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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열기자의 혼맥지도 ⑯ / LG그룹 구인회 家 ② 금융부터 제조까지 쭉쭉 뻗은 LG 방계그룹
입력 : 2013.07.15 09:2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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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문이 이처럼 방대한 혼맥과 다양한 혼사를 치를 수 있었던 것은 손이 귀한 다른 재벌가문들과 달리 다손 집안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실제 6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난 구인회 창업회장은 직계 자녀만 10명에 달할 정도로 손이 많았고, 3대와 4대까지 내려오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자녀들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혼사가 잦았고 그런 만큼 다양한 가문들과의 통혼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자녀들이 많은 만큼 LG가 역시 다른 재벌가처럼 형제들 간의 분가 과정을 겪었다. 창업회장의 첫째 동생인 故 구철회 창업고문이 LG화재(현 LIG금융그룹)를 맡아 분가했고, 태회·평회·두회 씨의 가족들은 LG산전(현 LS그룹)과 극동도시가스(현 E1)을 갖고 홀로서기에 나섰다. 구인회 창업회장과 함께 LG그룹을 세운 뒤 지난 2004년 홀로서기에 나선 LG가의 방계들을 살펴봤다.
창업동지인 철회 씨 일가, LIG로 독립 故 구철회 LIG 명예회장은 형인 구인회 창업회장과 함께 오늘날의 LG그룹을 세운 창업동지이자 파트너다. 구인회 회장은 LG그룹의 기반이 됐던 ‘구인회 상점’을 철회 씨와 함께 설립했다.
이후 철회 씨는 형과 함께 사업을 하며 락희화학(현 LG화학), 금성사(현 LG전자) 등 LG그룹의 주력 계열사의 경영을 맡아오다 1975년 타계했다. 자녀들이 1999년 LG화재를 갖고 그룹에서 독립해 현재는 LIG금융그룹과 방위산업체인 넥스원퓨처(LIG넥스원)를 경영하고 있다.
구철회 명예회장은 부인인 故 안남이 여사와의 사이에 4남 4녀를 두었다. 이들 자녀 가운데 장녀 위숙 씨와 막내딸 선희 씨는 LG가의 혼맥 중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GS그룹과의 연결고리를 이어주며 전직 대통령 가문은 물론 현 박근혜 대통령 일가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장녀 위숙 씨는 구씨 일가의 고향인 경남 진양군 지수면 승내리의 대지주 故 허만정 씨의 3남 준구 씨에게 시집갔다. 허만정 씨는 구인회 회장의 장인인 허만식 씨와 재종간이다. 허만정 씨는 손녀딸인 허영자 씨를 김희철 벽산그룹 회장에게 시집보냈는데, 김희철 회장의 아버지인 김인득 벽산그룹 창업주가 故 박정희 전 대통령 집안과 사돈관계를 맺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조카딸인 박설자 여사가 바로 김인득 회장의 둘째 며느리이기 때문이다. 박설자 여사는 박근혜 대통령과 4촌간이다.
이뿐 아니다. 위숙 씨는 남편인 故 허준구 LG건설 회장과의 사이에 5형제를 낳았는데 이들이 바로 GS그룹의 경영을 맡고 있는 ‘옥인동 5형제’다. 장남인 허창수 회장이 현재 GS그룹 회장이며, 나머지 4명의 동생들도 GS그룹의 각 계열사를 맡고 있다. 둘째딸인 영희 씨는 故 이호덕 의학박사와 결혼했다.
막내딸인 선희 씨는 故 박우병 전 두산산업 회장의 장남인 故 박용훈 전 두산건설 부회장과 결혼했다. 박우병 가문은 강성진 전 증권협회장 가문과 사돈을 맺고 있는데, 김복동 전 육사교장 집안을 거쳐 노태우 전 대통령 가문과 연결된다.
장남인 구자원 씨는 LIG화재에서 경영을 맡고 LG이노텍의 방산부문을 인수해 설립한 넥스원퓨처의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진주고와 고려대 법대, 독일 쾰른대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며, 64년 락희화학을 통해 LG그룹에 입사한 후 99년 계열분리와 함께 보험맨으로 변신했다.
유기홍 경춘관광 사장의 딸인 영희 씨와 결혼해 2남 2녀를 두고 있다. 장녀인 구지연 씨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맏사위인 선두훈 코렌텍 대표의 친형과 결혼했다. 장남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은 현재 사기성 CP발행으로 인해 재판을 받고 있다. 차남인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은 최근 지분을 대거 늘려 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철회 씨의 셋째 딸인 구자애 씨는 형제의원 원장인 정승화 씨와 결혼해 2남 1녀를 두고 있다. 자애 씨는 유교적 가풍이 강한 LG가에서 ‘세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을 해 세간의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1963년 정승화 씨와 결혼한 자애 씨는 17년 만인 1980년 이혼을 선택했다. 하지만 같은 해에 다시 혼인신고를 했고, 다시 1985년에 두 번째 이혼을 했다. 이후 1992년에 다시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호사가들의 이목을 한 몸에 받았다.
