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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정 카몬(KAMON)대표…뮤지션들의 천국을 만들고 싶어요
입력 : 2013.05.03 17: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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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를 돋보이게 하는 요인이 외모만은 아니다. 특수카메라를 이용해 360도 모든 각도에서 시청이 가능한 영상을 제공하는 카몬의 독특한 기술은 미디어업계에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예를 들어 스타들의 공연이나 뮤직비디오에 이 기술을 채용하면 사용자는 걸그룹이나 밴드 중 좋아하는 멤버만 클로즈업해 볼 수 있고 관객석으로 화면을 돌려 현장감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터뷰 중간 막간을 이용해 360도 3D입체영상을 직접 체험해 봤다. 독도를 촬영한 동영상에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여 파도가 치는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다른 편에 산책하는 일행을 계속 따라가 입 모양을 관찰 할 수도 있었다. 직접 촬영한 뮤직비디오에서는 노래를 부르지 않고 있는 멤버의 표정을 훔쳐보거나 세트 곳곳의 장식을 따라가며 감상할 수도 있었다. 기존의 단선적·평면적이었던 동영상 콘텐츠를 훨씬 능동적이고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는 느낌이었다.
“구글 ‘스트릿뷰’와 같은 VR 지도 정보처럼 모든 방향을 빙~ 돌려서 볼 수 있는 동영상이라고 생각하면 편하죠. 이러한 특수한 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몇 해 전 박람회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됐어요. 호기심이 생겨 알아보니 군사용으로만 사용되고 있더라고요. 이 기술을 미디어콘텐츠와 결합시키면 재미있는 작품이 나올 것이란 생각에 (창업 전선에) 뛰어들게 됐죠.”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 전선에 뛰어든 김 대표는 전에 없던 악바리 근성이 발휘됐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소하기 위해 기술이 담긴 PPT파일과 카메라·동영상 엔지니어 1명씩 섭외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특유의 차분한 언변으로 입소 허가를 받아 낸 이후 6개월간 학교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소프트웨어 개발에 매진했다.
“사실 천성적으로 게으른 편이었어요. 그런데 CEO 자리에 오르니 제 한마디, 행동 하나가 직원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된 거예요. 게으를 새가 없었죠. 또 사관학교에 들어가서 기업가 정신에 대한 수업이나 창의적인 의사결정방법에 대해 배울 때는 참 놀랐어요. 회사생활을 오래했지만 고민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힘든지 모르고 지낸 것 같아요.”
손담비·애프터스쿨 키워낸 음반기획자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360도 회전 특수카메라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곳은 모델하우스나 어린이 세이프티 존, 스포츠 중계 등 여러 분야가 있다. 이 중 김 대표가 특히 미디어 산업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그의 남다른 이력서를 보면 알 수 있다. 영국에서 음향공학을 전공한 그녀는 국내에 들어와 CJ미디어 해외사업부를 거쳐 연예기획사 플레디스의 총괄기획실장을 지내는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만 10년 가까이 몸담았다. 손담비, 애프터스쿨의 가희 등이 대표적으로 그녀의 손길을 거친 가수들이다.
“어릴 때는 나름 재미있게 했지만 회사를 그만두게 된 원인 중 하나가 점점 음악에 집중하기 힘들어진 환경 때문이에요. 기업이 돈이 되는 아이돌에 집중하다보니 모델시키랴 방송하랴… 최근 에는 가수 유리상자가 뮤직뱅크에 나온 것을 봤는데 아이돌 사이에 끼어 어색하고 불쌍한 느낌까지 들더라고요. 정작 제대로 음악하는 뮤지션들은 설 자리를 심각하게 잃어가고 있어요.”
다양한 분야로 적용이 가능한 기술이지만 결국 그녀는 자신의 전문분야이자 둘도 없는 취미이기도 한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방향을 정했다.
“방범카메라나 모델하우스 같은 곳에 저희 기술을 적용시키는 것은 사실 저희가 네임벨류를 키운 후에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러한 분야보다 먼저 저희 기술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탄생시킬 수 있는 쪽으로 진출하는 것이 생산적이라 생각했죠. 특히나 음악 산업에 종사했던 지라 책임감도 많이 느꼈고요.”
전에 볼 수 없었던 기술에 기업들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카몬은 포스코IMP를 통한 투자를 유치하는 한편 올해는 KBS 보이는 라디오에 360도 VR(Virtual Reality) 영상 기술을 지원하고 콘텐츠 제작 계약을 이끌어냈다.
“운 좋게 첫 스타트는 상당히 좋았어요. 현재의 매출을 가지고 한동안은 먹고살 수는 있으니까요.(웃음) 농담이고 지금부터 시작이죠. 5년 내에 IPO를 목표로 다양한 수익모델을 구상 중입니다. 단기적으로 내년 하반기쯤 미디어 채널을 론칭할 생각이에요. 뮤지션들을 위한 방송을 만드는 것이죠. 공연 모습을 라이브로 담아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 활성화 시키는 것을 중·장기적인 카몬의 수익모델로 보고 있습니다.”
[박지훈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2호(2013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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