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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IBK증권 전무 | 국내 최장수 리서치센터장 ‘닥터둠’ 이종우의 증시이야기
입력 : 2015.06.05 14: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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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에서 최장수 리서치센터장으로 꼽힌다 지난 2002년 미래에셋증권 운용전략센터실장을 시작으로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투자증권, 아이엠투자증권(솔로몬투자증권)에 이어 IBK증권에서 또 리서치센터장을 맡게 됐다. 보통 한두 곳이고 많아도 세 번 정도 센터장을 하는데 어쩌다 보니 지난 13년 동안 6개 증권사를 돌아가며 센터장으로 일하게 됐다.
증권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지난 1989년 대우경제연구소에 입사하면서부터다. 거기서 4년 정도 일하다가 대우투자자문에 가서 펀드매니저로 3년 일했다. 그러다 대우경제연구소의 연구 기능이 대우증권으로 이관되면서 리서치센터로 복귀하게 됐다. 가방끈은 짧은 편이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바로 대우경제연구소로 입사했다. 당시 경제연구소에서 대학졸업생을 4명 정도 뽑았는데 거기에 포함됐다. 박사, 석사 등 고학력자들과 같이 일하다보니 진급에서 우선 누락되는 등 불이익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도 대학원에 가겠다는 생각보다 여기서 열심히 하는 게 오히려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계속 일하다보니 벌써 여기까지 왔다.
올해 증시전망을 어떻게 보나 주가가 많이 상승하다보니 다들 굉장히 좋게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좋아질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걸리는 부분도 많다. 우선 세계적으로 주가가 너무 높다. 경기는 좋아진 게 없는데 금리가 낮다고 유럽 등 각 지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채권시장과 부동산시장에도 버블이 많이 들어가 있는 상태인 것 같다. 정책적 측면에서 봐도 무리한 정책이 많다. 주요 국가의 양적완화나 저금리 정책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하게 추진되어 왔다.
그런 부문에 따른 효과는 주식시장에서 이미 충분히 많이 나타났다. 하반기가 되면 그게 역전돼서 제자리를 찾아가려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현재의 주식시장이 아주 좋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올해 증시가 지난해보다는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 지수 기준으로는 대략 2100~2300으로 예상된다. 최고지수는 2250~2300으로 생각된다.
국내 증시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덜 오른 것 아닌가 미국 기업들은 몇 분기 동안 계속 사상 최고의 이익을 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난 2010년에 비해 작년 4분기 실적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익이 절반으로 줄었으니 상승 동력이 그만큼 약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기업의 수익성이 확실히 개선된다면 주가를 더 끌어올릴 힘이 있겠지만 올해만 보면 상승 여력이 그렇게 많은 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 센터장을 비관론자라고 하는 지적이 있다 증권회사에 일하는 사람들이 주로 증시를 예측하다보니 전망을 굉장히 밝게 보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전망이 한쪽으로 몰리는 편이다. 저도 시장을 좋게 보려고 하는데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볼 수 있다. 닥터둠으로 불리는 계기는 두 차례 시장 전망을 어둡게 봤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9년에 8개월 만에 코스피 지수가 300에서 1050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2000년에 시장을 보니 시장이 좋게 보이지 않아서 “대세상승 끝났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주가지수가 500으로 빠졌다. 그게 1차였고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전에 증시 점검을 해보니 주가가 너무 올라서 “대세상승이 끝날 수 있다”고 했는데 금융위기로 증시가 곤두박질쳤다. 그 인상이 너무 강해서 사람들이 비관론자라고 부른다. 올라간다고 하는 대세 예측은 여러 사람이 맞히는데 떨어진다고 하는 것은 여러 사람이 맞히기 힘든 것이다. 그래서 트레이드마크가 된 것 같다.
