 얼마나 운용하고 있는지 공개를 꺼린다. 주식투자는 보통 직장에 다니면서 시작하지만, 전업투자자로 전환할 당시의 투자자금은 보통 5억원 이상이라는 게 불문율이다.
전업투자자 한성욱 씨(48·가명)는 “운용자금은 적게는 몇 억원에서 많게는 몇 백억원 단위지만 같은 사무실을 쓰는 룸메이트끼리도 규모에 대해서는 서로 모른다”고 귀띔한다. 생활비와 사무실 운영비 등을 고려할 때 연간 10% 정도의 운용수익으로 퇴직 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야 무리하지 않고 투자할 수 있다. 직장인에서 전업투자자로 전환할 때 종잣돈 5억원은 빡빡하고 10억원은 약간 여유가 있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씨의 경우 증권사에 다니면서 아내에게 4000만원을 받아 주식을 시작했다. 전업투자로 전환할 때 운용자금은 5억원을 넘겼다.
전업투자자 투자스타일도 큰 차이가 난다. 펀드매니저, 브로커, 애널리스트 등 전직이 뭐냐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나고 투자규모에 따라서도 투자방식이 천차만별이다.
한씨는 “펀드매니저 출신이라고 전업투자가 쉬운 것은 아니다”라며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에는 가치투자를 중시하는 전업투자자들이 많이 늘었다. 개인투자자라면 단기투자를 선호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이들은 좋은 종목을 골라 기관투자가들보다 더 장기투자를 한다. 목표수익률도 높아 웬만큼 올라서는 차익실현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김춘식 씨는 단기매매를 꺼리고 가치투자에 주력한다. 김씨는 “주식을 사면 미니멈 100%를 보고 장기투자한다”며 “종목을 사서 10~20% 수익을 냈다고 팔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갖고 있는 종목 중에 많게는 수십 배까지 오른 종목도 있다”며 “투자를 결정할 때는 1000% 수익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주가가 1만7000원인 종목이 5만원 갈 것 같다고 판단돼야 산다”면서 “그런데 5만원 가까이 되면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해 다시 매매를 결정한다”고 투자방식을 설명했다.
김씨가 지금 갖고 있는 종목은 4개다. 운용자금의 대부분을 2개 종목에 투자했고 나머지 2개 종목은 초기단계다.
다른 전업투자자 신 모씨는 “안 되는 종목은 단칼에 버린다”면서 “일시적 악재면 문제가 없지만 근본적 해결이 어려운 문제면 손해가 얼마가 나든 바로 처분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매월 생활비를 위해 얼마를 벌어야겠다고 정해둔 사람들은 데이 트레이더처럼 매매를 많이 하고 선물 매매를 같이 하면서 헤지를 하기도 한다. 하루에 50만원, 100만원을 벌기로 목표를 세워놓고 스켈퍼처럼 매매를 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10%를 목표수익률로 정해두고 넘기면 차익을 실현한다. 스켈퍼는 초단타 매매를 하는 개인투자자들을 말한다. 일명 슈퍼메뚜기라고도 부른다. 본래는 ‘가죽 벗기기’라는 뜻으로, 북중미 인디언들이 적의 시체에서 머리 가죽을 벗겨 전리품으로 챙겼던 행위를 뜻하는 말이었다. 데이 트레이더는 주가 움직임을 이용해 차익을 노리는 주식투자자를 말한다. 하루에 수차례씩 단기매매를 한다. 개인투자자 중에서 전업투자자로 일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데이 트레이더가 많다. 주가흐름에 따라 사고파는 단타매매로 수익을 내려는 경우다. 지난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직후 벤처투자붐이 몰아칠 때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데이 트레이드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으나 벤처가 몰락하면서 손실을 입은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일반 개인 전업투자자들도 데이 트레이드와 병행해 우량종목을 골라 가치투자를 하는 경우도 많이 늘고 있다.
증권맨보다 바쁜 전업투자자의 하루 전업투자자 안성수 씨(43)는 출퇴근 시간이 증권사에 다닐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스스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안씨는 “증권사에 다닐 때 7시 정도에 출근했는데, 1시간 늦게 나왔더니 차가 밀려 개장시간인 9시에 가까스로 맞췄다”며 “그래서 8시 정도에 출근할 수 있도록 과거보다 30분 정도만 늦게 집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전업투자자들은 시간이 많다. 자칫 잘못하면 리듬이 깨지기 쉽다. 그래서 일부러 점심약속을 잡고, 기업 IR을 찾아가서 듣고, 증권사에 다닐 때 알던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를 자주 만난다. 장이 끝나도 일주일에 한 번은 기업방문을 하고, 한두 번은 저녁시간을 통해 IR에 참석한다. 나머지 여유시간에도 운동 등을 통해 건강관리를 한다.
안씨는 “직장을 나오면 사회와의 접점이 끊어져 갑자기 만나는 사람이 줄어들게 된다”며 “외로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네트워크 관리를 철저히 한다”고 말했다.
