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의 중국 세계 최강 간다

    입력 : 2014.04.25 10:08:43

  • 사진설명
    ‘그림자금융을 정리하는 등 중국경제의 거대한 변화가 시작됐다.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달리 중국경제는 절대 붕괴하지 않는다. 5년 정도 지속될 구조조정 때가 중국경제의 바닥이다. 그것을 딛고 일어나면 중국경제는 1인당 GDP 2만달러 시대로 간다. 국가 GDP가 미국의 2배가 되는 초강대국으로 성장한다.’ 상승세를 이어오던 위안화 환율이 최근 갑자기 요동을 쳤다.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그림자금융 문제 때문에 중국경제가 위기를 맞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대중국 경제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거의 비상상황이다. 그런데 고수는 오히려 요약처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아시아 최고의 이코노미스트로 꼽히는 앤디 시에 전 모건스탠리 아태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경제는 절대로 붕괴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몇 안되는 비관론자로 꼽혔던 그가 오히려 자칭 낙관론자가 됐다.

    그 비밀은 무엇일까. 한국금융연구원 초청으로 최근 한국을 방문한 시에 박사가 그만의 경제관으로 그간의 궁금증을 말끔히 풀어줬다.

    그는 세계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대부분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한다”는 말처럼 중국 경제의 실상을 잘못 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중국이란 대국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자기가 본 곳만 가지고 다 아는 양 떠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개월이 아주 흥미 있는 기간이었다. 중국 이슈로 세계의 금융시장이 둔화됐다. 중국은 너무 크고 투명해 보이지도 않았다. (서구에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투명성이나 가격 메커니즘으로 작동되는 나라가 아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결정한다. 공무원과 사장들이 결정한다. 그래서 시스템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가 중국 경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단적으로 지적한 내용이다.

    그는 크게 두 가지를 보라고 했다.

    “첫 번째는 중국 관리들이 무엇을 하는가, 두 번째는 중국 인민이 뭐를 기대하느냐로 중국을 보아야 한다. 지난 2년간 PMI 수치가 기대치 이하로 떨어져 이코노미스트들은 나쁜 조짐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중국의 나쁜 소식이 좋은 소식이라고 본다.”

    시에 박사는 모두가 부정적으로 보는 사안에 대해 낙관론으로 돌아선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나는 지난 2008년부터 중국이 이대로 계속 갈 수 없다고 했다. 계속 부양책만으로는 안된다는 거였다. 이유는 일본을 보면 안다. 일본은 몇 십 년간 지지부부진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부채가 많은데 계속 부양책을 폈기 때문이다. 논리를 갖고 부양책을 편 게 아니라 정책 담당자가 그저 분기별로만 보고 했다. 중국도 1조위안, 2조위안, 3조위안 풀어서 경기 진작한다고 했는데 부양책보다 구조적 개편을 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시장의) 희소식이 나쁜 소식라고 한다.”

    시에 박사는 원자바오 총리 때보다 주룽지 총리 때 제대로 했다고 평가한다.

    “1998년 아시아 위기 때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를 하지 않았다. 주룽지 총리가 중국 임금수준이 낮기에 경쟁력을 가지려면 그대로 가자고 했다. 평가절하는 우리 시스템을 나쁜 기조로 이끈다고 했다. 그 당시 효율을 강조하고 평가절하 하지 않은 게 잘했다. 지금 사람들은 경제를 개혁한다면 고통스럽다고 하나 1998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는 특히 주 총리가 신념을 가지고 WTO에 가입한 게 중국 경제에 약이 됐다고 한다.

    “시장에선 주 총리가 WTO에 가입하자고 했을 때 경쟁력 떨어진다고 했다. WTO 가입이 부담이었던 것은 사실이나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부담이 커지니 국민들이 더 열심히 했다.”

    막강권력 시진핑 중국 재편 나서 개혁의 기수 주룽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처럼 더 큰 개혁에 나선 시진핑 정부에 대해서 시에 박사는 더욱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다르다. 지난해엔 전환기라 약간의 부양책을 썼으나 이제는 엄청난 경기부양책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1000억달러 이상의 부양책이나 노후도시 개발정책 같은 것은 안 나온다.”

    그래도 “중국 경제는 붕괴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밝혔다. 오히려 긴축을, 도약을 위한 새로운 변화로 보았다.

    “변화는 시작됐다. 5년 정도 걸릴 것이다. 수요가 없는 만큼 새로운 프로젝트를 벌이지도 않을 것이다. 당연히 철강경기 등의 회복이 오래 걸릴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좋은 소식이다. 1인당 GDP가 지난해 7000달러였는데 중국 여건을 볼 때 2만달러까지 간다.”

