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들의 새 놀이터 전자제품 체험매장…하늘을 나는 장난감 드론의 유혹

    입력 : 2015.08.07 17: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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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제품 전문매장들이 생존을 건 변신 중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른바 ‘키덜트족’이라 불리는 남성들을 겨냥한 MD 구성이다. 음향기기 등 주로 남성들이 많이 찾는 취미용 소형가전들의 취급 브랜드 수를 계속 늘리고 있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론, 액션캠 등도 차례차례 전자제품 전문매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비단 전문 가전매장뿐 아니라 일찍부터 ‘키덜트족’을 타킷으로 삼아온 용산 아이파크백화점의 테마관 ‘토이&하비’뿐 아니라 지난해 말 문을 연 수원 ‘AK&’의 키덜트관 역시 찾는 이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들 매장은 키덜트를 겨냥한 각종 상품은 물론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인 ‘체험’ 요소를 강화한 매장 구성으로 더욱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키덜트족을 위한 체험매장 지난 6월 18일 문을 연 일산 이마트타운 킨텍스점의 ‘일렉트로 마트’는 아예 개점부터 ‘남성들의 놀이터’를 콘셉트로 내세웠다. 일렉트로 마트는 이마트의 가전전문매장으로 일산 킨텍스점이 첫 매장이다. 이곳은 취미용 소형 가전이나 피규어 등 남성들을 주로 겨냥한 MD를 대폭 강화하며 업계 후발주자로서 기존 업체와의 차별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다.

    이마트타운 지하 1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매장 곳곳을 채우고 있는 ‘일렉트로맨’의 모습이다. 이마트는 일렉트로 마트를 상징하는 캐릭터로 슈퍼맨, 아이어맨 같은 히어로 캐릭터인 일렉트로맨을 만들고 매장 입구부터 벽면, 기둥까지 일렉트로맨을 활용해 디자인했다. 일렉트로맨 외에도 매장 곳곳을 다양한 히어로 캐릭터 피규어로 채우고 한편에 완구매장도 마련했다. 매장 정중앙에는 맥주 거품기, 칵테일 소품과 커피머신 등의 취미용 소형가전 판매 공간을 마련하고 그 옆에는 최근 급부상하는 ‘드론’을 위한 체험공간을 배치했다. 드론 체험공간 바로 옆에는 20여 종의 드론은 물론 고프로, 소니 등의 액션캠을 배치해 고객들의 체험이 곧바로 구매로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오프라인 유통의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고가의 가전들까지 모바일로 주문하는 시대가 되면서 전자제품 전문매장들도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이른바 백색가전이라 불리는 대형가전 위주의 MD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이마트는 지난 6월 월드타워점에 국내 최초로 가정용 태양광 전문 코너를 마련했다. 이전까지는 전문업체나 지방자치단체를 통해서 구매해야 했던 가정용 태양광 설비를 가전전문매장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최근에는 수도권 매장 20여 곳에서 카셰어링 서비스를 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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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의 화려한 변신 남심 사로잡다 최근 전자제품 매장의 변화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드론’이다. 일렉트로 마트가 매장 정중앙에 드론 체험공간을 마련하고 20여 종의 드론을 판매하고 있고 롯데하이마트도 이보다 일찍 월드타워점에서 드론을 판매하고 있다.

    드론은 군사용 무인항공기로 2000년대 초반부터 그 이름이 대중에게 알려졌다. 주로 군사용이었던 드론은 점차 상업용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최근은 개인 취미생활을 위한 저가의 드론들도 시중에 많이 유통되고 있다.