전업투자자 신상철 씨(40)는 증권사를 그만둔 지 4개월이 됐다. 명퇴를 하고 몸관리를 하면서 전업투자를 시작했다. 그는 여의도 증권가가 아니라 마포 집에다 사무실을 차렸다. 일과는 아침운동 후 증권방송과 신문을 보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개장을 준비한다.
신씨는 기본적으로 가치투자와 데이 트레이더를 병행한다. 투자규모는 5억원을 조금 넘는다. 가치투자만을 하기에는 투자금이 많지 않다. 매매차익을 낼 수 있는 종목에 투자해야 생활비를 어느 정도 벌 수 있다는 판단에 운용자산의 일부를 단기차익 매매에 배분하고 있다. 정보교환은 다니던 증권사 직원이나 알고 지내던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등과 메신저로 받는다. 매매는 2주에 한 번 정도만 한다. 보유종목은 최소화해서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헬스 테마주와 중소형주 상승을 이끈 세력이 30대 초중반의 전업투자자들”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이 지난해 하반기에 많이 퇴직했는데 그들이 대거 전업투자자로 활동하며 알게 모르게 세력을 형성해서 헬스 관련주, 바이오주, 중소형주의 주가 상승을 주도했다는 얘기다.
김씨는 “정보공유 등을 통해 가치투자를 하다 보니 비슷한 종목군을 집중해서 사는 경우도 있다”며 “그러나 전업투자자들이 작전 세력화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실제 전업투자자들끼리 몇 년생 모임 등을 가지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기업방문을 함께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같은 기업을 5, 6명이 함께 방문해도 기업을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판단에 따라 사고판다. 기업들이 개인투자자들의 방문은 꺼려하는 경우가 많지만 증권사 펀드매니저와 브로커, 애널리스트 출신들은 과거의 친분관계가 적지 않은 데다 투자규모도 어느 정도 되기 때문에 일반 기관투자가의 기업방문처럼 받는 경우도 있다.
규모가 큰 전업투자자팀의 경우 코스닥 업체 IR관계자들이 직접 사무실로 찾아오는 일도 있다고 한다. 운용자산규모는 해당팀원을 모두 합쳐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 수준이고 정보력이 뛰어나 파급력이 큰 경우다. 이들은 웬만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보다 투자자금 운용규모가 크고 정보 전달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기업들이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보다 더 중요하게 대우하고 있다.
INTERVIEW 전업투자자의 대부 ‘주식농부’ 박영옥 씨 “주식투자, 머니게임 아닌 장기투자로 경영성과 나눠야”
그는 “주식투자는 좋은 기업에 장기투자해서 경영성과를 나누는 것”이라는 가치투자론을 역설해 주목을 받았다. 전업투자자의 대부 격인 박 대표로부터 주식투자에 관해 들어봤다.
좋은 종목 5개 정도 골라 장기투자해야 -지금 운용하고 계신 자산은 얼마쯤 되나요.
투자 중인 주식의 가치를 환산하면 2200억원 쯤 됩니다. 지난 2006년에 280억원을 벌었다고 화제가 됐는데 10년도 안 돼 8배 정도로 불어난 셈이죠. 올 상반기에만 65%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10년 동안 매년 50% 이상 수익을 내온 셈입니다. 이런 수익은 매매차익만 노리는 투자로는 낼 수가 없습니다. 좋은 기업에 투자해서 성과를 공유했기 때문에 가능한 수익률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기투자를 하는데 길게 투자한 건 12년 정도 투자했습니다. 주가로 따지만 10배 정도 올랐지만 중간에 추가로 산 것까지 따지면 3~4배 수익을 냈다. 조광피혁은 2006년 주당 3만원대에 샀는데 그 이후 많이 올랐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많은 종목이 팔고 나면 더 올랐다는 겁니다. 하나투어, 보령제약, 호텔신라 등 배 이상 수익을 내고 팔았는데 팔고나서 훨씬 많이 올랐습니다. 결국 장기투자가 중요합니다. 호텔신라만 봐도 1만원대에 사서 2만원대에 팔았는데 지금까지 갖고 있었으면 13만원대입니다. 투자를 잘했다는 성공사례가 알고 보면 다 실패사례인 셈입니다. 결국 장기투자가 중요합니다. 주식투자에 성공하려면 좋은 기업에 투자해서 성과를 공유하며 살아야 합니다. 많은 기업에 투자하지 말고 기업내용은 물론 주가흐름까지 꿰뚫을 수 있는 5개 기업 정도에만 집중해서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기업 5개만 있으면 노후걱정이 없을 것입니다.
주식투자할 때 내 사업이라 생각해야 -투자할 만한 좋은 기업은 어떻게 선택하나요.
