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lectronics]냉장실 문이 2개, 목소리 알아듣는 에어컨…상식을 뛰어넘은 가전제품들의 유혹

    입력 : 2013.04.08 15:14:07

  • 사진설명
    ‘냉장고 문을 열면 또 다른 문이 있다. 세탁기가 빨래 양에 맞게 세제 사용량을 조절해준다. TV 리모컨 버튼 숫자가 3분의 1로 줄어든다.’ 상상 속 제품이 현실화된다면 얼마나 신나는 일일까. 편리한 삶을 원하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사용자의 편의성을 더욱 추구한 신제품들이 해마다 쏟아진다. 이러다가 손가락 까닥하지 않아도 쓸 수 있는 가전제품이 나올 법하다. 사람의 음성과 눈 동작만으로 작동하는 전자제품도 연구되고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가전업체들이 상식을 뛰어넘는 가전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편의기능으로 무장한 가전 신제품의 등장은 가전시장의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돌풍과도 같다. 올해 출시된 가전제품 중 혁신 아이디어로 주목받는 새 기능을 조명해본다.

    냉장실 문이 2개라고? 삼성전자는 최근 냉장실 문이 2개 있는 냉장고를 내놨다. ‘지펠 푸드 쇼케이스’ 냉장고의 냉장실 겉 문을 열면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된 속문이 나타난다. 왜 이런 장치를 해놨을까.

    냉장고가 갈수록 대형화되면서 800리터급을 뛰어넘어 900리터에 달하는 대형 냉장고가 등장했는데 냉장 공간이 넓어진 만큼 내가 찾고자 하는 음식물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여러 반찬통과 식재료를 차곡차곡 포개놓은 냉장고 안에서 보물찾기 하듯 이곳저곳을 뒤져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러한 불편함을 덜기 위해 등장한 게 바로 삼성 쇼케이스 냉장고다. 자주 먹는 반찬과 물, 주스, 간식은 냉장고 겉 문에 달린 음식 보관용 ‘쇼케이스’에 놓고, 신선함을 유지해야 하는 식재료는 냉장고 안 ‘인케이스’에 보관하는 방식으로 냉장실을 분리한 것이다. 쉽게 말해 음식과 재료의 분리다. 또한 쇼케이스는 가족 구성원에 따라 6개의 맞춤화된 수납공간으로 구분했다. 엄마를 위한 ‘쿠킹 존’, 아빠와 가족 모두를 위한 ‘패밀리 존’, 아이를 위한 ‘키즈 존’ 등으로 구성할 수 있어 가족 구성원 모두 쉽고 편리하게 냉장고를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어른이 쓰는 칸은 위쪽에, 아이들이 자주 쓰는 칸은 아래쪽에 배치해 사용 편의성을 한층 높였다. 평소에는 쇼케이스 문을 주로 사용하고 음식 재료를 주로 넣은 인케이스 문을 가끔씩 연다면 전기료를 아끼는데 유용할 것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쇼케이스 냉장고를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개발 인력을 투입하고 오랜 기간 동안 제품 콘셉을 검증 또 검증했다”면서 “냉장실 문을 두 겹으로 만들면서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 수많은 밤을 세워야 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신제품인 버블샷3 세탁기는 빨랫감의 무게를 측정해 적정량의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자동으로 넣어 준다. 매번 세제를 측정해 사용할 필요 없이 세제 자동투입기에 한 번 세제를 보충하면 최대 한 달까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세제 투입량을 몰라 고민하는 이용자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편의기능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세제량을 조절하는 세탁기 콘셉이 가전 전시회에 등장한 전례가 있는 것으로 알지만 이를 본격적으로 상용화한 제품은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버블샷3는 물을 사용하지 않고 건조하는 에어 드라이 방식을 국내 최초로 적용했다. 3kg의 세탁물을 건조할 때 기존 드럼세탁기에서 습한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기 위해 사용했던 52리터의 물을 아낄 수 있고, 건조 시간도 절반으로 줄었다. 쇼케이스 냉장고 FS9000은 834리터 3종, 856리터 3종이 있고, 출고가격은 377만~447만원이다.

    버블샷3 세탁기 W9000은 8종으로 약 180만~235만원에 살 수 있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장 겸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은 “이번 신제품들은 소비자들의 생활습관을 수없이 분석해 만들어낸 혁신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종전에 등장하지 않은 기능을 새로 접목했을 때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이를 상용화한 삼성의 베팅은 현재까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쇼케이스 냉장고와 버블샷3 세탁기를 처음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신기하다’ ‘편리할 것 같다’ ‘구매하고 싶다’와 같은 긍정적 부분이 많다. 이제 관건은 제품의 내구성과 변치 않는 가치 제공에 있다. 가전제품 특성상 7년 이상 잔 고장 없이 버텨내는 품질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삼성 가전의 혁신 노력과 내구성이 제대로 먹혀든다면 세계 가전 1등을 향한 도전은 가시권에 들어갈 것이라는 게 전자업계의 견해다.

    음성으로 통제한다 LG전자 2013년형 에어컨 신제품 ‘챔피언스타일’의 가장 큰 특징은 최장 거리 음성인식 기술을 에어컨 본체에 적용했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5m 거리에서도 음성만으로 리모컨 없이 에어컨을 동작시킬 수 있다. 전원 조작, 온도 조절, 바람세기, 공기청정 등의 기능을 말 한마디로 손쉽게 동작시킬 수 있다.

