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imation]쿵푸팬더 물렀거라 뽀로로가 나간다…오콘 김일호 대표 우지희 상무 부부

    입력 : 2013.02.04 14: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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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다. 대한민국은 만 19세 이상 국민들의 투표에 의해 5년마다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하지만 미취학 아동들 사이에는 또 다른 대통령이 존재한다. 일명 ‘뽀통령’이란 별칭으로 벌써 오랜 기간 정권교체 기미도 없이 장기집권 중인 ‘뽀로로’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 미취학 아이들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고 있는 뽀로로도 올해 열 돌을 맞았다. 탄생 10주년을 맞아 뽀로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중국 정부와의 합작투자를 통해 3D영화로 탄생했다. TV애니메이션 이외에 3D영화를 통해 다시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뽀로로 아빠’ 김일호 오콘 대표를 만나봤다.
    3D 애니메이션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 중
    3D 애니메이션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 중
    경제효과 5조7000억원, 뽀로로 가족만 3만명 ‘학교도 안간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얼마나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겠느냐?’라 생각하는 독자들은 다음을 자세히 보시라.

    “현재 뽀로로는 120개국에 수출하고 있고 국내를 포함해 라이선스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150억원 정도 됩니다. 로열티를 역으로 추산해보면 국내에만 약 8000억원의 시장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김일호 오콘 대표의 말처럼 뽀로로는 활발한 해외 진출을 통해 ‘캐릭터 한류’를 실천하고 있다. ‘공’을 인정받은 뽀로로는 3차례나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그 브랜드가치를 약 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한 연구기관은 제작, 유통, 배급 등 직간접적으로 뽀로로 캐릭터를 통해 발생하는 고용창출 규모가 약 3만명에 달하고 경제적 파급 효과는 약 5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뽀로로를 통한 저작권료 수입은 제작을 담당한 오콘(27%)과 마케팅을 담당했던 아이코닉스(27%), 투자를 했던 EBS(23%), SK브로드밴드(23%)가 각각 나눠 갖는다. 뽀로로를 통해 안정적인 로열티 수입을 거두고 있는 오콘이었지만 김 대표는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필요했다. 신사업으로 추진했던 것이 먼저 테마파크 사업이었다. 뽀로로와 국내보다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공룡 ‘디보’를 캐릭터화한 테마파크를 조성해 놀이공간 외 파트너십을 통해 패션, 외식 등의 공간을 만들었다.

    “사실 수치적으로 120개국 진출이라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라이선스 비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을 거쳐 떨어지기 마련이고 실제적으로 얼마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 더욱 중요하죠. 사업적인 볼륨이라든지 확장성을 갖기 위해 캐시카우로 포커싱하고 있는 부분이 도심형 실내테마파크 사업입니다.”

    현재 뽀로로 테마파크는 아이코닉스와 50대 50으로 투자해 약 7개 정도 운영 중이고 오콘의 자회사에서 독점적으로 투자해 9개가 문을 열었다. 작게는 560㎡(170평)에서 크게는 약 3만7000㎡(약 1만1200평)까지 다양한 크기의 테마파크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이미 라이선스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을 넘어섰다.

    “작년부터 테마파크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뽀로로파크의 경우 300억원, 디보파크는 100억원 정도를 기록했습니다. 몇 개월 운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둔 성과이기에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무한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향후 2~3년 이내 매출 1000억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향후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테마파크 사업에 뛰어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김 대표의 야심은 상당하다.

    “테마파크를 스타벅스화 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테마파크 사업은 작게 도심 곳곳 여러 개를 만들어 부담 없이 들어갈 수 있는 사업입니다. 현지 검증된 파트너십을 통해 향후 다양한 국가에 진출할 생각입니다.”

    한편 김 대표는 스마트폰 전용 교육콘텐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전에도 라이선스를 통해 뽀로로를 등장시킨 앱들은 존재했지만 자체적으로 퀄리티 높은 교육용 콘텐츠를 만들어 올해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부가적인 수익 창출원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폰 플랫폼을 통한 교육용 게임콘텐츠 개발입니다. 마찬가지로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하고 있으며 막바지 작업에 들어서 올해 중후반기에는 마켓에 내놓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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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로로 3D영화 쿵푸팬더2 넘었다 뽀로로 탄생 10주년을 맞아 김 대표는 큰 도전에 나선다. 지난 1월 3D영화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을 통해 중국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외화 콘텐츠에 유난히 복잡한 심의와 까다로운 허가절차로 유명한 중국시장인지라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 “중국은 외국 콘텐츠에 가하는 제한이 상당히 높아 뽀로로 TV시리즈는 수요가 있어도 CCTV 등 메인 채널에 방영되기 힘들어 케이블이나 인터넷을 통해 공급하는 것이 다였습니다. 이번에 진출이 가능했던 것은 중국과 긴밀한 전략적 제휴를 통해 가능했죠. 이것이 포문이 돼 중국시장 진출이 보다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영화제작은 중국정부산하 엔터테인먼트 전문투자기업 ACG로부터 2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전체 제작비의 30%에 달하는 투자유치를 이끌어내고 제작에도 중국 기업을 참여시켜 외화가 아닌 합작영화로 중국 내 스크린 쿼터 제약을 피했다. 규모면에서는 차이나 필름을 통해 중국 내 6000여개 스크린을 통해 상영돼 약 9200만불의 흥행수익을 올린 <쿵푸팬터2>(약4000개)를 한참 넘어선 수치다. “중국은 외산 영화의 경우 1년에 5~6개 밖에 걸지 못합니다. 이 같은 이유로 전략적인 합작을 통해 국산슬럿에 들어가지 못하면 성공하기 힘들다고 판단했습니다. 영화를 통해 중국시장에 포문을 열게 되면 이후 기하급수적인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리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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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로로는 장동건? No 송강호! 호기심 또는 아이 때문에 조금이라도 유심히 뽀로로를 지켜본 이라면 ‘아이들이 왜 이 캐릭터에 열광할까?’ 고개를 갸웃 할 수 있을 것이다. 큰 머리와 불룩 나온 배에 2등신 체형을 지니고 제대로 걷지 못하고 뒤뚱거리는 모습은 이전 세대 아이들의 영웅인 독수리 5형제나 태권V와 천지 차이다. 게다가 가는 곳마다 말썽을 부리기까지 한다.