    구조조정 과정이 증시엔 나쁜 소식이 될 수 있으나 경제의 잠재력이 있는 만큼 큰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시에 박사는 이 점에서 “두 가지만 보라”고 주문했다. 중국의 잠재력과 큰 문제가 그것이다. 그는 최근 관리들이 나쁜 일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관리들이 많은 돈은 받았다. 그 돈으로 베이징에다 아이들 이름으로 현금 주고 부동산을 샀다. 부패척결이 시작되니 공무원들 고민하고 있다. 냉장고에 감추고 침대 밑에 숨겨놓았다가 뒤진다고 하니 겁이 나서 현금으로 부동산을 사고 있다. 시진핑의 반부패 사정에 중국 사람들은 희망을 갖고 있다. 중국 문제는 부패 그 자체가 아니라 퍼텐셜의 실현을 막는다는 데 있다. 단기적으로 고통이겠지만 중국이 발전하려면 반드시 넘어가야 한다.”

    그가 시진핑 정부의 부패척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동산 버블이나 그림자금융 문제가 관리들의 부패에서 나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 관리들은 출장 가지 않고 자리만 지키고 있다. 5성급 호텔이 텅텅 비고 있다. 아무 것도 안하니 경제가 침체될 정도다.”

    그 동안 지방정부의 대형 개발 사업은 대부분 시장의 필요가 아니라 사적 이익을 노린 관리들 주도로 이뤄졌다고 한다. 그게 얼마나 심했는지 “새해가 되기 전이면 뇌물 주려는 사람들이 지방에서 올라와 교통체증이 심각했다”고 할 정도였다. 그걸 시진핑이 일소할 것이란 기대다.

    “중국 역사를 보면 한 가지 밖에 없다. 예측 불가능한 황제가 매일 아침 신하들 불러놓고 오늘은 누구 목을 자를까 한다. 그렇게 긴장시켜야 일이 된다. 몇 년 전엔 부패 척결한다고 해도 말만 그런가보다 했는데 지금은 중국 지도부가 강해 진짜 이뤄지고 있다. 이런 게 5년 정도 지속되면 (관리들이) 상황이 바뀌었음을 인식할 것이다. 왜 그 비싼 마오타이가 많이 팔리고, 스위스 명품시계가 많이 팔려야 하나. 5만달러짜리 시계는 부패화폐다. 이 부패 척결 캠페인은 오래 지속된다. 중국 국민들이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게 시진핑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에 시에 박사는 시 주석이 최근 40년 동안 가장 큰 힘을 장악한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의 새 황제가 부활했다. 앞으로 10년은 큰 힘을 갖게 된다. 나는 부동산 사정이 어떻고, 주식시장이 어떻게 되고, GDP 8%가 어떻지를 보지 않는다. 5년 후 지도자가 부패를 척결하면서 중국이 어떻게 바뀔까를 본다. 중국을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다.”

    그 동안 뇌물로 움직이던 고위 관리들이 뇌물 없이도 열심히 하려면 마인드가 변해야 하는데 그들도 인간인지라 변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시에 박사가 생각하는 것은 새로운 물이다.

    “공무원이 하지 않으면 민영화 시키고 일자리 빼앗으면 된다. 국영기업 민영화 하고 시장 논리에 맡기면 된다. 러시아의 푸틴을 봐라. 집권 후 (하부를) 싹 바꿨다. 막강한 지도자는 아래 사람들을 한꺼번에 바꿀 수 있다.”

    시진핑은 그 정도 힘이 있다는 것이다. 시에 박사는 그 작업이 진행될 때가 중국 경제의 바닥이고 그때부터 새로운 도약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경제의 바닥은 대부분 고위 관리들이 알아차릴 때, 다시 말해 새로운 물로 채워졌을 때다. 그 동안은 그 많은 관리들을 한꺼번에 바꾸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회오리가 몰아칠 것이라고 했다.

    “바닥은 언제 오는지 시기는 모른다. 초기는 무서울 것이다. 부도와 파산이 이어질 것이다. 무섭지만 그게 희소식이다. 중국 투자의 최고 적기는 그 위기 때다. 단기적으로 어려울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호재다. 낭비했던 사람들을 퇴출시켜야 시장이 좋아진다.”