LG건설 사장을 역임한 철회 씨의 차남 故 구자성 씨는 이종구 전 산업은행 이사의 딸인 이갑희 씨와 결혼했다. 둘 사이에는 3남 1녀를 두고 있으며, 장녀인 본희 씨는 정재문 대양산업 회장(전 국회의원)의 아들인 정연준 미디어플러스 사장과 결혼했다. 차녀인 본주 씨는 故 진성규 변호사의 아들 진상범 판사와 결혼했다.
셋째 아들인 구자훈 LIG문화재단 이사장은 30년 넘게 보험인생을 걸어온 LIG보험의 산증인이다. 서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74년 금성사에 입사한 뒤 곧바로 범한화재(현 LIG손보)로 옮겨 현재까지 일해 왔다. 런던과 뉴역 사무소 소장을 지낼 정도로 국제 감각이 뛰어나며 주한 우루과이 명예부영사를 맡을 정도로 발도 넓다.
구자훈 회장은 화교 출신의 임방인 여사와 결혼했다. 슬하에 3녀를 두고 있는데, 막내딸인 문정 씨가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성용 명예회장의 장남인 재영 씨와 결혼했다. 장녀인 현정 씨의 남편은 글로벌보험사인 AON코리아의 부사장을 지낸 에릭 호프만이다. 최근 LIG손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철회 씨의 막내아들인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은 이준석 풍농 회장의 딸인 영희 씨와 결혼했다.
특히 처음 만든 화장품에 ‘럭키’라는 상호를 붙이면서 이후 LG그룹의 기반을 닦기도 했다.
정회 씨는 부인 김증문 씨와의 사이에 5남 2녀를 두었다. 이들 가운데 차남인 구형우 전 부민상호저축은행 대표는 이길주 전 대한석탄공사 전무의 딸인 화숙 씨와 결혼했다. 장녀 숙희 씨는 이구종 전 대한교과서(현 미래엔) 대표의 아들인 이규영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또 3남 자헌 씨는 조종열 한일수산 회장의 딸 금숙 씨와, 막내딸인 명희 씨는 하영준 세원기업 사장과 가정을 꾸렸다.
정회 씨의 자손 중에서 눈길을 끄는 이는 3남 자헌 씨의 아들인 본호 씨다. 미국 시민권자인 본호 씨는 2008년 100억원대 주가조작 사건으로 인해 지난해 3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본호 씨는 선친이 설립한 범한판토스 대주주로 올라선 후 자회사인 레드캡투어를 통해 2006년 11월부터 미디어솔루션을 흡수 합병했다.
하지만 인수합병 과정에서 친분이 두터웠던 조풍언 씨의 돈과 글로리초이스차이나 자금을 자신의 것처럼 속여 허위공시를 내는 수법으로 주가를 조작해 165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치인에서 재계인사로 변신 구태회 명예회장 경영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후 다시 경영인으로 되돌아온 구인회 창업회장의 셋째 아우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은 현재 LG일가 중 유일한 창업세대다. 2003년 동생들인 평회-두회 씨와 함께 LG전선을 갖고 그룹에서 독립했다. 현재의 LS그룹이다. 이후 LG그룹은 LG산전을 추가로 넘겨줬다.
구태회 명예회장의 삶은 그야말로 스펙터클하다. 진주중과 일본 후쿠오카고를 마친 후 징병을 당해 만주로 끌려갔던 그는 과감하게 탈영을 감행해 45년 광복군으로 귀국했다. 이후 서울대 문리대에 진학한 후 하숙방이 있던 창신동에서 형들의 사업이었던 화장품 개발에 몰입해 ‘투명크림’을 만들었다.
이후 1950년 대학졸업 후 곧바로 락희화학의 전무로 입사했다. 부산에서 교사로 활동하던 구자경 명예회장 역시 삼촌인 태회 씨와 함께 LG에 합류했다. 이후 화장품 마개로 사용하는 안 깨지는 화장품 뚜껑을 개발해 LG를 플라스틱 사업으로 진출하게 하는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했다. 1958년에는 제4대 국회의원 선거에 자유당 후보로 입후보해 고향인 진양에서 당선된 후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이후 공화당 대변인 겸 원내총무와 장관, 국회부의장까지 지내다 1982년 LG그룹 고문으로 다시 합류했다.
구태회 명예회장은 부인인 최무 씨와의 사이에 4남 2녀를 두고 있다. 장녀 근희 씨는 이계순 전 농림부 장관의 아들 준범 씨와 결혼했다. ‘디지털 전도사’로 불린 장남 구자홍 LS그룹 회장은 1973년 LG상사에 입사한 후 국제 감각을 쌓았다. 이후 1987년 LG전자 해외사업부로 옮긴 후 2003년까지 전자맨으로 근무했다. 글로벌 CEO들과의 교류가 깊으며 북미-아시아-유럽의 전직 고위관료, 기업들의 모임인 TCI 멤버이기도 하다.