비관론을 제시하니까 처음에는 지점에서 “영업을 못 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투자설명회를 할 때는 “생각이 어떻든 얘기는 이러이러하게 해달라”고 주문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그런 위기를 몇 번 겪다보니 이제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증권주도 얼마 전까지 좋지만 단기에 많이 올랐다.
삼성전자는 당분간 전고점이던 158만원을 넘기는 어려울 것 같아 보인다. 업황은 바닥치고 회복되고 있는 것은 맞는데 현재 이익은 최고이익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방향성은 좋아졌지만 절대 수준이 높아진 것은 아니다.
해외투자를 늘리는 슈퍼리치들이 많다 당분간 자산가들의 해외투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 이전에 저금리 저성장을 경험한 일본에서도 똑같이 나타난 현상이다. 우리도 그렇게 간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해외 개별종목들을 증권회사들이 매매할 수 있게 해주는데 그건 과하다. 종목에 대한 투자는 해당종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한국기업도 잘 모르는데 중국 기업은 당연히 모른다. 해외펀드가 활성화되는 게 맞지만 개별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
지역별로는 어느 곳이 유망한가 아직까지 중국이 제일 유망한 것 같다. 중국도 많이 올랐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다. 다른 나라들이 최고치를 기록하는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기 때문에 중국시장도 사상 최고치를 한 번 더 경신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보면 상승 여력이 50% 정도 있다. 중국시장 빼놓으면 일본시장은 안정적이긴 한데 상승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미국시장이 조금 조정을 하고 나면 그쪽을 투자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미국과 유럽을 비교하면 미국 쪽에 관심을 갖는 게 좋다.
미국은 지속적 양적완화와 정책으로 경기의 방향을 바꾸었다. 유럽은 아직 방향을 바꾸지 못했다. 미국은 유럽이 가고 있는 방향이 진보되어 성공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리서치센터장이 직접 주식투자를 할 수도 있나 한 사람이 한 계좌를 가질 수 있다. 나는 예전에도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고 근로자 주식저축 정도 했다. 대부분 성공한 편이다. 계좌별로 최소 수익률이 230% 정도였고 최고 수익률은 1200% 정도 된다. 투자기간은 2,3년이고 투자규모는 2000만~3000만원 정도다.
요즘은 채권투자를 많이 한다. 포트폴리오의 80~90%를 채권에 투자하는데 국내 채권 70%, 해외채권 30% 정도다. ETF 등 신종상품도 투자할 만하다. 상대적으로 방어적인 상품이다. 중간 낙인되면 손실이 커지는데 지수 전체가 낙인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지수가 아니라 종목을 상품을 만드는 경우 투자위험이 높다.
애널리스트 몸값, 한때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금 수준이 자연스럽다. 그때는 어떻게 보면 너무 과했다고 볼 수 있다. 증권사 각 부문들이 사이클 한 번씩 타고 좋아졌다 나빴다 계속 그렇게 한다. 20여 년 전 리테일이 최고였고 그 다음엔 법인, IB, 채권도 잘나갔다.
리서치는 어차피 영업을 해서 돈을 버는 부서가 아니라 영업을 서포트하는 조직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운 구조다. 애널리스트 대우가 좋아지면서 혜택을 많이 받은 세대다. 과장급 중반 때부터 연봉제가 도입돼 남들보다 높은 연봉이 오래 유지됐다. 하지만 애널리스트 몸값이 본격적으로 치솟을 때는 센터장이어서 스스로는 혜택을 보지 못했다. 지난해 연봉이 13년 전 연봉과 같다. 그사이 애널리스트들은 대여섯 배 오르기도 했다.
앞으로 계획은… IBK은행 계열이니 중소기업에 특화해 리서치를 강화할 생각이다. 개인적인 바람은 미국처럼 60~70대에도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40대 초반만 넘어도 탈락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나이 먹은 사람도 할 수 있는 리서치를 구축해보고 싶다. 나는 이코노미스트다. 후배가 센터장을 하더라도 내 영역에서 일하고 싶다.
[윤재오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7호(2015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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