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기의 사진가 애니 레보비츠 | 나는 그저 내 시간을 찍을 뿐이다

    입력 : 2014.01.09 17:23:57

  • 사진설명
    1980년 12월, 한 방의 총성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구촌 수많은 사람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던 비틀스의 멤버 존 레논이 한 정신병자의 총격으로 갑작스레 사망한 것이다. 그런데 이 뜻하지 않은 비보가 한 사진가를 세계적 명사로 만들었다. 그 비참한 사건이 있기 불과 네 시간 전, 속옷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검은 스웨터 차림의 오노 요코를 끌어안고 열정적으로 키스하던 존 레논을 찍은 애니 레보비츠(리버비츠)의 사진이 세계로 퍼져나간 것이다. 그러나 애니를 유명 인사로 만든 것은 단지 그 비운의 사건만은 아니었다. 어느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현장에 뛰어들고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작가정신을 발휘한 게 그를 전설의 반열에 올린 것이다.

    세계적 음악 천재를 벗길 수 있는 능력, 임신한 데미 무어가 전라로 그의 카메라 앞에 서도록 한 친화력만으로도 그는 스타가 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나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 등 미국 역대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때 백악관에 들어가 찍을 정도로 그는 걸출했다.

    그 유명한 사진가가 한국에 온다고 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애니 레보비츠 사진전’에서 직접 설명을 한다는 것이다. 뛸 듯이 기뻤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갑작스런 스케줄 변경으로 방한이 취소됐다. 아쉬움을 달래려고 이메일로 질문을 보냈다. 레보비츠는 각각의 질문에 짧지도 길지도 않게, 그렇지만 기자를 최대한 배려한 답변을 보내왔다.

    Annie Leibovitz, Susan Sontag at Petra, Jordan, 1994
    Annie Leibovitz, Susan Sontag at Petra, Jordan, 1994
    롤링스톤 잡지 때 존 레논 만나

    미국 코네티컷에서 태어났지만 공군 장교였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 여러 지역은 물론 외국으로도 자주 이주해야 했던 애니는 어린 시절부터 자동차 창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피사체를 바라보는 눈을 키웠다. 아버지를 따라 공군기지를 드나들며 사진을 찍으면서 카메라에 가깝게 다가가는 계기를 만들었다. 현대무용 교사였던 어머니 덕에 어린 시절부터 인체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아름다움을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예술적 재능을 키우는데 일조했다.

    예술 교사를 꿈꿨던 그는 “남을 가르치려면 내 스스로 예술가가 되어야 했다”는 얘기로 사진가가 된 배경을 설명했다. 고교 졸업 후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회화를 전공하면서도 그는 사진 기술을 계속 닦았다. 거기서 로버트 프랭크와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 기법을 익혔다. 그때까진 흑백사진만을 했고 컬러 사진은 스스로 배웠다.

    “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한 때에는 로버트 프랭크와 카르티에 브레송의 영향을 받아 작은 카메라로 르포르타주(탐사 기록) 형식의 촬영에 빠지기도 했다”고 애니는 초기 그의 모습을 설명했다.

    학교를 마칠 무렵 몇 달 동안 이스라엘 키부츠에서 활동한 애니는 1970년 귀국하자마자 당시엔 신생 잡지였던 롤링스톤의 보조 사진사로 본격적인 사진 인생을 시작했다. 당시 편집장인 얀 웨버는 그에게 첫 과제로 존 레논 취재를 맡겼고 그 사진은 1971년 1월 21일자 커버를 장식했다. 애니의 능력을 인정한 얀 웨버는 1973년에 그를 수석 사진가로 발령했다. 애니는 롤링스톤에서 13년간 142회나 커버를 장식하는 경이적 기록을 세웠다. 존 레논의 마지막 사진이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한 닉슨을 찍은 것도 이 때다.

    당시 애니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록의 악동’으로 악명이 높던 롤링스톤스 멤버들의 투어를 따라 다니며 그들과 하나가 됐다. 코카인을 비롯한 각종 마약을 하는 그들과 어울리며 무대 뒤에서 흐트러진 예술가들의 진솔한 모습을 담았다. 이렇게 피사체와 하나가 될 정도의 지독한 열정은 그에게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마지막 사진을 찍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그 사진은 2005년 미국잡지협회의 최근 40년간 최고의 표지로 뽑혔다.