    ‘드론(Drone)’은 무선전파로 조종하는 무인비행장치로 본래는 ‘웅웅거리는 소리’를 의미하는 단어다. 군사용 목적으로 처음 개발됐고 그 기술이 점차 민간에 유입되면서 최근에는 다양한 방송촬영이나 재해관측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추세다. 최근 우리나라 방송에서도 야구중계나 예능프로그램 등에서 드론을 활용한 영상을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과거에 사용하던 항공촬영보다 비용이 훨씬 저렴하면서도 지리적 한계나 위험성으로 인해 촬영하지 못했던 지역까지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내셔널지오그래픽, CNN 등의 탐사보도에 활용되며 최근에는 ‘드론 저널리즘’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이 밖에도 농약살포나 가축이동 확인 등 농·축산업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올해부터 미국에서 상업적 목적의 드론 운영을 허가하면서 드론시장의 성장세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미 아마존, DHL 같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와 물류회사들이 드론을 이용한 배송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드론을 내세워 인터넷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구글은 열기구를 이용해 전 세계에 무선인터넷을 공급하는 ‘프로젝트 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열기구가 아닌 드론도 중계기기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 페이스북도 저개발 국가에 인터넷 기술을 보급하는 ‘인터넷닷오아르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만1000여 대의 드론을 띄워 중계기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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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드론시장 방위산업 컨설팅업체인 틸그룹은 2014년 5조원 규모이던 전 세계 드론 시장이 2020년에는 12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1월에는 세계가전박람회 CES에서 전 세계 15여 개 업체가 취미·레저용 드론을 선보이며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국내 시장 규모도 나날이 성장해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600억원 수준인 국내 드론시장 규모가 2022년에는 열 배 수준인 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그 중 군사용이 90%를 차지하고 나머지 10%는 개인 취미를 포함한 상업용이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드론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여서 이러한 수요 예측은 무의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서일엽 아이파크백화점 마케팅 이사는 “연습용 드론 구매고객은 ‘실전 드론’의 예약고객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최근 막 형성되기 시작한 드론 시장에서 연습용 기기 판매 증가를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라는 점에서 근래의 캠핑 트렌드와 어우러져 젊은 부모들 중에서도 드론을 찾는 이들이 많다. 이 밖에도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를 이용해 색다른 구도에서 사진을 담아내려는 이들도 드론의 주 소비군이다.

    드론의 무게는 작게는 25g부터 크게는 1200kg까지 다양하며 가격대도 성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스마트폰으로 조종할 수 있는 연습용 드론의 경우 중국의 ‘나이스이글’ 등에서 나온 10만원 안팎의 모델도 있으며 드론계의 ‘애플’로 불리는 중국 DJI사의 모델 중에는 가격이 450만원에 달하는 것도 전자제품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고 더 비싼 전문가용 모델도 많다. 조종법이 비교적 간단해 초보자들도 몇 번만 해보면 방법을 터득할 수 있지만 처음에는 연습용 드론으로 ‘손을 풀 것’을 권장한다. 하늘을 나는 비행물체이기 때문에 3차원 공간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드론을 취미로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드론 동호회들도 활성화되고 있다. 주로 초급자들이 드론 정보를 공유하는 네이버카페 ‘드론플레이’는 이미 회원수가 1만명을 돌파했다. 주로 숙련가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멀티콥터(드론) 동호회인 신정비행클럽도 회원수가 1500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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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 오작동 충돌주의보 드론은 자체에 평형 유지 장치나 추락 방지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경우가 많지만 배터리 방전이나 기능 결함으로 수백미터 상공에 있던 드론이 그대로 수직 낙하할 수도 있다. 드론을 날릴 장소를 잘 골라야 하는 이유다. 특히 전파 방해 요소가 많은 고층빌딩이나 전파 송수신시설, 전기시설 등이 들어선 곳에선 오작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드론은 기본적으로 항공법의 제한을 받는다. 지난 5월 국토교통부는 항공법을 토대로 ‘드론 조종자 준수사항’을 발표했다. 드론 사용이 늘어나면서 항공법 위반 사례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수도방위사령부에 따르면 드론 사용에 따른 위법 행위는 2012년 10건에서 지난해에는 49건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일단 비행장으로부터 반격 5.5km 이내인 곳이나 휴전선 인근과 서울도심 상공 일부는 비행금지 구역이어서 드론 비행이 제한된다. 150m 이상의 고도는 비행항로가 설치된 공역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드론 비행을 할 수 없다. 이 밖에도 인구밀집 지역이나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의 상공에서도 인명피해의 위험으로 인해 드론을 운행할 수 없도록 했다. 음주비행이나 조종자가 육안으로 장치를 볼 수 없을 때 비행도 금지되며 일몰 후부터 일출시까지도 비행금지 시간대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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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드론을 사업적으로 활용하려는 이들이 늘면서 이에 대한 내용도 정리했다. 드론을 농업용, 촬영용, 관측용 등 사업용으로 사용하려 할 경우 관할 지방항공청에 ‘초경량 비행장치 사용사업’을 등록해야 한다. 관련 법규를 위반할 경우 2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질 수 있고 사업등록을 하지 않고 헬리캠 촬영 등 드론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국토부는 “드론은 활용도가 높은 장치지만 작은 부주의가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조종자가 스스로 법규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도 드론을 촬영할 때는 해당 지역의 관련 법규를 잘 확인해봐야 한다. 지난 6월 드론의 밀라노 두오모 성당 추돌 사고가 대표적이다. 밀라노 내부는 드론 촬영 금지 지역이지만 당시 CJ 측에서는 이 사실을 알고도 캠페인 영상을 위한 드론 촬영을 강행하다 충돌 사고를 냈다.