투자자의 시선으로 보면 투자할 만한 기업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기업을 보는 눈이 없습니다. 저도 특별하게 지식을 있는 것이 아닙니다. 휴대폰, 자동차, 과자 등 우리가 먹고 마시고 생활하는 모든 것이 기업에서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가 많이 이용하는 것을 잘 들여다보면 잘되는 기업 누구나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 기업을 찾아 투자를 해서 동업을 하면 됩니다. 지금 저는 40, 50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오늘(인터뷰 당일)에만 아이에스동서 주가가 5000원 올랐는데 이것만 해도 10억원의 수익이 났습니다. 좋은 기업인지 알려면 적어도 3, 4년 정도 관찰해야 합니다. 한번 투자를 하면 평생 함께 가야 하는데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믿고 기다릴 수 없습니다. 주식투자를 할 때 내 사업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주식투자 이점은 나보다 역량 있고 열정 있고 능력 있는 사람에게 자금을 대줘서 사업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성과가 나면 그 수익을 나누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지배구조 문제 때문에 과거에 그런 주식회사의 약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기업경영이 투명해지고 투자자들의 감시와 견제도 작동하고 있습니다.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저금리 저성장 때문에 예전에 주식투자를 않던 지식인이나 고위관료, 슈퍼리치들이 이제 주식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변화로 시장이 튼튼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 바로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듣고 바로 실행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과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매매해서 차익을 남기는 머니게임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주가변동에 일희일비하기 때문에 대부분 주식투자에 좋지 못한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투자해서 실패해놓고 주식시장이 위험하고 투기거래가 성행하는 곳으로 인식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주식투자를 ‘기업투자’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매해서 차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투자해서 성과를 공유하는 것으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기업이 길게 보고 투자해 경영성과를 올린다면 투자하는 사람도 경영인보다 더 길게 보고 투자해야 경영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고 봅니다. 주식투자 길게 하면 망한다는데 주식 농부 오래갑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망해도 생존할 수 있을 만큼 튼튼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3세대 전업투자자입니다. 1세대는 광화문 곰과 백할머니 등 원로분이고 2세대는 파생상품에 주로 투자하신 분들입니다. 2세대까지는 결과가 안 좋은데 저는 성공할 자신이 있습니다. 파생상품은 제로섬게임이고 투기적인 요소가 많지만 주식투자는 제로섬게임이 아닙니다. 최근 사람들이 가치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중소형 우량주가 많이 오른 것도 가치투자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006년 7월 매일경제신문에 ‘슈퍼개미가 아니라 주식농부죠’라는 제목으로 인터뷰가 나갔습니다. 5000만원으로 280억원을 벌었다고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도와달라고 연락 왔습니다. 그중에 사정이 딱하신 한분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사고보상금 7200만원으로 주식투자를 했는데 3200만원밖에 남지 않았다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같이 통화하며 투자를 했는데 2010년에 3억원 정도로 투자금이 불어났습니다. 그 이후로 “농부님이 해주신 대로 포트폴리오를 짜서 투자하겠다”며 혼자 하셨는데 성과가 안 좋아서 최근 다시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주식증여를 권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세 아이한테 소액으로 증여해 주식투자를 해서 불리고 있습니다. 2005년께 몇 차례에 걸쳐 각각 2000만원 안팎을 증여했는데 지금은 다 3억원이 넘었습니다. 둘째가 가장 성과가 좋습니다. 아이들하고 같이 얘기하면서 투자를 하는데 “기업의 주인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주식투자로 살아있는 경제교육을 해서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깨닫게 하는 것이지요. 맏이인 대학생은 물론이고 초등학생인 막내도 주식투자를 직접 하더니 세상을 보는 눈이 생겼습니다. 작년에 그리스에 가서 파르테논 신전을 같이 걸었는데 막내가 “그리스가 회복하려면 관광의존 비중을 낮추고 농업과 먹거리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해 놀랐습니다.
처음엔 목돈을 상속하지 않아 애들이 실망했는데 지금은 모두 좋아합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소액으로 자녀들에게 증여해서 좋은 기업에 투자하라고 권합니다.
주식투자, 돈이 일하게 하는 것 -전업투자자가 지켜야 할 원칙을 말씀해 주세요.
개인적으로 전업투자를 권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직장에 다니던 사업을 하든 40세까지는 열심히 일을 하고 그 이후에 세상 보는 눈과 관리력이 생기면 투자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방법으로 주식투자를 하면 패가망신할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경험하고 체험하고 세상에 흐름을 읽는 눈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인생이 길어졌는데 주식만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실 저는 전업투자를 권하지는 않습니다. 내 사업, 내 일을 하면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주식투자는 나보다 더 경쟁력이 있는 사람이 있는 기업에 투자해서 돈이 일하게 하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와 성과를 공유하는 것은 3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임직원이나 협력업체가 되는 방법이 있고 마지막으로 주식투자를 해서 주인이 되는 길이 있습니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투자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기업의 성과를 공유하려고 하면 시간에 투자해야 합니다. 개인들은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자본 정보력이 떨어지는데 시간은 자유로움이 있습니다. 투자를 남발해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평생 동안, 적어도 10년 이상 동행할 기업을 찾아서 투자해놓고 그 기업과 함께 동행하며 소통하는 방식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매일 시세 창을 바라본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주가 밑에 숨어 있는 기업의 본질을 봐야 합니다. 물건을 사용해 보거나 경쟁업체에 확인해보면 그 회사를 알 수 있습니다. 내 회사라는 생각을 갖고 투자해야 합니다. 어려울 때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러자면 그 기업을 알고 미래에 대해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투자해선 안 됩니다.
[윤재오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9호 (2015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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