    LG전자는 또 EBS 프로그램인 <최고의 요리비결> 콘텐츠를 스마트 디오스 냉장고에 탑재하는 제휴를 EBS와 체결했다. LG전자는 디오스 냉장고의 LCD 디스플레이를 통해 멀티미디어 형태의 EBS동영상 조리법을 제공한다. 초보 주부들도 쉽게 요리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인 장치다. 삼성전자는 ‘버튼 다이어트’를 과감하게 시도했다. 삼성 신제품 세탁기 버블샷3에는 ‘전원’과 ‘동작·일시정지’ 등 2개 버튼 밖에 없다. 지난해 모델인 버블샷2 세탁기에 전원, 온도, 헹굼, 탈수, 건조 등 무려 13개 버튼이 있던 것과 비교하면 버튼 수가 확 줄어들었다. 대신 8인치 풀터치 액정표시장치(LCD) 화면에 대부분의 메뉴 조절 기능을 담았다. 삼성전자의 2013년형 스마트TV는 버튼 수가 17개에 불과한 스마트 터치 리모컨을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47개 버튼을 장착한 일반 리모컨을 주로 제공했다. LG전자의 스마트TV 리모컨은 버튼 수가 더 적다. 버튼이 11개에 불가한 매직 리모컨을 올해 스마트TV 제품에 적용했다. 주요 버튼이 리모컨 휠 주변에 모여 있어 엄지손가락 하나로 간편한 조작이 가능하다. 음성인식 기능도 작년보다 한층 강화됐다.

    세탁기와 TV 등 전자제품의 버튼이 크게 줄어든 것은 제품 조작을 쉽게 하고 심플한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한 조치다. 애플이 단순하고 직관적인 조작법을 아이팟 등에 접목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처럼 전자제품의 버튼 수를 줄이는 게 가전제품의 트렌드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LG전자는 신제품 세탁기에 인체공학적 편리함을 적용했다. 세탁물을 넣고 뺄 때 허리를 굽히지 않도록 도어 위치를 높였고, 전원 버튼과 프로그램 다이얼과 동작 버튼 등을 중앙에 배치해 쉽고 편리하게 만들었다.

    LG전자 냉장고에 적용된 매직 스페이스(도어인도어)도 편의성을 강조한 장치다. 평소 자주 찾는 제품을 한 곳에 보관하고, 냉장고 문을 자주 열지 않아서 냉기를 절약해주는 기술이다.

    한계를 뛰어넘는 대형화 경쟁 LG전자가 올해 들어 선보인 세계 최대 용량의 22kg 드럼세탁기는 이 회사의 전략 제품이다. LG트롬 세탁기 신제품은 핸드 타월을 한 번에 100장 이상 세탁할 수 있다. 세탁조 크기가 커지면서 세탁물의 낙차가 증가하고, 원심력이 좋아져 세탁과 탈수 성능이 더욱 좋아졌다. LG전자는 지난해 냉장고에서도 최대 용량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TV 시장에서도 대화면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1~2년 전만 해도 60인치 TV가 최대 크기로 인식됐지만 70인치를 넘어 80인치대, 100인치대 TV가 본격 출시되는 추세다. 이는 중대형 TV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고 있는 데다 초고선명(UHD) TV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을 앞세운 고화질 경쟁이 대형화를 촉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85인치 UHD TV를 지난 1월 중순부터 국내에 예약 판매하면서 대형 TV 마케팅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올해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선보인 110인치 UHD TV는 삼성이 선보인 최대 크기다. 삼성은 또 2013년형 스마트TV인 F8000 등을 최근 선보이면서 60인치, 65인치, 75인치 등 60인치 이상 6개 모델을 앞세웠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TV 시장에서 60인치 이상 대형 TV가 차지하는 비중(금액 기준)은 2010년 2.2%에서 2015년 9.6%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도 지난해부터 대형 TV 라인업에 주력하는 추세다. 올해 그 기세를 이어 UHD TV, OLED TV, 스마트TV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대형 TV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 UHD TV 예약 판매를 한 달가량 시작했으며 예약 판매가 종료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매달 84인치 UHD TV를 50여대씩 팔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부터 기존 84인치 외에 55인치, 65인치 등 다양한 크기의 UHD TV를 내놓을 계획이다.

    LG전자는 100인치 초대형 화면으로 고화질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시네마 빔 TV도 출시했다. 초단초점 투사 기술을 적용해 제품과 벽면 간 14cm만 확보해도 100인치 대화면 영상을 제공할 수 있다.

    60인치 이상 대형 TV는 중형 TV에 비해 가격차가 상당히 큰 편이지만 점차 대형화되는 TV 추세를 감안할 때 가격대가 낮아질 여지가 충분히 있다. 이에 따라 70~80인치 TV가 중대형 주택에서 종종 발견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처음에 5인치 스마트폰 화면이 너무 크지 않으냐는 소비자들의 선입견이 있었지만 삼성 갤럭시노트, LG 옵티머스뷰, 팬택 베가와 같은 대화면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은 이제 5인치대 스마트폰을 크다고 하지 않는다. TV도 마찬가지다. 화질 진화와 함께 대형 TV 경쟁은 이미 시작됐고 화면 크기의 종전 상식을 뛰어넘는 대형화 트렌드가 또 한

    번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Key point 여러 반찬통과 식재료를 차곡차곡 포개놓은 냉장고 안에서 보물찾기 하듯 이곳저곳을 뒤져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러한 불편함을 덜기 위해 등장한 게 바로 삼성 쇼케이스 냉장고다.

    [황인혁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1호(2013년 04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