    그는 이 대목에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1년 정도는 둔화되겠지만 새로운 시작으로 보라. 중산층으로 경제가 이전되고 기업환경도 좋아진다. 관시 등 커넥션이 사라진다. 중산층이 강화되면 중산층만 공략하면 된다. 관리를 공략할 필요 없고 좋은 제품이면 된다. 이 추세로 2030년이면 현재가격 기준으로 1인당 GDP 2만달러가 가능할 것이다. 또 현재가격 기준으로 GDP는 미국의 두 배로 커질 것이다. 신뢰를 갖고 중국의 변화를 지켜봐라.”

    사진설명
    그림자금융 정리 시작 세계의 경제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그림자 금융에 대해 시에 박사는 한 마디로 ‘사기극’이라면서 그렇지만 이제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며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림자금융은 지난 5년 동안 지속돼 왔다. 전체 대출에서 40%나 차지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당분간 중국 경제의 둔화는 불가피하다.”

    그는 고성장 국면에서 사람들이 미래를 너무 낙관하고 과잉투자를 한 게 버블을 일으켰고 그 과정에서 구조조정 대신 추가 부양책을 편 게 그림자금융을 초래한 것으로 보았다.

    “경제개발엔 항상 버블이 생기며 정부는 버블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투기를 막아야 하는 정부가 오히려 투기를 진작하는 정책을 수년째 해왔다.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하려고 토지에 통제를 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그 투자를 위한 돈을 벌기 위해 토지를 판매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토지가격이 계속 올랐고 일부에선 100배까지 올랐다.”

    2008년 금융위기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았는데 중국 정부는 건설경기로 성장을 지속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공장은 부수적 사업이었고 수익은 부동산에서 창출했다고 한다.

    시에 박사는 이는 제로섬 게임으로 지속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7% 성장으로 경제활동이 활기를 띤 것 같은데 지방정부가 지출을 늘리고 부동산이 활기를 띠었을 뿐 다른 부분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 그 돈은 그림자 금융에서 조달이 되었다. 지금 같은 경제활동과 그림자금융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방 정부가 투자재원을 두 자릿수 금리로 조달했는데 지금 수준의 투자수익률(ROI)로는 유지할 수 없는 수준이란 얘기다. 그 동안 지방정부가 부동산에서 세수의 2분의 1 이상을 받다 보니 그게 계속될 것으로 착각했으나 한계에 왔다는 지적이다. 그림자금융 정리가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림자금융은 신탁산업과 연계돼 있다. 지난 5년여에 걸쳐 10조위안대로 급성장했다. 이 돈은 개발업자와 연계돼 있고 결국 지방정부로 흘러 들어간다. 그림자금융이 지방정부의 지출을 받쳐줬다.”

    이 구도가 지속가능할 수 없는 것은 중소도시의 미래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방정부는 도시를 키우면 성장할 것이란 생각에 그림자금융으로 자금을 조달해 엄청난 개발사업을 벌였으나 중소도시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도시로 몰린다. 중소도시는 인구 공동화가 벌어진다. 중국의 많은 도시는 미래가 없다.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 대도시 부동산 상황이 중소도시에 비해 훨씬 나은 것도 그 때문이다. 상하이 정부는 절대 그림자금융에 가지 않는다. 건전한 은행에서 조달할 수 있어서다.”

    그는 비정상적으로 조달한 자금이 생산적인 곳에 사용된다면 문제가 없는데 비생산적인 곳이 투입돼 낭비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게다가 지자체의 상환여력이 떨어져 (그림자금융을 취급하는) 신탁상품에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15% 주고 차입하면 (지자체가) 소득으로 이자 상환을 못하니 이자 상환하기 위해 계속 차입금을 늘려야 한다. 그림자금융의 이자율이 계속 높아지는 것도 그래서다. 신탁상품 투자자들이 지방정부에 돈을 대주었는데 이제 두려워해야 한다. 지방이 부실화되면 성에서 지불해야 하고, 성이 부실해지면 중앙정부가 먹여 살려야 한다. 결국 어느 순간엔 막아야 한다.”

    지방정부들은 아직은 갚을 수 있다고 하지만 언젠가는 어느 누구도 갚지 못할 상황이 온다는 게 시에 박사의 분석이다. 그는 시장의 시각엔 반대한다.

    “시장에선 경제 살리려면 부양책 펴라 하고(돈 더 찍어내라고 하고) 다른 한편에선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처럼 중국도 망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두 주장 모두 맞지 않다. 미국선 채무 불이행 사태가 생기면 자산을 차압해 매각하고 청산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에선 청산 프로세스가 불가능하다. 돈 빌리는 게 정부인데 스스로 청산할 수 없다. 그래서 경기는 조정되고 새로운 지출이 삭감될 수밖에 없다.”