    국내 판매 주요 드론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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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no RX 4 (udi R/C, 중국) 중국의 udi R/C에서 내놓은 드론으로 가격이 10만원대 초반으로 부담이 적어 드론을 처음 시도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720p HD급 화면으로 동영상 및 사진 촬영 가능하지만 FPV(실시간 모니터)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흠이다. 추가 장치 부착 여부에 따라 기본형, 빅휠, 4륜휠, 가드형 4가지 형태도 변화가 가능하다.

    GALAXY VISITOR 6 (Nine Eagles, 중국) 비행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면서 촬영 및 녹화를 할 수 있는 입문용 드론이다. 나인이글에서 제공하는 무료 앱을 설치한 후 드론과 연결하면 드론 카메라에 비춰지는 영상을 카메라로 확인할 수 있고 한 번 클릭으로 촬영 및 녹화도 가능하다. 가격도 20만원 안팎으로 부담이 없는 편이다.

    비밥 드론 (Parrot, 프랑스) 풀HD급(해상도 1980×1080픽셀)의 사진과 영상 촬영이 가능한 비밥드론은 스마트 기기와 와이파이로 연결되며 250m 범위 안에서 제어가 가능하다. 접속된 스마트 기기를 통해 실시간 영상을 확인할 수 있으며 180도 광각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가 탑재돼 있다. 소재는 유리섬유 상화 ABS 소재를 사용해 내구성이 우수하며 충격이 가해질 경우 프로펠러를 자동 중단하는 기능도 갖춰 만일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게 했다. 가격은 74만9000원이고 별도 조종기를 구매할 경우 100만원대로 높아진다. 비밥드론의 별도 조종기인 ‘스카이 컨트롤러’를 사용하면 보다 정교한 조종이 가능하고 드론 제어도 최대 2km 떨어진 거리에서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AR 드론 (Parrot, 프랑스) 직경 약 50cm, 무게는 400g 정도의 제품으로 취미용 드론으로 인기가 많아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형태의 드론이기도 하다. 와이파이를 통해 스마트기기와 연결해 사용하며 HD급의 화질로 사진과 동영상을 연결된 스마트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다. GPS장치가 탑재된 모델은 스마트 기기 상에 좌표를 찍으면 해당지점까지 자동으로 이동하는 기능을 갖췄다. 가격은 매장별로 차이가 있으나 50만원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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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텀 3 어드밴스드(DJI, 중국) 최근 미국 백악관 건물을 들이받아 화제가 됐던 드론이 바로 중국 DJI가 내놓은 팬텀시리즈다. 드론계의 ‘애플’로 불리는 DJI가 내놓은 드론 중에서도 팬텀은 수백만원대를 호가하는 전문가용 드론을 제외하면 가격 대비 성능만족도가 매우 높은 제품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화된 드론 시리즈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풀 HD 해상도의 4배에 달하는 4K 카메라와 카메라의 떨림을 막아주는 ‘전동 짐벌’을 탑재했다.

    1회 충전으로 10분 안팎을 비행하는 입문용 드론과 달리 20분 정도로 비교적 긴 시간 비행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가격은 100만원대 초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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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 체험과 구매 가능한 곳 잠실 롯데하이마트 월드타워점 하이마트는 지난 5월 말 국내 오프라인 매장 최초로 패롯사의 드론 전 모델 판매를 시작하며 하이마트 월드타워점 내에 체험 부스를 마련했다. 현재 패롯사 드론 4가지 모델 16개 제품을 판매 중이며 체험부스에서는 고객들이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드론을 연결해 직접 조종해볼 수 있도록 했다.

    일산 이마트 일렉트로 마트 지난 6월 문을 연 일렉트로 마트는 현재 10개 회사에서 나온 29개의 드론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로펠러가 여러 개 달려 있는 일반적인 형태의 드론이 아닌 새 모양의 ‘바이오닉 버드’도 입고돼 판매 중이다. 드론뿐 아니라 육상에서 움직이는 각종 무선조종 기기들도 판매하며 이들을 사용하는 체험공간도 별도로 구성돼 있다. 용산 아이파크백화점 백화점 내 키덜트 테마관 ‘토이앤하비’에서 10종이 넘는 드론을 판매하고 있으며 드론 매출은 올해 들어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134%의 신장률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1월 용산 아이파크백화점 옥상에서 열린 드론 조종 교육 프로그램인 ‘DJI 뉴파일럿 프로그램’에는 방송PD는 물론 재난관리 부처 공무원과 경찰, 소방관 등이 참여하는 등 예상의 2배가 넘는 100여 명의 참가자가 몰리기도 했다.

    [장영석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9호 (2015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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