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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 | 1등보다 사람이 우선입니다
입력 : 2014.02.07 13:5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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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없는 취미라 했지만 이 대표는 하루를 쪼개고 또 쪼개 쓰는 경영자로 유명하다. 보람증권, SR캐피털, 한누리투자증권을 거쳐 삼정KPMG 투자자문 전무를 역임한 이 대표는 2012년 8월 동아제약으로 자리를 옮긴 후 지난해 3월, 지주사 전환과 함께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업계에선 지난해 기존 동아제약이 혁신신약 R&D와 신규사업투자에 전념하는 지주회사 ‘동아쏘시오홀딩스’, 전문의약품과 해외사업부문을 전담하는 ‘동아ST(Science&Technology)’, 일반의약품과 박카스 사업부문을 전담하는 ‘동아제약’으로 분리된 것을 두고 3세 경영과 해외진출을 위한 신호탄이자 교두보라고 평가하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에서 이 대표의 역량이 빛을 발했다.
일각에선 대체투자와 M&A 분야에 노련한 이 대표의 경력을 논하며 그룹의 방향성을 점치기도 한다. 과연 이 대표가 구상 중인 경영과 미래는 어떤 빛을 띠고 있을까. 서울 용신동에 자리한 동아쏘시오홀딩스 집무실을 찾았다. 한 가지 질문에 이런저런 예를 들어 조리 있게 답하고 직접 옷을 챙겨들며 배웅하는 품에 소탈함이 느껴졌다.
올해는 진정한 스타트 시점 삼정KPMG에서 동아쏘시오그룹으로 이동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습니다. 자문사에서 기업 경영진에 합류했는데, 어떠십니까. 재작년 8월에 왔으니 벌써 그렇게 됐네요. 자문업계라는 게 바둑으로 따지면 훈수를 두는 것인데, 그러다보면 직접 한 수를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일종의 로망이죠. 제겐 그런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현업에서 직접 바둑을 두는 입장이 됐는데 계속 배우고 있습니다. 방금 전까지 회의였는데 참 많이 배우고 왔어요.(웃음)
국내 제약산업은 13조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요. 막상 글로벌 제약기업 50위권에는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업계의 화두가 궁금합니다.
현재 제약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약가인하에요. 지난해 4월에도 한 차례 인하가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은데, 전반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죠. 그러다보니 성숙했다고는 하지만 시장이 정체돼 있습니다. 국내시장에서 매출이 감소되니 해외진출로 눈을 돌리고 있어요. 당연히 업계의 또 다른 화두는 해외진출입니다.
동아쏘시에그룹은 지난해 3월에 지주사가 출범했습니다. 한 해 동안 실적은 어떻습니까.
아직 1년도 안된 시점인데, 서로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한 회사가 3개사로 분할되다보니 소통의 방식이나 채널도 바뀌었고 플랫폼이나 인프라도 달라졌어요. 10개월 동안 정비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올해는 중장기 전략을 세워 글로벌화를 가속화하려고 합니다. 진정 새로운 스타트 시점이죠.
글로벌화의 첨병은 역시 동아ST인가요. 동아ST와 동아제약이 각각 동아쏘시에홀딩스와 함께 세계로 진출하는 것이죠. 기존 수출국과의 비즈니스와 의약품 등록, 단기와 중기 글로벌 진출은 동아ST에서 진행합니다. 개척이 필요한 신사업과 바이오시밀러(동등생물의약품)처럼 자금투자가 많고 불확실성이 높은 장기투자는 홀딩스가 진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주사분할의 가장 큰 이유는 전문의약품회사와 일반의약품회사로 나눠 책임 경영하겠다는 것이죠. 같이 있으면 서로 기대게 됩니다. 그런 점이 없지 않았어요. 한쪽이 잘하면 한쪽이 기울더라도 의지하게 되죠. 지금은 독자생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체지방을 제거하고 근육을 붙일 수 있는 전략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동아제약에 박카스가 포함된 것을 두고 한 때 매각 얘기가 나왔는데, 그건 정말 기우죠. 박카스는 동아제약의 근간이자 사업입니다. 대표적인 스토리 제품이죠. 그런 일은 절대 없습니다.
