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스턴경영대학원 교수 한국경제 탄탄… 北 시끄럽지만 관리 가능해

    입력 : 2013.06.07 14:3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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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스턴경영대학원 교수 겸 경제조사기관 RGE(루비니 글로벌 이코노믹스) 회장은 주술처럼 외워대던 극단적인 글로벌 경제 비관론에서 다소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4월 말 로스앤젤레스 비벌리힐즈 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켄글로벌컨퍼런스에 모습을 보인 루비니 교수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1월에 비해 글로벌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비관적으로 변한 것.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것은 글로벌 경제 저성장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2년간 증시랠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증시 긍정론을 내놓은 점이었다. 다만 2년간의 증시상승세가 마감되면 증시가 대폭락할 것이라는 경고를 잊지는 않았다. “나는 다만 현실을 직시하려고 노력할 뿐” 밀켄글로벌컨퍼런스 현장에서 만난 루비니 교수에게 지난 1월 다보스포럼 때보다 경제전망이 좀 더 비관적으로 변한 것 같다고 꼬집자 루비니 교수는 “나는 비관론자도 낙관론자도 아니다”고 정색을 하며 대꾸를 했다. 그러면서 루비니 교수는 “나는 다만 현실을 직시(Realistic)하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월에도 글로벌 경제가 3% 성장하고 선진국은 1%, 그리고 신흥국은 5% 성장할 것으로 진단했고 이 같은 기본적 전망은 그대로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 예상을 밑돈 데다 급여세 인상 등 증세와 시퀘스터(정부지출 삭감) 후유증으로 인해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의 올해 성장률이 1.5~1.6%에 그칠 것으로 바라봤다. 올해 미국 경제가 2%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치와 비교하면 상당히 비관적인 전망이다. 또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유로존 재정위기 주변국 경기침체가 프랑스 등 유로존 핵심국으로 전이되고 있는 점도 지난 1월과 달라진 경제상황을 보여준다고 그는 설명했다. 선행지수를 토대로 독일 경제도 앞으로 상황이 안 좋아 질 수 있다고 봤다.

    루비니 교수는 “낙관론자들은 원래 봄철에는 경기가 잠시 둔화되다가 하반기에 다시 기력을 회복한다고 주장하지만 봄이라고 해서 굳이 경제가 약세국면에 접어들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계절적 요인 외에 글로벌 경제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배경에 글로벌 경제가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성장에 대한 두려움(Growth Scare)’이 자리 잡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루비니 교수는 선진국은 물론 그동안 상대적으로 괜찮은 성장세를 구가했던 신흥국 경기마저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다고 강조했다. 중국 1분기 성장률이 시장전망을 밑돌았고 신흥시장 경제를 대표하는 인도, 브라질, 러시아, 남아공 등 브릭스 국가 성장률도 3%대에 그쳐 잠재성장률 아래로 확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성장 모멘텀이 줄어들고 있는 브릭스 국가들보다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칠레, 우루과이, 보츠와나, 앙골라, 탄자니아 같은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가 더 유망하다고 루비니 교수는 내다봤다.

    글로벌 경제에 대해 점수(0~100)를 매긴다면 유로존은 10 이하, 선진국은 50 이하, 신흥국은 50을 조금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증시 2년간 랠리 그 후엔 거품 꺼질 것 루비니 교수는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빠질 것으로 비관하면서도 앞으로 2년간 미국 증시가 랠리를 지속할 것이라는 증시낙관론을 내놨다. ‘경기가 안 좋은데 증시가 활황을 보인다는 게 가능한 시나리오냐’는 질문에 루비니 교수는 미국 경제는 취약하지만 지난여름 이후 증시가 랠리를 지속하는 등 이미 월스트리트(증시)와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 단절 현상이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단절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바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양적완화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때문이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 연준 뿐만 아니라 영란은행(BOE), 일본은행(BOJ)은 물론 스위스중앙은행도 스위스 프랑 절상을 막기 위해 발권력을 동원해 돈을 풀고 있다”며 “이제 심지어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인하하고 더 큰 규모의 양적완화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적완화 과정에서 풀린 엄청난 유동성이 고수익을 좇아 위험자산인 증시로 쏠리고 있다는 얘기다.

    루비니 교수는 증시랠리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는 연준 제로금리 정책과 양적완화가 앞으로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자신했다. 연준이 양적완화 중단 전제로 삼고 있는 6.5% 실업률 달성이 2015년은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돈의 힘으로 미국증시 랠리는 지속될 수밖에 없고 현시점에서 주식은 최고 투자수단이라는 점에서 즐길 수 있을 때 증시랠리를 즐기라는 조언을 내놨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이 같은 증시랠리에 2년 유효기간 딱지가 붙어있다는 점이다. 폭발적인 증시랠리가 이어지더라도 결국 2년 뒤에는 자산거품이 터질 것이라는 게 루비니 교수의 경고다. 때문에 현재 증시랠리에 무임승차를 하되 출구전략도 세워놔야 한다고 루비니 교수는 주문했다.

    삼성전자 같은 기업·넓은 인재풀, 한국 큰 장점 루비니 교수는 기본적으로 한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봤다. 한국 경제가 견조(Solid)하고 강한(Robust) 펀더멘털을 가지고 있다는 게 루비니 교수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처럼 탁월한 경쟁력을 갖추고 글로벌 시장에서 호성적을 거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많고 인재풀이 좋다는 점을 한국 경제 강점으로 꼽았다. 미래첨단기술에 대한 투자도 잘 이뤄지고 있어 잠재적으로 경쟁력 있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봤다.

    하지만 문제는 외부적인 경기순환적 요소가 한국 경제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 그동안 강하게 성장했던 중국 경제가 둔화조짐을 보이면서 한국은 물론 아시아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유로존과 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스몰 오픈 이코노미인 한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루비니 교수는 올해도 한국 경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2.5%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인플레이션 압력도 미미한 상태이기 때문에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필요성을 강조,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를 내다봤다.

    루비니 교수는 한은 금리인하가 한 차례에 끝나지 않고 하반기에 또 한 번 0.25%포인트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양적완화조치로 엔화가치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원화가치 약세로 연결돼 수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논리도 펼쳤다. 다만 금리인하만으로 한국 경제성장 추세가 확 바뀌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과도한 기대는 삼가라고 조언했다. 금리인하보다는 한국 수출경기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중국, 미국, 유로존 경제가 회복될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루비니 교수는 북한이 외부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그리고 과거에 했던 것처럼 협박을 통해 필요한 달러와 식량 원조를 얻어내기 위해 많은 소음(Noise)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긴장이 전면적인 군사충돌로 갈 것으로 보지는 않았지만 북한 리스크를 과소평가하지도 과대평가하지도 말라고 주문했다. 북한 위협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침착한 대응을 하면서 패닉 상황은 연출되지 않고 있다는 게 루비기 교수의 판단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한미중이 긴장의 수위가 더 높아지지 않도록 북한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로스앤젤레스 = 박봉권 매일경제 뉴욕특파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3호(2013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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