    김 대표는 뽀로로의 매력이 이러한 평범함에 있다고 설명한다.

    “ 담백함이 뽀로로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 애니메이션 주인공은 보통 영웅이거나 해결사인 경우가 많았죠. 그런데 뽀로로는 옆집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아이예요. 말썽쟁이에 호기심도 많고 아주 평범한 아이죠. 내가 닮고 싶은 캐릭터가 아니라 나를 닮은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뽀로로에 재미있는 비유도 덧붙였다.

    “옆집만 나가면 바로 볼 수 있는 아이의 모습. 나와 비슷한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쉬운 법이죠. 배우로 보자면 뽀로로는 장동건이 아니라 송강호 쯤으로 볼 수 있겠네요.(웃음)”

    뽀로로는 매번 실수를 연발하지만 결국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낸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교육하기보다는 편안한 스토리텔링이라는 점에서 부모들도 안심하고 TV를 틀어놓게 만든다. 재미는 유지하되 자극을 줄이고 교육적인 부분을 강화해 아이는 물론 부모들의 마음을 공략한 것이 숨겨진 성공비결 중의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던 배경 뒤에는 애틋한 부모의 마음이 숨어 있다.

    “뽀로로를 처음 기획할 때 전 세계 120개국 수출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것은 사실 아닙니다. 같이 제작을 맡은 친구들, 배급을 맡은 아이코닉스 대표, 프로듀서, 카메라 감독 모두 미취학 아이들이 있는 부모였죠. 아빠, 엄마가 애니메이션 만드는데 자식들에게 보여줄 작품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소소한 생각에 시작 된 거죠.”

    진실한 부모의 마음은 같은 마음을 가진 다른 부모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에게 뽀로로는 교육용 콘텐츠로서 훌륭한 ‘보모’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 아이에게 보여줄 생각으로 만들었기에 자극적이지 않고 반복해서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했죠. 여백을 줘 생각할 여유를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사실 그러한 콘셉으로 투자를 받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계속 밀어붙이게 된 것도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한 것이었죠. 아이 입장에서 재미있고 어른 입장에서도 아이에 유익하게 판단될 것인지가 중요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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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이면 썩는다’ 크리에이터 정신 잃지 않을 것 1994년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디자인으로 명성을 날리던 LG전자 연구소에 입사했다. 재직시절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하프리’의 디자인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생활은 길지 않았다. 2년 만에 자신의 메시지가 담긴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학시절부터 작가적인 삶이 좋았어요. 산업적인 디자인도 좋았지만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나의 생각과 메시지가 담긴 작품을 하고 싶었죠. 무모했지만 회사를 나와 퇴직금 400만원에 돈을 보태 당시 600만원 정도 하던 매킨토시를 구입해 오피스텔 방을 얻어 새로운 일을 시작했죠.”

    그는 창업 구상 중에 공동창업자이자 부인 우지희 상무이사를 만난 일화도 들려줬다. “동네에서 팥빙수를 먹으면서 사업 구상을 하고 있는데 대학 3년 후배인 안사람이 마침 지나가는 거예요. 인사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창업 이야기를 하니 ‘나도 그럼 같이 할게’라며 얼렁뚱땅 가세하게 됐어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결국 뽀로로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히 캐릭터 한류를 이끌고 있는 그였지만 인터뷰 막바지에 자신은 평생 크리에이터로 남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창작이 좋아 하루아침에 결심하고 회사를 뛰쳐나온 그다운 답이었다.

    “사업가라는 정의에 대해서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편인데 숫자적인 것은 저보다 잘 아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고 저는 크리에이터적인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오콘이라는 회사는 저 스스로 크리에이티브 하지 않으면 존립자체가 힘들 것이거든요. 물이 고이면 썩게 되듯이 뽀로로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다양한 창의적인 것을 만드는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박지훈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9호(2013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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