    이제 그림자금융이 더 이상 돈을 대주지 못할 지경까지 왔고 이 때문에 지난해와 달리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고 경기도 식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이 상황이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최근 구리 수요가 급감했고 글로벌 유가가 100 달러 밑으로 빠진 것도 그래서라고 했다.

    다만 시에 박사는 중국의 그림자금융 정리 때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금융시스템 붕괴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붕괴는 눈덩이 현상이다. 자산매각을 위해 차압할 때 가격 하향 압력이 커진다. 다른 물건도 떨어지니 은행은 더 팔아야 한다. 이것이 청산절차 눈덩이 현상인데 중국은 그렇지 않다. 정부가 지난 1998년에 배드뱅크를 만들었지만 도매가로 청산한 것은 없었다. (서구에선) 은행이 도산하면 예금 인출이 이어져 은행이 붕괴하지만 중국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중국의 은행은 대부분 국유다. 인민들은 정부가 은행을 붕괴시키지 않을 걸 믿고 있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중국의 시스템은 다르다. 2008년 미국에서 일어난 것 같은 금융시스템 붕괴는 안 일어난다.”

    사진설명
    중국이 강한 이유 시에 박사는 그림자금융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붕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앞으로 10년은 경쟁할 나라조차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이처럼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중국이 여전히 세계의 공장이기 때문이다.

    “지난 15년 동안 중국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다. 일본 제조업이 강하다지만 사실 일본은 단 한 번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한 적이 없다. 몇몇 부문만 강했을 뿐이다. 그러나 중국은 수출만 2조달러 이상 하는 수출대국이다. 테슬러가 열심히 마케팅 하고 주가가 올라가니 리튬 배터리 공장도 세운다지만 중국과는 경쟁이 안된다.”

    그래서 세계가 없어지지 않는 한 중국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바닥으로 내려갈 뿐”이라고 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인프라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임금이 낮아 커다란 건설 프로젝트를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에 가니 인도 전문가들이 왜 중국은 그처럼 성장할 수 있냐고 물었다. 세 단어로 답했다. 투자, 투자, 투자라고 했다. 그러자 똑똑한 인도 사람들이 다시 묻더라. 투자, 투자, 투자하면 금융위기 오지 않느냐고 했다. 맞다.”

    지금 그림자금융을 정리해야 하지만 그래도 중국은 언제든 개발사업을 벌일 힘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도는 개발을 하려면 모든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 그래서 인프라 구축이 쉽지 않다. 대조적으로 중국은 반대가 없다. 누구도 반대하지 않고 이동한다. 20년 전 상하이 개발할 때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내야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나갔다. 중국 정부는 다른 나라가 갖지 못한 힘을 갖고 있다.”

    그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시에 박사는 수치로 설명했다.

    “1998년에 중국엔 고속도로가 없었다. 지금은 미국만큼 있다. 연간 8000km씩 고속도로를 건설한다.”

    세계의 공장이자 인프라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은 세계 어느 나라도 갖지 못한 중국의 장점이란 얘기다.

    중국 곧 자본수출국 된다 시에 박사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2년 내 금리자유화를 한다고 했는데 상당히 믿을만하다고 했다. 또 외환시장은 2020까지 개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그는 특히 중국이 곧 자본수출국이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그 동안 저축 잉여상태였는데도 자본을 도입해 왔다. 투자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소비가 증가하더라도 자본수출국이 된다. 중국은 그 동안 GDP의 10%에 달하는 무역흑자를 유지해왔다. 경제대국이 계속 이러면 글로벌 경제에 문제가 생긴다. 향후 10년 동안 1조달러의 흑자를 유지한다고 할 때 이 돈이 해외로 나가야 한다. 외국 정부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결정해야 한다.”

    그는 이 같은 경제 개방이 중국 기업엔 수익추구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분석했다.

    “경제개방은 수익창출로 이어진다. 지난 10년 동안은 부동산에 돈이 2배 이상 늘어나 버블이 생겼다. 앞으로 수익창출 기회는 주식시장에서 있을 것이다.”

    한편 중국의 외환이 쌓이지만 위안화가 기축통화 지위를 갖추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게 그의 시각이다.

    “2020년이면 중국 위안화가 태환성 화폐로 자리를 잡는다. 그렇지만 기축통화는 경제규모만 갖고 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그 돈으로 자산을 사려고 해야 한다. 또 그 화폐가 변동성 적어 갖고 싶어야 한다. 용도도 중요하지만 오너십이 더 중요하다.”