    그에게 존 레논에 대한 기억을 들려줄 수 있는지 물었다.

    “롤링스톤에서 활동했던 나는 존과 오노 요코의 인터뷰 기획이 있다는 말을 듣고 꼭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가게만 해주면 잠은 알아서 자겠다고 했을 정도였다. 그 때 처음 만난 존 레논은 놀라웠다. ‘저렇게 대단하고 유명한 사람이 전혀 으스대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누구에게나 잘해주다니 …’ 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한 경험을 한 듯한 느낌이었다.

    당시에는 사진 연출하는 법을 모를 때였는데, 필름을 다 써버릴 때까지 계속해서 사진을 찍었다. 그 중 한 장의 사진이 롤링스톤 표지로 활용됐다. 그의 초상 사진이 공개됐던 게 대중이 내 이름을 선명하게 기억하게 된 계기가 됐다.”

    애니는 “최고의 사진을 찍기 위해선 그곳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에게 이런 자세를 가르쳐준 이는 롤링스톤이 더 큰 발전을 위해 1977년 출범지인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뉴욕으로 이사하면서 만나게 된 리차드 애비던이다. ‘잡지의 도시’ 뉴욕에서 성공하려면 그 수준에 맞는 사진이 필요했는데, 이미 뉴욕에서 명성을 날리던 패션과 초상 사진의 대가 애비던은 애니에게 사진을 보는 새로운 눈을 열어줬다.

    “리차드 애비던은 내가 존경하는 사진작가 중 한 명인데, 그는 함께 작업하는 모델과의 소통이 매우 뛰어나고 이 부분에서는 단연 천재성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그는 피사체가 자신이 찍히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데, 나에게는 그런 재능이 없다. 타인과의 소통에 좀 더 적극적이지 못한 나의 성향은 촬영 장소에서나 개인적인 삶의 영역에서나 늘 도전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지금까지도 애니가 그를 마음에 남는 사진가로 기억하는 이유다. 애비던이 79세로 병약한 상태에서 마지막 사진전을 열었을 때 애니는 그의 초상 사진을 찍었다.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신 늠름한 모습으로 담아내 ‘위대한 예술가’를 배려했다.

    1983년 ‘배너티 페어’로 자리를 옮기면서 같은 계열의 ‘보그’와도 인연을 맺은 애니는 새로운 유형의 사진을 찍으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대통령부터 유명 배우에 이르기까지 세계적 명사들을 마음대로 찍을 기회를 만난 것이다. 이 때 찍은 임신 7개월 된 데미무어의 누드는 미국잡지협회의 최근 40년간 두 번째로 뛰어난 표지로 꼽혔다. 최근 40년간 최고 표지 1, 2위를 그가 장식했다.

    애니는 1987년엔 아멕스 카드의 캠페인 시리즈로 광고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클리오상을 받았다. 1996년엔 애틀란타 올림픽 공식 사진가로 선정돼 운동선수들의 몸놀림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찍어내기도 했다. 그 전에 찍은 미국 다이빙 선수 브라이언 얼리의 사진은 다이빙을 한다기보다 한없이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가는 인간으로 표현해 그만의 시각을 보여줬다.

    40년이 넘는 사진인생에서 만난 수많은 스타들 가운데 그에게 가장 큰 인상을 남긴 이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피사체를 선택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아주 어려운 문제다. 그들의 매력은 활동하는 영역에 따라 특성이 구분된다는 점이다. 마크 모리스나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같은 무용가들과 작업할 때는 그들이 그려내는 이야기를 상상하고, 테드 터너나 빌 게이츠 같은 사업가들과의 작업에선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인생을 돌아보게 만들기에 흥미롭다. 정치인들의 경우에는 자기 자신과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런 면에서 본인이 어떻게 보이는 지 전혀 개의치 않는 힐러리 클린턴에게는 존경심이 들기도 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애니는 클린턴이나 오바마 등 민주당 대통령들은 인간적으로 담고자 한 반면 부시 대통령이나 그의 각료들은 매우 권위적으로 표현했다.

