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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문혁 FX스포츠 상무…투박한 중년 자전거 디자인만큼은 자신있죠
입력 : 2013.06.07 14: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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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바로 삼천리자전거에 입사했어요. 사실 당시 생각에 자전거에 무슨 디자인이 필요할까라는 의문에 살짝 간만 보고 바로 올라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부딪혀 보니 디자이너가 할 일이 상당히 많더라고요. 그렇게 21년이 흘렀네요. 매년 70여개씩 했으니 총 1500개 정도의 자전거를 디자인한 셈이죠.”
약 3년 전까지 삼천리자전거에서 근무한 그는 시판된 다수의 자전거를 디자인하는 한편 아팔란치아, 하운드 등의 신규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연매출 450억원을 돌파한 삼천리자전거의 자회사 참좋은레져의 효자브랜드 첼로 역시 임 상무의 작품이다.
‘박수칠 때 떠나라’고 했던가. 회사 내에서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별안간 자신만의 일을 찾겠다며 회사에 이별을 통보했다. 회사에서 3번이나 사직을 막았지만 임 상무는 완강하게 뿌리쳤다.
“사표를 썼다고 하니 회사 선배나 동료들이 모두 미쳤다고 하더군요. 지금도 그렇지만 3년 전부터 경기가 상당히 안 좋았거든요. 좋은 자리 뿌리치고 길거리 나가봐야 춥기밖에 더하냐는 것이었지요. 그래도 지금은 다들 자리가 위태로운지 일찍 나가 시작한 저를 부러워들 합니다.(웃음)”
회사를 그만두고 그가 처음 시작한 것은 산업디자인이었다. 자전거를 잠시 잊고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이나 인쇄물을 제작했다. 그러나 업계에서 고급인력을 가만둘 리 만무했다.
“자전거 브랜드를 만들자는 제안은 일을 그만두면서부터 지속적으로 있었어요. 그래도 제가 몸담았던 회사와의 의리도 있고 해서 몇 번을 고사했죠. 그러다 문득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통해 故 이병철, 정주영 회장처럼 훌륭한 기업가가 되리라는 꿈을 꾸게 됐어요. 그렇게 해서 이 스타카토(STACATO)가 만들어진 거죠.”
최근 자전거전문점을 지날 때면 유난히 컬러풀한 색상을 자랑하는 제품들이 모여 있는 스타카토 전용코너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샤프한 디자인에 레드와 화이트를 주 컬러로 제작된 다양한 스타카토 제품들은 전문가용 스펙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자전거에 입문하려는 젊은 층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철인3종 경기를 보면 프레임은 굵은데 선수들이 번쩍 들어 올리잖아요. 스타카토는 그러한 튼튼하고 가벼운 전문 레저용 자전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사실 비슷한 스펙의 수입 자전거의 경우 가격이 300만~600만원까지 형성돼 있어요. 자전거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무지 부담스럽거든요. 스타카토는 10kg대로 무게를 맞췄고 전문레저용 프레임을 갖췄지만 가격은 한 모델을 제외하고 35만~60만원대에 불과해 경제적이죠.”
국내 자전거시장은 삼천리자전거(45%)와 알톤(30%)이 양분하고 수입업체와 국내 군소업체들이 5%대 미만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기술력에서 앞선 상위 두 업체의 아성을 여타 업체가 쉽게 깨뜨리기란 여간 쉽지 않다. 이는 특히 자전거의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는 무게경쟁에서 도드라진다. 자전거는 무게 1㎏을 줄일 경우 20만~30만원까지 높이 책정된다. 현재 참좋은레져는 10.1㎏, 알톤스포츠는 11.7㎏까지 무게를 줄였다. 스타카토의 경우 저렴한 가격에 10.2kg 모델까지 출시했으니 가격 대 성능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처럼 자전거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중저가 모델을 출시하며 임 대표는 기존 제품들의 단점도 개선해 나갔다.
“첼로에서도 비슷한 자전거가 출시됐지만 안장 조절이 되지 않아 잘라서 써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본인 외에는 탈 수 없는 점도 있었죠. 스타카토는 안장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게 제작해 단점을 개선했어요. 반응은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이제 시장에 내놓은 지 두 달 정도인데 재구매 요청이 상당하거든요. 올해에만 50억원 정도 매출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임 상무는 중저가 모델을 시작으로 향후 점차 고급화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단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합리적인 명품’을 만들기 위해 가격은 적정한 수준으로 책정하리란 정책은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레저문화가 더욱 발달하면서 자전거를 통한 출퇴근이 늘어나면 국내시장은 점차 커지리라 보고 있습니다. 기존 업체들의 힘이 막강해 그동안 군소업체들이 시장에서 쉽게 힘을 펴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지만 분명 틈새는 존재할 것으로 봅니다.”
마지막으로 스타카토를 장기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시키리란 큰 그림을 제시했다.
“제가 삼천리자전거에 입사할 당시 큰 회사는 아니었지만 미국 등 해외수출이 상당히 많았어요. 허나 지금은 알톤에서 일부 수출을 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 거의 내수시장에 의존하고 있죠. 향후 독특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의 자전거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브랜드 수출을 목표로 뛰고 있습니다.”
[박지훈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3호(2013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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