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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려면 시장·정부의 선전에 속지 마라…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입력 : 2013.07.15 09: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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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이후 미국에선 채권시장에 엄청난 버블이 있었다. 미국 투자자들은 30년 국채를 앞다퉈가며 샀다. 그런데 이후 이자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엄청난 손실이 생겼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일본 역시 채권 버블이 심각하다.”
그는 특히 일본에 대해선 심각할 정도로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나는 일본 주식에 투자하지 않지만 너무 인위적으로 조작(Artificiality)되어 있다. 일본은행이 돈 찍어 내는 게 엄청난 문제다. 올해나 내년에 문제가 노출될 것이다.”
그는 일본 정부가 엔화에 대해서도 불건전한 인위적 조작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엔화가 최근 25~30%가량 하락했다. 주요국 통화의 하락으로선 폭이 매우 크다. 이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서 걱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인위적 조작은 장기적으로는 유지할 수 없다고 본다. 모두가 일본 엔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다만 그는 중국 경제 버블을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서만큼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며 낙관적인 시각을 보여줬다.
“지금 중국 정부가 거품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모두 거품이 꺾였다. 지금 중국에 거품이 크다고 하지만 미국도 과거 그런 경우가 있었다. 1920년대부터 1930년대 사이에 미국도 금융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가장 성공한 나라가 됐지 않나. 중국도 마찬가지다. 나는 1986년에 중국에 가서 엄청나게 선전하는 것을 봤고 1988년에 변화를 확인하고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 중국이나 한국이나 경제를 걱정하고 있으나 계속 성장할 것이다.”
통일 후 한국 가장 중요한 나라 될 것 로저스 회장은 특히 한국의 통일 가능성을 높이 보고 있으며 또 그 경우 엄청난 파워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남북한이 통합될 것으로 본다. 그 경우 7500만명의 인구가 된다. 엄청나게 싼 노동력이 공급된다. 남한의 경영 능력과 엄청난 자본이 합쳐지면 한국은 앞으로 20~30년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역동적인 국가가 될 것이다.”
다만 한국은 아직도 글로벌 국가가 되기 위해 할 일이 많다고 했다.
“1999년과 지금의 한국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1962년 버마는 아시아에서 가장 부자였는데 지금은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다. 과도한 보호주의가 문제다. 지금 한국 대학엔 10% 정도가 외국 학생인 것 같고 외국 영화도 자주 볼 것이다. 그런데 내가 제주도에 가서 ATM 머신을 사용하려 했는데 6개 중 겨우 하나만 이용할 수 있었다. 지금 블랙베리를 쓰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작동이 안된다. 한국은 엄청나게 개방했다지만 아직도 개방해야 할 게 많다.
이따금 원자재 등 글로벌 상품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기도 하는 그는 일반인들에겐 상품에 투자하기보다 아는 것에 투자하라고 강조했다.
“상품을 잘 모르고 투자해선 안된다. 당신이 아는 것에 대해 투자하라. 자산의 5~10% 정도를 상품 관련주에 투자할 수도 있고 원자재 관련국에 투자할 수도 있다. 캐나다 원자재 전망이 밝다면 원자재가 아닌 캐나다 주식에 해도 되고 캐나다 통화에 할 수도 있다.”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강의하는 짐 로저스
“나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 동안 116개국 24만5000km를 벤츠 승용차로 여행해 기네스북에 오른 바 있다. 1999년 1월 1일 아이슬란드를 출발해 뉴욕에 도착할 때까지 6개 대륙을 가로세로로 누볐다. 차를 타고 전 세계를 돌아봐라. 한국 제1의 비즈니스 스쿨에 다닌다는데 세계에서 몇째인가. 전 세계를 돌아라. 자동차를 타든 오토바이를 타든 돌아봐라.”
여행 중 결혼했고 허니문 차량이 사막의 모래에 빠진 적도 있다고 소개한 로저스 회장은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려면 세계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는 극적으로 변했다. 성공하려는 사람은 지금과 미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읽어야 한다.”
그는 특히 그 변화를 스스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교수가 여러분에게 말하고 부모가 여러분에게 말할 것이다. 그러나 성공하는 방법은 정부도 교수도 말해주지 않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만 생각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여러분은 다른 방향으로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이 잘못된 판단을 한다. 오직 2~3%만이 제대로 판단한다. 성공하려면 정부의 선전에 속지 말고 시장의 선전에 속지 말아야 한다. 당신 스스로를 가르쳐야 한다.”
그는 특히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할 때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해보라고 했다. 자신의 얘기도 친구의 얘기도 듣지 말고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그는 특히 젊은이들이 인터넷이나 비디오게임으로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차라리 잡지를 읽든 책을 읽으며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라고 했다.
“교수들은 파이낸스의 잘못된 부분을 얘기하지 않고 월가로 가고 시티로 가라고 한다. 월가 금융기관들이 어마어마한 빚 때문에 문제가 심각한데도 말이다. 내가 다닐 때인 1958년만 해도 MBA는 극소수만 갔는데 지금은 2000개 이상의 MBA가 있다. 내가 월가에 갈 때는 아무도 월가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는데 지금은 모두가 월가로 가려고 한다. 반면 농업이나 광물 등은 아무도 공부하지 않는다. 여기 이 강당에 있는 사람 중 농업을 배우고 있는 사람이 있나? 누구도 농업을 배우지 않고 홍보하는 일을 배운다. 육체적인 일을 하려하지 않고 모두가 마인드 엔지니어링만 배운다. 누구도 힘든 일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충고하건데 금융사에 가려면 누구나 경쟁자란 걸 알아야 한다.”
금융업의 일이 재미있었기에 로스쿨도, 메디컬 스쿨도 가지 않았다는 로저스 회장은 학생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바란다고 했다.
좋아하는 일 열정적으로 하라 “종교적인 일을 할 수도 있다. 힘들여 하지 않더라도 좋지 않나. 정원사 일은 또 어떤가. 잘하면 버킹검 궁전에서 일할 수도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 수 있다.”
그는 특히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인내심은 학위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했다. 어떤 일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다면 굳이 학위를 포기하더라고 성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나는 모든 걸 잊고 엄청난 열정으로 일했다. 성공하고 싶다면 여러분도 스스로의 꿈을 믿고 자신의 계획을 믿어야 한다.”
어떤 사람을 고용하고 싶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로저스 회장은 “열정을 가진 사람이다. 특히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그만큼 배워야 하고 내가 원하는 만큼 시간을 보내야 하며 내가 원하는 만큼 노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그 정도 열정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선 MBA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모두가 월스트리트 방식을 배우려 하고 골드만삭스 방식을 배우려 하지만 그게 성공의 공식은 아니란 얘기다.
[정진건 기자 사진 김호영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4호(2013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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