    Annie Leibovitz, Nicole Kidman, New York, 2003
    Annie Leibovitz, Nicole Kidman, New York, 2003
    Annie Leibovitz at home with her children Samuelle, Sarah and Susan (with their dog, Lola), Rhinebeck, New York, 2012, Photograph by Nick Rogers
    Annie Leibovitz at home with her children Samuelle, Sarah and Susan (with their dog, Lola), Rhinebeck, New York, 2012, Photograph by Nick Rogers
    사진은 작가의 사진을 담는 도구

    그에게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름다움과 스토리 또는 의미 가운데 어느 쪽을 더 담으려 하는지를 물었다.

    “나는 삶의 전체가 사진의 주제라고 생각한다. 풍경이든 삶이든 어떤지 지켜보고 기록하는 것이 흥미롭기 때문에,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의 속에 녹아들어 기록하려고 한다.”

    특히 그는 “가장 좋은 현장 사진은 자신을 포함한 사진”이라고 강조했다.

    “자기 주변을 담아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현장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최고의 사진을 위해서 그 곳의 일부가 되면, 피사체가 사진을 찍히고 있다는 것 자체를 의식하지 못하곤 한다. 사진은 최고의 순간 혹은 어떠한 시간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통의 경우 연예인처럼 늘 자신을 대중에게 잘 드러낼 수 있는 대상을 찍을 때 좋은 사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작가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을 찍을 때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피사체의 생각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사진에 담는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 나온 마크 모리스 댄스그룹의 댄서 ‘준 오무라’의 누드를 찍은 작품은 댄서의 춤추는 모습을 먼저 생각할 보통 사람들과 그가 어떻게 다른지를 잘 보여줬다.

    그는 라이프 매거진에서 의뢰받은 시인 시리즈 작업을 하면서 또 다른 사진 인생을 맞이했다. 시적인 사진, 이야기가 있는 사진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라이프 매거진이 내게 시인 시리즈를 의뢰한 게 내 인생에 큰 돌파구가 됐다. 나는 그들의 초상에 그들의 시를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소울 메이트 수전 손택 1989년 미국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던 수필가이자 소설가 수전 손택과의 만남은 그의 이후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애니는 그를 이렇게 회상했다.

    “수전 손택은 아주 적절한 시기에 내 인생에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나는 항상 더 좋은 것들을 추구했으며 그러한 부분을 사진으로 기록하길 원했다. 그녀는 그런 나에게 늘 ‘지금 매우 좋지만, 더 좋아질 수 있다’고 격려하곤 했다. 많은 곳을 함께 다니며 경험했고, 서로에 대해 늘 응원한 것이다. 예술, 건축, 역사, 여행, 경이를 사랑한 수전 손택은 자신이 알지 못했던 것들을 찾아보는 과정 자체를 즐겼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늘 나에게 새로운 도전에 대해 열망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애니는 수전 손택과 같은 집에서 살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나신을 찍고 그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할 만큼 아주 친하게 지냈다. 1990년대 초 사라예보 포위전 현장이나 9·11 테러 사건의 현장, 요르단 사막 등을 함께 간 것도 그의 영향을 받아서다.

    그가 생전에 있을 당시 애니는 누군가에게 기증 받은 정자로 첫 번째 아이 사라를 낳았다. 2001년, 그가 51세 때다. 사라를 임신했을 때 애니는 데미 무어를 찍었을 때처럼 그 자신이 카메라 앞에 섰다. 옷을 입은 손택이 그의 옆을 지켰다.

    가장 친한 친구이자 정신적 지주이며 영감을 주는 뮤즈였던 손택이 2004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애니는 또 다른 아이를 원했다. 이 때는 나이를 생각해서인지 대리모를 통해 2005년 두 아이를 얻었다. 쉰이 넘어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애니에게 아이들은 어떤 의미이고 그들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궁금했다.

