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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종근당 요즘 뜨는 이유
입력 : 2013.06.07 14: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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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효종연구소장, 고여욱 바이오연구소장, 임종래 기술연구소장(왼쪽부터)
종근당 효종연구소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21일엔 또 다른 항암제인 ‘CKD-516’ 등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미세소관 형성 저해제로서 유용한 벤조페논 티아졸 유도체 및 이의 제조방법’에 대해 미국 특허를 얻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 특허물질은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종양에 영양을 공급되는 혈관을 차단함으로써 악성 종양을 사멸시키는 효과를 가진 차세대 항암제다. ‘CKD-516’은 현재 국내 임상 1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암세포 자체가 아닌 종양혈관을 타깃으로 하기에 기존 항암제와 함께 다양한 암 치료에 사용할 수 있고, 약제 내성을 나타내는 암에도 효과가 우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회사는 이에 앞서 이미 지난 2003년 캄토테신계 항암제인 캄토벨을 개발해 뛰어난 신약개발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처럼 여러 항암제를 개발해왔지만 이 회사는 최근 획기적인 차세대 비만치료제로 제약업계는 물론이고 증시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비만치료제 CKD-732는 지난 2009년 미국 자프겐(Zafgen)사에 기술을 수출해 현재 공동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선 비만이 커다란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기에 이 신약은 향후 엄청난 잠재력이 기대되고 있다. 기존 비만치료제들이 갖가지 부작용으로 퇴출되고 있는 와중에 효과뿐 아니라 안전성까지 입증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연유로 이 제품이 한국서 나온 최초의 글로벌 신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CKD-732는 신생혈관 억제효과를 갖고 있어 당초 항암제로 개발하려고 전임상과 임상 1상 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했는데 이 과정에서 비만치료 효과를 추가로 확인해 새로운 신약으로 개발하게 됐다는 게 김성곤 종근당 효종연구소장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먼저 개발한 당뇨병치료제 신약 ‘CKD-501’의 임상실험을 마치고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라 두 번째 신약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신약은 당뇨병 관리에 매우 중요한 중성지방 지질을 저하하는 특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종근당은 암을 비롯해 비만과 당뇨에 이르기까지 사망 위험률이 높은 3대 성인병을 겨냥한 치료제를 모두 개발해 이미 상당한 성과를 냈다. 이런 게 최근 증시 전문가들이 이 회사를 좋게 보는 근거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국내 임상 3상을 완료한 당뇨병 치료제 ‘CKD-501’은 올 상반기 품목 허가 신청을 통해 내년 하반기 출시가 기대된다. 고도비만치료제인 ‘CKD-732’도 작년 12월 호주에서 임상 2상에 진입해 연구 성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알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종근당에 대해 “올해부터 본격 판매될 휴젤의 보톡스와 필러 제품군 외에도 자체 개발한 개량신약 라인업을 통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자체 개발 신약의 성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내년 CKD-501(당뇨병치료제 신약)의 병용요법 제제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며 CKD-732(고도비만치료제)의 호주 임상 2상 진행 호조 및 자체 면역억제제의 완제 CMO 공급 등 자체 신약 라인업이 가시화됨에 따라 종근당의 기업 가치도 상향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국제 특허를 잇달아 얻고 있다는 점에서 종근당은 단순히 대중적인 약을 만들어 파는 회사가 아니라 신약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첨단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이 회사는 다수의 업체들이 무한경쟁을 하는 국내 완제의약품 부문에서 4% 내외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치료제이다. 특히 고혈압 약인 딜라트렌이나 살로탄, 고지혈증 치료제로 이 회사에 대한민국 기술대상 금상을 안겨준 리피로우 등은 종근당의 대표적 약품이다. 원료의약품 부문에서 특히 강세를 보이는데 세파로스포린계 항생제와 고지혈증 치료제, 소화성 궤양의 프로톤 펌프계 치료제 등 60여종의 고난도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종근당이 오늘날 이런 지위를 차지하게 된 데는 사실 창업 이후 유지돼 온 이 회사의 기본철학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941년 ‘궁본약방’으로 출범한 이 회사는 해방 후 종근당으로 사명을 바꿨다. 그런데 단순히 약을 파는 데 머물지 않고 곧바로 치료약 생산에 들어갔다. 1949년 연고 생산을 시작한 데 이어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엔 감기약인 염산에페트린정과 구충제인 산토닌정 생산을 시작했다.
종근당 천안공장
그러나 신약개발에 주력하며 다진 탄탄한 기초가 있었기에 곧 정상을 회복했고 이후 탄력을 받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1년 용인 동백지구에 문을 연 효종연구소는 종근당의 미래를 여는 중추적 구실을 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이 세계 의약품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본 종근당은 바이오의약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2년 하반기엔 2세대 빈혈치료제 바이오시밀러 ‘CKD-11101’과 자궁경부암 백신 바이오신약 ‘CKD-12201’의 임상 승인을 받아 현재 1상 실험을 진행 중이다. 또 2012년 12월엔 천안공장 내에 바이오 GMP 공장을 구축해 올해부터 다양한 바이오 제품의 임상 및 판매용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김성곤 종근당 효종연구소장은 “이제 종근당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약회사가 됐다. 전통의 제약 명가가 제2의 도약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근당 충정로 본사
발효를 근간으로 하는 원료의약품 회사인 종근당바이오는 지난 2010년 순수의약품만으로 국내 최초로 1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하며 글로벌 원료의약품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회사가 만드는 항생제내성저해제 원료인 ‘클라블란산칼륨’은 지난 2008년, 제2형 당뇨병치료제 원료인 ‘아카보스’는 2010년에 정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으로 지정받아 우리나라의 수출산업을 주도할 대표상품으로 꼽히기도 했다.
원료 합성을 기반으로 하는 원료의약품 생산업체인 경보제약은 생산제품의 50% 이상을 일본, EU 등 40여 개국에 수출해 2011년 50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바 있다.
이처럼 의약품 원료에서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또 제네릭은 물론이고 신약이나 개량신약, 바이오 신약, 건강기능식품에 이르기까지 국제적인 생산 인프라와 노하우를 모두 보유한 제약사는 현재 종근당이 유일하다.
이 외에도 종근당 계열엔 종근당산업, 건설제조업인 안성정기, 광고대행업체인 벨컴, CKD창업투자, 벨에스엠, 씨케이디리빙, 벨아이앤에스 등 국내법인과 해외법인인 이퀴스 파머세티컬 등이 있다.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3호(2013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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