분리 이후 국내 시장 업계 1위를 유한양행에 내줬습니다. 1위가 중요한 건 아니죠. 제가 모시고 있는 강정석 사장의 철학도 그렇습니다. 1위를 포기하더라도 두 회사가 글로벌화하는 근간을 마련하고, 높은 수익성과 내실을 갖춰 임직원들이 행복하게 생활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유럽시장 진출의 교두보는 M&A 제약사의 꽃은 신약 개발이라고 합니다. 현업에서 파악한 한국의 수준은 어떻습니까. 글로벌 제약사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죠. 예를 들어 글로벌한 신약은 임상실험에만 약 4000억원이 들거든요. 매출 100조원이 넘는 글로벌 제약사야 자금력이 충분하지만 매출 1조원 근처인 국내 제약사는 힘든 게 사실입니다. 많은 자금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신약 개수가 줄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동아ST가 슈퍼박테리아항생제 ‘테디졸리드(Tedizolid)’를 개발했습니다. 미국 트리어스테라퓨틱스에 라이선싱 아웃해서 임상을 진행했는데, 최근 미국 FDA 신약허가신청(NDA)에 대한 예비 심사를 통과했어요.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죠. 올 하반기에 미국에서 출시되면 로열티를 받게 됩니다. 저희 입장에선 장기적으로 신약에 대한 기술을 갖고 글로벌한 임상과 유통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글로벌화의 또 다른 방향은 개발도상국 등 신흥시장인데요. 몽골이나 인도네시아는 현재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있어요. 우리가 갖고 있는 제약기술이나 공장을 운영했던 노하우가 필요한 곳이죠. 이 두 나라에는 현지합작으로 공장도 세우고 투자할 예정입니다. 다른 제약사가 들어가기 전에 시장을 선점해야죠.
이 대표의 경력 때문인지 M&A에 대한 기대가 들리기도 합니다. M&A 계획은 진행 중입니다. 유기적인 성장도 해야 하지만 비유기적 성장도 필요하거든요. 유럽의 경우, 그동안 시장에 나오지 않았던 괜찮은 제약사들이 나오고 있어요. 팔지 않아도 되는데 주주들이 재정적으로 힘들어서 팔아야 하는 상황이죠. 지난해 초부터 그 시장을 주의 깊게 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럽시장에 동아쏘시에홀딩스와 동아ST에 대한 소문이 돌면서 지난 여름부터 투자기회가 여러 번 있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언론에 공개됐던 스페인 제약사와는 많은 대화가 오가기도 했어요. 전략적으로 판단해 결렬됐지만 덕분에 유럽 각국의 시장상황을 알게 됐습니다. 올해와 내년은 이런 밑그림에 기초해 액션을 취하는 한해가 될 겁니다.
유럽시장 진출의 교두보는 M&A가 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염두에 두고 있는 곳이 있다면. 관계를 맺고 대화하고 있는 회사가 여러 곳인데요. 이탈리아와 스페인, 폴란드 등지를 들 수 있습니다. 특히 폴란드는 러시아나 독일과 면하고 있어서 꽤 사이즈가 큰 시장이에요. EU에는 5개의 큰 시장이 있는데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가 있고 여섯 번째가 폴란드입니다. 아마도 가시적인 성과는 내년 안에 나올 것 같습니다. 신흥시장은 조인트벤처로 진출하고 선진, 유럽 시장은 M&A로 진출할 계획입니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동아쏘시오 R&D센터에 국내 제약사 최초로 치매전문연구센터인 ‘동아치매센터’를 설립했습니다. 가시적인 성과가 요원한 분야인데요. 강신호 회장께서 늘 많은 질환 중에 치매만큼 가정과 환경을 파괴하는 질병이 없다고 하십니다. 저희의 숙원사업이죠. 어렵고 긴 과정인데, 우리만이 아니라 외국에서 연구하는 분들도 모셔와 시너지를 내려고 합니다. 이른바 오픈 R&D 콘셉트죠.
올해 이뤄야 할 목표는 무엇입니까. 글로벌화를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죠. 그러려면 9개 자회사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소통하고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합니다.
달리 보면 3세 경영 안착이라고도 들리는데요. 맞습니다. 올해가 그 첫 해죠. 강정석 사장께서 동아쏘시오그룹에 근무한 지 20여 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바뀐 틀 안에서 3세 경영이 안정되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야 합니다.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경영자로 알려졌습니다. 개인적인 목표도 있을 텐데요. 융합과 소통의 시대라는 게 결국은 인문학적인 고찰입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과학을 하는 회사에요. 하지만 구성원 개개인이 인문적 고찰도 해야 하지 않느냐는 게 강 사장님과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은 인문학 조찬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분야 외에 다양한 분야도 알고 있어야 시너지를 낼 수 있겠지요. 개인적으로 2008년부터 역사책을 독파하고 있는데 올해가 300권을 채우는 해입니다. 2018년까지 500권을 보기로 했는데 올 한해 50권을 보는 게 목표입니다.(웃음)
이동훈 대표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보람증권, SR캐피털 등을 거쳐 삼정KPMG 전무이사를 역임했다. 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 객원교수, 한양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부사장)로 재직하고 있다.
[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1호(2014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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