    그는 파운드화에서 미국 달러화로 가는데 50년이 걸렸듯이 위안화가 태환성을 가지려면 반세기 정도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환경오염·고령화·식량·에너지… 중국의 다른 과제들 “중국은 연간 40억 톤의 석탄을 태운다. 이게 환경오염을 낳았다. 허베이성의 철광석은 철강 함유량이 25% 밖에 안된다, 호주산 60%나 된다. 이 때문에 비용이 더 들어가니 오염을 유발하는 기법을 쓴다. 베이징시의 대기오염은 자동차가 아니라 이 때문이다.”

    경쟁력 없는 설비를 폐기해야 하지만 시장이 따르지 않는다고 했다. “강력한 지도자가 목을 자른다고 해야 따라간다. 시스템으로 해야 하는데 중국의 유일한 시스템은 정부다.”

    아직은 석탄을 대체할 만한 합리적 에너지 대안이 없기 때문에 결국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지금 중국의 전력소비가 미국만큼 늘어나고 있다. 미국은 가계에서 에너지의 절반을 소비한다. 그런데 중국의 인구는 4.5배다. 중산층 되면서 에어컨 쓰고 그러면 그 에너지는 어디서 오나. 석탄을 계속 태우니 환경오염이 계속된다.”

    석탄의 유황을 제거하는 기술을 있으나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쓰지 않는다고 했다. 어느 한 곳에서 하면 당장 다른 성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니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는 것. 결국 강력한 중앙정부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다만 최근 중국 국민들이 경제보다 환경오염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중앙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이 문제는 풀 것이라고 했다.

    다만 환경을 풀기 위한 전기차는 대안이 아니라고 했다. 정부 보조금으로 겨우 유지되는 정도이며 효율 면에서도 하이브리드가 우위에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수질 오염은 더 심각하다고 한다. 지금 중국은 80% 오염됐다고 한다. 게다가 북쪽은 지하수 고갈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오염방지나 담수화 프로젝트가 유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산아제한에 따른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1960년대엔 연령대별로 3000만명씩 됐으나 요즘엔 1600만 명대로 줄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1990년대 풍부했던 노동력이 이제 노동부족 사태로 진전됐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18기 3중전회에서 시장 기반의 자원배분 얘기 나왔다. 정부가 아닌 시장 주도로 경제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노동력 부족이 1가구 1정책보다 중요해졌다. 지금 노동시장 참여율은 90%나 된다. 그래서 부모가 모두 일하러 나가고 조부모가 아이를 돌본다. 다행히 올해부터 산아제한이 완화되고 있다. 그런데 둘째 아이를 가지려면 많은 엄마들이 집에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여성의 노동참여가 줄어 수년간 여성 노동인력 부족이 이어질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중국에선 최근 자동화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고 한다. 자동화산업이 최근 30%대 성장을 하는 것도 그래서라고 했다.

    식량 자급은 표면적으로만 되고 있다. 쌀과 밀은 자급이 되나 육류는 외국서 도입한다고 했다.

    “매년 8000만 톤의 대두를 소비하는데 노동력 부족으로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면서 농업생산이 감소하고 있다. 농촌에 가면 농민들 나이가 많다. 일본의 수십 년 전과 마찬가지다. 앞으로 몇 년간이 심각하다. 어떻게 중국의 식량을 확보할 것인가. 중국은 워낙 대국이라서 어떤 식으로든 영향 미친다.”

    시에 박사는 에너지 역시 심각한 과제라고 했다.

    “중국의 에너지 소비가 미국의 2분의 1이라면 세계는 어떻게 될까. 지금 에너지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대부분 신흥국이 많은 에너지를 쓴다. 장기적으로 인도나 아프리카의 에너지 수요가 늘어난다. 그 에너지를 어디서 공급할까. 신재생 에너지는 하나의 개념이다. 정부 보조로 겨우 유지되고 있다.”

    풍력이나 태양광이 아니라 에너지 저장기술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렇지 않다면 신재생 에너지원도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셰일가스 역시 대안은 아니라고 했다. 미국과 달리 중국의 셰일가스는 개발이 쉽지 않은 아주 깊은 곳에 있을 뿐 아니라 거기에 필요한 물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

    “중국은 궁극적으로 에너지 효율화를 추구해야 한다. 거대한 나라라서 미국 모델을 따라갈 수는 없다. 거대한 자동차 산업은 말이 안된다. 미국은 석유의 2분의 1을 운송에 쓰는데 중국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면 경제는 성장할지 몰라도 에너지 변동성에 취약해진다.”

    그는 지난 10년간 중국은 이런 장기적 안목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미국과 다르다. 중국이 미국처럼 한다면 세계는 살아남지 못한다. 모두 중국이 끌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지도부가 보다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얘기다.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3호(2014년 04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