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inion]민생 고리로 남북관계 돌파구 찾자

    입력 : 2013.02.04 14:41:55

  • 남과 북에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했다. 북에서는 김정은 체제가 들어섰고 남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곧 출범한다. 이로써 당분간 한반도의 운명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손자 김정은 제1비서에 의해 결정되게 됐다.

    분단체제가 지속되면서 확대 재생산되듯이 분단체제의 권력도 재생산되고 있다. 남과 북의 새로운 권력은 과거 권력과 연관돼 있다. 북의 김정은이 수령체제의 지속에 따른 귀속지위를 부여받았다면, 남의 박근혜는 자신의 노력에 따른 업적지위를 성취했다. 하지만 남과 북의 새로운 권력은 ‘신화’에 기반하고 있다. 남은 근대화의 신화가, 북은 항일무장투쟁의 신화가 자리 잡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과정에서 ‘다시 한 번 잘살아보세’를 표방했고, 김정은 제1비서는 첫 공개연설에서 ‘인민들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하면서 인민생활 향상을 다짐했다. 두 지도자 모두 민생을 강조함으로써 향후 남북관계 전망을 밝게 한다. 남과 북이 소모적인 분단체제를 지속하면서 대립·갈등할 경우 민생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남북 간에 긴장이 높아지면 남한은 대외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고, 북한은 북미관계 정상화 등 대외관계 확장이 어려울 수 있다.

    박정희와 김일성이 분단체제를 활용해서 적대적 공존관계를 유지했다면, 박근혜와 김정은은 신뢰를 회복해서 상생과 공영의 상호의존 관계로 남북관계의 질적 발전을 모색해야 할 역사적 사명을 부여받고 있다.

    내부 성장 동력이 고갈된 북한의 경우 대외관계 확장을 통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 시기 남북갈등을 지속하는 동안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가 높아졌다. 북한은 도쿄, 워싱턴, 서울을 통한 자본주의 세계 경제로의 접근이 어려워지자 베이징을 통한 세계체제로의 편입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미 적대관계와 남북 분단체제의 갈등구조를 해소하지 않고는 구조적이고 총체적인 체제 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한국 경제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수출주도형의 한국 경제의 한계, 고용 없는 부의 양극화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북방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남북경제협력을 확대해서 내수시장을 키우고 중국, 러시아 등 북방으로 뻗어나가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대북정책 키워드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다. 남북관계에 신뢰가 쌓이고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면 비전코리아 프로젝트를 가동해서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과정에서 유화와 강경 사이에 균형을 잡아 대북정책을 진화시키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대선과정에서 박근혜 당선인에 대해 강하게 비난했다. 당선이 확정된 이후 북한은 일체의 언급 없이 “좀 두고 보자”는 관망모드로 들어갔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박정희 대통령이 7·4 공동성명에 조인하고, 2002년 박근혜 당선인이 김정일을 만나 민족 화해와 교류에 대해 대화한 것을 언급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북한은 그들 지도자와 당선인의 인연을 강조하면서 선거공약을 행동으로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를 지켜보고 있다.

    김정은 제1비서는 올해 신년사에서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밝히면서 남북 대결상태 해소를 강조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6·15와 10·4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는 것이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고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근본전제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은 남북관계 복원의 기본전제로 남북공동선언의 이행을 제시하고 있다.

    대선과정에서 박근혜 당선인은 “기존 합의에 담긴 평화와 상호존중의 정신을 실천할 것”을 공약했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기 남북기본합의서만 강조하다가 6·15와 10·4선언에 대한 입장 정리가 늦어져 갈등을 지속한 것과 비교하면 진전된 입장 정리로 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의 빠른 복원을 희망한다면 6·15와 10·4선언의 존중과 이행에 관한 입장 정리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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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9호(2013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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