구자홍 회장은 경기고 졸업 후 고려대를 다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으로 유학을 갔는데, 그곳에서 같은 유학생이던 지순혜 씨를 만나 연애결혼했다.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으며 장녀인 구진희 씨가 지난해 청담동에 의류브랜드를 론칭해 주목을 받았다.
차녀인 혜정 씨는 산악연맹 회장을 지낸 이인정 ㈜태인 회장과 결혼했다. 슬하에 형제를 두고 있는데, 이 중 차남인 이상현 씨는 한양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구자엽 LS전선 회장은 경복고와 명지대 국문과를 졸업한 후 LG화재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부인인 김태향 씨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는데, 장녀인 은희 씨가 故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인 정일선 BNG스틸 대표와 결혼했다.
3남인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ROTC로 군복무를 마쳤다. 미국 유학 후 세브론사에서 일하다 1984년 호남정유(현 GS칼텍스)로 LG에 합류했다. 조영식 전 경희대 재단이사장의 차녀인 미연 씨와 결혼했다. 구태회 회장의 막내인 구자철 예스코 회장은 제조업체인 ㈜한성을 설립하며 일찌감치 독립했으나 현재는 LS그룹에 합류한 상태다. 부인인 홍정원 여사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홍 여사는 서미갤러리 관장으로 잘 알려진 홍송원 대표의 동생이다. 장녀인 구원희 씨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와 결혼했으나 현재는 독신이다.
2005년 구평회 명예회장 팔순기념 화보집 촬영 당시 구자열 LS전선 회장(맨 왼쪽), 구자용 E1 회장(왼쪽 셋째), 구자균 LS산전 부회장(맨 오른쪽)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구자준 LIG손해보험 부회장(왼쪽에서 둘째)이 서울 강남구 LIG타워에서 열린 기업이미지(CI) 선포식에서 새로운 사기를 흔들고 있다
그는 큰형인 구인회 회장을 대신해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5.16 직후인 1961년 ‘부정축재 기업인’ 처벌 당시 형을 대신해 6개월간 감옥살이를 했기 때문이다.
서울대 문리대를 졸업하고 51년 락희화학에 입사한 구평회 명예회장은 1954년 멕시코에서 열린 국제청년상공인회의(JCI)에 참석한 뒤 곧바로 뉴욕으로 가 ‘콜게이트사’ 주변에 머물며 치약 제조법을 알아냈다. 공전의 히트를 쳤던 ‘훌라후프’ 역시 그의 제안으로 개발됐으며, 1965년에는 정유사업 진출 보고서를 작성해 오늘날의 GS칼텍스를 만들었다. 1984년에는 국내 최초의 LPG 수입사인 여수에너지(현 E1)를 설립했다.
언어감각이 탁월했던 구평회 명예회장은 한국인 최초로 태평양경제협의회(PBEC)의 국제의장을 지냈으며 한미경제협의회 회장, 무역협회장도 역임했다. 그는 1952년 금릉원예조합 문흥린 이사장의 딸인 문남 씨와 결혼해 3남 1녀를 낳았다. 장남인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서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1978년 LG상사에 입사하며 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2003년 도쿄 주재특파원, 은행지점장, 지사장들의 모임인 ‘동경회’를 조직했으며, 김인진 전 ㈜한진 사장, 하영구 씨티금융지주 회장, 조정호 메리츠그룹 회장 등과 함께 ‘월가회’를 만들기도 했다. 육군 중장 출신으로 청와대 경호실 차장과 성업공사 사장, 전쟁기념관장을 지낸 이재전 장군의 딸 현주 씨와 결혼해 1남 2녀를 두고 있다.
차남인 구자용 E1 회장은 서울고, 고려대 무역학과를 나온 후 ROTC로 병역을 마치고, 이상돈 전 중앙대 의대 학장의 딸인 현주 씨와 결혼했다. 재계에서는 구자열 회장과 구자용 회장의 부인 이름이 같아 혼돈하는 경우도 있다.
3남인 구자균 LS산전 부회장은 부인인 독고진 씨와 결혼해 슬하에 자매를 두고 있다. 막내딸인 구혜원 씨는 사조그룹 주진우 회장의 동생인 진규 씨와 결혼했다. 구혜원 씨는 푸른상호저축은행의 대표이사다.
구평회 E1 명예회장 팔순연에서 구자용 E1 사장 부부, 구평회 명예회장 부부, 구자열 LS전선 부회장 부부, 구자균 LS산전 부사장 부부(좌부터)가 활짝 웃고 있다
외아들인 자은 씨는 故 장경호 동국제강 창업자의 아들인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의 딸인 인영 씨와 결혼했다. 막내인 재희 씨는 김세택 전 덴마크 대사의 아들 동범 씨와 결혼했다.
[서종열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4호(2013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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