    “사라를 가졌을 때, 내 나이는 51세였다.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아이 갖기를 원했지만 당시 내게는 막중한 걱정이 밀려왔으며 좀처럼 집에 있지 못했다. 아이를 갖는 것은 사람들의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바꾸어놓는다. 사라를 낳았을 때는 간호사들이 병실에 사라와 나만 남겨두자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곧바로 내가 더 많은 아이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뒤 나는 내가 아는 모두에게 아이를 가지라고 권유하기에 이르렀다. 3년 뒤 쌍둥이 수전과 사무엘이 태어났다. 나는 늘 일에 빠져 바쁘게 지내는 생활을 한다. 일하는 것 자체가 놀이기구를 탄 듯 흥미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생활 속에서도 삶의 균형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이들 덕분에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을 찾게 되었기 때문일 게다. 그들에게 따로 바라는 것은 없다. 아이들이 그들의 인생을 찾고 즐기고 만들어 가길 바랄 뿐이다.”

    사진설명
    사진엔 소중한 시간을 담아야 애니가 사진을 찍었던 많은 이들이 그만의 시각이 담긴 남다른 사진에 감사해 한다.

    이에 대해 애니는 “나는 그저 내 시간을 찍을 뿐이다”라며 선문답 같은 답변을 한다.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가 주로 쓰는 카메라는 무엇일까.

    “카메라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기종의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 자체에 자유를 느끼기도 한다. 자유롭게 보이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다.”

    사진을 처음 배우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얘기를 들었다.

    “젊은 작가들이 간혹 사진 촬영을 위해 어떠한 것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 나는 그들에게 항상 ‘집 근처에 머무르라’고 이야기하고는 한다. 훗날 돌아봤을 때 소중한 순간을 담고 있는 사진이야말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살아 있는 전설을 만나는 애니 레보비츠 사진전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애니는 엄청난 사진을 찍었다. 예술의전당에서 올해 3월 4일까지 열리는 이번 사진전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그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작가가 엄선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의 가장 가까운 주변사람인 어머니 아버지 등 가족은 물론이고 음악가 배우 스포츠 스타 정치인 등 수 많은 인물이 소개된다. 만삭의 데미 무어와 그녀를 끌어안고 있는 브루스 윌리스의 사진은 물론이다. 이 사진을 실은 배너티 페어는 당시 가장 많은 부수가 팔린 책으로 기록되기도 했는데 대형 사진은 또 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전라의 몸으로 비단뱀을 목에 걸고 신디 크로포드는 비너스의 탄생과 실낙원의 이브를 묘하게 교차시킨 인상을 준다.

    천사처럼 여왕처럼 선 우아한 포즈의 니콜 키드먼과 욕조에 가득 찬 우유 속에 몸을 담그고 사지와 얼굴만은 겨우 드러낸 우피 골드버그의 재미있는 표정은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영화 ‘백야’에서 11번의 턴 동작을 끝내고도 여유 있는 웃음을 지어 세계의 영화팬들을 열광시킨 미하일 바리시니코프는 무대가 아닌 아일랜드 해안에서 멋진 춤의 한 동작을 보여준다.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근엄하지만 너무 권위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 사진과 관련한 BBC 대표의 사임 스토리도 현장에서 들을 수 있다.

    그렇지만 진짜 관심이 가는 부분은 그의 오랜 연인 수전 손택과의 교감을 일기처럼 찍어나간 사진들이다. 소파에 거꾸로 누워 잠에 빠졌거나 하부를 다 드러낸 채 잠들어 있는 모습들, 절개한 아랫배를 꿰맨 지 얼마 안 돼 실밥이 거칠거칠 잡힐 듯 생생한 상처까지 고스란히 잡아낸 사진들은 그대로 그의 진솔한 삶 자체를 보여주는 자화상이다. 환하게 웃는 대신 긴장한 채 바라보는 어머니의 표정은 자신이 아닌 딸을 걱정하는 모습 그대로다. 동그란 얼굴에 동그란 눈으로 반쯤 웃는 듯, 반은 호기심에 찬 듯 바라보는 사라의 맑은 얼굴은 사진만이 담을 수 있는 아름다움일 것 같다.

    전시명 : 살아있는 전설과 만나다 <애니 레보비츠 사진전> (ANNIE LEIBOVITZ: A Photographer’s Life 1990-2005)

    일시 : ~ 2014년 3월 4일(화)

    오전 11시 ~ 오후 7시 관람 가능(입장 마감 오후 6시)

    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제3, 4전시실)

    관람 요금 : 성인 1만5000원/초중고 학생: 1만원(미취학아동 무료입장)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0호(2014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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